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당 저격형, 지역구형, 이슈형' 21대국회 1호법안 분석해보니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0.07.01 08:47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 국회 본회의장/사진=뉴시스

‘1호 법안’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국회의원들은 1호 법안에 자신의 21대 국회 활동의 ‘상징성’을 담는다. 스포트라이트는 덤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공식 회기 시작일인 5월 30일부터 6월 22일까지 국회의원 법안 발의 건수는 846건이었다. 21대 국회의원들은 어떤 법안을 자신의 1호 법안으로 제출했을까. 상대 당 혹은 상대 당의 의원을 ‘저격’하는 법안, 자신의 지역구를 발전시키기 위한 법안, 그리고 이슈를 반영한 법안 등으로 나뉜다.

◇저격형

21대 국회 법안 중 상당수는 ‘저격형’이다. 상대 당이나 당 의원 혹은 대기업 등 저격하는 대상은 다양하다.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의 당적이 분리되는 법안이 발의됐다. 미래통합당 김기현 의원은 1호 법안으로 ‘국회의장•법사위원장 당적 분리’ 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통합당은 법사위원장이 야당 몫인 것은 오랜 국회 관행이었다고, 민주당은 176석인 만큼 국민의 뜻을 반영해야 한다고 각각 주장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난달 15일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6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불참 속에 민주당이 단독 선출했다. 

김 의원이 지난달 17일 발의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회의장으로 당선된 의원이 의장으로 선출됐을 때 동일한 당적을 가진 의원이 법제사법위원장에 선출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장은 국회의장이 당적을 이탈할 당시 보유했던 소속 정당이 아닌 다른 당의 위원 중에서 선출하도록 명시했다. 
또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의 1호 법안은 이른바 ‘금태섭법’이다. 민주당은 금 전 의원이 당론이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에 기권했다는 이유로 지난 5월 징계 처분을 내렸다. 하 의원은 국회의원들의 ‘소신 투표’를 보장토록 하는 정당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달 18일 발의했다. 현행 정당법에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징계’ 조항을 신설해 의원이 국회에서 양심에 따라 행한 표결을 이유로 징계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법이 반드시 통과돼 제2, 제3의 금태섭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 법의 통과 여부에 따라 민주 국회인지 독재 국회인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에 대한 저격성 발의도 있다.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민주당 의원의 저격성 법안으로, 이른바 ‘윤미향 방지법’이다. 통합당 안병길 의원은 지난달 5일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기부금품 모집과 사용에 대한 정보화시스템 등록과 공개 의무를 골자로 한다. 또, 일정 규모(연 1억원) 이상 모집 단체의 경우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안 의원은 “불법 기부금품 몰수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을 조속히 마련해 시민사회단체에 의한 불법 기부금품 모집을 근원적으로 막고, 기부금품의 투명성 확보와 선의의 피해자를 예방할 것”이라며 “기부금 조성자가 기부금이 조성 목적에 맞게 사용되었는지 투명하게 밝히는 것은 최소한의 의무”라고 말했다. 

‘기업 저격형’도 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개정안을 지난달 18일 발의했다. △전자투표제와 집중투표제의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 △부적격 사내, 사외이사 해임건의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이 골자다. 또 주주총회 전자투표 도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 의원은 이 개정안을 ‘코스피 3000법’이라고 이름 붙였다. 박 의원은 “상법 개정은 그동안 기업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한 해묵은 과제였지만 번번이 재벌 눈치 보기, 기업 옥죄기라는 프레임이 갇혀 통과되지 못했다”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지배 구조개선의 투명성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사진=뉴시스
◇지역구형

경기도를 경기북도와 경기남도로 나누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민주당 김민철 의원(의정부을)은 지난달 11일 ‘경기북부 설치등에 관한 법률안’을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했다. 수도권개발제한•군사시설 보호구역 지정 등의 각종 규제 때문에 경기남부와 비교해 현저히 낙후된 경기북부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게 골자다. 김 의원은 “북부지역 신도시 개발 등 인구 증가에 따른 행정 수요 폭증으로 인한 주민 불편 해소와 한반도 통일시대를 대비하자는 뜻도 이번 법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통합당 태영호 의원(강남갑)과 배현진 의원(송파을)이 1호 법안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발의하면서 지역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태 의원은 1가구 1주택자를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지난달 5일 발의했다. 태 의원은 “1가구 1주택이나 납세의무자가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택은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처분하지 않는 이상 미실현 이익에 불과하고 투기 등 가격 안정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볼 수 없기에 종부세 과세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배현진 의원도 지난달 3일 종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세대 1주택자이면서, 60세 이상 고령자와 5년 이상 장기보유자 공제율을 확대해 은퇴자들에 대한 과도한 세 부담을 완화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배 의원은 “이 개정안을 시작으로 추후 공시가격 현실화, 거래세 경감 등을 위한 입법 활동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세종시에 ‘국회 세종의사당’을 설치하자는 내용이 담긴 법안도 발의됐다. 민주당 홍성국 의원(세종시갑)은 지난달 10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통해 국가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내용이 담긴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홍 의원은 “세종의사당 건립은 국가 균형 발전과 지방분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을 새롭게 디자인할 한국판 뉴딜 정책의 일환이며 코로나 국난 극복 이후 새로운 사회적 동력이 될 것”이라며 “국회 운영위에 들어가 국회법 개정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것은 물론 추후 건립 계획을 신속히 확정하고 후속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겨나가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지역구를 특례시로 올릴 수 있는 법안도 발의됐다. 민주당 김정호 의원(경남김해을)은 지역구인 50만 이상 대도시의 특례시 지정 기준을 수도권은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인 경우로 하고, 지방은 인구 50만 이상으로 하한선을 낮춰 적용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또 민주당 박완주 의원(천안시을)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행정적 자율성과 재정 안정성이 낮은 비수도권 도시들이 ‘특례시’로 지정될 수 있도록 50만 이상은 대도시로 기준을 완화하는 지방자치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겨레하나파주지회 등 시민단체와 파주 주민들이 6월 22일 경기 파주시 장준하공원에서 대북전단살포 반대 및 공동선언 국회비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슈형

재난 상황 때 타 통신사망을 이용할 수 있는 ‘이동통신 재난 로밍제도’ 법안이 발의됐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동통신 재난 로밍제도’를 골자로 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달 15일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지난 2018년 11월 서울 서대문구 소재 KT 아현국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서울 상당 지역과 경기도 일대까지 통신이 먹통됐던 ‘통신대란’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법안은 지진이나 화재 등 재난 상황에서 통신이 먹통이 됐을 때 타 통신사망으로 긴급히 연결해 통신 서비스를 임시로 이용할 수 있는 게 골자다. 정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입법공백을 해소하는 것을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며 “긴급 상황에서는 통신사 간 시설을 공동 이용하도록 정부가 명령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지난달 3일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을 발의했다. 구하라법은 고(故) 구하라의 친오빠가 국민동의 청원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구하라법’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법제사위원회에 올라왔지만, 본회의엔 상정되지 못했고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서 의원은 “각종 사건•사고에서 이혼한 친모나 친부가 몇십 년 만에 나타나 사망자의 보험금을 타가는 등 논란이 계속된 바 있다”며 “지금의 민법은 새롭게 발생하고 있는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지 못해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법과 제도도 사회가 발전된 것에 따라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북 전단 발송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민주당 김홍걸 의원은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제한하는 취지의 법률안인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제출했다. 개정안은 대북 전단을 남북 간 교역 및 반출•반입 물품으로 규정함으로써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야 살포가 가능하게 했다. 김 의원은 “불필요하게 남북관계 경색을 초래하는 것은 정권을 막론하고 대북정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으로 인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의 위협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론 담은 우리 당의 1호 법안은 ‘이것’




더불어민주당의 1호 당론 법안은 ‘일하는 국회법’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23일 '일하는 국회법’을 당론 1호 법안으로 발의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국회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다. 국회 법사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하고 해당 기능을 소관 상임위에 넘기는 내용이 핵심이다. 소관 상임위에서 체계•자구를 심사 후 소위와 의장 산하 검토기구에서 심사 결과를 검토하는 방식이다. 또 비상설 특위로 기능을 상실한 윤리특위를 상설화하는 취지에서 사법위와 통합한 ‘윤리사법위’ 출범을 추진한다. 기존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폐지되는 대신 윤리사법위 산하의 국회의원윤리조사위원회가 신설된다. 조사위원은 국회의장이 운영위 동의를 받고 임명한다. 이 밖에 △탄핵소추나 체포동의안, 해임건의안 요청 다음 날 바로 본회의에 안건을 자동 상정하는 방안 △국정감사와 정기국회 시기 분리 △상임위 불출석 의원에 대한 페널티 도입 △예결위 심사 개선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통합당은 지난달 1일 21대 국회 당론 1호 법안으로 ‘코로나19 위기탈출 민생지원 패키지법’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코로나 패키지법’에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 △고등교육법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 등 8개 법 개정안이 포함됐다. 이들 법안에는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일시적 사업 중단 등으로 손실이 생긴 의료기관과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피해 지원과 대학교 등록금 환불, 무상급식 지원 중단 시 취약계층 푸드쿠폰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의당은 재해 사고를 당했을 때 안전의무를 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중대재해 기업 및 책임자 처벌법’ 법안을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정했다. 법안에는 위험 방지 업무를 소홀히 하도록 지시한 경영 책임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과 함께 사업주 등에 재해 사고를 입증하도록 하는 조항도 들어 있다. 이 법안은 2017년 고(故) 노회찬 의원이 발의했으나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국민의당은 ‘윤리특위 상설화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지난달 1일 밝혔다. ‘윤미향 사태’를 21대 국회 윤리특위 ‘1호 사건’으로 다루기 위해서라고 풀이된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윤리특위 산하 윤리조사소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시행에 대한 법적 자문을 의뢰했다고 알려졌다. 윤리특위 산하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단순 자문보다 ‘조사’ 기능을 강화해 국회의원의 윤리 문제를 엄격히 다루겠다는 취지다. 국민의당은 국회 입법조사처로부터 자문 결과를 통보받는 대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열린민주당은 국회의원을 국민소환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긴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당론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국회의원이 헌법상 의무를 지키지 않을 때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민주화운동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을 때 국민소환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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