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높이려…곳간 다 샌다”

[통계로 보는 지자체]지원금 경쟁에 지자체 재정 악화… 이주여성 도구화 우려도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0.06.08 10:31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2019년 시도별 조혼인율, 조이혼율/출처=통계청
1000명당 혼인건수를 나타내는 ‘조(粗)혼인율’이 지난해 4.7건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지난 2019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전국의 시•구청, 읍•면사무소에 신고한 혼인신고서와 이혼신고서를 기초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조혼인율이 5건이었던 것에 비해 2019년 4.7건으로 0.3건 줄었다.

혼인건수가 가장 높은 지자체 지역은 세종이었다. 세종의 조혼인율이 6.2건으로 전국 지자체 중에서 가장 높았다. 제주(5.1건), 서울(5.0건), 경기(4.8건), 울산(4.7건) 순으로 나타났다. 전북은 3.9건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평균초혼연령은 남자가 33.4세, 여자가 30.6세였다. 남자초혼연령은 제주가 34.0세, 여자초혼연령은 서울이 31.6세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초혼연령이 낮은 지역은 충청권이었다. 남자는 충북이 32.7세, 여자는 충남이 29.9세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평균재혼연령은 전국적으로 남자가 49.6세, 여자가 45.2세를 기록했다. 평균재혼연령의 경우 남자와 여자 모두 서울이 각각 50.8세, 47.5세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또 세종에서 남자와 여자 모두 평균재혼연령이 48.5세, 44.5세로 가장 낮았다.

1000명당 이혼건수를 나타내는 ‘조(粗)이혼율’은 2.2건으로 전년대비 0.1건 늘었다. 총 이혼 건수는 11만800건으로 전년 대비 2.0%(2100건) 증가했다. 특히 혼인지속기간이 20년 이상 된 이혼은 전체 중 34.7%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4년 이하 이혼(21.0%)’이었다. 

조이혼율은 제주(2.6건)와 인천•충남(2.5건)에서 높게 나왔다. 강원이 2.4건, 경남과 충북이 2.3건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이혼건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세종이다. 지난해 대비 이혼 증감률은 24.9%였다. 그 뒤를 충남(7.4%), 제주(6.8%), 강원(6.0%), 충북(4.4%)이 따랐다. 

외국인과의 혼인은 2만3600건으로 전년대비 4.2%(900건) 증가했다. 외국인과의 혼인 구성비는 경기가 27.7%로 가장 높았고, 서울이 20.2%를 기록했다. 인천이 6.0%로 세 번째를 기록했다. 외국인과의 이혼은 6900건으로 전년대비 3.4%(100건) 감소했다. 외국인과의 이혼 구성비는 경기(28.7%), 서울(20.1%), 인천(7.0%) 순으로 높았다.

◇”결혼할 때 필요한 돈 2억원”

혼인율은 2011년 이후 매해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비혼주의’가 많아진 것도 있지만 ‘현실적인 비용부담’ 탓도 크다. 치솟는 부동산 값과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경제적인 여건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전국 19세 이상 44세 이하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혼하고 싶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 ‘혼자 사는 게 편해서’가 71.5%로 가장 많았고 ‘출산과 육아에 돈이 많이 들 것 같아서’가 54.5%, ‘결혼식과 신혼살림에 돈이 많이 들 것 같아서’가 42.6%였다.

‘신혼살림과 거주지 마련을 위해 필요한 적정 금액’에 대한 응답은 평균 1억8880만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결혼적령기의 30~34세 미혼남녀는 ‘2억원 이상’이 49.4%로 가장 많았고, ‘5000~1억원 미만’(18.2%), ‘1억~1억5000만원 미만’(17.1%), ‘1억5000~2억원 미만’(7.1%), ‘5000만원 이하’(5.9%), ‘모름 또는 무응답’(2.4%) 순이었다.

◇지자체, 장려금 줘가면서 혼인율 올리려 ‘안간힘’

지방자치단체들은 혼인율을 올리기 위해 결혼 장려 지원금을 준다. 특히 결혼장려금을 지원하는 곳은 인구 유치가 절실한 농어촌 지역이 많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원금을 주는 곳은 전라북도의 장수군이다. 3년에 걸쳐 1000만원을 나눠 준다. 화순군도 지난 3월 ‘화순군 인구정책 기본조례’를 개정, 내년부터 5년 동안 최대 1000만원의 결혼장려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함평군도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5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지원 대상 범위를 앞으로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영광군도 지난해부터 만 49세 이하 초혼인 남자 또는 여자 부부 중 한 명이라도 혼인신고일 기준 1년 전부터 영광군에 거주하고 있다면 2년 동안 3회에 걸쳐 500만원을 분할 지급한다. 지원금을 모두 받기 위해서는 혼인 신고일로부터 최소 2년 이상 영광군에 거주해야 한다. 다른 지역으로 전출하거나 부부가 이혼할 경우 지원이 중단된다. 충북 옥천군은 올해 7월부터 500만원(3년 분할), 태안은 올 1월부터 250만원(3회 분할), 무주 500만원, 부안 500만원, 청양 500만원(3회 분할)을 지급하고 있다.

직접 ‘매칭’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대구 달서구는 남녀 만남을 적극 주선해준다. 2016년 7월 전국 최초로 청춘남녀의 맞선 주선 업무를 중점적으로 하는 결혼장려팀을 신설했다. 또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청년들을 농촌으로 끌여들이는 정책인 ‘이웃사촌 행복공동체’를 민선 7기 주요 정책으로 정했다. 창업, 결혼, 출산을 통해 보육•교육•의료서비스 등을 한자리에서 누리게 하는 종합 복지서비스다. 의성군을 ‘이웃사촌 시범마을’로 조성해 결혼과 출산을 장려한다. 

포항시와 경주시, 울산시는 ‘해오름동맹 커플매칭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참가 대상은 이곳에 주소나 직장을 둔 27~39세 미혼남녀로, 도시별 남녀 각각 10명씩 총 60명이 참가한다. 지난해 12월에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크리스마스愛해피엔딩’을 경주에서 개최했다.

저출산정책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은 정작 결혼축하금과 장려금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 동자아트홀에서 열린 20차 저출산고령화 포럼에서 지자체 공무원 10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금 지원사업 축소가 필요한 분야로 △결혼축하금(63%) △결혼장려금(60.5%) △임신축하금(48.4%) △청년수당(43.9%) 등의 순으로 꼽았다. 저출산 대응 공무원들은 △지자체 간 과도한 경쟁(70.7%) △지자체 주민 간 형평성 문제(66.9%) △지자체 재정악화(52.6%) 등을 문제라고 꼽았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이 3월 19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2019년 혼인·이혼 통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주여성과 결혼하면 장려금… “남성 중심으로 보조금 주는 게 문제”

외국인과의 혼인은 2만3600건으로 전년대비 4.2% 증가했다. 한국 남자와 혼인한 외국 여자의 국적은 베트남(37.9%), 중국(20.6%), 태국(11.6%) 순이다. 특히 전년대비 외국 여자와의 혼인건수는 베트남(5.9%), 태국(31.4%)은 올랐다. 일본과 캄보디아는 각각 8.5%, 5.1% 감소했다. 한국 여자와 혼인한 외국 남자의 국적은 미국(24.6%), 중국(23.6%), 베트남(10.7%) 순이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결혼 이민자가 많아지면서 국제결혼 비율이 올랐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8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국인 주민 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205만4621명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4%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 11월 이재정 민주당 의원이 전국 광역시도 17곳과 시군구 226곳의 예산을 분석한 결과 남성에게 ‘국제결혼 장려금’을 현금으로 지원해주는 지자체는 32곳이었다. 특히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한 소도시에서 해당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강원도는 광역 지자체에서 유일하게 ‘결혼이주 장려금’을 지원한다. 지역 내 시군의 예산을 합쳐 1인당 최대 1200만원(자부담 10% 포함)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경기도 양평군은 3년 이상 거주한 35~50세 남성을 대상으로 지난 2009년부터 국제결혼 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강원도 고성군은 군 관내에 거주한 만 35세 이상 미혼 남성 거주자를 대상으로 1인 1회에 한해 500만원 한도 내에서 결혼에 들어가는 비용의 일부를 지급한다.

또 경북 영양•청도•봉화와 전남 구례•해남, 충남 보령•금산•서천, 충북 괴산•증평•단양, 인천 강화군도 1인당 300만~800만원의 국제결혼 지원금을 주고 있다. 

국제결혼 장려금에는 우리나라 남성이 외국 여성을 만나러 현지로 가는 중개업체 수수료, 항공료, 호텔비 등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 중개업체에 따르면 이 비용은 전체 10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국제결혼 지원금은 이름만 국제결혼일 뿐 사실상 매매혼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매매혼 장려금이 된 국제결혼 지원금을 폐지하라’는 주제로 청와대 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매매혼과 비슷한 제도를 지자체에서 돈을 주면서까지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다.

이와 관련해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대표는 “각 지자체마다 남성의 결혼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인구를 늘리려고 하는데 이런 방식은 인구증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이런 인구정책은 결혼으로 들어오는 이주여성을 도구화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허오 대표는 “지자체의 예산을 남성에게만 보조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그 보조금은 이주여성 결혼 중개료로도 많이 쓰이는데 중개업을 통한 결혼 방식은 왜곡된 결혼 형태로 나타나는 결과를 보였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허오 대표는 “다행히 최근에는 이주여성 결혼 장려를 위한 예산은 쓰지 말자는 여론이 생겼고 지자체에서도 없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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