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체스트GC 탐방기]인생 캐디 만나 ‘라베’하기 좋은 구장

[임윤희의 골프Pick]클래식 선율에 티샷, 페어웨이는 넓고 언듈레이션 적어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20.07.01 14:37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골프 열정 넘치는 초보 플레이어의 골프장 탐방기를 시작한다. 언젠가는 ‘싱글’이 되겠다는 야심 찬(?) 계획과 독자들에게 다양한 골프 관련 소식을 전하겠다는 직업의식이 만났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주말 골퍼들의 ‘애독코너’로 자리 잡는 게 목표다.
▲윈체스터GC 전경/사진=임윤희
‘라베’는 골프에서 인생 최고의 스코어(Life Best Score)를 뜻하는 골프 용어다. 드라이버, 아이언, 퍼터 그리고 ‘운빨’까지 네 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지는 날 만들어진다. 구장도 중요하다. 라베 탄생의 핵심 포인트를 구장의 난이도로 꼽는 사람이 많다.
선수들도 어려워하는 구장은 있다. 오비(Out of Bound)가 많은 구장이나 페어웨이가 좁은 구장, 도그렉(Dog Leg)이 많은 구장, 해저드, 벙커가 많은 구장, 그린이 난해한 구장은 기본적으로 ‘라베’가 나오기 어렵다. 물론 쉬운 구장이라고 무조건 좋은 스코어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준비했다. 만만한 느낌은 아니지만 스코어는 은근히 잘 나오는 구장을 소개한다. 
‘골프Pick’에서 라베하기 좋은 구장으로 탐방한 곳은 안성에 위치한 ‘윈체스트GC’다. 

18홀로 구성된 윈체스트GC는 홀과 홀을 넘나들면서 샷이 가능하다. 페어웨이 끝자락을 지나 흘러내린 티샷에도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페어웨이는 기본적으로 넓고 언듈레이션(Undulation, 마운드의 고도차)은 적다.
물론 몇몇 홀은 오르막을 보고 티샷을 하거나 해저드를 건너 티샷을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지만, 그린이 큰 편이라 대체로 쉽게 ‘온 그린’ 되는 편이다.
심리적으로 압박을 주는 해저드와 벙커도 많지 않아 점수를 잃을 요인은 적다. 다만, 그린이 크고 난해한 홀이 있기 때문에 그린에서의 정확도에 따라 스코어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달은 안성 윈체스트GC에서 라베에 도전했다. 라운딩은 싱글플레이어 레이디 3인과 함께했다.
이날은 그린 스피드 2.6, 그린 잔디 높이 3.2mm, 페어웨이 잔디 높이는 19mm였다. 날은 30℃ 정도로 더운 편이었고, 바람은 세지 않았다.



윈체스트GC History


▲윈체스트GC풍경/사진=박제천 촬영 및 제공
안성 윈체스트GC는 우남건설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2007년 오픈했다. 수도권 첫 후분양 골프장으로 시공사인 우남건설은 나무 한 그루, 잔디 한 포기, 벙커 하나에도 신경을 썼다. 전국 각지에서 공수한 소나무와 자작나무는 윈체스트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Win(승리)’과 ‘Challenge(도전)’에 최상급을 뜻하는 ‘est’를 붙여 이름을 지은 윈체스트 골프장은 총전장 7026야드의 18홀로 경부고속도로 판교IC에서 68km 거리에 있다.
30만 평의 대지에 정규 18홀 코스(파72, 7026야드)를 갖추고 있으며 서울 강남에서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40여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안성 윈체스트GC는 각 홀의 명칭이 고전주의 음악가와 자연주의 화가들의 이름으로 명명돼 있다. 티박스에 들어서면 은은한 클래식 선율이 흐르는 것이 특징이다.



환상의 예술혼을 담다…로맨틱, 클래식 18홀 코스 소개



윈체스트GC는 코스마다 예술이 녹아 있다. 클래식은 거장 음악가 9명으로, 로맨틱은 화가 9명과 코스 특징을 매칭시켰다.
클래식 코스는 비발디, 바흐, 헨델,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쇼팽, 바그너, 하이든의 이름을 딴 아홉 개의 홀로 구성됐다.
클래식 코스는 대부분 오르막 경사가 많은 편이다. 대신 전장이 짧고 그린이 넓은 편이다. 지형이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굴곡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플레이어의 도전정신을 고취시킨다.
다만 클래식 코스의 홀은 대부분 슬라이스가 위험하다. 차라리 왼쪽을 보고 티샷을 하면 운 좋게 산 등선에 맞고 튀어나와 페어웨이에 안착되는 경우가 많다. 

클래식 1번 홀의 모티브를 홈페이지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비발디의 감성으로 필드를 연주하다’.
비발디 홀은 인코스 첫 번째 스타트 홀로서 클래식 예술이 시작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봄의 서정과 환희, 여름의 나른하고 더위에 지친 풍광, 가을의 풍요로움, 겨울의 차가운 바람을 묘사한 비발디의 사계는 그와 함께 스케치 여행을 떠나는 느낌의 호쾌한 출발을 하도록 설계된 홀이다.”

비발디 홀은 오르막 티샷이다. 그린까지 계속 오르막이기 때문에 세컨드 샷도 고전할 수가 있다. 전반적으로 클래식 코스가 로맨틱 코스보다 난도가 높은 느낌이다. 첫 홀부터 오르막 경사로 시작하기 때문에 충분히 몸을 푼 다음 티샷을 할 것을 추천한다. 

로맨틱 코스는 미술가들의 이름으로 홀을 구성했다. 세잔, 밀레, 드가, 모네, 샤갈, 모리조, 르누아르, 고흐, 마네 총 9홀이다.
로맨틱 코스는 전장이 길고 넓은 것이 특징이다. 곳곳에 해저드와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미술가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표현한 로맨틱 코스는 호수와 분수가 멋들어진 조경과 어우러져 환상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 폭의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만한 그림 같은 풍경이 계속된다. 희귀한 나무들은 이런 분위기를 더욱 강조해준다. 완벽한 코스 조경을 위해 5년 전부터 전국 각지에서 최고급 소나무를 확보해 심은 것을 비롯해 적송 6000여 그루, 자작나무 등 품격과 가치를 높여주는 수종을 식수함으로써 코스 설계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페어웨이 관리는 중상, 그린 스피드 2.6


▲윈체스트GC전경/사진=임윤희

윈체스터GC가 라베하기 좋은 구장이라고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잔디에 있다. 잔디는 빈틈없이 페어웨이를 꽉 채웠다. 조선중지는 잔디 특성상 볼이 잔디 위에 떠 있기 마련이다. 정확히 찍어치기 어려운 초보자들도 볼을 정확히 컨택트하기 수월하다. 그린은 2.6으로 빠르지 않은 편이다. 그린이 넓은 편이기 때문에 거리에 정확도가 없으면 투퍼트 이상 할 가능성도 있다.



Challenge Hall = 로맨틱 코스 9번 400M 파4 홀


▲Challenge Hall = 로맨틱 코스 9번 400M 파4 홀 전경과 공략도, 공략도에 따라 페어웨이 가운데로 티샷을 한 후 세컨드 샷을 하면 투온이 가능하다./사진=윈체스트GC 홈페이지

윈체스트GC는 몇 개 홀의 티샷 지점에 해저드를 제외하고 위협적인 홀은 없다. 널찍한 페어웨이에 그린까지 시야가 확보돼 시원한 티샷이 가능한 홀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로맨틱 홀의 9번 홀은 전략을 세우지 않고 무작정 샷을 날렸다간 공들인 스코어를 무너뜨리는 ‘양파’가 나올 수도 있다.
아일랜드 그린이라고 하긴 애매하지만 공이 좁은 다리를 건너는 게 아니라면 무조건 워터해저드를 넘겨야 한다. 레이디 기준 내리막에 170m 이상 거리가 나면 해저드에 들어간다. 150m 정도 보낼 수 있는 클럽을 잡고 다음 어프로치로 해저드를 넘겨야 한다.
화이트 티를 기준으로 344m, 레이디 티 기준으로 280m에 위치한 그린은 장타 대회 출신이 아니라면 원 온을 노리기 어렵다.
페어웨이 중간으로 티샷을 한 후 해저드를 정직하게 넘기는 샷이 이 홀에서는 바람직하다. 해저드를 넘겨 그린까지 정확하게 캐리 거리를 계산하지 않는다면 그린과 해저드 사이에 위치한 벙커에 빠질 수도 있다.
이날 함께한 동반자 중 한 명은 호쾌한 티샷으로 해저드 앞까지 최적의 코스로 볼을 보냈지만 세컨드 샷이 약간 짧은 바람에 그린 앞에 붙어 있는 벙커에 들어갔다. 한번에 탈출하지 못해 트리플로 이날 게임을 마무리했다.
만약, 해저드가 넓지 않은 오른편을 공략하기로 했다면 슬라이스를 조심한다. 옆 홀로 넘어가 티샷하는 팀의 눈치를 보며 뛰어들어가 세컨드 샷을 해야 한다. 게다가 울창하게 솟아오른 자작나무 두 그루가 핀까지의 시야를 방해한다. 차분한 마음으로 마지막 홀까지 집중해야 라베에 가까워진다. 마지막까지 집중력과 전략을 요구하는 로맨틱 9번 홀이 윈체스트GC의 ‘Challenge Hall’이다.



알아두면 좋은 꿀팁


▲윈체스트GC에서 만난 인생 캐디
‘라베’ 달성을 위한 또 하나의 포인트는 그날의 ‘캐디 복’이다. 좋은 동반자와 더불어 숙련된 캐디를 만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윈체스트GC에는 최고의 캐디가 있다. 이름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기자가 지난 2년간 만난 캐디 중 최고였다. 
편안함은 물론 한발 빠르게 움직이는 센스, 정확한 그린 분석력까지 두루 갖췄다. 덕분에 이날 라베는 아니었지만 쉽지 않은 그린에서 버디를 기록했다. 낯선 구장에서 경기 진행을 도와주는 캐디는 골프장에서 필요한 ‘운빨’ 중 하나다. 어떤 캐디를 만났는가에 따라 5개 정도의 타수가 오르락내리락한다.
특히 그날 기분에 따라 샷감이 달라지는 민감한 운동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인생 캐디를 만날 수 있는 구장, 기대하고 가도 좋다. 

또 알아두면 좋을 팁은 ‘웃음주의보’. 코스가 화가나 작곡가 이름이라 캐디 언니들의 무전 내용이 재미있다. “베토벤, 베토벤에서 헨델로 볼 넘어갔습니다. 비발디 티샷 시작했습니다.” 상황에 따라선 강력한 ‘구찌’(방해 작전)로도 들린다. 티샷에서 웃음 폭탄으로 무너질 수 있다. 미리 체크해둘 것. 




Today’s 스코어는 ‘84’


▲스마트스코어에 등록한 스코어카드
전반 몸이 덜 풀린 탓일까. 어프로치 실수와 퍼팅 미스로 스코어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샷감이 나쁘지 않은 날이었다. 다만 티샷이 계속 페이드 구질이 나와 거리에 손해를 봤다. 하지만 세컨드 샷의 정확성이 좋았다. 후반 들어서면서 온 그린하는 비율이 늘어났다. 거기에 퍼터감이 살아나 후반 파4에서는 버디도 잡았다. 

전반 46타를 기록하고 나서 ‘라베하기 좋은 구장’이라는 주제를 바꿔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나 몸이 풀리면서 끝까지 샷에 집중한 결과 바꾸지 않고 기사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날의 스코어는 ‘오케이’가 후했던 동반자 덕을 봤다는 사실을 양심상 밝힌다.



yunis@mt.co.kr

정치/사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