원희룡 제주도지사, 7월이 오면 ‘수석의 추억’은 부활할까

[Who's next?]“당 대선후보로 선출될 복안 있다”…낮은 지지율 극복 주목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1.02.02 09:48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은 2022년 3월 9일입니다. 앞으로 1년 1개월 남았습니다. ‘정치의 시간’으로 보면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기간입니다. 대한민국 정치 시계는 예나 지금이나 총선과 대선에 맞춰 돌아갑니다. 2021년 4월 7일 보궐선거가 끝나면 정국의 방향은 2022년 3월 9일로 급속히 이동하게 됩니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차기 대선주자 분석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의 생애, 능력과 도덕성, 비전과 정책 등 그의 모든 것을 담아보려 합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이어 네 번째 순서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입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해 10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제주의 미래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주제로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

1982년 제1회 대입 학력고사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한 학생의 말은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제주도 시골 마을에 살아 과외나 학원 같은 사교육을 일절 받지 않고 공교육에만 충실했는데도 전국 수석을 차지했다고 했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제주도 수재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다.

1964년 2월 14일, 제주도 서귀포에서 2남 4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그 시절 제주도는 전깃불이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열악한 시골이었다. 원 지사는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에 학창시절을 보냈다. 제주제일고등학교에 입학, 1등을 놓쳐본 적이 없었다. 1982년 제1회 대입 학력고사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했다.

◇운동권 몸담다 수배 대상 되기도…사법시험도 수석

원 지사는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82학번으로 입학했다.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과 조해진 의원,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이다. 원 지사는 대학교 1학년 때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생이 중심이 된 서클 ‘사회복지연구회’에 가입, 본격적으로 운동권에 몸담았다. 서울대 구내에서 전경들의 여학생 추행사건이 일어난 것에 대해 항의 시위를 하다가 관악 경찰소로 연행돼 학교로부터 유기정학을 받은 적도 있다. 8년 동안 학생운동을 하며 몇 차례 경찰의 수배 대상이 되기도 했다. 원 지사는 1989년 동유럽 사회주의의 몰락을 보고 사상적으로 전환해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1992년 치른 사법시험에서 수석으로 합격했다. 사법연수원(24기)에서는 최상위권인 5등의 성적으로 수료했다.

◇‘젊은 피 수혈’로 정계 입문, 보수정당 ‘소장파’로 이름 날려
1995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로 임관한 그는 재개발조합사기사건, 딱지어음사건, 다단계 피라미드 범죄 등을 맡았다. 부산지검 강력부에 있을 때는 지역 내 조직폭력배와 마약사범을 검거했다. 1998년 8월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1999년 이회창 총재에게 ‘젊은 피 수혈’이라는 명목으로 정치권 제안을 받고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2000년 16대 총선서 서울 양천 갑 지역구에 출마한 그는 36세의 젊은 나이로 배지를 달았다.

원 지사가 원내에 들어온 이후 당내에서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정병국 전 의원과 함께 ‘남원정’이라고 불리며 중진에게 쓴소리를 날리는 소장파로 활동했다. 보수정당 소장파의 원조 격이다. 그는 당이 고비를 겪을 때마다 개혁파 역할을 자처했다. 특히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역풍’으로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위기를 맞았을 때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당사를 처분하고 국회 앞 ‘천막당사’를 차리면서 당 재건을 위해 힘썼다.
 
2004년 17대 총선 직후에 치러진 한나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기록, 당 최연소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원 지사는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에 출마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후부터 보수정당의 대권주자로 분류됐다.
 
원 지사는 ‘선거 불패’를 기록한다. 16,17,18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이후 19대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 선언을 했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로 출마해 59.97%의 득표율로 무난히 당선길에 올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2017년,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에 입당했다. 2018년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하자 이에 반대하고 무소속으로 제7회 지방선거에 나섰다. 원 지사는 득표율 51.72%를 기록, 재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2월 미래통합당으로 다시 들어와 현재는 국민의힘 소속이다.

▲2011년 7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12차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대표최고위원으로 당선된 홍준표 의원(가운데)이 최고위원 당선자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만세를 부르고 있다. 왼쪽부터 남경필, 유승민, 홍준표, 나경원, 원희룡./사진=머니투데이
◇원희룡의 ‘생각’

원 지사는 국회에서 의정활동할 때 ‘저탄소녹색성장국민포럼’ 대표를 맡는 등 미세먼지, 대기오염을 비롯한 환경문제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보였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로 당선된 원 지사는 난개발을 막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기조로 삼았다. 원 지사는 환경 보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제주 투자 3원칙을 세웠다. 환경보호를 위해 진행하고 있던 대규모 투자개발을 대부분 중단했다. 특히 원 지사가 취임한 당시에는 중국 자본이 제주도로 유입돼 부동산 투기가 심할 때였다. 원 지사는 중국자본의 유입을 규제하는 부동산 투기규제 강화 정책과 외국자본 투자유치에 제동을 걸었다.

원 지사의 대표적인 정책은 2030년까지 도의 전력 사용량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수송 수단을 전기자동차로 바꾸는 ‘카본프리 아일랜드’다. 제주도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14.34%로 전국 평균(8.88%)을 크게 웃돌고 있다. 2030년부터 제주도는 내연차의 신규 등록을 중단한다. 또 원 지사는 전력을 자유롭게 사고파는 전력거래 자유화를 통해 그린뉴딜 정책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에는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제주 유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원 지사의 환경보호 원칙으로 환경에너지 정책은 다른 지자체보다 선도적이었다는 평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뉴딜정책을 제주에서 실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원 지사는 지난해 10월 청정제주 송악선언을 통해 난개발에 대해 마침표를 찍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0월 25일 ‘청정제주 송악선언’을 통해 “제주의 자연은 모든 국민이 누릴 권리가 있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이며 청정과 공존은 제주도민이 선택한 양보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라며 “2014년 제주도지사 취임 이후 난개발 차단에 노력해왔지만 그럼에도 아직 남아 있는 난개발 우려에 오늘로 마침표를 찍겠다”고 밝혔다. 송악산은 중국 자본인 신해원 유한회사가 호텔과 캠핑시설 등을 조성하는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곳으로 환경 훼손과 경관 사유화 논란이 일고 있는 곳이다.

원 지사는 30년 만에 제주 대중교통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제주의 교통, 주차난을 해결하고 버스 요금을 1200원으로 일원화하면서 주민 복지에 힘쓰기 위한 것이다. 환승센터와 환승정류장을 개선하고 버스정보시스템을 확충하는 등 인프라를 개선하는 게 목적이다. 원 지사는 제주 대중교통체계는 ‘보편적 복지의 구현’ 차원으로 개편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7년 8월 개편 첫날 ‘도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어르신 등 교통약자 10만여 명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시민의 교통권 확대를 넘어 자유로운 이동권 보장이라는 교통복지의 지평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버스환승센터가 건립되지 않는 등 진행이 느리다는 비판도 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은 도의 숙원 과제다. 원 지사는 제주공항 혼잡에 따른 문제점과 균형 발전, 미래에 발생할 공항 수요 등을 근거로 삼아 제주 서귀포 성산읍에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도민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제주도의회는 ‘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공론화 관련 도민 의견 수렴을 위한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원 지사는 “제2공항에 따른 환경문제는 별도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野 대선후보로 선출된다면

원 지사의 강점은 젊음이다. 또 보수정당의 개혁파로 보수 지지자뿐만 아니라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난달 18일 기준 원 지사의 페이스북 좋아요 수는 11만 명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4300명이다. 원 지사의 팬클럽 이름은 ‘프렌즈 원(Friends Won)’이다. 프렌즈원은 제주도민과 그 외 지역에서 원 후보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지지율은 1%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한국갤럽이 지난해 10월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을 조사했을 때 이재명 경기지사(20%), 이낙연 민주당 대표(17%),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4%), 윤석열 검찰총장(3%), 홍준표 무소속 의원(2%), 원희룡 제주도지사(1%) 순으로 나왔다. 시도지사 지지율도 하위권이다. 지난달 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2020년 하반기 민선 7기 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에 따르면 원 지사의 지지율은 41%로 조사를 진행한 14명의 시도지사 가운데 13위를 기록했다.

원 지사의 개인 지지율은 1%지만 ‘국민의힘 대선주자’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달 8일 한국갤럽이 조사한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35%, 국민의힘 22%, 정의당과 국민의당 각각 6%, 열린민주당 3%였다. 만일 원 지사가 ‘국민의힘 대선주자’가 된다면 당의 지지율을 받을 수 있다. 원 지사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낮지만 희망을 갖는 이유다.

국민의힘 대선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당내 지지기반이 필수다. 원 지사는 19대 국회 이후 여의도 정치와 멀어졌다. 지금은 제주도지사로 활동하고 있다. 중앙정치와 거리가 먼 것이 약점이다. 원 지사는 자신에게 당내 경선에서 선출될 ‘복안’이 있다며 오는 7월께 시작될 당 대선후보 경선에 등록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지난달 신년 대담에서 대선 출마 입장을 묻는 질문에 “현재 제주도지사이기도 하고, 과거 국회의원 시절에도 젊은 주자로 대선에 도전한 바가 있다”며 “나름대로 정치인으로서의 꿈과 포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오는 4월 예정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거치고 나면 7월에 대선후보 등록이 시작되고, 제가 소속된 야당에서도 11월까지 대선후보 경선을 마치게 된다”며 “올해 여름·가을·겨울은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가장 중요한 정치 일정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지금 지지율은 미미하다고 볼 수 있지만, 국민들이 기대하고 지지할 수 있는 비전과 리더십을 토대로 4월·7월·11월 결정적 순간에 도민을 실망시키지 않는 존재로 설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야당의 대표주자로 선출될 복안과 함께 자신도 있다”고 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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