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뉴노멀 시대 준비하자”

‘방역’에 맞춘 언택트 일상화와 함께 ‘배려’ 문화로 고립감 극복해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20.07.03 10:34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정부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린 5월 2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버스종합환승센터에 도착한 버스 창문에 마스크 착용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뉴스1
바야흐로 언택트(untact, 비대면) 시대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장기화됨에 따라 감염 방지를 위한 비대면 생활이 점차 일상화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수도권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은 의무가 됐고, 재택·원격근무와 화상회의 등 비대면 근무는 일상이 됐다. 하지만 모두가 언택트 생활에 익숙해진 것은 아니다. 감염병이 장기화하면서 사회적 우울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언제쯤 종식되어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국회미래연구원 김유빈 연구위원을 만났다. 사스부터 신종플루, 메르스와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20년간 대유행 감염병을 연구한 김 위원은 “코로나19가 지나가도 또 다른 감염병은 언제든 올 수 있다”며 “언택트와 뉴 노멀을 받아들이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어떤 곳인가


▶국회미래연구원은 2018년 5월에 만들어진 국회의장 직속기관이다. 기존의 미래연구는 정부산하 출연기관에서 대부분 수행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5년 단임 대통령제 아래에서는 중장기적 관점을 갖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연구를 수행할 기관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국회 산하에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연구원의 주목적은 중장기 미래 예측을 하고, 그 예측을 기반으로 미래 정책을 도출해내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1차 국면이다. ‘올 하반기 2차 국면이 오는 것이 아닐까’라는 여론이 있는데 학계에서는 어떻게 보나


▶현재로서 코로나19의 향후 예측은 불확실성이 높다. 그럼에도 과거 사스부터 대유행 감염병을 시기적으로 분석해보면 감염병 창궐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다. 사스에서 신종플루까지 7년, 신종플루에서 메르스까지 6년, 메르스에서 코로나19까지 4년이 걸렸다. 감염병 창궐 주기가 짧아지고, 백신이나 치료제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한 언제든지 또 다른 감염병이 등장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2·3차 국면보다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대유행 감염병이 일상화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나가는 방향으로 태세를 전환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의견이 많다.



한국이 코로나19 방역 시스템 선도 국가로 떠올랐는데,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김유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메르스 당시 정부는 감염병 전파 추이나 사망자 정보 공개를 극도로 꺼렸다. 정보가 공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들은 막연한 불안감에 떨 수밖에 없었고, 정부 불신까지 이어졌다. 메르스 사태의 교훈으로 정부는 방역 체계를 전반적으로 정비했다. 코로나19는 신속한 진단과 감염 정보의 즉각적인 공개로 사회적 협력을 유도했고, 대응 과정에서 정부와 시민 간 신뢰를 공고히 했다.
우리나라처럼 대만도 사스를 통해 방역 체계를 개선했다. 그리고 대만은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신속한 입국 차단과 폐쇄 조치, 마스크와 비상물품 조기 확보, 사회적 거리 두기, 사회 돌봄 등을 짜임새 있게 펼치는 등 초기 대응에 주력했다. 두 국가의 차이는 대만이 폐쇄 중심으로 했던 반면 우리나라는 입국 제한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폐쇄 중심의 방역 체계는 당장 효과는 있어도 지속적이지 못할 거라는 예측이 많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방역 시스템이 더 모범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코로나19 위기는 산업 변화까지 초래하고 있다. 항공·여행 산업은 셧다운 상태고, 비대면 생활이 확대됨에 따라 IT업계 파이는 점차 커지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변화를 예상하나


▶코로나19는 어디서 어떻게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가세하면서 사람 간 접촉을 극도로 꺼리도록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 언택트 분야는 확대되고, 디지털 전환과 4차 산업혁명도 가속화될 것이다. 정부의 3차 추경안도 많은 부분이 디지털 전환과 관련이 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면 메르스 창궐 시기에 ‘정보’라는 단어가 출현했다. 여기서 정보는 감염 정보에 대한 공유였다. 코로나19는 ‘정보’와 ‘정보기술(IT)’이 같이 나타나고 있다.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대한 정보 공유와 함께 재택·원격근무, 온라인교육 등 정보 인프라가 하나의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다.
다만 정보기술과 관련한 부작용도 동시에 예상된다. 정보의 비대칭성, 인프라 격차, 정보 혜택의 불균형 등이 실제 디지털 전환에 따른 불평등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정보기술의 균형감을 찾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나 제도적 보완에 대한 논의 속도가 더 빨라져야 한다.



공유경제가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언택트로 공유경제가 다시 고립경제로 환원되는 것일까


▶기존의 물품이나 임대 중심의 공유경제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접촉 기피와 맞물리면서 당분간은 시련이 불가피할 것이다. 언택트 사회로의 변화에 따라 공유경제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공유경제의 새로운 모습은 대면접촉을 피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향의 시장이 늘어날 것이며,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각종 생필품과 음식 배달·주문 시장도 확대될 것이다.
또한, 면대면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디지털 대면으로 전환되면서 디지털 콘텐츠를 포함한 공유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재택근무, 원격교육·의료, VR, 여가에 관련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에 디지털 플랫폼과 기존의 공유경제가 맞물려 새로운 시장을 만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사스부터 코로나19까지 20년간 대유행 감염병 시기를 연구했다. 코로나19의 특이점은 무엇인가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까지 지속적인 이슈와 시기별 이슈가 있다. 공통 이슈는 심리적 공포, 경제적 충격, 위기 관리, 대응체계와 국제공조, 환경파괴 등이다. 시기별로 사스는 처음으로 대유행 감염병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면서 공포·충격 등 심리적 이슈가 많이 나왔고 감염병 이후 어떻게 회복해나갈지에 대한 ‘회복 탄력성’이 언급됐다. 신종플루 때는 ‘대유행 감염병은 사회적 질병’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그만큼 사회적 공동 노력을 통해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슈가 떠올랐다. 메르스는 정보 유통과 정부-시민 간의 소통, 신뢰의 중요성이 거론됐다.
코로나19는 진행 중이지만, 현재 이슈는 사망자 추이와 국제적 상황, 의학적 분석·정보 등이다. 이와 함께 정보와 정보 기술도 적극적 수단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대면 소통, 생활방식의 변화, 식습관·여가문화의 변화도 있다. 특이한 점은 정서적인 부분에서 의료인이 주목받고 있다. 장기 감염병 사태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의료인의 심리 회복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6월 15일 오후 서울 중랑구 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선풍기와 아이스조끼 등으로 더위를 식히며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뉴스1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정부는 긴급 R&D 예산을 투입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또 다른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대책은 무엇일까


▶과거 언론에서는 감염병 관련 정부 R&D를 양치기 소년에 비유하곤 했다. 한 예로, 메르스 사태 때 예산이 투입돼 ‘빅데이터 기반 감염병 조기발견 시스템’이 만들어졌지만,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이 시스템의 존재를 아무도 몰랐다. 이런 식의 예산 투입은 안 된다. 현재 가장 이슈가 되는 분야는 바이오서베일런스(Biosurveillance), 생물감시 체계다. 환경파괴, 도시 확대에 따라 동물과 사람 간 간격이 좁아지면서 늘어날 수 있는 인수 공통 감염병에 대비해야 한다. 대유행 감염병의 징후를 포착하고, 전파 경로를 분석해 경고 신호를 줄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는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불확실성으로 인한 경제성 문제로 민간에 지속적인 연구를 요구하기는 어렵다. 공공성이 높은 사회적 기술이기 때문에, 공공연구기관에 예산이 투입돼 이를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과학운동가 데이비드 헤스는 연구될 필요성이 있지만 제도적으로 연구되지 않은 채 외면당하는 과학을 ‘언던 사이언스(Undone Science)’라고 얘기했다. 결과적으로 감염병은 안정적 연구가 되지 못했다. 이뿐만 아니라 기후환경재난 같은 X이벤트나 돌발변수들은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대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 인류의 안전을 위한 사회적 기술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비접촉 커뮤니케이션의 확산에 따라 미래에는 면대면 관계 변화가 예상된다


▶2018년 미래 분야 13개의 2050년을 예측했다. 당시 인구사회 분야는 극한 경쟁 시대로 들어가면서 면대면 협력을 기피하는 변화가 예상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면대면 기피는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있던 사회현상인데 코로나19를 통해 속도가 빨라졌다고 볼 수 있다. 재택·원격근무, 온라인교육, 여가 문화에서의 면대면 회피 등의 변화는 분명 일어날 것이다. 다만 여러 가지 한계로 당장의 전면적 확산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IT 기반이기에 보안과 해킹 문제, 정보나 인프라 격차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 범용 인프라로서 활용될 수 있을지, 그리고 정보 오염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재택근무가 효용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일반적인 업무 형태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재택근무가 논의는 많았지만 실질적으로 광범위하게 적용된 것은 처음이다. 실제로 해보니 업무 효용성이 높다고 나타났다. 재택근무 논의는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전반적인 확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번 사회적 격리 기간 중 재택근무가 일부 업종에서는 활발하게 된 반면, 적용하기 힘들어 못한 곳도 많다. 재택근무가 확산되기 앞서 제약 조건에 대한 논의도 불러일으킬 거란 생각이 든다. 
고용 형태나 근로 형태 변화에 대한 논의가 나와야 하고, 근무 몰입 환경이나 보안 문제도 있을 것이며, 업종이나 기업군 형평성 문제도 있을 것이다. 이런 논의들이 진전돼야 전반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2018년 수행한 연구 중 정주 여건 분야에서는 우리 사회에 재택근무 확산이 안정적으로 된다면 직주 분리가 오히려 도시화, 수도권 집중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즉, ‘내가 있는 곳이 곧 일자리’이기 때문에 거주유연성이 확대되면서 반드시 수도권 거주를 고집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아주 먼 미래에는 자율주행과 맞물리면서 디지털 노매드도 늘어날 것이다. 재택근무 인프라를 통해 근무할 수 있다면 한 군데 정착하지 않고 내 삶을 영위하면서 업무를 할 수 있는 미래까지 바라보면서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6월 23일 오후 서울 금천구 인프라웨어 회의실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재택근무하는 직원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로 인해 외로움, 소외감을 느끼는 일명 ‘코로나 블루’ 현상을 많이 볼 수 있다


▶사스부터 지속돼온 심리적 이슈 중 하나가 낙인(Stigma)이다. 처음에는 감염자들에 대한 낙인이었지만, 코로나19에서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감염까지 생기면서 불특정 다수에 대한 불신, 혐오까지 번졌다. 궁극적으로 감염병이 지속·일상화되면서 우울로 연결되고 있다. 이런 우울화는 실제 현상으로도 드러나는데 검색 키워드에서 ‘이혼’이 증가하거나, 음주 소비량이 증가하고, 가정폭력도 늘어나는 것이 그 예다. 실제 우울증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보복 소비’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과거의 필요에 의한 소비가 아니라 우울감에 대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소비하는 것이다.
결국 심리적 문제에 대한 해결, 노력이 강조되면서 심리 방역이란 말까지 나왔다. 앞으로 코로나19가 일상화되면서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새로운 형태의 여가 문화, 대면 접촉을 하지 않는 생활 방식에 익숙해져야 하고, 공공서비스 차원에서 심리상담과 치료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불안감, 공포감을 해소할 수 있는 여러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또 하나는 장기전이 되면서 경제 문제와 연결된다. 고용과 노동시장의 불안, 치료제나 백신 개발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우울감을 키울 수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코로나19로 새롭게 나타난 언택트 시대,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는 슬기로운 방법은 무엇일까


▶코로나19 사태 이후 뉴 노멀 시대가 온다. 어떻게 보면 이걸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감염병이 일상화될지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받아들인다는 것은 내 생활을 방역에 맞추는 것이다. 내가 감염되지 않도록 스스로 생활을 바꾸는 것, 면역력을 높인다든지, 재택근무를 생활화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새로운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업무 공간과 휴식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과 같이 뉴 노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고립감이 우울증으로 바뀌지 않도록 심리적으로 환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할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언택트 시대를 일상화하기 위해서는 배려의 문화도 연계돼야 한다. 결국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내가 대응할 수 있게끔 준비하는 것이 결국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김유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1976년 6월 19일 부산 출생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공학박사)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행정학박사)
現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現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객원교수
現 한국기술혁신학회 이사(미래연구위원회 위원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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