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원 광명시장, "주민의, 주민을 위한… 광명의 ‘자치실험’"

[자치단체장을 만나다]“환원한 주민세처럼 시민이 직접 정하는 정책방향으로 시정 운영”

머니투데이 더리더 대담 서동욱 편집장, 홍세미 기자 2020.06.01 09:17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경기 광명시는 올해를 ‘주민 자치의 해’로 정했다. 박승원 광명시장이 주민에게 재정과 권한을 돌려주겠다고 선언했다. 광명시는 그 일환으로 ‘주민세 환원 실험’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걷은 주민세 1억4000만원을 어떻게 쓸지 주민이 토론해서 직접 결정한다. 시에서는 의사결정을 진행하는 주민자치회 위원을 모집했다. 자치회 위원들은 총회를 열어 주민들의 의견을 모은다. 진정한 의미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광명시에서 시작되고 있다. 

박 시장은 코로나 국면이 끝나면 ‘지방재정 분권’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8 대 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 대 3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지방 재정이 늘어나면 지자체에서 시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을 실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임기 내 추진하고 싶은 사업’에 대한 질문에 박 시장은 “가장 어려운 질문”이라고 답했다. 추진하고 싶은 사업 한 가지를 꼽을 수 없는 데다가, 이런 질문은 개발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성과에 발 묶여 시정을 운영하고 싶지 않다는 게 박 시장의 지론이다. ‘어떤 시장으로 기억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답변을 대신했다. 시민이 ‘살고 싶은 도시’, 직접 느끼는 ‘행복’을 느끼는 도시로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시집을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푼다는 박 시장의 집무실에는 기형도의 ‘엄마생각’이라는 시가 걸려 있다. 박 시장의 문학적 감수성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지난달 22일 집무실에서 박 시장을 만났다.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된 이후 재정분권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대해 논란이 있었던 것은 재정분권이 안 돼서다. 광명에서는 ‘광명형 재난기본소득’을 5만원씩 지원했다. 전체 예산 158억원 중 111억원을 재난관리기금에서, 나머지 부족한 금액은 불가피하게 일부 사업을 내년으로 미뤄서 마련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마찬가지 고충을 겪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자체는 늘 재원이 부족하다. 중앙과 지방정부의 심각한 재정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문재인 정부도 핵심 국정과제로 재정분권을 꼽았다. 국세(80%)와 지방세(20%) 비율을 2022년까지 7대 3 비율로 조정하고 궁극적으로는 6대 4까지 개선해야 한다. 재정 분권이 도입된다면 제2, 제3의 코로나19가 닥치더라도 긴급 재정을 투입해 시민을, 국민을 더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광명의 재정자립도는 어떻게 되나
▶재정자립도는 낮은 편이다. 큰 기업체가 기아자동차밖에 없다. 이곳에서 1년에 세금이 150억원 정도 걷히고 나머지 상위 10위권 기업이라고 해도 10억원에서 20억원 사이다. 자족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광명시흥테크노밸리가 이제 곧 들어선다. 완성되고 나면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 

▲박승원 광명시장/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 이후 이른바 수용성(수원•용산•성남)이 달궈지고 이후 광명시도 풍선효과를 보고 있다고 시장에서는 진단한다
▶광명시의 부동산 거래 신고량은 전년 대비 약 40% 증가했다. 부동산 매매가격과 주택전세가격도 전년 대비 소폭 올랐다. 이유는 다양하다. KTX광명역 때문이기도 하고 수도권 서부지역에 남아 있는 땅 중에 유일하게 개발이 가능한 지역이기도 하다. 교통도 편리하고, 살기도 편하고 좋다. 뉴타운 개발을 앞두고 있다. 또 도시재생사업도 450억원 정도 들여서 진행할 예정이다. 

-집값 상승에 따라 무주택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는데 
▶호재가 많아서 집값이 오르니 젊은 사람들이나 무주택자, 서민이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 그런 것들을 보완하기 위해 청년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광명시흥테크노밸리에 주거단지가 20만 평 이상 들어온다. 거기에 청년주택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신도심, 구도심 간 격차 해소에 대한 복안이 있나 
▶구도심에 열악한 기반시설과 노후주택이 많다. 뉴타운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뉴타운 사업이 완료되면 도로나 녹지, 공원 시설을 확충할 것이다. 또 지난 2019년 6월에 광명시 도시재생 전략계획을 세웠다. 원도심 지역 내 5개의 활성화 지역과 3개의 예비 활성화 지역을 선정해 단계별로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한다.

-2024년 완성될 광명시흥테크노밸리 조성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일반산업단지는 2018년 12월 산업단지로 지정됐다. 올해 1월에 보상계획공고를 내고 행정절차에 들어갔다. 도시첨단산업단지는 경기도의 산업단지계획 변경 심의에 통과되면 보상계획에 들어간다. 광명학온 공공주택지구는 지난 5월 14일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유통단지는 지난달 20일 실시계획인가와 지형도면이 고시돼 토지보상을 앞두고 있다. 올해 보상을 실시하고 내년에 공사를 시작해 2024년 준공할 계획이다.

-광명시흥테크노밸리사업을 통해 어떤 효과를 기대하나 
▶우선 지역경제 활성화다. 또 4만1180개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수도권 서남부를 대표하는 융복합 첨단산업의 핵심거점이 될 것이다. 목표한 2024년까지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사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

▲박승원 광명시장/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광명에 서울시 땅 2만 평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 땅인가
▶광명시 하안동 도심 한복판에 서울시 소유의 서울시립근로청소년복지관이 있다. 1980년대 서울시 구로공단 여성근로자를 위한 숙소로 광명시 땅을 매입해 40년 동안 사용했다. 이제 구로공단이 밴처밸리가 됐고 여성근로자를 위한 숙소가 필요 없어졌다. 서울시의 매각방침에 따라 거주자 전원이 퇴거한 상태다. 이제는 광명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돌려줘야 한다. 

-서울시와는 협의했나
▶시장으로 취임한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을 직접 만나 협상을 시도했다. 지난 2018년 4월 활용방안을 논의했고 구체적인 사업 진행을 위해 사업계획서를 마련해 2019년 5월에 제안했다. 그 부지에 대해 서울시가 기획재정부와 토지교환 협상을 하고 있다. 어떻게 결론이 나든 그 협상이 빨리 끝나야 한다. 그 공간을 하루빨리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청년층을 위한 공간이 마련될 것으로 구상하고 있다. 

-광명동굴을 지난달 다시 개장했다
▶코로나19 때문에 휴장했다가 지난달 8일부터 다시 개장했다. 광명동굴은 여름철에 특히 사람들이 많이 온다. 관광객들의 발열 체크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방역수칙을 지키고 있다. 광명동굴에 문화관광복합단지를 만들 예정이다. 광명동굴 주변의 볼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가 개발될 것이다. 지난 2019년 12월에 광명도시공사, NH투자증권컨소시엄 간 ‘광명 문화관광복합단지 조성사업협약’을 체결했다. 디스커버리가 광명동굴 내부와 외부에 각종 테마파크와 익스트림 체험을 운영한다. 특화된 관광리조트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광명문화관광복합단지가 조성되면 광명역세권과 연계해 상업과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다. 

-임기 내 꼭 추진하고 싶은 사업은 무엇인가
▶인터뷰할 때마다 이런 질문을 받는데 괴로울 때가 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한 개만 꼽을 수 없다. 사실 이루고 싶은 것보다는 남기고 싶은 게 더 많다. 시민들이 이 도시에 살면서 참 좋다, 행복하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이 도시를 위해서 ‘나는 무슨 일을 할까’, ‘어떻게 참여하지’라는 생각이 늘 들었으면 좋겠다. 시장이 어느 한 사업만 집중해서 할 수는 없다. 모든 영역에서 골고루 성장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모든 영역, 교육과 문화, 환경을 균형 있게 보려고 노력한다. 시민과 함께 우리 도시의 문제와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 중심의 사회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시민들이 직접 정책을 정하면 그 방향으로 시정을 운영하려고 한다. 

-주민자치를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올해 우리 시의 비전을 주민자치의 해로 선포했다. 각 의회를 주민자치의회로 전환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내는 주민세를 주민에게 돌려줬다. 우리 시의 경우에는 1억4000만원 정도 됐다. 이 주민세를 환원할 테니, 금액을 어떻게 쓸 것인지 시민들이 직접 짜보라고 했다. 최소한 마을마다 세 번 이상 모여야 하고, 시를 위한 정책을 토론을 통해 정리하면 우리가 진행한다고 말했다. 주민자치회를 만들어서 토론하는 현장에 내가 직접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못 갔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직접 주민자치회에 참여해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이다. 

-성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람마다 성공을 위한 가치나 목표가 다르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뜻이 무엇인지, 가장 행복하게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게 중요하다.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할지 방향 설정을 잘하고 그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언젠가 전문가가 돼 있을 것이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살도록 목표 설정을 잘해야 한다. 

박승원 광명시장

1965년 2월 22일 충청남도 예산 출생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사
백재현 광명시장 비서실장
제4대 광명시의회 의원
제8,9대 경기도의회 의원
전국자치분권개헌추진본부 공동대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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