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석 순천시장 ‘순천형 권분운동’으로 코로나19 극복

[기초단체장을 만나다] “기부·봉사·수혜자 모두에게 플러스가 되는 나눔 널리 퍼졌으면”

머니투데이 더리더 송민수 기자 2020.06.02 11:55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 허석 순천시장.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관광, 숙박, 요식업 등 실물경기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시화됐고 지역경제는 끝을 알 수 없는 터널을 통과 중이다. 경제적 취약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그나마 국가와 지자체의 재난극복 지원금으로 위안을 삼는 시대, 전남 순천시를 이끌고 있는 허석 시장을 <더리더>가 만났다. 순천시는 지자체 최초로 긴급 생활 안정자금 25억원을 도입해 지급했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권분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권분운동’은 <목민심서>에서 따온 말이다. 글자 그대로 나눔을 권장하는 범시민 운동으로, 조금이나마 경제적 여유가 있는 시민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돕자는 취지이다. 권분운동에 각 단체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시민운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법인이 설립돼 나눔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허 시장은 모두에게 플러스가 되는 권분운동이 계속 이어져 순천을 대표하는 나눔 운동으로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끼니를 걱정하는 어려운 이웃에 대한 돌봄' 코로나19극복 권분 상자보내기 범시민운동모습./©사진=순천시청

-순천시 권분운동이 타 지자체에 모범적인 운동 사례로 알려지고 있다. 어떤 계기로 권분운동을 시작한 것인가
▶권분이라고 하는 것은 글자 그대로 나눔을 권장하는 것으로, <목민심서>에서 가지고 온 말이다. 지금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모두들 어렵다. 가난한 사람들과 넉넉한 사람들의 어려움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부자들이 가진 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순천에서 가장 먼저 권분운동을 시행하면 좋을 것 같아 제안하게 되었다.

-언제부터 권분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나.
▶첫 번째 권분상자 작업이 3월 22일에 시작됐다. 저는 우리 공무원들이 정말 놀라웠다. 제가 월요일 간부회의에서 제안했는데, 그 주 일요일에 권분상자 작업을 시작할 정도로 발 빠르게 움직여줬다. 제안한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돼 1주일 만에 순천 시내 1000세대에 권분상자가 전달됐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는 ‘철부지급(轍.之急)’이라는 고사성어처럼 목마른 사람에게 당장 물 한 모금을 주는 신속함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순천시청 공무원이 정말 자랑스럽다.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진행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권분행사모습이다./©사진=순천시청

-권분상자 말씀을 하셨다. 상자에는 무엇이 담겼고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권분상자는 제가 작업을 하면서 ‘나도 이런 상자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알찬 구성이었다. 일주일 내지 열흘 정도 가정에서 생활한다면 어떠한 것들이 필요할까에 대해 우리 공무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의를 하고 연구했다. 권분상자에 쌀, 라면, 계란, 김, 과일 등 마스크도 3장씩 넣었다. 지금까지 1000상자씩 1차, 2차, 3차, 4차까지 지급했다.

-어떠한 분들이 권분상자를 포장하신 건지.
▶매번 순천시 자원봉사자 약 50명이 팔마체육관에 모여서 밤샘 작업을 했다. 저도 상자 만드는 작업을 도왔는데, 그분들이 공장 라인처럼 너무 빠르게 작업을 하시니 저 또한 빠르게 맞춰서 하느라 애를 먹었다.
‘저분들이 과연 본인 일도 저렇게까지 열심히 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열심히 하셨다. 그만큼 자원봉사하신 분들과 우리 공무원들이 헌신적으로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권분행사'

-1000상자씩 네 번 나눠주었다는데 어떤 분이 받은 건가.
▶평상시에 우리 순천을 보면 무료급식소 같은 곳들이 있다. 어르신들 50~100여 명씩 매일 급식을 드신다. 이분들이 매일 식사를 하시다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식사에 어려움을 겪으실 수 있다. 그래서 그런 분들과 읍면동, 각 과에서 추천한 생활이 어려운 분들을 포함해, 총 1000명을 정해 권분상자를 보냈다. 이렇듯 권분상자는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정, 장애인, 노인일자리, 대안학교 및 학교 밖 청소년에게 전달됐으며, 1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분량이 담겨 있다. 1주일 단위로 전달되기 때문에 일부 변경될 수 있지만 큰 틀의 변화는 없다. 이번에는 5차를 준비 중에 있다.

-권분운동의 재원은 어떻게 마련된 것인가.
▶권분운동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부자들이 나눔을 하는 것이고, <목민심서>에 보시면 재난을 당했을 때 수령이 부자들에게 나눔을 권장했다. 부자들이 나눔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라고까지 이야기를 써놨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돕기 위해 각계각층에서 고마운 성금이 모였다. 이 성금을 모아서 우리가 권분운동의 재원으로 사용한 것이다.

-권분운동 기부에 참여하신 분들은 어디에서 오는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각 계층에서 참여해주셨다. 온정의 손길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했지만, 특히 제가 감동받은 것은 ‘순천시약사회’분들의 기부였다. 약사분들은 공적마스크를 팔면서 오히려 본인의 업무를 못할 지경이었고 욕도 많이 들었다. 그렇게 힘들게 판매한 수익금 일부를 모아서 1450만원을 권분운동에 기부해주셨다.

-시장이 직접 만나러 다니면서 권분운동에 동참을 요청하는 건지.
▶아니다. 저는 그런 방식은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중앙부처 장·차관들이 한 것처럼 4개월 급여의 30%인 1000만원을 성금으로 냈다. 제가 시작하자 순천대 총장께서도 500만원을 성금으로 내시고 한두 분씩 참여하면서 지금도 계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정말 시민들이 자랑스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권분운동에 참여한 단체나 기업들은 어떻게 참여의 뜻을 전했나.
▶사회 각계각층에서 권분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자료, 뉴스 등을 통해 연일 보도가 됐다. 이것을 보고 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권분운동에 참여의 뜻을 전했다. 저는 좋은 일을 하신 분들이 더 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좋은 일을 하신 분들, 예를 들어 순천시약사회에 어떠한 어려움이 생긴다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드리려고 하고 있다. 또한 적극적으로 참여한 기업에게도 애로사항이 발생한다면 도움을 드리고 싶다.


-지금 5차 권분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분들이 참여하게 될지 궁금하다.
▶권분운동은 기부자, 봉사자, 수혜자 모두가 행복해지는 운동이다. 기부하는 사람은 보람을 느끼고, 봉사하는 사람은 기쁜 마음으로 봉사할 수 있다. 수혜자는 말할 나위 없이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기부는 처음에는 한두 곳씩 하다가 지금은 하루에 몇 팀씩 오고 있다. 또한 만나서 기부하는 분들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어서 현재 수십 개의 단체가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런 분들의 고마운 뜻을 빠르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원봉사 하시는 분들에게는 특히 죄송하다. 이분들이 힘든 일임에도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헌신적으로 해주셨다. 너무 감사하고 이분들 스스로도 마음의 즐거움을 얻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권분상자 1000상자에서 더 늘릴 계획이 있는지. 언제까지 하는가.
▶지원 대상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별로 바람직한 의미가 아니다. 1000상자는 당분간 유지할 생각이다. 앞으로는 점점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제가 권분운동을 하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순천시민, 기부하시는 분들 모두 너무 대단하다. 또 자원봉사하시는 분들도 너무 대단하다. 속전속결로 밤낮없이 일해준 우리 공무원들도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재난 상황이 아니더라도 평상시에도 부자들이 조금씩 나눔을 행하면 좋겠다. 이렇게 모인 금액을 정말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을 위해 사용하게 된다면 얼마나 살기 좋은 따뜻한 도시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두에게 플러스가 되는 권분운동이 계속 이어져 순천을 대표하는 나눔 운동으로 자리매김하고 더욱 따뜻한 지역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어려울수록 함께 이겨내는 것. 함께하는 가치에 대해 어떠한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과거 선인들의 행적을 살펴보면 어려울 때 서로 도왔던 삶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다. 순천시도 시와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 28만 순천시민이 하나가 되는 공동체가 돼가고 있다. 권분상자 자체는 대단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것을 가지고 일주일 내지는 열흘을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에게는 정말 값진 상자일 것이다. 또 이 상자를 만들 때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은 보람으로 가득 찰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자원봉사도 계속 확산시킬 생각이다. 권분운동은 이제 순천시가 자랑할 만한 운동이 될 것이다. 다른 도시로 퍼지면 좋겠지만 굳이 권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다양한 표현을 통해서 이 가치가 우리 대한민국에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
“권분이라고 하는 것은 글자 그대로 나눔을 권장하는 것으로, <목민심서>에서 가지고 온 말이다. 지금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모두들 어렵다. 가난한 사람들과 넉넉한 사람들의 어려움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허석 순천시장 PROFILE
-1963년 8월 20일, 순천 출생
-순천고등학교 졸업(31회)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순천시민의 신문 대표
-2015년 대한민국을 빛낸 위대한 인물 대상 수상,
언론발전부분경력
-제19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전라남도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부대변인
-새벽을 여는 노동문제연구소 소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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