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남 구리시장, “사노동에 '푸드테크노밸리' 반드시 조성”

[자치단체장을 만나다]농산물 도매시장 이전, 4차 산업혁명 시대 스마트경제 발판 마련

대담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편집장, 정리 홍세미 기자 2020.04.01 09:18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한국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 부회장, 시민단체 25년, 경기도의회 8년 그리고 구리시장 1년 8개월.

안승남 구리시장은 ‘노란 셔츠의 사나이’로 유명하다. 시민에게 안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경기도의회 시절부터 노란색 셔츠를 입은 게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시민의 입장을 대변해 합의를 이끌던 그는 ‘협상의 대상’인 시장이 됐다. 한국외국어대학교를 다닐 때부터 구리에서 거주한 안 시장은 총학생회 부회장으로 선출돼 운동권에 몸담았다.

학교 졸업 이후 쌍용그룹에 재직하다가 1995년 구리남양주시민모임 의장을 맡으면서 본격 시민사회의 길로 접어들었다. 뉴타운대책특별위원, 구리시 지방행정체제개편논의 범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등을 지내며 시민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민선 5,6기 경기도의원을 거치고 7회 지방선거에서 구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초선이지만 시정을 노련하게 이끄는 것은 시민단체와 도의회에 몸담은 경력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안 시장은 지금껏 ‘대안 없는 정치’는 하지 않았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시민단체 출신인 만큼 그가 강조하는 것은 ‘민주적 사고방식’이다. 

안 시장은 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시정 구호를 ‘구리시민의 행복특별시’로 정했다. 정책의 일환으로 3월 1일부터 ‘888정책’을 시행했다. 8시간 자고, 8시간 일하고, 8시간 개인 시간을 보내는 정책이다. 전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부탄에 출장을 다녀온 후 착안했다. 안 시장은 “우선 구리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점차 범위를 넓혀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시행했지만 코로나 정국과 맞부딪히면서 어려워진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민선 7기, 꼭 이루고 싶은 사업은요…”


안 시장은 지난달 19일 <더리더>와의 인터뷰 말미에 꼭 이루고 싶은 사업이 있다고 말했다.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이다. 올해로 지어진 지 23년째인 도매시장은 노후화됐다. 구리의 그린벨트 지역인 사노동에 규제를 풀어 새롭게 푸드테크노밸리를 조성해 스마트 경제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지금의 도매시장에는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안 시장은 “주민의 공론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최적의 방안을 도출해 옮기겠다는 설명이다. 

▲구리시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자체 면마스크를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전국이 비상이다. 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코로나19는 감염병이다. 감염병은 미리 차단해야 한다. 동시에 정확한 방역과 소독으로 확산을 막아야 한다. 메르스는 열이 날 때 전염된다. 코로나는 열과는 무관하게 전염된다. 방법이 없다.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으면 우선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하고 동선 확인해서 소독하고 공간을 24시간 폐쇄했다가 빠르게 정상화했다. 

-구리의 확진자는 언제 처음 나왔고, 어떻게 대처했나

▶2월 5일 처음 확진자가 나왔다. ‘착한 확진자’였다. 마스크 쓰고 다니고 동선도 빠르게 알렸다. 확진자가 다닌 곳을 24시간 폐쇄하고 거주지 주변을 소독했다. 그러고 나니 사람들이 거리에 다니질 않는다. 지역경제가 휘청거렸다. 마스크 쓰고 매일 손 닦고 소독하고 위생관리 잘하고 면역력 높여 코로나와 싸우자고 했다. 가게 문을 모두 닫는다고 답이 아니다. 

-초기 대응은 어떻게 했나

▶단체활동이 가장 위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종교단체에서 확진자가 나왔을 때 전체 종교활동을 중단하라고 했다. 당시 종교단체의 반발도 있었다. 종교활동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해서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꼭 사용하라고 권고했다. 그런 와중에 신천지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전국적으로 증가했다. 그 이전에는 ‘종교 탄압’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이내 서로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또 중요한 곳은 술집이나 PC방, 공인중개소 등 사람 모이는 곳마다 손소독제를 비치했는지, 마스크는 끼고 일하는지 확인하고 있다. 

-모든 시민에게 필터 교체용 면 마스크 무상 공급했다

▶처음 코로나가 발생했을 때 ‘마스크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전쟁에서 총알이 몇 개 있는지의 문제와 같다. 시에서는 확진자 나오기 전 질병관리본부에 면마스크를 써도 되느냐는 공문을 보냈다. 또 1회용 마스크를 재활용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당시에는 답이 없었다. 내부서도 갑론을박이 있었을 것이다. 그 사이 마스크를 자체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면마스크를 제작했다. 몇 주 뒤 질본에서도 면마스크가 효과 있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4월부터 도민 1인당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지난달 24일 결정했다. 인터뷰는 그 이전에 진행됐다.

-시에서 자체적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시행할 생각이 있나

▶구리시는 소비도시다. 대부분이 외부로 나가서 근무하고 시로 돌아온다. 농산물도매시장 외에는 큰 기업이 없다. 우리 내부에서 만들어내는 재정이 없기 때문에 세수가 뻔하다. 우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기보다는 중앙정부나 도에서 내려와야 한다. 예산이 내려오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편성할 수 없는 구조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에서 필요한 것은 돈이 맞다. 돈이 있어야 한다. 중앙정부나 경기도에서 재난기본소득을 결정해야 한다. 

-지방재정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시의 예산을 어떻게 따오나

▶중앙정부나 경기도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는, 제대로 된 계획이 있어야 하는데 전임 시장들은 그걸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 시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재정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모사업에 적극 참여해서 예산을 따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공모사업을 통해서 따낸 예산은 삭감하지도 못해 온전히 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공모사업으로 예산을 땄는지

▶4월에 지역상권활성화재단이 출범한다. 내가 이사장으로 취임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공모사업에 구리전통시장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 공모사업이 선정돼 5년 동안 국비 40억원을 확보했다. 상권활성화 구역을 선정하고 재단을 만들어서 구리시의 상권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시에서도 40억을 투자해 총 80억원이 들어가는 지역 활성화 사업이다. 80억원을 시에서 온전히 투입하는 것보다, 공모사업을 통해 선정돼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을 따서 진행하는 게 우리로서는 좋은 방향이다.

▲안승남 구리시장/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시정 구호를 ‘구리시민의 행복특별시’로 정했다

▶직접적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자기 일이 아니면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 ‘행복’이라고 하면 먼 이야기로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2018년도에 세계 행복지수 1위인 부탄에 다녀왔다. 우리보다 소득도 떨어지고 GDP가 떨어지는데 행복지수는 세계 1위다. 답은 간단했다. 병원 의료와 교육이 무료다. 국왕이 국민에게 직접 와 닿는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부탄 국민은 8시간 자고, 8시간 일하고, 8시간은 개인 시간을 보낸다. 거기에 착안해 ‘888정책’을 만들었다. 당장 모든 시민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다. 공직사회부터 먼저 적용해보려 한다. 시에서 공무원에게 8시간 집중근무, 8시간 자고, 8시간은 자기계발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3월 1일부터 시작했는데 코로나 사태와 맞부딪히면서 어려워 진 게 있다.

-시민사회 출신으로 막상 시정 운영해보니까 느낀 점이 많겠다

▶시민 운동할 때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 적이 없다. 늘 대안을 마련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 대안 없는 반대는 국민에게 피해만 줄 뿐이다.

-시정 운영에 대한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

▶시민운동 할 때부터 도의원, 시장까지 일맥상통하는 것은 민주적 사고다. 행정의 토대는 민주적 사고가 돼야 한다. 관료와 행정이 중심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제1 원칙이다. 나름대로 저만의 민주적인 리더십으로 시정을 챙기고 있다. 대학교 때 총학생회에서 부의장으로 있으면서 학생을 대표했다. 학생운동을 하면서 한 번도 화염병 들고 무작정 반대하지 않았다. 학교 측과 협상하기 위해 학우들과 회의하고 공개토론을 열었다. 쌍용그룹에 입사해서 사측과 협상할 때, 도의원 8년을 지내면서 협의할 때도 늘 민주적 사고가 1순위였다. 시장이 되기 전 충분한 훈련이 있어 시정을 운영하기 수월하다. 

-시의회와 조율은 잘되는 편인지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같은 당이지만 민주당 출신 강점이 공부를 많이 한다는 점이다.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없다. 같은 당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지적하고 꼼꼼하게 사안을 따진다. 

-지하철 8호선 조기 개통과 6•9호선 환승역을 추진하고 있는데

▶구리시는 ‘구리역’밖에 없다. 지하철 6호선 연장은 사전타당성조사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9호선 구리선 연장과 광역급행철도 GTX-B노선 구리시 연장은 2020년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하고 사전타당성 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지하철을 끌고 오는 것은 시에서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중앙정부와 국토부, 국회의원이 함께 협의해야 한다.

▲안승남 구리시장/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미세먼지 저감 도시로 선정됐다. 미세먼지 저감을 시 차원에서 줄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지

▶미세먼지에 대해 별도로 연구할 만큼 관심을 가졌다. 마스크를 쓰는 게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데 도움 되지만 수분을 주기 때문에 더욱 좋다. 마스크로 호흡할 때 코와 입에 수분이 생긴다. 미세먼지가 수분 때문에 코와 입에서 걸러지는 것이다. 코와 입이 건조해서 미세먼지가 폐로 가면 문제다. 수분이 있으면 폐로 가지 않고 위로 가기 때문에 괜찮다. 그래서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좋다. 시 차원에서 마스크를 재작해 나눠주고, 도심 물청소를 진행하고, 쿨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충분한 수분을 공급한 게 미세먼지 저감 방법이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꼭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무엇인가

▶시의 최대 산업은 구리농산물도매시장이다. 올해로 23년이 됐다. 청량리시장이 이전하기로 했는데 아직 모두 이전하지 않았다. 서울시 지분이 25% 있다. 농산물 시장의 1년 매출 목표가 1조원이다. 노후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고 새로운 물류환경 변화의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 당연히 경쟁력이 떨어지고 시설보수나 개선, 정비에 시민 예산으로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위치를 옮겨야 한다. 사노동 그린벨트 규제를 풀어 이곳으로 이전해 푸드테크노밸리를 조성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스마트 경제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지금의 농산물도매시장 자리는 주상복합이 들어서면 좋을 듯싶다. 빠른 시일 내에 시민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안승남 구리시장

1965년 12월 29일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졸업
쌍용그룹 범아석유 재직
경기도 구리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구리남양주시민모임 의장
구리넷 이사
민주당 지속가능발전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민선 5,6기 경기도의회 의원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위원장
경기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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