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헌 공익신고자]남들이 말하는 정의, 그에겐 ‘책임’

“공익신고 불이익 6년, 소중한 자산… 어려운 분들에 보탬 되고 싶어”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김상준, 김예나 인턴 기자 2020.02.20 11:08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이종헌 공익신고자/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엄밀히 따지면 저는 실패한 사람이죠. 하지만 그를 이겨내려는 역경·집념이 소중한 자산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의 4호 영입 인재 ‘공익신고자’ 이종헌 씨(47). 이씨는 2014년 본인이 근무하던 주식회사 팜한농의 산업재해 은폐사실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내부 고발 이후 이씨는 회사로부터 사내전산망 접속 제한·대기발령·부당전보·사무실 격리배치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이씨는 지금도 바로 그 회사에 다니고 있다. 이씨는 “떠밀리듯 나가면 회사 입장에서는 일벌백계했다는 의미를 보여줄 수 있다”며 “내부고발을 하면 나갈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기 싫었다. 내가 나가면 누가 다시 이의를 제기하겠느냐”고 했다.

이씨는 여전히 은근한 불이익을 감내하고 있다. 이씨는 “예전처럼 지방에 내려가 제초작업을 시키진 않지만 평가를 항상 안 좋게 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이씨는 오히려 회사 동료들을 걱정했다. “(제게) 휘말리기 싫은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동료들에겐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익신고와 함께 찾아온 6년 동안의 직·간접적 불이익. 이씨는 “엄밀히 따지면 나는 사회적으로 실패한 사람”이라며 그 시간을 회상했다. 이씨는 “하지만 그 실패를 이겨내려 했고 역경과 집념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우리 사회가 성공만 부각하고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평범한 사람으로서 나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들을 위해 책임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며 “국민 여러분 중에도 많이 힘들어하고 어려워하는 분들께 보탬이 되는 부분을 찾겠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이씨를 영입하며 키워드로 ‘정의(正義)’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씨는 오히려 자신은 ‘절대’ 정의로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자신의 행동은 정의가 아니라 책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공익제보 당시 인사 관리자로서 당연히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진 것”이라며 “단지 외면할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제 이씨는 이 ‘책임 의식’으로 정치에 뛰어든다. 이씨는 “나는 그냥 대한민국의 평범한 소시민”이라며 “대단한 정치인도 아니고 큰 보탬은 안 되겠지만 그래도 경험이 있으니까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씨와의 일문일답.

Q: 정치 입문에 앞서 고민이 많았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대한민국의 평범한 소시민이었기에 고민했다. 유명인사도 아니고 고위관료 출신도 아니다. 과연 나라와 국민을 위해 맡은 바 소임을 다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주위 사람들도 나와 같은 평범한 소시민들인데,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정치라는 건 마치 아주 먼나라 얘기와도 같은 것이어서 함께 걱정을 했었다.

Q: 그럼에도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사실 예전부터 정치권에서 연락이 왔다. 하지만 공익신고자로서 부담스러웠다. 염동열 한국당 인재영입위원장의 수차례 설득에도 계속 거절했었다. 그러다 한번 보자고 해서, 만나서 안 하겠다고 말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설득을 당했다.(웃음) 염 의원과 사모님과 함께 2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는데 굉장히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다.
당이 이전까지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든 앞으로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위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쪽으로 정치를 펴나가겠다고 말한 것에 진정성을 느꼈다.

Q: 소수자·노동 문제가 과연 한국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맞는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보수정당이든 진보정당이든 대한민국 모든 정당의 설립 이념은 같다고 생각한다.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국민 여러분의 삶을 평안하게 한다는 것이다. 소수자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노동 문제도 결국 국민 삶의 문제다. 단지 이런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보수정당과 진보정당 사이에 조금씩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염 위원장도 한국당이 지금까지 이런 문제에 대해 조금 소홀하게 비춰진 부분이 있다면 과감히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민 여러분도 한국당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하면서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셨으면 한다.

Q: 비정규직·산업재해와 관련해 한국당 측에서 구체적인 역할을 준다는 얘기도 있었나
당에 노동위원회가 있다. 아직 확정적인 건 아니지만 노동위원으로 들어가서 임이자 위원을 도우라는 말을 들었다.

Q: 한국당은 기업 쪽 입장을 대변하기도 하는데
정당이라는 게 다양한 사람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합의점, 개선점을 찾아가는 곳이다. 일방적인 사고·편중된 사고가 지배하면 결국 당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의원들과 내 생각이 다를 순 있어도 크게 지향하는 바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안에서 합의점을 찾고 개선하도록 하겠다.

Q: 노동전문가라고 하긴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사실 우리 사회가 성공만 부각하고 강조하는 면이 있다. 난 성공한 사람은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사회적으로 실패한 사람이다. 실패했지만 그 실패를 이겨내려 했고 그 역경과 집념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 될 거라 생각한다.

Q: 국회에 입성해서 1호로 만들고 싶은 법안이 있다면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좀 바꾸고 싶다. 법은 결국 처벌 위주로 만들어져 있다. 근데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어겼을 때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라 실효성이 없다. 처벌로 벌금형 몇백, 몇천만원을 때려도 회사 입장에선 큰 돈이 아니다. 처벌보다는 공익신고자들의 제 2의 삶에 초점을 두고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법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공익신고자들은 결국에는 그 조직을 떠나게 되어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


미래통합당 이종헌 공익신고자
1973년 대구 출생
계명대학교 경영학과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선거 중앙선대위 
공익제보지원위원회 위원
現 팜한농 구미공장 선임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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