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김판석 선거국장, “4·19 60돌, 갈등 봉합하는 선거 준비”

만18세도 투표, ‘교실의 정치화’ 대책 강구… ‘소중한 한표’ 꼭 행사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20.02.03 13:25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판석 선거국장
<더리더>는 2020년 4.15총선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지난해 11월부터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국 김판석 국장을 만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국은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 등 공직선거 업무를 총괄·조정하는 업무를 하는 곳이다. 선거가 정책과 정견 중심의 ‘정책선거’로 진행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소환투표, 국공립대학·조합 같은 공공단체 등의 위탁선거, 민간에서 진행되는 각종 선거를 지원하는 역할도 한다.
김판석 선거국장은 다가오는 총선에 대해 “4·19 혁명 60주년에 치러지는 것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면서 “이번 선거가 사회 갈등을 극복하고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거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차선이 아니면 차악을 뽑는 과정이라는 말도 있다”면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주권자로서 당당한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Q: 4.15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선관위에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이번 선거는 여·야 간 대립과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진영 간 갈등이 커진 상황에서 치러진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의 절차적인 부분을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공정한 선거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선거상황실을 조기에 설치했고 적재적소에 선거관리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투·개표소 시설 확보와 각종 선거장비·물품 수급에도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밀하게 점검하고 있다.
특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공직선거법이 개정돼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에 참여하는 정당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개표관리에도 더 신경 쓰고 있다.
작년부터 실무 전문교육을 강화했고 직원연수회를 통해 수작업 개표 실습과 선거장비도 보강했다. 행정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투·개표 지원인력도 충분히 확보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거를 관리할 것이다.

Q: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회의장과 각 정당에 공직선거법 개정을 촉구하며 입법 보완을 요청했다. 어떤 이유인가
▶지난 1월 10일 국회의장과 각 정당 대표자에게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나 헌법불합치 등으로 효력을 상실한 공직선거법의 개정을 촉구했으며 선거권 연령 하향에 따른 혼란 해소를 위해 입법 보완 논의를 요청한 상황이다.
국회의원선거를 90여 일 앞두고 본격적인 선거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입법 공백으로 인해 입후보예정자와 유권자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다.
입법 보완 요청의 주요 내용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기탁금 하향조정, △예비후보자 기탁금 반환사유 추가, 공공기관 상근 직원의 선거운동 허용 등 법률개정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한 사전투표용지 등 선거절차 규정에 대한 명확화 △초·중등학교에서 연설 금지 여부, △공무원의 지위 이용 선거운동 금지 조항 등에 사립학교 교원 포함 여부 등이다. 유권자가 온전하게 권리를 행사하고 공정한 룰에 따라 후보자가 경쟁할 수 있도록 국회가 공직선거법을 조속히 개정해주기를 바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판석 선거국장

Q: 혹시 앞에 언급한 내용 외에도 필요한 입법 보완사항이 있다면
▶지난해 12월 27일 선거구제 개편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지역구 총 정수인 253석은 확정됐다. 하지만 시·도별 정수 등의 획정 기준은 확정되지 않아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선거구획정안 마련에 차질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및 재외선거 사무가 이미 시작된 상황이다. 향후 일정을 고려할 때 조속히 선거구 획정이 이뤄져야 한다.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정치 신인을 포함한 모든 입후보 예정자의 피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하루 속히 선거구획정기준 등이 결정돼야 한다.

Q: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하향됐다. 첫 투표권을 행사하는 학생 유권자들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선거권 확대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있다. 특히 교육현장에서 혼란을 우려하고 있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에 제한·금지 규정이 있는 만큼 ‘교실의 정치화’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학교에서의 연설금지 등 추가로 검토돼야 할 사항에 대해서는 국회에 보완 입법을 요청한 상태다.
18세 청소년은 독자적인 신념과 정치적 판단에 따라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본적 능력과 소양이 있다고 보고 있다.


매년 수능을 치른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주권행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민주적 가치관을 함양하는 새내기 유권자 연수를 시행해왔다. 이번에 선거권이 18세로 확대되면서 장기적으로는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원칙’ 등 외국 사례를 참고해 ‘편향되지 않은 민주시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다만 이번에는 선거가 임박했기 때문에 학교현장의 특수성을 반영, 맞춤형 안내 등이 담긴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교육현장의 특성을 반영한 사전 안내·예방을 위해 △교육현장에 맞춘 운용기준과 사례 중심의 선거법 안내자료 제공 △교육기관·학부모단체와 연계한 입체적 안내·예방 △정당·후보자 대상 선거운동 안내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소통·공감 중심의 홍보·교육을 위해서는 △인플루언서 등과 협업한 공감 콘텐츠 전파 및 랩(Rap), 웹툰 등 청소년 선호 매체를 활용한 선거정보 제공 △선거교육 교재 제작·배부 및 전담인력 양성·확보로 학교를 찾아가는 선거교육 실시 △포스터, 현수막 및 가정통신문 활용 등을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예정이다.


Q: 일부 시민단체 등이 투·개표 부정 의혹을 제기하는데 이에 대한 입장과 앞으로의 대책은
▶매 선거마다 투·개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 사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작은 실수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이나 가짜뉴스가 양산돼 매우 안타깝다. 우리나라의 선거관리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2013년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창설을 주도하는 등 후발 민주주의국가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민주선거시스템 정립을 위한 세계적 노력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 국내 국가기관에 대한 각종 신뢰도 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많은 국민이 선거관리 역량에 대해 큰 신뢰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미 대법원에서도 지난 대선과정에서 제기된 일부 논란에 대해 기각 판결한 바 있지만 선거 사무의 운영과정을 보면 선거 부정이나 조작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중앙, 시·도, 구·시·군, 읍·면·동 등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할 때는 주요 정당이 추천한 ‘정당추천위원’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이 선거 사무 하나하나에 대해 살펴보고, 논란이 될 만한 사안에 대해서는 의결을 통해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전투표소와 투표소에는 정당과 후보자가 추천한 참관인이 투표과정을 세밀하게 살피고 있다. 개표소에는 이에 더해 신청을 한 선거권자 참관인과 개표관람인 등도 함께하고 있다.

투·개표사무는 선거관리위원회 전 임직원 외에도 국가·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교직원, 금융기관 직원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력 50만 명 이상이 함께하고 있다. 관내 사전투표함을 보관할 때에는 전국 보관 장소에 CCTV를 설치하고 통합관제를 하는 등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어, 한 치의 부정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물론 일부 의혹에 대해 선거관리 절차 등을 국민에게 소상하게 이해시키지 못한 책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앞으로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실현되도록 절차사무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확한 선거정보 전달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선의의 유권자가 근거 없는 의혹이나 가짜뉴스에 호도되지 않도록 각 선거절차를 쉽게 설명한 영상도 제작했다. 또 각종 홍보자료를 만들어 사실관계를 적극 알려나갈 것이다. 아울러 허위정보와 가짜뉴스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확산시키거나 악의적으로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고발 등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판석 선거국장

Q: 사회적 약자에 대한 투표편의 제공에 대해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사회적 약자의 참정권 행사를 적극 보장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의무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어르신과 장애인 등의 투표편의를 높이기 위해, 전국 1만4000여 개의 투표소와 3500여 개의 사전투표소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1층이나 승강기가 설치된 투표소의 비율을 사전투표소는 93.5%, 투표소는 99.5% 수준까지 높였다.
이 밖에 장애인의 투표소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임시경사로 설치, 중증 장애인 등에게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이동편의 차량을 지원하고 있다. 또 청각 장애인을 위한 투표소 수화통역사 배치, 손·팔 등 신체장애로 인해 기표가 어려운 선거인에겐 특수형 기표용구 제작해 투표편의를 제공하고자 한다. 시각·청각·발달장애인에게도 일반인과 동등한 수준의 선거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거주불명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노숙자 쉼터나 역, 터미널 등에 안내포스터를 게시하고, 유관기관의 협조를 받아 투표참여를 안내할 예정이다.

* 2017년 서울신문-서울대 폴랩(pollab) 실시 ‘공공기관 신뢰도 조사’ 3위 등

Q: 우려가 많았던 재외선거를 잘 치러냈다. 앞으로 더 보완해야 할 점은
▶2009년 재외선거 제도가 처음 도입될 당시 외국에서 실시되는 재외선거의 공정성과 정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총 4번의 재외선거(대선 2번, 국선 2번)를 성공적으로 관리하면서 이러한 세간의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켰다고 생각한다.
재외선거는 국내 선거처럼 우리 위원회가 직접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재외 공관을 통해서 선거를 관리하기 때문에, 선관위의 진두지휘 아래 외교부 등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최일선에 있는 재외선거 담당 영사 등 재외선거담당자의 선거관리 역량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재외선거 관리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재외국민 다수 체류 지역과 대륙별 주요 거점 공관에 재외선거관 20명을 파견하고, 관계기관의 참여 아래 모의 재외선거를 실시하였으며, 올해 2월에는 전 세계 재외선거담당자를 모아 교육할 계획이다.
세계 각국의 176개 공관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4시간 재외선거상황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재외 공관의 부족한 인적·물적 자원 등 재외선거 환경은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앞선 경험을 바탕으로 관계 기관과 협조를 통해 이번에도 완벽하게 추진하겠다. 특히 이번에는 재외국민의 참정권 행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재외선거인에 대한 교통편의 제공도 준비하고 있다.

Q: 정당 간 극한 갈등이 예상되는 이번 총선을 정책선거로 이끌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2006년 지방선거에서 매니페스토 정책선거가 도입된 이후 정책 중심 선거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선거환경에서 가짜뉴스나 비방·흑색선전 등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정당의 후보자공천이 선거일에 임박하여 결정되어 정책선거의 활성화가 쉽지 않다.
정책 중심의 선거가 실현될 수 있도록 시민단체·학계·언론 등 다양한 단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정책선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당과 후보자의 공약개발을 지원하고 유권자의 공약제안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제20대 국회 임기 내 언론기사와 국민신문고 민원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지역별 공약이슈지도를 웹과 모바일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Q: 마지막으로 유권자들에게 한말씀
▶이번 제21대 국회의원선거는 국민들이 뜻을 모아 불의에 항거한 4·19 혁명이 있은 지 60주년이 되는 해에 치러지는 것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사회 각 분야에서 갈등과 대립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갈등을 봉합하고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선거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차선이 아니면 차악을 뽑는 과정이라는 말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여 주권자로서 당당한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 ‘엄정중립 공정관리’의 자세로 유권자의 한 표, 한 표의 소중한 가치가 선거결과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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