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악플, 처벌 신속·확실성 높여야 효과”

피해자 공감성 높이고 표현의 자유보다 공익성 우선 논의 필요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20.01.14 08:0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공정식 교수
도를 넘는 악플로 인해 정신적인 피해를 넘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연예인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피해 사례는 계속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악플러들은 ‘그게 나 하나 때문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악플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잇따른 악플 피해로 인해 악플러 처벌 기준과 댓글 운영 매체의 책임 강화 등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악플을 다는 심리는 무엇이며 이렇게 병든 온라인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악플로 인한 연예인들의 극단적 선택은 ‘이미 굉장히 오래된 일’이라고 했다. 공 교수는 “매번 처벌기준을 강화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이런 사건이 발생하는 이유는 처벌의 엄중성만이 악플을 줄이는 데는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무리 처벌 기준이 강화돼도 현재 시스템에서는 악플러를 추적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고, 그 과정에서 ‘반드시 처벌된다’는 인식을 사람들이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악플에 대한 처벌의 신속성과 확실성을 높여야 함과 동시에 “피해자 공감성을 높이고, 표현의 자유보다 공익성이 앞설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악플과의 전쟁’ 시대다. 익명이란 이름 뒤에 숨어 악플을 다는 심리는 무엇일까
▶악플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검은 그림자가 익명이라는 가면을 쓰고 몰래 나와서 나보다 잘난 사람을 할퀴고 시기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어쩌면 모든 인간은 그런 심리를 조금씩은 갖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공감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그런 행동을 통제할 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악플을 다는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현실에서는 정상적인 사람처럼 행동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는 공감력이 없고 자기 존재를 과시하려는 심리가 작동한다.
그래서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성격을 소유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한 자신의 불만이 악플이라는 수동적 공격 방식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특히 자기보다 유명한 사람들을 공격하고 그것 때문에 그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그 유명한 사람과 동격이라고 생각하거나, 또는 그를 공격하면서 자신이 그보다 더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악플에 시달려 자살과 같은 일이 벌어지더라도 자기책임이라는 의식이 없다. ‘그건 너가 유명하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오히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식으로 행동하게 된다.
-경찰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10대 악플러는 줄고 40~60대 악플러가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사회적, 경제적으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중년층에서 악플러가 늘었다는 것은 저출산율 때문에 점차 10대는 줄고, 40~60대는 그대로여서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중년층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다. 중년층은 자녀양육과 부모부양을 동시에 책임지는 낀 세대로서 다른 세대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악플을 다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공격적 행동으로, 우리 사회 중년층들의 긍정적인 정서관리 능력이 약화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최근 악플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연예인이 잇따르고 있다. 현행법이 너무 약하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어느 정도로 강화해야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을까
▶악플은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되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모욕을 넘어 사이버 명예훼손을 한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상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온라인에서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만약 타인의 명예를 훼손시킨 내용이 거짓이었다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할 수 있다.
악플로 인한 연예인들의 극단적 선택은 한두 해 문제가 아니고 매번 처벌 기준을 강화해왔다고 볼 수 있음에도 상당히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것은 처벌의 엄중성은 악플을 줄이는 데 크게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처벌의 엄중성과 더불어 처벌의 신속성과 처벌의 확실성을 높이는 전략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에 의한 악플이다 보니 범인을 색출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문제를 해결해서 악플을 단 범인은 신속히 체포하고, 악플을 달면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관념을 악플러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범죄억제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와 함께 과거 거론됐던 인터넷 실명제 부활에 대한 의견도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일까 인권유린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일까
▶과거 인터넷 실명제가 시행될 때도 악플은 있었으나, 지금처럼 양과 질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악플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인터넷 실명제 도입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문제는 이것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성이 커서 흔히 말해 ‘반정부적인 의견을 낼 수 없고 사상적 표현조차 감시받는다’는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절충적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가령 익명으로 댓글을 써도 범죄로 보고 처벌이 필요하다면 추적해서 실명확인을 하는 것은 지금도 시행가능한 방법이다.

-외국의 경우 이런 악플로 인한 유사한 피해가 있나. 처벌 수위나 예방책은 우리나라와 어떻게 다른가
▶외국에서는 악플을 마음대로 달 수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악플로 인한 연예인의 극단적인 선택과 같은 사건은 드문 편이다. 중국은 댓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대표적인 언론사들 홈페이지에는 기사의 첫 화면에 달린 댓글을 보려면 한번 더 클릭을 해야 한다. 일본은 2002년부터 ‘프로바이더 책임제한법’을 제정하여 기사제공자가 악플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SNS에 올라온 악플에 대해 신고가 들어오면 24시간 안에 삭제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하면 SNS사업자에게 5000만 유로(약 650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처벌 외에도 댓글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할 텐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

▶악성댓글을 활성화하는 요인들로는 익명성, 비대면성, 집단성, 개인이기주의, 불신조장문화 등이 있다. 따라서 댓글문화 자체를 바꾸려면 결국 댓글의 익명성을 줄이고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소통을 더 강화해야 한다. 또한, 수많은 댓글 중 내가 쓴 글은 하나에 불과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피해자 공감성을 늘리는 것이 방법이 될 것이다. 익명성은 표현의 자유와 맞물리지만, 어떤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보다도 공익성이 우선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인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경기대 교정학과 88학번 1회 졸업생이다. 교정학과를 어떻게 택하게 됐었는지 궁금하다
▶원래 법학을 전공하려고 해서 알아보던 중에 교정학과라는 게 아시아 최초로 개설되었다는 홍보자료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 흔히 교정은 치아교정이나 문서교정 정도로 인식되던 시대였는데, 범죄자를 교정한다는 게 매우 흥미로웠다. 그래서 교정학과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교도관으로 재직하면서 상담심리학 석사, 범죄심리학 박사를 마치고 프로파일러의 길에도 들어섰는데, 교도관으로 일했던 경험이 계기가 됐나
▶교정학과를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교도관으로 근무하게 되었고 약 16년 근무하면서도 항상 공부는 했다. 교도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범죄심리학을 전공한 이유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교도소 안에서 본 범죄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라 생각됐는데, 그들이 저지른 일들은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니었다. 이들과 거의 함께 생활하면서도 이 사람들이 그렇게 흉악하다는 생각을 많이 안 해봤다. 교도관이었던 나도 그런 상태였으니 사회 내 일상생활 속에서는 더욱더 흉악범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고 틈나는 대로 공부해서 박사학위까지 받게 됐다.
범죄심리학을 전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프로파일러의 길로 가게 되었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프로파일러라기보다는 범죄심리학자의 길로 가게 되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프로파일러는 수사상 용의자의 범위를 축소하는 등 조력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나는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주로 대학교에서 프로파일러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을 육성하는 일을 더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 밖에 법원으로 의뢰받은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분석, 피고인의 재범위험성 등과 같은 일도 범죄심리학자들이 한다. 

-최근에는 범죄자의 범행수법과 함께 심리분석이 수사에서 점차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는가
▶최근에 화성연쇄살인범 이춘재를 자백으로 이끈 것은 심리학으로 무장한 프로파일러들의 역할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용의자의 범위를 좁히거나 범인의 심리적 특성을 파악해서 범인을 추정해가는 과정들을 통해 범인 검거에 기여한 면이 있다. 특히, 과거에 물증확보가 어려워 범죄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웠던 성폭력이나 뇌물 사건 등에서 사건관계자들의 진술을 분석하여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도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수사에 있어 심리분석의 영향은 지대하고 앞으로 더 확장·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가 변화됨에 따라 범죄의 형태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강력·흉악 범죄 발생률이 늘고 있는데 해결책은 없을까
▶범죄는 인류의 역사와 그 시간이 같다고도 한다. 범죄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범죄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개인과 사회, 국가가 함께 공조해야 가능한 일이다. 개인은 두려운 범죄사건이라도 회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야 되고 사회와 국가는 범죄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두면서도 범죄발생 후에 범죄자의 처벌뿐만 아니라 피해자 보호에 더욱더 배려하는 노력을 한다면, 범죄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는 가능하다고 본다.

-앞으로 대한민국 ‘범죄와의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젊은 시절에는 범죄자들을 교정·교화하는 일에 종사하다가, 또 한동안은 강력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에 재능기부 차원에서 자원봉사를 한 바 있다. 그렇게 30년 세월을 범죄와 관련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같이 문제를 해결해나가고자 연구하면서 살아왔다. 지금도 출소자와 그 가족들의 사회적응을 돕는 일에 참여하고 있는데, 만약에 기회가 더 주어진다면 앞으로는 회복적 관점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진정한 사과와 용서를 통해 우리 사회가 더 신뢰 있는 사회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



공정식 경기대학교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경기대학교 법학 학사 교정학전공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 석사
경기대학교 대학원 범죄심리학 박사
행정안전부 국가공무원 시험 출제선정위원
성공회대학교 시민사회복지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한국피해자지원협회 피해상담사 자격관리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자유권분과 전문위원
대법원 법원행정처 전문심리위원
現 행정안전부 (사)안전문화포럼 이사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정치/사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