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주 특허청장, "'K-방역'이어 'K-특허' 시동 건다"

[열린정책 소통합시다]보호 아닌 ‘혁신 전파’가 특허의 본질

머니투데이 더리더 대담 서동욱 편집장, 정리 편승민, 송민수 기자 2020.07.31 08:30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을 때, 우리나라가 개발한 드라이브스루 진단 시스템은 세계 각국의 극찬을 받았다. 해외 국가들은 앞다퉈 우리의 방역 시스템을 도입·실행하기 위해 대한민국을 찾았고, K-팝에 이은 K-방역이 큰 주목을 받았다. 

K-방역을 대표하는 것으로 드라이브스루, 워크스루, 진단키트 등이 있다. 특허청은 K-방역 제품에 K-워크스루 브랜드를 부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하고 있다. 취약한 브랜드로 해외 판로개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K-워크스루’를 통해 국내외 특허출원과 양산체계 구축을 지원한다. 

지금은 아이디어로 싸우는 특허전쟁 시대다. 2011년 시작돼 7년간 세계 IT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이 대표적인 예다. 과거 특허전쟁에서 번번이 패하기만 했던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제는 외국기업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특허 소송은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게 아니라 질서를 바로잡는 치안관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지식재산의 가치와 경쟁력이 곧 국가의 힘”이라고 강조한다. 

박 청장은 “특허제도의 존재가치는 보호에 있지 않다”며 “혁신의 전파가 특허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특허청은 K-방역을 넘어 K-특허 구축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국가 특허 빅데이터 센터는 우리나라 주력산업에 대한 혁신전략을 수립하고 미래 유망기술을 발굴하는 전초기지가 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식재산 금융투자 활성화와 특허 침해 손해배상액 현실화를 통해 동산금융 시대를 열고, 지식재산이 제값 받는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코로나19 대응이 K-방역이라는 새로운 한류브랜드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다. 특허청도 힘을 보탰다고 하던데


▶어느 날 문재인 대통령이 신문을 보다 인상적인 사진을 봤다. 부산 남부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는 직원 사진이었다. 코로나19 진단을 하다보면 의료인들이 감염될 수도 있다. 그래서 진단부스를 만들어 사람이 들어가고 바깥으로 공기를 내뿜는 양압식 기구를 고안해냈다. 그렇게 하면 환자의 바이러스가 의료인에게 침투 불가하게 된다. 의료인은 부스 안에서 환자의 시료를 채취·보관 후 소독을 한다. 그러한 진단과정 중 찍힌 사진이었다. 문 대통령은 사진을 보고 현장의 아이디어가 창의적인 방역이라고 생각했다. 문 대통령은 “방역 노하우를 전 세계에 퍼뜨려주면서도 동시에 우리 기술이란 것을 나타내도록 Made in Korea 도장을 찍자”고 말했다.
특허청이 과정을 담당했는데 이 방역시스템은 의료인을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효율적이었다. 보통은 검사 후 방역하려면 1시간은 비워놔야 하는데 부스는 15분만 비워두면 된다. 게다가 부스 앞뒤로 문을 내면 효율이 8배까지 높아진다. 그런데 찾아보니 비슷한 특허가 이미 출원돼 있더라. 그래서 지난 4월 발명자들과 모두 모여 “이 아이디어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아이디어지,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씀드렸다. 다들 동의하더라. 그래서 “정부가 ‘K-워크스루’ 공동브랜드를 통해 이를 상품화해서 전 세계로 갈 수 있게 공동 협력하자”고 했다.
그 결과, 특허청이 지원한 K-워크스루는 태국, 러시아 등 9개국에 550대 이상 수출되고, 노하우도 6개국에 전수되는 성과도 거뒀다. 기발하진 않아도 현장에서 의료인의 생명을 지키면서 효율적인 방역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고 K-워크스루 특허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

박원주 특허청장이 5월 26일 오후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한국형 워크스루 진료부스 제조기업 고려기연을 방문,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특허청 제공


한·미·일·중, 유럽연합 등 5개국(IP5) 특허청장들이 코로나19 위기 공동대응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특허의 개념은 보호인데 기술정보 공개와의 간극은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특허 제도의 존재가치가 보호에 있지는 않다. 사실 ‘혁신의 전파’에 있다. 그럼 왜 특허의 존재가치가 혁신의 전파에 있는데도 ‘보호’라는 현상으로 제도가 나오느냐? 보호를 안 해주면 혁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그 결과물을 다른 사람이 그대로 베꼈을 때 자기보다 베낀 사람이 곱하기 n의 효과를 볼 수 없게 하는 것이다. 다만 계속 그렇게 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데 게을러질 수밖에 없다. 그런 것을 막기 위해 한시적 보호를 해줄 테니 아이디어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특허의 특징은 ‘공개’와 ‘보호’가 함께 간다. 보호는 항상 한시적이다. 아이디어가 공개돼서 리프로듀서블, 즉 같은 결과가 나오게 하는 내용이 공개되면 사람들은 똑같이는 못 하겠지만, 아니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대신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인류의 혁신이 빠르게 이뤄진 것이 이런 특징의 특허제도 때문이다. 혁신의 확산이 지향하는 가치지만, 형태는 보호로 나타나는 것이 특허제도의 특징이다.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개발과 관련해서 100년이 넘는 특허역사가 도전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개발에 특허제도의 역사가 도전을 받기 시작했다. WHO(세계보건기구)와 개도국 정부들이 나서서 풀(pool)을 만들자고 한다. 백신이나 치료제 관련한 기술을 하나의 풀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그냥 쓰게 하자는 말이다. 개발자에게 돈을 지불하거나 하지 말자는 논리가 우후죽순 터져나왔다. 우리나라에도 카피레프트(copyright의 반대 의미로 right를 left로 씀)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 ‘모든 아이디어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저는 그 아이디어가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문제는 그게 혁신을 방해한다. 그런데 ‘특허청이 사람들이 다치고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지금 같은 시기에 돈벌이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런 오해와 혼란 속에서 ‘특허제도를 존립시킬 필요가 있느냐’ 하는 것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나왔다. 이 문제는 사실 우리보다 유럽과 미국이 더 민감하다. 왜냐하면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의 전통적인 나라들은 국제 경쟁력의 모태가 노동력에 있지 않다. 자본은 더 이상 경쟁력이 못 된다. 남은 유일한 경쟁적 요소는 창의성밖에 없다. 이미 많은 지식재산권 보호를 받으면 선진국은 열심히 일 안 해도 먹고살 수 있는데 그게 흔들리니까 미국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회의에서는 어떤 문제해결 방법이 도출됐나


▶지식재산권의 사유재산권만 주장하지 말고 오히려 휴머니즘적인 관점에서 개도국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고, 치료를 확산시켜 코로나 위기를 범인류적으로 극복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식재산권을 담당하는 각 국가의 특허청과 국제지재권기구가 나서 이런 문제들을 조화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술을 개발한 백신 개발사가 있다면 우리가 나서서 “당신의 지식재산권은 물론 존중하지만 개도국 국민들이 사서 먹을 수도 없게 대가를 요구하는 것을 지양해달라” 이런 방식으로 실질적 생명을 구하는 데 차질 없게 해달라고 제기했다. 전 세계 특허제도를 리드하는 5개국 특허청장들은 계속 소통하고 문제의 진전 현황을 같이하고 해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미국은 우리보다 이미 더 심하게 상황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지식재산권 질서를 지키면서 코로나19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들에 대해 관심이 많은 상태다. 

박원주 특허청장/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결국 누군가 양보를 하고 손해를 보는 문제가 있다. 제도적인 부분이 받쳐줘야 할 텐데


▶사실 특허제도에는 이미 제도적 제약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특허가 안 나온다. 의사의 치료행위에 특허를 주기 시작하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을 특허 때문에 못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막는다. 그런 이치로 공중보건에 중요한 사안이라든지 공적인 목적의 기술로 인정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나라에 따라 다르거나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특허 예외 분야들이 있다. 코로나 때문에 제약이라는 큰 덩어리에 퀘스천 마크가 찍혔다.
제약은 특허 예외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혁신과 발명, 연구개발은 결과물을 인류가 공유하는 기술의 진보다. 그런데 이걸 전부 무료로 풀어버리면 당장은 황금알을 낳는 닭의 배를 가르는 것과 같다. 당장 닭을 먹을 수는 있지만 더 이상 황금알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혁신이 사라질 것이다. 더 많은 미래 인류가 또다시 생길 감염병으로부터 보호받을 기회를 상실할 것이다. 코로나19 치료제는 한 사람의 지적창의성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무수히 많은 시간, 노력, 돈이 들어간다. 3차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돈이 조 단위다. 그 투자하는 사람들이 보상 없는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어느 정도 사적 이익과 공적 목적의 조화가 분명히 필요하다.



최근 국가 특허 빅데이터 센터가 개소했다.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가


▶빅데이터 센터 전에 빅데이터를 논해야 한다. 빅데이터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인류의 지적 노동의 결과물이다. 전 세계 대부분 나라에는 특허기관이 있는데 특허정보는 특허의 구체적 내용을 기술한 명세서 및 특허 심사과정에서 활용한 문헌 등을 포함해 문서가 4억5000만여 건에 이른다. 이 데이터를 활용해 의미 있는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자는 것이 첫 번째 생각이었다. 남들이 다 답을 내놨는데 연구 개발할 필요는 없다. 그런 중복되는 부분을 찾고 피해서 연구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 특허정보는 산학연 경제주체가 스스로 정부에 돈을 지불해 만든 시장지향적 기술정보로, 경제적 가치가 있는 인디케이터다. 4억5000만 건 데이터의 산업 분야별 흐름을 분석하면 선행지표로써 미래기술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고, 국가별로 분석하면 국가별 경쟁력까지 볼 수 있다. 실제로 분석해보니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어디쯤에 와 있는지 정량적인 분석이 가능했다. 심지어 어떤 기술분야를 연구개발해야 할지 과제 이름까지도 나오더라. 이처럼 활용전략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국가 특허 빅데이터 센터를 개소하게 됐다. 앞으로 국가 차원의 미래 연구개발 전략을 수립하고 미래 유망기술을 발굴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할 거라고 기대한다. 

6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특허전략개발원에서 열린 '국가 특허 빅데이터 센터' 개소식에서 박원주 특허청장(왼쪽 아홉번째), 김용래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혁신실장(왼쪽 여덟번째) 등 참석자들이 센터 현판 제막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특허청 제공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개발까지도 가능해질까


▶4억5000만 건의 빅데이터에는 모든 기술분야가 포함된다. 산업제조기술도 있지만 비정량적인 기술도 있고, 그 분야 중 하나가 의료·바이오 영역이다.
코로나는 새로운 병이 아니다. 과거에도 코로나에서 촉발된 바이러스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는 특징적으로 인간 약점을 해킹하는 진화된 바이러스라는 것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위해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방역, 진단, 처치와 관련된 기술들이 있다. 간단하게는 마스크도 방역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 중 하나다. 이런 걸 빅데이터로 분석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어떤 물질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더라’ 하는 양리적 효과 데이터가 있을 수 있고, 후보물질이 나올 수도 있고, 코로나19 항체에 효과가 있는 단백질 항원에 대한 데이터도 있을 수 있다. 특허청은 기계적인 분석을 할 것이며 분석된 결과는 의료계에서 점검할 것이다. 그런 유용한 데이터를 의료계에 제공하고자 한다. 우리가 직접 치료제를 만들겠단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2일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지식재산 금융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부동산에 잠겨 있는 금융자산이 2000조, 시중에 묶여 있는 돈이 1100조로 총 3100조의 유동자산이 경제를 어지럽히고 있다. 이걸 풀기 위해 부동산 대책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것은 자금 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 그게 저희의 하나의 모티프가 됐다.
또 한 가지 코로나19로 수익률이 떨어진 산업계는 자금에 목말라 있다. 당장의 운영자금이 없어 많은 기업이 폐업하고 있고, 중소·스타트업 기업들 역시 평소 가능했던 자금 루트도 막혔다. 이런 기업들이 내세울 수 있는 자산은 무엇이냐? 지식재산권(지재권)밖에 없다. 이런 지재권을 자산화해 자금 활로를 뚫자는 것이 지식재산 금융투자 활성화 전략의 코어다.



지식재산(IP)에 투자해 돈을 번다는게 생소하다


▶지금까지는 돈이 있어도 지식재산에 어떻게 투자하는지를 몰랐다. 특허가 얼마의 투자가치가 있는 상품인지를 모르고,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몰랐다. 리스크도 존재했다. 같은 특허라도 기업의 경영역량에 따라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이처럼 객관적 가치판단이 어렵고 리스크가 존재해 그동안 투자가 안 이뤄졌다. 이제는 IP도 투자 상품으로 만들어 금융의 활로를 뚫는다는 의미다.
먼저 가장 손쉬운 투자방법으로는 로열티 방식이 있다. 특허가 대표적으로 돈이 되는 방식은 특허를 사용함으로써 생기는 사용료 등 수익금을 배당받는 것이다. 100만 국내 등록 특허 중 투자유망 특허를 선별해 민간에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달 15일 특허청이 IP에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 1호 상품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와디즈를 통해 출시했는데 25분 만에 목표금액 1억원을 달성했고, 2억원을 더 보강해 이틀 만에 모두 팔렸다.
두 번째 방법은 포트폴리오 방식이다. 특허들을 모으면 그중에는 분명히 자주 쓰이지만 수익이 낮은 특허(로우리스크 로우리턴)도 있고, 잘 쓰여지진 않지만 한번 썼을 때 수익이 큰 특허(하이리스크 하이리턴)가 있다. 이런 특허들을 묶어서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만들면 평균 수익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
또한, 소송을 통해 수익을 기반하는 투자상품이 있다. 소송은 낚시와 비슷하다. 나의 특허를 누가 쓸지는 모른다. 누군가 쓸 거라고 생각하고 기다렸다가 5~6년 뒤에 특허를 침해한 사람들을 찾아 소송을 거는 것이다. 그리고 특허 침해를 통해 상대방이 벌어들인 수익에서 손해배상액을 받아 배당하는 방식이다.



IP펀드는 무엇인가


▶앞서 이야기한 로열티 방식, 가치를 이용한 포트폴리오 방식, 소송수익 방식을 하나로 묶어서 특허를 운용하는 특허관리 전문회사(표준특허풀)가 안정적인 로열티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것이다. 표준특허풀이 특허권자 대신 로열티를 수령하는 조건으로 특허권자와 투자계약을 체결해 IP펀드를 출시하고 민간 투자자를 모집하게 된다. 그리고 IP펀드 운용을 통해 수익을 내면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배당하는 방식이다.



IP펀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인가. 경제에 도움이 될까


박원주 특허청장/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국민에게 IP펀드가 개방된 것은 처음이다. 예전에는 정부 돈으로 직접 특허에 투자했다. 정부투자는 제약이 많고 까다롭다. 투자하는 기업이 건실해야 하고, 중소·스타트업이어야 하며, 취급하는 업무영역이 사회적 지탄을 받아서도 안 된다. 그런 정부 투자에서도 평균수익률이 5%였다. 수익률 편차를 정상화해 위험을 분산시키면 은행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보장할 것이다.
유망 IP를 보유한 벤처·스타트업들은 부동산 등 담보가 없어도 IP를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지식재산 금융투자금이 산업계에 유입되면 국내기업이 외국자본의 기술사냥에 맞설 수 있게 되고, 기업의 연구개발 및 지식재산권 확보에 자금이 사용돼 경제위기에도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향후 5년간 IP금융투자 규모를 1조 30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키고, IP금융 비즈니스라는 신산업을 육성해 기술혁신형 일자리 2만여 개를 창출하는 등 경제 혁신을 일으킬 계획이다.



특허 침해 손해배상액 현실화 법안이 12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특허 생태계도 가치사슬이 존재한다. 아이디어를 권리화하고, 시장에 유통시키고, 유통된 것을 생산과정에 적용하고, 제품을 마케팅해서 수출하고,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해 연구개발함으로써 다른 특허로 이어진다. 문제는 시장에서 특허가 판매되고 있냐는 건데 우리나라는 잘 안 되고 있다. 특허가 소비되려면 배타적인 권리로서 보장이 돼야 하는데 보호가 안 된다.
가령 규모가 있는 기업이 중소기업이 만든 특허를 침해하는 게 좋을지 돈 주고 사는 게 좋을지 선택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 법제는 침해하는 게 훨씬 이익이다. 우리나라 손해배상 법리를 실손보전의 원칙이라고 부른다. 요강 깨면 요강 값은 물어주라는 식이다. 특허 만들때 들었던 비용만 물어주는 정도거나 특허를 썼을 때 벌 수 있는 비용만 물어준다. 그러나 특허는 미래형 권리로 가치를 지금 알 수 없다. 같은 기술이라도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벌 수 있는 비용이 다르다.
기존 특허법은 권리자가 직접 생산하면 100개 팔 수 있는데 대기업이 특허 침해를 통해 1만 개를 팔았다면 특허권자의 생산능력(100개)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고, 9900개 배상을 받을 수 없다. 이런 구조에서 어느 대기업이 중소기업 특허 침해 안 하겠나. 오는 12월 개정 법률이 시행되면 나머지 9900개에 대해서도 특허발명의 실시에 따른 실시료를 추가로 배상받을 수 있게 된다. 특허청이 초안을 잡았고 박범계 의원이 발의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7월 도입된 ‘특허 침해 3배 배상제도’는 무엇인가


▶3배 배상제도는 손해배상액을 높여 지식재산이 제값을 받도록 해 침해를 막기 위한 첫 번째 단추였다. 남의 권리를 알면서도 침해했을 경우 3배를 물라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 전 예시에 적용해보면 1만 개 중 100개면 3배가 돼도 300개분만 배상하면 된다. 여전히 침해하는게 낫다. 그래서 한번 더 개정한 것이 앞서 말한 3배 배상의 기본이 되는 손해배상 기준액(1배 배상)을 높이자는 것이다. 개정법은 특허권자의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제품에 대해서도 배상이 가능하도록 한다. 3배의 기준이 되는 손해액이 현실화되면 손해배상액 또한 자연스럽게 증액될 것으로 예상한다.



두 법안이 시너지 효과가 나면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12월에 개정법이 시행되는데 대한민국 지식재산권의 역사가 시행일 전후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식재산의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는다면 기술거래와 금융거래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거래가 되면 수요가 생겨 호가가 형성된다. 즉, 특허에 대해 ‘시장이 인정하는 가격’이 생긴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인정하는 가격이었다. 하지만 시장이 인정하는 가격이 생기면 은행도 거기에 맞게 돈을 빌려주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스타트업이 정책자금을 찾아다니고 은행 가서 손이 발이 되도록 어렵게 자금을 빌릴 필요가 없다. 자기가 갖고 있는 특허가 가치가 있다면 그걸 담보로 하면 된다. 동산금융의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정부의 여러 가지 노력 중에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건드린 것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이제 시장이 주도하는 지식재산 거래 시대가 열릴 것이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타트업이 생겼다가 가장 많은 스타트업이 망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차고에서 시작한 사업체가 세계를 재패하는 애플 같은 기업이 만들어질 것이다. 외국은 아이디어가 돈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아이디어가 지금까지 아이디어에 그쳤던 흑역사가 있었다. 그게 바뀔 것이다. 

박원주 특허청장이 4월 13일 오후 정부대전청사에서 K-워크스루 참여기업 및 기술개발자들과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특허청 제공



벤처·스타트업은 우호적일 것 같고, 대기업은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무조건 기업을 풀어주는 것이 기업을 위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기업을 규율하는 룰을 객관화시키고 엄정하게 지켜주는 게 기업을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제가 목도한 현상이 있다. 대한민국 3대 유통대기업이 있다. 이 기업들이 2015년까지만 해도 한 푼이라도 돈이 벌릴것 같으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매장을 냈다. 그게 유통대기업 CEO들의 성과평가 기준이었다. 그럼 결국 손해나 피해는 서민들이 본다. 서로 경쟁하듯 대기업이 싸우는 와중에 중소기업과 전통상인, 소상공인들이 힘들어졌다. 법으로 ‘여기까지는 하지 마세요’ 하고 선을 명확히 긋고 제재해야 하는데 서로 눈치 보면서 은근슬쩍 넘어갔다. 이제는 법으로 제재함으로써 침해하지 않는 룰이 만들어졌다. 더 중요한 건 대기업들도 서로 침해하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예전에 우리나라 중소기업 중 하나가 모바일투표 특허를 냈지만 해외에서 매년 3조가 넘는 손해를 봤다. MP3 플레이어도 그렇고 과거를 봐도 우리가 손해본 게 너무 많다. 이제부터는 지식재산 가치창출의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소송의 주체는 누가 되나


▶소송 주체는 피해당한 기업이 된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는 기업들이 소송을 진행할 돈도 없고 전문성이 없어서 어떻게 소송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특허청이 특허공제 제도를 마련해놨다. 지난해 정부예산을 받아 키워놨다. 이 공제에 가입하면 기업은 매월 일정 금액을 부금한다. 부금한 금액은 연 2% 이자를 주는 일종의 적금이다.
공제에 부금을 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고 만약 기업이 특허관련 분쟁으로 목돈이 필요하다면 현재까지 납입한 금액의 5배까지 공제에서 빌려준다. 대출 이자는 2%다. 당장 필요한 목돈을 마련해서 소송을 진행하고, 소송 후에 승소한 돈으로 상환하라는 의미다. 국내소송뿐만 아니라 해외소송을 진행할 때도 해당된다. 현재까지 공제에 자금유치가 성공적으로 되고 있다.



침해 소송에서 권리자 피해 입증을 확실하게 할 ‘K-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라는데


▶특허청은 침해 소송에서 관련자료 확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 등 해외의 재판 전 증거개시제도* 및 기업·법조계 등의 의견을 검토해, 우리나라 제도와 잘 융합되면서도 과다한 비용과 시간의 소모가 없는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현행 특허법상 자료제출명령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자료목록 제출명령을 신설하고,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침해현장에서 증거를 직접 조사할 수 있는 제도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가 원활히 도입되도록 특허법원과 법원행정처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생각이다. 지식재산이 제값 받는 시장이 되도록 할 것이다.
*(미국)디스커버리제도 : 재판이 개시되기 전에 당사자 양측이 가진 증거와 서류를 서로 공개해 쟁점을 명확히 하는 제도. 독립적 증거절차(독일), 당사자 조회제도(일본) 등이 비슷한 취지로 운영되고 있음.



박원주 특허청장
●1964년 11월 17일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정책학 석사
●미국 인디애나대 경제학 박사
●제31회 행정고시 합격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산업경제실 산업경제정책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 산업정책관
●산업정책실 실장
●대통령비서실 산업통상자원비서관
●에너지자원실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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