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전 주기의 주거 설계...’형태’보단 ‘삶’에 주목

노인에겐 ‘자존감’을 아픈 아이에게는 ‘자연을’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20.01.16 14:48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서울시립마포실버케어센터 조감도/이미지=에이텍건축사사무소 제공
실버케어센터가 도심으로 진입했다.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서울시 공공 실버케어센터 1호인 시립마포실버케어센터는 김상길&김희옥 에이텍건축사사무소 공동 대표의 작품이다.
실버케어센터의 서울시 제1호라는 전형을 만들어냈지만 “형태적 타이폴로지가 아닌 개념의 전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 대표가 노인을 위한 공간을 구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주제는 케어 노인의 ‘자존감 회복’이다. 획일화된 공간에서 누워서 TV를 보는 일상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한 공간을 누리는 것에서부터 자존감이 시작된다고 믿었다. 

에이텍건축사사무소는 김상길 대표와 김희옥 대표의 두 탑 체제다. 내년이면 결혼 30주년을 맞는다는 부부는 일에 있어서는 한 치에 물러섬이 없다. 격렬하게 논의한 만큼 더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김상길 대표는 서울시립대 건축학과와 홍익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시공공건축가와 서울도시건축포럼의장을 맡고 있다. 김희옥 대표는 서울시립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졸업했다. 명지대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서울시립마포실버케어센터, 서울시립어린이병원 및 발달센터, 여의도 성모병원과 한일병원 리모델링, 신월동 복지회관, 제주 클라라 수도원 등이 있다.
노인과 어린이시설 그리고 아파트까지 우리 삶에 전 주기를 아우르는 주거형태의 전형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두 대표를 만나기 위해 장윤규 운생동건축사사무소 대표와 양재동에 위치한 에이텍건축사사무소를 찾았다. 

#30년내공 #건축가부부 
“격렬하게 부딪힐수록 결과 좋아…영원한 동지”

김상길: 둘이 하다 보니 격렬하게 부딪힐 수밖에 없다. 요즘엔 많이 줄었지만 직원들이 얼어 붙을 정도였다. 그런데 사실은 더 치열할수록 결과물이 좋았다. 
한번은 설계공모를 준비하는데 서로 의견일치를 이루지 못해서 회사에서 격렬하게 토론하고 있으니 직원들이 퇴근도 못하고 있더라. 그래서 회사에서 나와 부모님과 같이 살던 집에도 못 들어가고 몇 시간을 공터에서 싸울 듯이 이야기하며 의견차를 좁혔던 적이 있다. 그 프로젝트는 한국도로공사 연구원 설계공모였는데 규모가 커서 당선된 후 엄청 기뻐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내와 나는 성격이 나와 정말 다르다. 나는 수학, 물리 이런 데 소질이 없고 국어, 영어, 역사를 좋아했다. 정반대로 아내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다 건축으로 바꾸었다. 아내는 논리적으로 치밀하고 나는 직관적인 편이다. 나의 약한 부분을 아내가 보완하고 나 역시 적극적으로 임함으로써 서로 좋은 보완관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나고 보니 상호 보완적이었지만 그 과정에 있어서 고생한 직원들에겐 미안한 마음이 든다.(웃음)
근데 무슨 상황이 생각나면 항상 의견을 듣고 전화하게 된다. 든든한 파트너가 있어 행복했다. 

김희옥: 처음에 이 사람이 먼저 사무실을 오픈하고 나는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다가 사람이 필요하길래 자리를 옮기게 됐다. 같이 일을 시작한 게 오픈 6개월 후였고 그때는 정말 이 일이 생존과 같았다. 아이도 없어서 계속 둘이 집에도 안 가고 일하다 사무실에서 자고 사무실이 집처럼 생각되는 때였다. 조금 더 규모가 커지고 나니 일할 때 부딪히기 시작했다. 나는 거꾸로 내가 더 감정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서로 바라보는 게 다른 것 같다. 하지만 싸우면서 했던 게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의지도 되고 아마 나 혼자 하라고 했으면 잘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서로 좋은 조언자이자 동지다. 어려운 점은 있었지만 여기까지 잘 왔다는 생각이다.

# 서울시립마포실버케어센터
“노인시설…이젠 도심 속으로 들어온다”
장윤규: 마포실버케어센터부터 이야기해보자. 사실 노인 관련 시설은 우리의 파이널 하우스 아니겠나. 일부 사람들은 혐오 시설로 생각해서 반대하고 민원 넣고 있지만 고령화 시대에 피할 수 없는 건축 유형이다. 두 분이 그런 전형을 만드는 최전선에 있다 

김상길: 케어가 필요한 노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실버케어센터는 치매노인과 심혈관 질환에 의한 중풍 등으로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모시는 곳이다. 이런 유형의 환자에게서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자존감 회복’에 대한 것이다. 최근 노인 환자에 대한 연구는 시설에서 케어되고 있는 노인들의 자존감의 회복이 강조되고 있다. 마포실버케어센터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이분들의 자존감을 갖게 할 것인가 하는 게 첫 번째 고민이었다.
과거 일본에서도 군대의 내무반처럼 700명씩 수용하는 케어센터를 운영하였는데 대부분 산 속 같은 고립된 지역에 위치하고, 거기에 머무르고 있는 노인들은 다들 하나같이 풀이 죽어 있었다. 그 다음 발전된 단계가 그룹 홈 방식이다. 가정집 형태로 한 방에 수용인원을 4~5인으로 줄이고 단위를 나눠서 그룹 단위로 케어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립마포실버케어센터 역시 4인을 4개의 그룹으로 엮어 16인이 하나의 유닛이 되고, 거기에 관리사가 팀으로 케어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그룹 홈이 나누어져 각 그룹간의 관계와 각 개인과 방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한 건축적 주제가 된다.
유닛은 집이 되고, 그 집들을 연결하는 통로는 마치 동네의 골목길처럼 많은 틈이 생긴다. 16명의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노인이 하루 동안 다양한 선택의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설계의 개념적 목표였다.
건축의 형태에서도 여러 집들이 모여 한 동네처럼 느끼도록 하였는데, 매스를 유닛 단위별로 분절하고 지붕도 매스 별로 분리해서 여러 건물이 중첩된 것 같은 느낌을 주어 여러 집이 합쳐져 있는 느낌을 갖도록 하였다. 개개인이 모여 하나의 마을과 사회가 되듯이 노인들이 그 안에서 자신의 집을 인식하고 또한 본인의 아이덴티티 인식하길 바랐다. 이것이 서울시립마포실버케어센터의 건축적 주제다.


김희옥: 내 집에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공간이 구성되고 그곳에서 벗어나면 동네에 마실 나온 것 같은 느낌. 또 개인적으로 혼자 있고 싶을 때는 독립적인 공간으로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존감을 느끼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그 안에서 자신의 집을 인식하고 또한 본인의 아이덴티티 인식하길 바랐다. 이것이 서울시립마포실버케어센터의 건축적 주제다.
마포센터는 서울창업허브와 50+캠퍼스가 한 캠퍼스 안에 있다. 미리 지어진 시설들과 공간적으로나 이용자들 간의 접촉과 조화 등을 고민했다. 현재는 공사 중이며 내년 연말 개원예정이다. 

김상길: 서울시립마포실버케어센터는 서울시에서 만든 공공 실버케어센터 1호이다. 앞서 장 대표가 전형을 만든다고 했는데 이런 부분 실감을 느낀다. 송파에도 이제 실버케어센터 설계공모가 있었는데 출품한 70여 작품의 반 이상이 마포실버케어센터와 비슷한 안을 냈다. 그런데 송파는 왕복 8차선 앞에 위치한 지형이다. 그러므로 당선 안은 건물의 존재감을 강하게 표현한 안이었다. 저희의 1호 안에서 참고할 내용은 케어 받는 노인에 대한 존중과 이에 대한 건축적 제안인 것이지 형태적 유사성이 아니다. 
▲김상길 에이텍 대표/사진=더리더

장윤규: 실버센터를 ‘집’처럼이라는 개념이 제일 중요한 거 같다. 이 외에도 창업센터와 50플러스 캠퍼스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다 보니 젊은 사람과 노인의 교류나 인식 변화 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김상길: 일본은 동네 안에 묘지나 실버케어센터 등이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세대 간 분리가 지역 공간에서 잘 일어나지 않고 있다. 실버케어센터 내의 식당이 음식이 맛이 있어 동네의 젊은 세대가 방문해 식사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우리도 그렇게 변해 갈 것이다. 이런 모습을 기대하며 50플러스 캠퍼스 방문객이 노인들과 함께 어우러져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를 건물 1층에 만들었다. 목표는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외부인과 접촉하는 기회를 만들자는 거다.

다만 마포의 실버케어센터는 장소가 도로 쪽이 아니라 단지에 들어서 있어서 외부와의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것과 그러한 역할을 기대하긴 어렵다. 카페는 캠퍼스 안의 이용자들에게 구심점 역할을 하는 중앙의 정원에 면하여 그들의 모두의 공유 공간이 될 수 있는 정도가 기대수준이다. 


장윤규: 개인적으로 실버센터의 사회적인 교류에 대한 부분이나 민원을 감안했을 때는 복합적 기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사실 지역에 실버케어센터가 진입하려면 민원이 굉장하다. 그렇기 때문에 실버센터만 만드는 게 아니라 주변과 연계될 수 있도록 복합시설을 함께 만드는 게 중요하단 생각이다. 어떻게 보시나

김상길: 노인시설을 지금은 반대하지만 사실 약간의 시간이 흐르면 서로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게될 것이다. 지금은 아직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그 단계로 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앞으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앞으로는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당장은 어린이 시설과 같은 마당과 일부 시설을 공유할 수 있는 용도의 시설을 같은 두는 것은 그러한 반대를 물리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초 고령화 사회가 되어 건강한 70대 노인이 더 아픈 90대의 중증 노인을 케어하는 상황이 되면 이런 시설이 우리 주변으로, 가까이 오게 되고 그러한 상황에서는 굳이 반대를 극복하기 위해서 다른 시설을 공유하기 보다는 사회적 관계를 건강하게 하기 위한 노력으로 노인과 장애, 어린이 시설 등이 같이 있는 복합복지의 방향도 적극 검토하여야 한다.
▲김희옥 대표/사진=더리더
김희옥: 일본의 경우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거주 불편한 노인을 위해 건강한 노인이 심부름을 해주기도 한다. 이런 일을 하는 건강한 노인들의 조합이 있고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여기 연락해서 도움을 받는다. 시간당 페이를 받고 청소도 해주고 지역에 노인 일자리를 창출한다. 약간 앞서가는 이야기지만 노인 관련 시설을 많이 만드는 것 말고 다른 방식으로 우리 삶 속에서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신월동 종합사회복지회관
장윤규: 신월동 종합사회복지관은 노인복지센터와 데이케어센터가 들어가지만 어린이집이나 도서관 등의 문화 시설이 함께 들어가면서 지역주민에게 거부감이 줄어든 거 같다. 

김희옥: 재개발을 하면서 서울시에서 기부체납을 받은 땅이 있었다. 이곳에 지역주민을 위한 도서관, 헬스장 등의 편의시설과 어린이집, 노인복지센터 및 데이케어센터 등이 들어서 지역의 복지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게 다양한 이용자들과 함께 지역사회와 이 건물이 잘 교류하도록 식당을 폴딩 도어로 개방이 가능하게 설계해 마을 행사나 바자회 같이 구심점 역할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삼각형의 땅이라 삼각형 매스가 적합했다. 층마다 용도가 다르다. 층마다 발코니를 만들고 상부 층에는 중정을 계획하여 각 프로그램 별로 별도의 좋은 외부 공간을 만들어 주려 하였다. 각 프로그램이 별도로 작동될 수 있지만 서로 통합되는 공간구조를 만드는 것이 디자인 컨셉이었다. 

김상길: 사실 이러한 복합 복지 건물에서는 사용자 입장에서 어떻게 잘 분리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특히 어린이집에서 다른 시설과 철저하게 분리를 요구하는 것은 행정청 내의 관리부서가 다르고 지원이나 관리가 전혀 다른 체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과도하게 분리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공용시설이나 마당 등을 통합하고 사용자들간의 좋은 교류가 일어나도록 하는 목표는 공간 안에 조용히 담겨 있을 뿐이지 드러내놓고 주장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장윤규: 공공에서 관여하다 보면 부서가 통합운영이 안 되고 어린이, 노인 전부 다 따로다. 그러다 보니 서로 자기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희옥:사실 건축물 관리는 건축가들의 영역에서 벗어난다. 신월동 종합사회복지회관도 부서 간의 경쟁이 치열했다. 기존의 복지회관과 다른 특징은 땅과 프로그램의 관계 그리고 층마다 다른 프로그램들이 각각의 외부 공간을 갖으며, 공용공간에서의 통합을 강조한 점이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 #서울시립어린이병원
“과정의 진지함이 기억에 남아”

김상길: 서울아동병원 프로젝트가 기억에 가장 오랫동안 남아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진지함 때문이다. 초기의 시립아동병원은 입원 아동의 대부분이 유기된 채 늦게 발견되어 장애가 깊은 아이들을 모아 돌보던 병원이다. 주로 뇌성마비, 정신박약, 경련성질환 등을 앓고 있는 복합 중증 장애 어린이들로 보호자 없이 치료와 관리를 받으며 짧게는 2~3년에서 길게는 18년까지 그곳에서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이 아이들의 특성과 이 공간의 성격에 대해서 설명만으로는 감이 오지 않았다. 설계공모가 시작되었을 때 공모에 참여했던 저희 팀들이 전부 이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2틀간 하였다.
아이들을 산책도 시키고, 씻기고 먹이고 해보니까 이 아이들이 필요한 게 뭔지 감이 오더라. 

김희옥: 일광욕을 시키고 싶은데 나갈 수가 없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햇살을 비춰주고 싶다는 말에 발코니를 많이 만들었다. 
▲서울시립어린이병원/사진=에이텍건축사사무소 제공
김상길: 대지 형태에 따라 도로변 건물이 길게 남쪽을 향해 자연스럽게 길어져 건물의 형태가 배처럼 느껴졌다. 인생을 두고 긴 항해라고 하지 않나. 태어나서 기쁜 순간, 즐거운 순간, 또 험한 순간을 겪다가 어디엔가 정착을 해서 막을 내린다. 이 항해 과정이 이 병원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중증 장애 어린이들에게 병원은 그 자체로 인생의 항해를 담는 배가 되어야 하고, 이러한 생각이 공간들 전체에 스며 있었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발코니를 많이 확보해서 그곳에서 평생을 지내는 아이들이 다양함을 느끼도록 했다. 건축가가 이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배려가 자연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었다. 노인들에겐 ‘자존감’을 높이게 한다면 아이들에게는 자연을 경험하게 하는 것들이 건축가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유기 어린이가 거의 없어지고 이 병원은 자폐어린이에 대한 교육 시설 운영도 어린이병원이 맡게 됨에 따라 발달센터 추가 설계 건 역시 직접 맡았다. 병원의 이름도 시립아동병원에서 시립어린이병원으로 바뀌었다.
발달센터에 오는 자폐어린이를 케어하기 위해서는 부모 1~2명이 따라온다. 그들도 환자 못지 않게 휴식이 필요하다. 그들을 위해서 건물 복도를 각 치료실에서 분리해서 아이들의 치료나 교육을 진행하는 동안 휴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부모들끼리 커뮤니티를 활성화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하였다. 나름대로 실험적인 시도였다. 하지만 이 작품에 대해서 실망이 크다. 우리나라의 발주 제도가 그렇듯 수준이 안 되는 시공사가 입찰과정에서 낙찰이 되었고, 시공하는 과정에서 실망스러운 부분이 자꾸 생겨났다.

김희옥: 건축적 완성도는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도로와 맞닿은 본관의 모습은 의도대로 된 것이다. 그 건물 자체가 시공의 완성도보단 아이들이 집과 같은 아늑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건물의 느낌을 보면 세 개의 코어를 중심으로 집 같은 느낌을 주는 입면 형태를 갖고 있고, 복도를 따라 덱크로 나오면 가로와 차들이 다니는 도시를 볼 수 있는 공간구조를 가지고 있다. 복도 자체도 단순하게 지나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이 일어날수 있도록 놀이터에 가는 듯한 느낌도 주고자 하였으며, 그곳을 이용할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즐거웠다. 그게 벌써 10년도 넘었는데 아직도 마음에 와 닿고 감동으로 남아 있는 그런 작품이다. 출퇴근길에 그 건축물을 보면서 항상 우리 의도대로 아이들이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미래주거는 #오렌지네트워크
“새로운 아파트 형태는 폐쇄에서 오는 부작용을 타파하는 것”

장윤규: 앞서 나온 실버타운과 아동병원에서도 ‘집’의 느낌을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시대에 아파트가 가장 일반적인 주거 형태인데 어떻게 구성하는 게 좋을까

김상길: 우리나라 주거의 대표적 형태인 아파트의 부정적인 면을 본다면, 고립된 도시의 섬이다. 그렇게 된 이유가 삶에 필요한 생활 서비스 시설을 아파트 지으면서 만들어놓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만 이용하고 유지하는 폐쇄적인 곳이 우리나라 아파트다. 아파트만 벗어나면 그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노인정이나 아파트의 유지보수 관리, 피트니스센터 등은 아파트 문 밖으로 나오면 사라진다. 사실은 각 주거지역에 생활서비스의 제공을 위한 모든 시설과 시스템은 국가에서 제공하여야 함에도 국가에서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아직 저개발 상태에서 국가는 국민의 복지를 위해 국가 재정을 들이는 대신 아파트에서 스스로 만들게 하였다. 새로운 아파트 주거 형태는 폐쇄에서 오는 부작용을 타파하는 것이다. 
▲세 건축가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상길, 장윤규, 김희옥 건축가/사진=더리더

도시의 가로의 연속된 건물들이 이루는 파사트가 아파트 단지 안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그러한 건축적 연속성으로 인해 보행인은 단지 안으로 쉽게 인도되도록 하는 방식이 그러한 시도의 한 방법이다. 내가 단지를 걸으면서도 남의 단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걷게 되는 아파드, 도시와 연결된 공간으로 그곳의 안에 사는 사람과 밖에 사는 사람들의 접점이 쉽게 이루어지고 서로 공유하고 공개되는 커뮤니티의 시설의 존재는 다양한 사람들이 좋은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커뮤니티의 구성에 있어서 작은 도서관이나 텃밭 같은 관심사를 같이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단지 안에 촘촘하게 배열하면 같이 이용하는 시민들은 아름다운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고 도시의 삶을 행복하게 인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MP(총괄계획가)로 활동한 고덕강일 지구에서 계획개념으로서 오렌지 네트워크는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 전체 6개의 단지가 있는 2구역과 5개 단지가 있는 3구역에서 오렌지 색으로 포장한 길로 접어드는 순간 모든 아파트는 아무런 장애 없이 다 연결될 수 있는 보행의 흐름을 만들고자 하였고, 오렌지 네트워크를 톻해 모든 단지의 커뮤니티 시설과 텃밭 등을 방문하고 경험하는 아파트 단지가 되는 것이다. 설계공모가 나왔을 때만 해도 오렌지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지침은 있었지만 실현은 어려웠다. 당선작을 다 연결한 도면을 같이 펴 놓고 MP와 위원들, 설계자들이 같이 앉아서 ‘오렌지 네트워크’라고 부르던 길을 직접 그렸다. 실제로 좋은 방향으로 단지를 이끌어가면서 발생하는 커뮤니티와 좋은 시설들, 카페, 가든 등이 서로 공유되는 곳이 됐다.사실 MP라는 역할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장윤규: SH공사나 LH공사가 주거문화에 있어 많은 실험을 한다. 민간에서도 그 역할을 못했지 MP제도가 생기면서 건축가가 참여하면서 새로운 방향 제시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본다.

김희옥: 고덕강일 지구는 아파트 주거 변화에 시작점이다. 

김상길: 초기에 고덕강일지구 MP로서 주장한 것은 건물 100동을 100명의 건축가가 나눠서 설계하자는 것이었는데 SH공사의 강력한 반대에 부딕쳐 실현되지 못하였고, 11개의 단지를 4명 이상의 건축가가 참여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대체되었으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단지의 규모를 더 작게 했어야 한다. 그래야 개방되고 공유 가능성들이 커진다.
다른 시도로서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SH)공사가 준비하는 경의선숲길이 끝나는 서대문구 연희동 교통섬(4689m²)과 은평구 증산동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앞 증산빗물펌프장 터(6912m²)에 2022년까지 모두 500명이 입주할 공공주택을 건축하는 ‘청년 맞춤형 컴팩트시티’ 에 MP 코디네이팅을 했다. 

이 두 곳은 청년 임대주택을 세우는 것으로 설계공모의 프로그램을 보통 아파트에서는 세대수를 제시하지만 이 경우에는 연희는 100세대와 100인의 청년을 수용하는 주거, 증산은 100새대와 200명의 청년을 수용하는 주거를 제시하도록 하였다. 청년 200명, 300명이 한 동의 공동주택에 살면서 어떤 사회적 형태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 좋겠는가 이를 건축가들이 제시하고 그에 맞는 건축공간을 제안하라는 것이 이 설계공모의 목표였다. 

이 공모의 내용 중 중요한 부분은 연면적의 40%가 커뮤니티 시설로 계획하는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낼 커뮤니티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공동주택을 바꾸는 방식은 디자인을 바꾸는 게 아니라 결국 거기에서 어떤 삶으로 인도하느냐가 중요하고 이런 것을 공간과 형태화로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중요하다.

장윤규: 바로 그런 방향성에 대한 결정이 공공건축가나 총괄건축가 제도, MP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을 잘하기보다 도시의 발전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설정하고 연결점을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공공건축가의 역량이 중요해지는 타이밍이다.

#건축정책은 #업그레이드 중
“‘공공건축특별법’ 제정…입찰제 바꾼다”

장윤규: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민간위원을 맡고 있다. 건축 정책이 사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 진행하는 내용 중 큰 맥락은 어떤 것이 있나

김희옥: 가장 큰 건 공공건축에 대한 새로운 방향이다. 이전에 관공서는 일종의 제한된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런데 이제는 생활형 SOC를 통해 공공건축 자체가 우리 일상으로 들어왔다.
승효상 위원장님은 좋은 동네건축이 주거의 삶을 바꾼다고 말한다. 제대로 된 건축가가 설계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인 ‘공공건축특별법’이 곧 제정 발의 공표될 것이다.

각 지자체마다 총괄건축가와 공공건축가제도를 의무화 하여 실력있는 건축가가 제대로 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도시와 건축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서울시와 영주가 모범사례이다.
입찰로 인해 설계가 도면 몇 장으로 만들어졌던 시스템에서 벗어나 설계비 1억원 이상은 AURI에서 사전검토를 받은 후 설계공모로 진행될 것이다. 전문가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통해 심사위원을 선정, 공개하고 역량있는 건축가가 선출되도록 할 것이다.
또 공공건축은 설계와 감리가 분리되어 시공 시 설계자 참여가 어려웠던 문제점을 설계 의도 구현을 제도화하여 설계자의 의도대로 시공 될 수 있도록 하였다.
건축가들이 가장 관심이 높은 건축심의와 허가제도에 대해서도 심의를 거치는 것은 극히 제한적으로 하고 인허가 절차도 간소화 하도록 하였다. 승효상 위원장 역시 “의사가 수술할 때 국가 허락을 받지 않는 것처럼 건축가도 그러해야 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가 작성하면 인정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수 많은 인증제도도 통합이 가능한 부분은 통합하여 행정업무에 시간과 비용을 줄이도록 힘을 쏟고 있다.

장윤규: 빌딩 짓는 데 심의가 인증부터 10개가 넘는다. 공공건축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심의 통과하다 보면 건축물이 다 망가지고 심의기준에만 맞는 건물로 변한다. 개인적으로 서울에서 건축을 한 단계 끌어올릴 기회를 심의제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에이텍건축사사무소의 대표는 김상길, 김희옥 의 투탑체제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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