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미치다 조준기 대표, "코로나 종식되면 대만여행 어떤가요?"

[일류가 사는 법]‘요즘 것’에 미치니 요즘 것들 줄서다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0.03.13 09:49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힘들 때 우는 자는 삼류, 참는 자는 이류, 웃는 자가 일류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 이 시대의 진정한 일류라는 의미다. 평범한 인생을 거부하고 다양하게 도전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이 ‘안 된다’고 했을 때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여행에 미치다 조준기 대표/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세상에 나쁜 여행지는 없다.”

‘워스트 여행지’를 묻는 말에 조준기 여행에미치다(이하 여미)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조 대표는 “모든 여행에는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힘들고 고된 여행지도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둘러본 나라는 60개국이 넘는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던 그가 번뜩 ‘여미’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6년 전이다. 좋아하던 여행을 소개하고 싶어 무작정 SNS를 개설했다. 그런 SNS가 반응이 좋아 4년 전 회사로 만들었다. 페친(페이스북 친구)과 인친(인스타 친구), 대학 후배 고등학교 동창. 5명이 책상 네 개로 시작했다. 그런데 현재는 19명의 직원을 거느린 회사로 발전했다. 인스타그램은 112만 명, 페이스북에는 190만 명의 팔로워가 있다. 유튜브 구독자는 38만 명이다.
‘야근과 회식은 100% 강요돼서는 안 된다’, ‘누가 졸거나 자고 있으면 따뜻하게 이불을 덮어준다.’ ‘여미’ 직원들이 말하는 회사 규칙이다. 직원들의 2020 ‘버킷리스트(Bucket list,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리스트)’ 1위는 ‘여름 워크숍을 발리로 가서 다같이 보디 프로필 찍기’다. ‘여미’의 인기는 20대 초반이 지탱한다. 젊은 감각을 알아야 하는 만큼 회사도 수평적이고, 트렌디하다. 

누구나 SNS를 한다. 잡지나 책, 미디어에도 여행 정보는 넘친다. 유독 ‘여미’가 성공한 이유가 뭘까. 지난달 18일 서울 압구정역에 위치한 여미 본사에서 조준기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행에 대한 콘텐츠는 많은데 유독 ‘여행에 미치다’가 젊은 세대에게 통한 이유가 무엇일까

▶기존 여행 정보는 수직적이었다. 여행 관련 책이나 잡지, TV에서 나오는 정보는 쌍방향이 아니다. 여미는 누구라도 ‘여행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여행 간 사람들이 누구라도 해시태그를 달아 소감을 남긴다.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이어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 것 같다.

-여행 콘텐츠를 소개할 때 어려움은 무엇인지

▶다른 업종에 비해 여행 분야가 예민하다. 내가 경험했던 것에 가치를 두고 싶어 한다. 뷰티나 음식, 의류 산업처럼 쉽게 상품화하거나 광고할 수 없다. 여행은 일상이 아니다. 아직까지 사치제라는 속성이 있어서 다루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여미의 타깃 연령대는
▶18세에서 24세 여성이다. 아무래도 가장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나이대가 아닐까.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친구들이나 취업하기 전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는 친구들이 가장 이 분야에 관심이 많을 것 같다. 우리의 타깃층은 밀레니엄 세대(19〜40세에 해당하는 세대)다.

-밀레니엄 세대의 특징은 뭘까

▶예전에는 대학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취업하는 게 목표였다면 지금 세대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한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불확정한 미래에 투자해서 저축하기보다는 현재 나의 행복에 투자하는, 현대주의적인 성향이 있다.

-유행하는 것을 빠르게 알아야 할 텐데. 어떻게 젊은 사람과 소통하고 있나

▶가장 젊은 사원이 대학교 3학년인데 ‘요즘 것들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20대 초반 연령대가 좋아하는 브랜드, 어떤 여행지를 선호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행을 빨리 알아채고 젊은 세대의 소비패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해 듣는다. SNS를 운영하려면 트렌드 파악이 중요하다. 무엇이 유행하는지, 젊은 세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여행에 미치다 조준기 대표/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여행 콘텐츠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다면
▶우선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런 곳도 있다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 많이 아는 곳이지만 새로운 모습이 담긴 사진도 좋다. 대중적인 여행지라도 아직 드러나지 않은 곳을 찾으려고 한다. 또 그 순간이 담긴 사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즐거웠던 상황이나 분위기, 혹은 긴박한 순간. 당시의 녹아드는 상황과 적절한 설명을 담은 콘텐츠가 생동감 있다.

-‘여미’ 대표가 추천하는 올해의 여행지는 어디인지

▶코로나 이슈가 있긴 하지만 대만을 올해의 여행지로 추천하고 싶다. 대만은 ‘대체 여행지’로 매력적이다. 일본 불매운동으로 다른 여행지를 찾는다면 대만이 제격이다. 대만은 일본과 비슷한 점이 많다. 또 홍콩 시위로 갈 수 없다면 대만을 찾을 수 있다. 일본과 중국의 중간이라고 볼 수 있다. 비행시간이 짧고 물가가 그다지 비싸지 않은 점도 장점이다. 타이베이뿐 아니라 가오슝, 컨딩처럼 조금만 들어가면 대만만의 매력이 있는 도시도 많다.

-여행하는 스타일은 어떻게 되나

▶항공권과 호텔만 예약하고 떠난다. 현지에서 갈 만한 곳을 찾아보고 결제하고 즉흥적으로 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SNS에 예쁘게 나올 만한 집을 찾는다든지, 해시태그로 정보를 얻어 찾아가보기도 한다. 많은 준비를 하지는 않고 즉흥적으로 꽂히는 곳에 간다.

-원래 여행을 좋아하는 편인가

▶회사를 차리기 전부터 여행을 많이 다녔다. 지금은 일을 해야 해서 어려운 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매번 여행갈 때마다 경험했었던 것을 알려주고 소개해주는 것이 좋고 행복하다.

-좋아하는 걸 업으로 삼으니 어떤가

▶예전에는 여행을 그저 즐겼는데 이제는 모든 과정을 기록해야 하고 보여줘야 한다. 나도 사람인지라 여행지에서 기분이 좋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럼에도 웃어야 한다. 그럴 때 ‘현타(현실타격)’를 많이 느낀다. 왜 ‘좋아하는 일을 일로 삼지 말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그래도 일이 삶에 차지하는 부분은 크다. 내가 다른 것보다 좋아하고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업으로 삼아서 좋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즐기고 있는 중이다.

-회사가 만들어진 지 얼마나 됐나

▶SNS활동은 6년, 회사로 설립된 지는 4년이다.

-처음에 어떻게 진행됐나

▶고등학교 동창, 대학교 후배, 인친(인스타 친구), 페친(페이스북 친구). 처음에는 5명이 책상 네 개로 시작했다. 한 명이 늦게 오면 간이의자 놓고 벌칙으로 모서리 앉아서 일을 시작했다. 그때는 우리가 하는 게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개념이 없었던 것 같다. 하나, 둘씩 채워지면서 회사가 됐다.

-잘될 것이라고 예상했나

▶사실 못했다. 지금도 회사로 봤을 때는 부족한 점이 많다. 성장하면서 유동적으로 회사 조직이 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발자취가 된다. 처음에 목적을 설정하기 보다는 즐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우리만의 정체성이 만들어진 것 같다.

▲여행에 미치다 조준기 대표/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수익은 어떻게 창출하나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붙는 광고도 있고, 지역홍보 영상을 만들면서 수익을 내고 있다. 여행자들에게 제품을 판매하면서 부가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오프라인 행사라든지 사람들과 만나는 네트워킹 자리를 통해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고 한다.

-거부감이 안 들게 마케팅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광고주와 구독자가 모두 즐길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이다. 거부감 드는, 직접적인 광고는 요즘 먹히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독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좋은 정보로 인지할 수 있도록 충분히 광고주와 이야기해서 콘텐츠를 만들려고 한다.

-요즘 유행하는 ‘여행지에서 한 달 살기’를 여미 직원들이 다녀왔다는데

▶즐길 수 있을 때 가장 좋은 콘텐츠가 나온다고 생각했다. 당시 반복되고 패턴화된 업무에 지쳤다.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라는 콘텐츠를 기획했는데 그걸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이렇게 한 달 살면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17년 종무식에서 한 달 살러 가자고 발표했다. 6개월 준비해서 전 세계에 두 명씩 짝지어서 8개의 국가로 한 달 살기를 다녀왔다. 준비하는 과정도 즐거웠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선발대, 후발대로 떠나 6개월 정도 사무실을 비웠다.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점도 변수였다.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이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힘든 과정을 통해서 하나가 될 수 있는 기회였다. 각자 가능성을 발견했다. 하지 않았던 사업에 도전하면서 가능성을 봤다. 

-창업을 하려는 청년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창업의 창은 왠지 ‘거창할 창’ 같다. 그만큼 어렵게 느껴진다는 의미다. 좋아하는 것을 일로 만드는 것에는 전문성이 중요하다. 실패를 계속 쌓아가면 경험이 되는 것 같다. 큰 목표를 두는 것보다 내가 하려는 방향성,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다 보면 사업이 커져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크게 시작하기보다 당장 해볼 수 있는 것,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발견해 시행하면 좋겠다.

-여행은 무엇일까

▶여행에 대해 정의를 내리지 않는다. ‘여행은 어때야 한다’는 기준을 세우지 않는다. 다양한 여행은 가치가 있다. 즐겁지 않을 수도 있다. 여행에는 희로애락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양한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 단순히 좋다고 메시지 보내는 것 외에 겪었던 어려운 것도 많이 알리고 싶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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