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론'의 진원지 서울, 4·15 총선 표심 어디로

[정치판 분석]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0.02.03 11:18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선거에서 서울은 ‘바람’과 ‘구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정치 현안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다. 선거를 앞두고 떠오른 화두에 따라 여풍(與風) 혹은 야풍(野風)이 결정된다. 서울은 민심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선거의 승패를 결정짓는 데다 전국을 관통하는 여론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선거 때마다 서울의 지역적 특성을 활용하곤 했다. 서울 전역이 접전지역이라고 부를 정도로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대통령 긍정/부정평가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

21대 총선을 앞두고 여권은 ‘야당 심판론’을, 야권은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다. 역대 선거를 살펴보면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가 높을 땐 ‘야권’을, 부정평가가 높을 땐 ‘정권’을 심판하는 여론이 강했다.


17대 총선이 있었던 2004년. 당시 한국갤럽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2년 차 1분기 지지율은 25%에 불과했다. 집권 초기였는데도 지지율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다. 반면 부정평가는 57%에 달했다. 하지만 총선을 한 달 앞둔 2004년 3월 12일. 새천년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한나라당과 자유민주연합이 동조하면서 이른바 ‘탄핵 역풍’이 불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발의되자 ‘심판론’은 야권으로 향하게 된다. 결국 지지율 반등에 성공한 열린우리당은 152석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했다. 서울에서는 32석을 가져갔다. 한나라당은 전국 121석, 서울 16석을 얻는 데 그쳤다. 반면 새천년민주당은 서울에서 한 석도 건지지 못하고 전국 9곳에서만 이겼다.
그 다음 선거인 18대 총선은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집권한 지 2개월 만에 열렸다. ‘샐러리맨 성공신화’, ‘경제 대통령’ 등의 이미지를 갖춘 MB의 집권 초기 지지율은 52%로 안정세를 보였다. MB에 대한 기대감이 ‘총선 대세’를 이뤘다. 서울에서 한나라당은 40석을 거머쥐었다. 통합민주당은 7석밖에 갖지 못했다. 전국적으로도 한나라당이 153석으로 과반의석을 확보했고 민주당은 81석을 얻는 데 그쳤다.


19대 총선부터 서울에서의 승패는 전국 승패와 다른 결과를 보였다. 당시 MB에 대한 긍정평가는 25%, 부정평가는 62%에 달했다. 4대강 사업 논란, BBK 의혹, FTA협상 등이 레임덕을 가속시켰다. 총선을 앞두고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불었지만 전국적으로는 새누리당이 152석을 확보했고 민주당은 127석을 얻는 데 그쳤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민주당이 30석을 확보해 한국당의 의석, 16석을 앞섰다. 수도권 전체를 놓고 봤을 때도 민주당이 65석을, 한나라당이 43석을 차지해 수도권에서는 민주당이 승리했다. 선거를 앞두고 화두로 떠오른 ‘MB심판론’이 전국적으로는 통하지 않았지만 서울에서는 먹혔다는 평이다.


20대 총선에서도 서울과 전국은 다른 결과를 보였다. 박 전 대통령 집권 4년 차 1분기 지지율은 40%였다. 반면 부정평가는 49%였다. 결과는 전국적으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 122석을 가져갔는데 서울에서는 민주당이 35석을 거머쥐며 ‘압승’했다. 새누리당은 서울에서 12석을 얻는 데 그쳤다. 당시 세월호 참사 등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49%에 달한 만큼 서울에서는 정권 심판론이 우세했다는 평이다.


21대 총선을 석 달 앞둔 상황에서 지금은 ‘야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 우세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월 7~9일 전국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현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더 많이 당선돼야 한다(정부 지원론)’는 데 49%가 공감했다.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더 많이 당선돼야 한다’(정부 견제론)는 응답률은 37%였다. 한편 한국갤럽이 2020년 1월 셋째 주(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를 묻는 질문에서는 45%가 ‘잘한다’고 46%가 ‘못한다’고 응답했다.

▲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와 늘푸른봉사단 회원들이 ‘국회의원선거 D-80, 정책선거 홍보 및 18세 유권자 응원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사진=뉴시스
◇20대 총선, 5%p로 승패 갈린 지역구 20곳…‘18세 표’ 영향은?
20대 총선 당시 서울 지역에서 5%p로 미만으로 승부가 갈린 지역구는 전체 49석 중 20곳이다. 1%p 미만으로 승부가 갈린 지역구는 네 곳이다. 그만큼 서울의 모든 선거구가 박빙이라는 의미다.


20대 총선에서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당을 창당, 야권이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둘로 나뉘어 선거를 치렀다. 5%p 미만으로 승부가 갈린 지역구는 중구•성동갑, 중구•성동을, 용산, 광진갑, 동대문갑, 강북갑, 노원갑, 양천을, 강서갑, 금천, 영등포갑, 영등포을, 동작갑, 관악갑, 관악을, 송파갑, 송파을, 송파병, 강동갑, 강동을 등이다.


1%p 내 초접전을 보인 지역은 중구•성동을, 동작갑, 관악갑•을이다. 20대 총선서 중구•성동을에서는 지상욱 의원이 당시 여당 후보로 나섰고 이지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정호준 국민의당 후보가 야당 후보로 3파전을 이뤘다. 지 의원이 38.03%, 이 후보가 24.33%, 정 후보가 36.27%였다. 지 의원과 정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1.76%p(1750표)였다. 동작갑에서는 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36.5%를, 이상휘 새누리당 전 후보가 34.7%를 기록해 1.8%p(2001표)의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장환진 국민의당 전 후보는 24.7%를 기록했다. 관악갑은 김성식 의원이 국민의당 소속으로 승리한 지역구다. 김 의원이 38.4%를, 유기홍 민주당 후보가 37.6%를 기록해 0.87%p(1239표)가 당락을 갈랐다. 옆 지역구 관악을의 경우에도 0.7%p(861표)로 승부가 갈렸다. 새보수당 오신환 의원이 37.1%를, 정태호 민주당 후보가 36.4%를, 국민의당 이행자 후보는 23.5%였다.


21대 총선부터는 만 18세가 투표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12월 기준을 보면 서울의 인구는 970만 명이다. 그중 18세 인구는 9만2000명이다. 전체의 1%를 차지한다. 1%p 표 차이로도 선거 당락이 결정되는 서울 지역구에서 이들의 표심이 변수로 떠올랐다.


또 서울 유권자 20대 총선보다 20대와 60대 이상은 늘고 30•40•50대는 줄어 세대별 인구 수가 달라진 것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2016년 3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20~29세 인구가 7461명 늘었다. 60대는 13만 명가량, 69세 이상은 30만 명가량 늘었다. 반면 30•40•50대는 줄었다. 30대(30~39세)는 약 14만 명, 40대(40~49세)는 13만 명, 50대(50~59세)는 4만 명이 줄었다. 가장 많은 유권자가 있는 세대는 40대다. 40대의 인구 수는 약 156만 명이다.

▲ (위)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23석을 얻어 국회 원내 1당이 됐다. 사진은 당시 더불어민주당 개표 상황실. (아래) MB정부 집권 2개월 차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전국에서 153석, 서울에서 50석을 얻었다. 사진은 당시 한나라당 개표 상황실/사진=머니투데이
최창렬, “민주당 30석, 선거 잡음 없으면 +5석”
박상병, “민주당 38석, 한국당 10석, 무소속•제3정당 1~2석”
신율, “보수정당, 잘하면 과반 이상 확보 가능”


최창렬 용인대학교 교수는 민주당이 30석을 얻는 것으로 예측했다. 최 교수는 “여기서 선거 변수에 따라 플러스 마이너스 5석”이라고 언급했다.


최 교수는 “민주당이 20대 총선만큼은 못 얻을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게는 선거 리스크가 있다. 설 연휴 전에 단행한 검찰인사도 중도유권자들이 보기에는 불편할 수 있고 정봉주 전 의원,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공천문제 등도 논란이 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선거 때까지 민주당이 공천을 잘하고, 잡음이 없으면 35석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며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25석 정도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민주당이 35~37석, 한국당이 10석 미만, 제3지대, 무소속이 1~2석을 얻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교수는 “민주당의 압승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에 젊은 층이 가장 많은 지역이 수도권”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18세 연령대가 포함됐다. 딱히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한국당을 선호하는 10대를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권 심판이 아니라 야당 심판론이 불거지는 진원지가 서울”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중도 층이 전체 유권자 중 30~40% 정도 차지하는데 이들이 한국당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라며 “보수세력이 통합한다고 하면 ‘도로 새누리당’이 되는 것이다. 황교안 대표, 유승민 대표, 하태경 의원 등 주요 인물들이 전부 새누리당 사람들이다. 새로울 게 없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한국당이 절반 정도는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대통령이 3년 차 됐을 때부터 레임덕이 시작된다. 3년 차 이후부터 진행된 선거에서 여당이 이기기는 어렵다”며 “특히 구체적인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경제지표는 최악이다. 경제성장률은 10년 만에 최저고 국내총소득(GDI)은 지난해보다 줄었다. 경제상황이 최악인 데다가 남북관계마저도 잘 풀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여당 지지율이 높은 것에 대해 “2016년 20대 총선서도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30~40% 정도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10~20% 정도 나왔다”라며 “강경 지지층의 목소리가 반영된 게 여론조사기 때문에 집권 여당의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 막상 투표장에서는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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