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출신 안성 첫 여성시장 김보라, 25년째 안성 '치유'

[열린정책 소통합시다] “안성시, 산업•주거•문화•관광 특화해 발전할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편집장 홍세미 기자 송민수 기자 2020.09.01 09:31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김보라 안성시장에게 붙는 ‘최초’ 수식어 세 가지가 있다, ‘여성’ 시장, ‘간호사 출신’ 시장, 비(非)안성 출신 시장.
1992년 연세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한 김 시장은 1994년 안성시로 이주해 전국 최초의 의료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 창립멤버로 활동했다. 20년 동안 의료생협에 몸담던 그는 정치와 시민의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경력을 살려 상임위 경제과학위원회과 보건복지위원회를 맡았다. 도의원 시절 중 발의한 조례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경기도 건강 기본 조례안'이다. 도민의 건강권과 건강증진을 도지사의 책무로 명시하는 게 골자다. 김 시장은 "건강 관련 정책을 자치단체에서 맡는다면 더 가까이, 더 밀접하게 주민의 건강을 돌볼 수 있다"고 했다. 

우석제 전 안성시장이 지방선거 후보자 재산신고 과정에서 채무를 누락한 혐의로 낙마해 열린 지난 4월 안성시장 재선거에서 김 시장은 46.31%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전국에서 여성시장은 김 시장과 은수미 성남시장, 둘뿐이다. 김 시장은 시정을 맡자마자 재난 컨트롤타워가 됐다. 안성시는 지대가 낮아 홍수에 취약하다. 지난달 시는 수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폭우가 할퀴고 간 안성지역을 하루빨리 정상화하는 게 김 시장의 임무였다. 김 시장은 피해가 가장 심한 죽산면사무소 2층에 죽산일죽면 현장지휘본부를 설치하고 그곳으로 출근하면서 재난 극복에 힘썼다.

지대가 낮은 탓에 용인에 설립되는 SK용인반도산단의 오폐수가 시로 흘러 들어오는 것도 문제다. 시민의 반대 목소리가 크다. 김 시장은 “시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게 1순위”라며 “안전장치가 만들어지고 불신이 없어진 다음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주민의 삶의 질과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시정을 운영하는 김 시장에게는 초선의 기운이 물씬 풍겨진다. 안성에 25년 몸담은 그는 지역 현안을 훤히 뚫고 있다.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은 김 시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보라 안성시장/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안성은 수도권 지역 중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곳이란 인식이 있다
▶저평가됐다는 것은 발전 가능성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인식 덕분에 개발사업에 용이하고 분양가도 저렴하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안성에는 많은 개발사업 문의가 들어오고, 진행되고 있다. 안성 중장기 발전계획 용역이 진행 중이다. 발전계획에 대해 공직자 TF팀 워크숍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전문가와 상의해 안성의 발전방향과 계획을 세우겠다. 장기적으로 안성은 지역별로 특화해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부권은 산업, 주거, 중부권은 문화, 행정, 복지 동부권은 농업, 환경, 관광으로 특화될 수 있을 것이다.

-SK 용인반도체산단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안성시민의 반발이 거세다

▶주민들이 좋아하지 않는 시설은 접경지역에 만들어지곤 한다. 접경지역 시설 때문에 우리나라 지자체 간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 용인에 들어오는 반도체산단에서 나오는 오폐수는 안성시로 흘러 들어온다. 또 반도체산단 전기는 안성에 있는 765송전탑에서 끌어다 쓴다. 안성시민에게 어떤 설명도 없었다. 

-반도체산단의 오폐수가 안성시에 어떤 문제를 주나

▶하루에 방류되는 양이 평소 우리 시에서 내보내는 것의 네 배가 된다. 홍수가 날 때는 그 위험도는 더욱 높아진다. 반도체 오폐수가 흐르는 고삼호수 주변은 우리 시에서 친환경농사를 가장 많이 짓는 곳이다. 경기도 학교급식 농산물을 여기서 재배한다. 안전 문제도 있고, 안전하다고 하더라도 친환경농업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 또 오폐수의 수온은 20℃가 넘는다. 그 옆에 서울에서 세종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있다. 수증기가 많이 나오면 안개가 낄 것이다. 고속도로에 안개가 끼면 사고 문제가 나올 수 있다. 

-SK, 용인시와 이야기를 나눴나

▶SK에서 처음에는 폐수가 5~6등급 정도 될 것이라고 했다가 우리 시에서 문제를 제기하니 3~4등급이라고 했다. 중간에 말이 바뀌니 불신이 쌓였다. 이것 외에도 여러 문제를 제기하는데 SK에서는 구체적인 답이 없다. 밀어붙인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 시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은 용인시가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다. 산단이 들어서는 것을 보류해야 한다. 안전장치가 만들어지고 불신이 없어진 다음 진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갈등이 생길 것이다. 용인시는 우리와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
▲김보라 안성시장/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의료생협 창립멤버→경기도의원→시장까지… 25년 ‘안성 인생’




-안성에 정착하고 시장까지 역임하게 된 과정을 설명해준다면

▶26살 때 안성에 와서 의료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 창립멤버로 활동했다. 의료생협에 몸담으면서 안성에서 직장도 얻고, 남편도 만나 가족도 이뤘고, 지금은 안성시장이라는 책임과 영광을 함께하고 있다. 지금까지 25년 동안 안성시민으로 살았다. 안성과 인연을 맺어 이렇게 시장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1994년에 전국 최초의 의료생협 창립에 참여했다. 당시 의료생협이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의료생협이 만들어질 때는 그 개념도 없었다. 시골 어르신들의 건강관리가 필요했다. 병원이나 약국처럼 공공의료 시스템에서 처방받는 게 쉬운 시대가 아니었다. 지금처럼 가정방문 간호나 건강검진이 제도화돼 있지 않았을 때부터 조합원을 위해 진행했다. 조합원이 스스로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운영한 것이 의료생협의 시작이다.

-그러다 정치권에 입문한 계기는 무엇인가

▶시민단체에 있으면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정책을 제안하고 진행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느꼈다. 정치나 행정에서는 그렇게 할 수 있게 조금만 도와주면 스스로 주민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우리나라는 잘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많은 사람에게 정책을 제안해도 그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주민에게 권한이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2014년도에 경기도당에서 도의원으로 출마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이 왔다. 민간 거버넌스를 이루고, 정치와 주민의 중간 다리가 되기 위해 나선 게 정치입문 계기다. 2014년 5월 15일에 당원가입하고 16일에 입후보했다. 그전까지는 민주당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도의원을 해보니 직접 행정을 하면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시장에도 출마했다. 

-도의원 시절 발의한 법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법안이 있다면 무엇인지

▶도의원 시절 보건복지위원회에 있을 때 경기도 건강 기본 조례안을 발의했다. 우리나라의 건강관련 정책은 보건복지부나 국민건강공단처럼 중앙부처에서 맡는다. 건강이야말로 지자체 본연의 업무라고 생각한다. 복지는 주민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그나마 자치단체장 권한이 있지만 보건과 건강에 대해서는 자치단체의 권한이 거의 없다. 건강은 주민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보건과 복지, 주거 모두 복합적으로 합쳐진 게 ‘건강한 삶’이다. 주민의 건강한 삶을 책임지는 것이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의 재정자립도는 어떻게 되나

▶재정자립도는 26% 정도다. 자립도가 전에 34%까지 올라간 적 있는데 재정 규모는 지금이 더 좋다. 자립도보다 자주도가 더 중요하다. 공무원들이 정부 보조금이라든지 공모사업을 많이 따왔다.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면도 있다. 너무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버스준공영제’를 공약으로 내걸고 시행하고 있다. 이 정책이 시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버스준공영제라는 이름이 많지 않은 것뿐이지 사실 우리나라 중소도시는 준공영제를 도입한 것과 다름없다. 적자노선에 대해 지자체 예산으로 보전해주고 있다. 보통 경기도 지자체들은 적자노선에 대해 70~80% 정도 보전했다. 문제는 보전만 해준다는 것이다. 노선을 신설하는 권한도 지자체에 있다. 종합적인 계획을 가지고 교통이 시민의 기본권이라는 사고가 있어야 한다. 안성시의 불편한 점에 대해 설문조사를 해보니 ‘교통문제 해결을 바란다’는 응답이 23.8%로 1위였다. 교통권은 기본권인데, 안성시가 시민들의 기본권을 보장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노선에 대한 총괄적이고 세밀한 검토로 시민들이 좀 더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버스 준공영제를 준비할 예정이다.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철도가 없는 시다
▶평택~부발선, 동탄~안성~청주공항, 광주~용인~안성 등 여러 가지 노선 설계를 계획하고 있지만 지금 당장 추진되기는 어렵다. 광역철도망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택과의 연결도로를 확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평택시 합정동과 대덕면 건지리를 연결하는 38국도 우회도로와 공도 만정리와 평택 용이동을 연결하는 도시계획도로(대로3-5호선)를 추진해 시민들이 보다 빠르게 광역교통망에 연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
▲김보라 안성시장/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취임 100일 된 ‘병아리 시장'…시정 맡자마자 ‘재난 해결사’로



-지난달 집중호우로 시는 어떤 피해를 입었나
▶이번 집중 호우로 안성 관내에서 안타깝게도 한 분이 목숨을 잃었고 또 한 분은 중상을 입었다. 지난달 12일 기준으로 110세대 192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너무 안타깝다.

-어떻게 대응했나
▶먼저 수해가 인재로 커지지 않도록 현장에서 공무원들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복귀 수해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수해 복구에만 최소 150여 명의 공무원이 투입됐다. △총괄 △현장 △이재민 △인력 지원 파트로 각각 나눠 본부를 꾸렸다. 효과적인 현장 지원을 위해 피해가 가장 심한 죽산면사무소 2층에 죽산일죽면 현장지휘본부를 설치했다. 저도 매일 그쪽으로 출근했다. 

-지난달 7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는데 어떤 혜택을 받나
▶정부 지원은 지자체의 재정상태에 따라 다른데 대략 시와 정부가 4:6의 비율로 이번 수해 관련 구호와 복구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일반재난지역 선포와는 달리 별도의 신청 없이 피해 신고만으로 건강보험료나 전기요금, 통신요금, 도시가스 요금 등을 감면받고 병역의무 이행일도 연기할 수 있다. 안성시는 관련 홍보전단을 제작해, 읍면동에 배부한다. 시청 홈페이지와 기관 SNS를 통해 재난 피해를 입은 주민들께서 행여 시기를 놓쳐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적극 홍보하고 있다. 

-앞으로 홍수, 가뭄 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지
▶이번 폭우는 지구의 눈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루 빨리 ‘저탄소’ 시대가 와야 한다. 본질은 지구온난화다. 이를 막거나 최소한 늦추기 위한 전 세계적인 어젠다를 공유하고 실천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필요하다. 코로나19가 새롭게 우리의 생활을 바꾸어놓는 것과 같을 것이다. 전 인류적이고 장기적 과제다.

시에서는 당장 피해 조사를 하면서 동시에 위험 점검도 동시에 실시할 예정이다. 같은 재해가 같은 곳에서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조처할 것이다. 장마철 전에는 위험 시설이나 배수로 등을 사전 점검하는데, 지금보다 더 강화할 것이다. 특히 이번 수해는 산사태를 불러와 더 큰 피해를 가져왔다. 앞으로 산림 인허가 업무 처리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또 수해 관련 매뉴얼을 리뉴얼하고 응급 복구가 완료되면 근본적 대책 마련을 지시해둔 상황이다. 가뭄 역시 겨울철 물을 최대한 모았다가 가뭄에 활용할 수 있도록 ‘봄 가뭄 대비 논 물 가두기’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안성에서 여성 시장은 최초다. 그간의 시정 운영에 대한 소회를 말해준다면
▶전국에서 여성시장은 저와 성남시장뿐이다. 유권자들이 특별히 성별을 떠나 일 잘할 사람을 지지했다고 생각한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시장으로 업무를 시작한 지 100일이 지났다.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 것 같다. 이런 속도라면 금방 임기가 다할 것 같다. 부지런히 일하고, 그 결과를 공공복리 증진이라는 열매로 시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겠다.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성과는 무엇인지
▶저는 임기가 정해진 사람이다. 안성시청 공직자분들은 계속 공직에서 일을 하셔야 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공무원의 교육과 관련해 시스템을 갖추고 싶다. 업무교육은 물론 인문학적 교육, 상상력이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발굴하고 싶다. 시장을 지내면서 공무원의 생각이 바뀌고 주민들의 역량이 커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꼭 이루고 싶은 성과다.

김보라 안성시장
1969년 9월 8일 출생
연세대학교 간호학 학사 졸업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무이사
안성시사회복지사협회 감사
제9대 경기도의회 의원
민주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경기도교육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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