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유턴기업 유치 ‘연어 프로젝트’ 경쟁

[지자체 정책 돋보기 ]보조금 지원에 조례까지 개정…“우리 기업들, 우리 고장으로 오세요”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0.07.08 10:19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해외에 있는 기업 공장의 국내 유치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리쇼어링’ 전쟁이 한창이다. 리쇼어링은 ‘제조업의 본국 회귀’를 뜻한다.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이다. 

2013년 12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이 제정된 이후 7년 만에 ‘리쇼어링’이 다시 떠올랐다. 코로나 신종 바이러스 여파로 외국인 입국 제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됐다.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됐다. 정부는 지난달 ‘2020년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해외로 나가 있는 국내 기업들에 대해 복귀의 손짓을 보냈다. 정부는 유턴기업 유치 확대를 위해 ‘종합 패키지’를 도입다고 밝혔다. 3차 추가경정예산안으로 유턴기업 보조금을 200억원 편성하며 리쇼어링에 불을 지폈다.

각 지자체에서도 ‘파격적인 혜택’을 선보이며 국내 복귀 기업 유치를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막대한 보조금과 기업 지원을 위한 조례 개정, 제도 개선 등 공격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경기도-공장입지 규제 완화가 관건
경기도는 지난 6월 1일 경기벤처창업지원센터에서 ‘경기북부 유턴기업 활성화 현장설명회’를 열고 기업과 1대 1 컨설팅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도내 유턴기업 대표의 해외 현지 상황, 국내 복귀 과정, 주요 사업과 고충 등 현장 의견을 듣고, 관계 기관과 함께 효율적인 세부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도는 추경예산 2억원을 반영해 국내 복귀를 희망하는 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기존 유턴기업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도는 코트라 해외무역관 연계로 1대 1 기업 매칭 상담과 컨설팅, 도내 유망 부지 매칭을 통해 경기도 복귀 희망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 의사결정을 유도하고 있다.

도의회에서도 논의가 한창이다.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소속 고은정 의원(고양9)은 이달 경기도 해외 진출 기업의 복귀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조례안에 따르면 복귀 기업의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도 차원의 시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을 도지사의 책무로 한다. 도는 5년 단위로 해외에서 복귀한 기업들에 대한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해외 진출 기업의 복귀 활성화 방안 △경쟁력 강화 방안 △복귀 촉진을 위한 제도 개선에 관한 사항을 반영할 예정이다. 

경기도가 리쇼어링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규제인 ‘공장 총량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서울과 인천, 경기에 3년 단위로 일정 면적을 정해두고 이 범위 안에서만 연면적 500㎡ 이상 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하는 것이다. 특히 과밀억제권역은 공업지역의 위치 변경만 허용하고, 면적은 늘릴 수 없다. 때문에 수도권으로 들어오려는 기업들이 공장을 새로 짓기는 어렵다. 작년에는 경기도가 양평, 가평, 김포, 파주, 연천, 양주, 동두천, 포천 등을 수도권에서 제외해달라는 건의안을 내기도 했다.

◇인천-법인세·관세 감면하고 고용창출 장려금 지원

시에 따르면 지난 5월 31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협업해 국내 복귀 가능성이 높은 102개 기업을 선별했다. 대부분 저렴한 노동력 활용을 위해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다. 인천경제청은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이 3월부터 시행돼 지원 대상 업종이 제조업에서 지식서비스산업•정보통신업으로 확대됐다고 지난 4월 밝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법인세 감면과 고용창출 장려금 등 유턴기업 지원 혜택을 마련했다. 유턴기업 복귀 유형에 따라 최대 7년간 50~100% 법인세•소득세 감면, 최대 50~100% 관세 감면 혜택을 지원한다. 국공유재산에 대해 50년간 장기 임대도 해준다. 투자 규모 등에 따른 임대료 인하도 진행한다.

▲양승조 충남도지사/사진=충남도청 제공
◇충청남도-552억원까지 보조금 지원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리쇼어링 정책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달 충남도는 해외 진출 기업이 도내로 유턴하면 최대 552억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례없는 파격적인 혜택이다. 유턴하는 기업들은 도에 1500억원을 투자하고 신규 500명 인원을 고용해야 한다. 지급 대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설비보조금으로 투자금의 14%인 210억원, 지방비 입지보조금으로 토지매입가액의 40%인 92억원, 지방비 고용보조금 5% 75억원, 본사 이전 인센티브 5% 75억원, 시•군비로 대규모 투자 특별지원 100억원 등이다.

지난 3월 해외 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에 맞춰 올 하반기 ‘충청남도 공유 재산 관리 조례’ 개정도 추진한다. △공장용지 수의계약 및 장기임대(50년) △임대료 산정 및 감면 △석문국가산업단지 임대 부지 우선 입주 등 국내 복귀 기업에 대한 사용료 감면 규정 등을 담았다.

양 지사는 기업들의 국내 유턴은 권장하지만 수도권 규제가 풀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충청도가 수도권과 붙어 있고 수도권 규제가 풀렸을 때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지역이라는 의견이다. 양 지사는 지난달 9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외 유턴기업의 지원을 강화한다는 중앙정부 방침에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국내기업 이전에 관해 수도권 규제를 완화한다면 국가 균형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도권 규제 완화에 따른 가장 큰 피해는 충남이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리쇼어링과 관련해서도 국가 균형 발전을 포기하는 시그널로 읽힐 수 있다. 정부에 건의한 상태고, 도 차원에서도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강원도-유턴기업 전용 산업단지 조성

강원도는 춘천과 원주 등에 ‘유턴기업 전용 산업단지’를 조성한다고 6월 14일 밝혔다. 도는 지난달 ‘강원형 유턴기업 전용 산업단지 지정(조성) 및 지원강화’ 계획을 마련하고 유턴기업 지원 전담반을 구성해 이행하기로 했다.

강원형 유턴기업 전용 산업단지 지정(조성) 계획에 따르면 이미 조성된 동춘천산단과 남춘천 산단(1단계), 원주 기업도시, 홍천 북방농공단지 등을 지정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남춘천 산단(2단계), 원주 국가산단, 원주 부론산단 등에 산업단지를 조성해 기업 유치를 유도한다.

또 유턴기업에 대한 지원 인센티브와 각종 혜택 범위가 넓어진다. 유턴기업 지원 국비한도를 200억원(기존 100억원)으로 증액한 정부 지원안이 최종 확정되면 도는 고용촉진보조금•임대료 지원 등을 중심으로 지방비 추가 지원안을 마련한다. 

고용촉진보조금과 임대료, 물류비 등 유턴기업 지원 인센티브와 각종 혜택을 확대한다. LH와 연계해 산업단지 내 행복주택 건립을 추진하고 공공임대주택을 마련해 해외 유턴기업 근로자들의 주거 안정도 강화한다. 강원도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에서 국내 복귀 기업에 대한 기초 정보를 토대로 251개 기업을 강원도 비교 우위 업종으로 선정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도내 입주를 타진한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유턴기업의 요구에 맞춰 전용 단지 지정과 조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등 기업 유치 여건을 한층 강화하겠다”며 “기업이 안정적으로 지역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 협력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구-전담 TF팀 가동해 서비스 제공

대구시에서는 지난달 30일 EXCO에서 대구상의•코트라 공동으로 첫 홍보설명회를 열었다. 관심이 있는 기업이 있으면 전담 TF팀을 즉각 가동해 수요를 파악하고 해외청산 단계부터 국내 복귀 투자의 전 과정까지 통합 전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청산에 대해서는 코트라 연계 현지 회계법인을 통한 컨설팅은 물론 해외설비의 국내 이전 및 설치비용으로 최대 5억원을 지원한다. 또 초기 투자비용 부담 해소를 위해 유턴 주업종(기계•자동차•전기•전자 등) 입주가 가능한 대구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임대용지를 확보해 우선 입주를 지원한다. 특히 대규모 투자기업의 경우 대구시의 임대용지 50년간 무상공급을 포함해 총투자액의 50% 내 보조금을 제공한다. 중소기업에는 임대용지 10년간 무상공급의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원한다.

또 정부에서 2년 동안 지원하는 고용창출장려금에 시에서 자체적으로 2년을 연장, 총 4년 동안 인건비를 보전해준다. 이주 직원의 주거비용 경감을 위해 기숙사 신축 또는 숙소 임대비 일부를 신규 고용 인원에 따라 기업당 최대 10억원까지 지원할 방침이다.

▲발언하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사진=뉴시스
◇경상북도-스마트 공장 구축 지원 사업비 확대

경상북도는 △국•공유재산의 사용 특례를 신설 △공장용지의 수의계약 및 장기임대(50년) △임대료 산정 및 감면 △국공유지 임대 전용단지 우선입주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 특히 국내 복귀 기업의 설비투자금액 외에 토지를 매입할 때 보조금을 지원하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있다.

리쇼어링 기업의 가장 큰 걸림돌인 높은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스마트 공장 구축지원 사업비도 확대된다. 도는 연관 산업 유치 효과가 높은 대기업의 도내투자 시 국비지원 한도액 100억원을 초과하는 설비 투자금에 대해 지방비로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해 대폭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투자 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입지자금의 조달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포항 블루밸리산단 내 임대전용단지를 조성하고 리쇼어링 기업이 우선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향후 구미 제5공단을 추가로 지정할 예정이다. 또 중국 진출 기업에 노동집약산업인 자동차, 기계, 전자부품 업종을 타깃 기업으로 선정, 모기업을 방문해 다양한 지원제도를 설명해 국내 복귀를 유도하고 있다.

이철우 도지사는 “해외 진출 기업이 도내로 복귀해 재기할 수 있도록 R&D, 입지, 스마트 공장 구축사업 등을 우선적으로 지원해 리쇼어링에 필요한 모든 시책을 가동할 계획”이라며 “리쇼어링 정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기업인과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역차별” vs “지역 균형발전”



지방자치단체 간 해외 유턴기업 유치 전쟁이 뜨거워지면서 지역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비 수도권 지자체는 수도권의 공장 총량제를 비롯한 규제 완화와 수도권 집중 지원은 지역 균형발전을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경기 광주갑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소병훈 의원과 경기 파주갑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윤후덕 의원이 각각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과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법 모두 수도권에 내려진 규제를 푸는 게 골자다.

미래통합당 김영식 의원(경북 구미시을)은 지난달 11일 한국형 리쇼어링 활성화 법안을 발의한 후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수도권 규제를 풀어 리쇼어링을 유도한다는데 이 경우 지방산단이 초토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강기윤 통합당 의원(경남 창원시 성산구)도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우리나라의 수도권이 아닌 비수도권으로 복귀하는 경우 정부의 유턴기업 지원대상에 더 수월하게 선정될 수 있도록 하는 ‘유턴기업 기준완화 법안’을 제출했다. 김도읍 통합당 의원(부산 북강서을)은 최근 리쇼어링 정책의 효율적 운용을 위한 ‘유턴기업 지원법안’을 내놨다.

미래통합당 구자근 의원(경북 구미갑)은 지난달 3일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기업이 해외사업장을 청산•양도•축소’할 경우로 돼 있는 국내복귀 지원대상에 ‘해외사업장에서 생산하는 제품과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사업장을 국내에 신설•증설하는 경우’도 지원을 받도록 했다. 또 수도권으로 복귀하는 경우 해외생산량 축소 기준을 현행 25%로 유지하며, 비수도권의 경우 해외생산량 축소 기준을 현재의 25%에서 10%로 완화하는 게 골자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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