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진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한강몽땅 총감독 ‘한강’의 가치, 몽땅 느끼고 나누자

“한반도 절반의 역사와 문화 지녀…시민에게 돌려주는 경영을”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정면 기자 2020.01.03 19:15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세계적으로 강이 있는 곳이면 유명 축제가 열린다. 런던 템스강축제, 싱가포르 리버페스티벌, 호주 브리즈번 리버페스티벌, 오스트리아 도나우인셀페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강축제로 인해 시민들은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인파가 찾아 관광자원으로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2013년 한강의 행복을 시민들에게 몽땅 드린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한강몽땅’ 축제가 있다. 한강몽땅 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서울을 넘어 아시아의 대표 축제로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윤성진 총감독을 만나봤다.

▲윤성진 '한강몽땅' 축제 총감독./사진제공=서울시 한강사업본부

-‘한강몽땅’? 어떤 의미가 담겼는가
▶한강에도 제대로 된 축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구상에 따라, 이미 개최해오던 문화행사들을 공모해 새로운 기획 프로그램을 합쳐 시민주도형 축제로 만들었다. 시민들이 직접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골라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축제이다. 축제명칭도 ‘XX축제’라는 명칭을 쓰지 않고 ‘한강행복몽땅프로젝트’라는 명칭으로 출발했다. 2회 차부터 ‘한강몽땅’으로 명칭변경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몽땅’이라는 단어의 어감 때문에 반론도 만만치 않았지만, 지금은 타 기관에서 축제 작명요청이 들어오는 걸 보면 좋은 이름인 것 같다. ‘한강행복몽땅프로젝트’를 ‘한·강·몽·땅’ 네 글자만으로 작명한 것은 아니다.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한강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시민들에게 몽땅 드린다’는 의미도 있다. 그리고 몽은 夢(꿈), 땅은 土(흙=강변=자연)의 의미를 담고 있어, ‘한강이라는 자연(土)에서 문화로 펼치는 서울의 꿈(夢)’을 의미한다.

-‘한강몽땅’과의 인연이 궁금하다
▶‘한강몽땅’축제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 한강사업본부가 자체적으로 추진됐었다. 2회 차부터 민간전문가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총감독으로 참여했다. 벌써 6년이 됐다. 총감독 재임기간 중 한강사업본부장만 5번 바뀌었다. 어떤 분들은 제가 한강사업본부 직원인 줄 안다. 한강몽땅축제와 함께 2회차 부터 7회까지 긴 인연으로 이어온 결과라 할 수 있다.

-7년째 이어온 ‘한강몽땅’ 페스티벌, 어떤 축제인가
▶‘한강몽땅’은 한강을 테마로 펼쳐지는 서울의 대표 여름축제다. 행사장의 규모, 축제의 기간, 프로그램의 수, 참여자 수 모든 면에서 서울을 대표할 만한 규모를 갖고 있다. 한강은 남북한을 통틀어 국내에서 네 번째로 긴 강이다. 강 유역 면적과 유량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온 ‘한강’은 가장 큰 수자원이었고, 물자와 사람들의 이동 통로였으며, 먹거리를 조달하는 천혜의 어장이었다. 또한, 여름에는 강수욕, 겨울에는 얼음판 놀이터로 변하는 우리 일상과 뗄 수 없는 삶의 원천이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접근이 어려워지고 둔치가 사라지면서 과거에 한강을 어떻게 누려왔는지 잊게 되었고, 그저 지금은 풍경이며 관조의 대상, 산업화의 상징 정도로 여겨져왔다. 다행히 10여 년 전부터 한강 접근로 개선과 공원이 조성되고 자전거길이 만들어지고, 숲이 우거지기 시작하면서 한강을 시민들이 다시 찾게 되고 ‘소풍’, ‘산책’, ‘치맥’, ‘배달음식’, ‘돗자리’, ‘버스킹’, ‘자전거’, ‘유람선’ 등 시민들의 ‘한강습관’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한강몽땅’은 시민들에게 잊혀졌던 한강의 문화적 사용법을 되살려, 한강을 누리고 지키며 살아온 방법을 알려주고 새로운 사용법을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이다.

▲'한강몽땅' 축제 공원별 프로그램/사진제공=서울시 한강사업본부

-‘한강몽땅’에는 어떤 프로그램들이 있나
▶한 달간 11개 한강공원 전체에서 ‘감동한강’, ‘시원한강’, ‘함께 한강’이라는 3개의 카테고리 아래 9개 분야별로 80여 개 프로그램이 시민들을 찾아간다. 10개 이상의 대표 프로그램이 브랜드가 되고 있다. 종이배경주대회, 다리밑 영화제, 워터피크닉, 나이트워크 42K, 시네마퐁당, 한강썸머뮤직피크닉, 다리밑헌책방축제, 한강빌리지, 요트체험과 킹카누 체험 등이 킬러 콘텐츠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강몽땅’이 플랫폼형 축제를 지향한다고 하는데 ‘플랫폼형 축제’란
▶우리나라는 20세기 초부터 오랜 기간 축제의 단절 기간이 있었다. 그래서 축제 나이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젊다. 그런 이유 등으로 인해 공공의존도가 심하다. 심한 공공의존도는 관 주도적이며 정치적 영향에 의해 좌우되는 축제를 만들어왔다. 그래서 요즘 축제의 지속가능성이 화두가 되고 있다. ‘한강몽땅’은 공공에서 주최하는 축제이지만, 공공예산에만 의존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적극 유치해 참여단체들이 각각 독립적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민간의 자발적 참여 프로그램을 인큐베이팅하면서 한강몽땅을 축제들의 축제, 자발적 참여와 협력을 통해 만들어지는 축제라는 의미로 ‘플랫폼형 축제’라고 부르고 있다. 매년 공공예산의 직접 지원 없이 이뤄지는 민간협력사업과 공공협력사업의 규모를 키워오고 있다.

-7년 동안 성과와 함께 아쉬운 점도 있을 텐데
▶예산의 한계로 인해 긴 기간의 축제를 홍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한강몽땅’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대만큼의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또한, 야외축제이다 보니 매년 태풍, 폭염, 폭우 등 재난수준의 기상이변이라는 원천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아울러 한강변이 많은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다 보니, 소음민원이 많다. 큰 규모의 공연이나, 행사를 추진하는 데 늘 어려움이 있다. 축제는 자유로운 일탈이 중요한데, 시간제한, 음량제한으로 인해 제대로 축제다운 일탈을 경험하기 힘들다. 이런 점들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강몽땅 기간 중 하이라이트 기간인 15일만이라도 ‘시민휴가기간’을 설정해 한강변 주민들도 시민들과 함께 한강을 누리고 즐기는 축제기간에 함께 참여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한강몽땅' 축제 워터피크닉./사진제공=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약 1개월의 긴 축제 기간 동안 안전사고가 없었는데 비결이 있다면
▶‘강’, ‘물’에 대한 위험성을 내포한 한강 전역의 야외축제에서 31일간 온갖 종류의 행사를 펼쳐왔지만, 아직까지 시민들이 심하게 다치거나 하는 대형 사고가 없었다. 하늘의 보살핌이라고도 생각한다. 한강사업본부는 수십 년간 한강관리를 하면서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운영해온 곳이다 보니 우천, 침수 등 다양한 안전관리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 한강몽땅 역시 본부에 상황실을 설치하고 11개 한강공원안내센터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실시간 안전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축제를 운영하고 있다.

-한강을 활용한 지속가능 축제를 표방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왔는지
▶한강은 서울 최대의 자연이다. 한강공원의 총 면적은 뉴욕센트럴 파크의 2.8배에 달하며, 한강 수상까지 합친 한강유역의 면적은 서울 전체 면적의 약 7%에 달한다. 외국인들이 남산과 함께 한강을 서울의 랜드마크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그만큼 한강이라는 자연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은 중요하다. 한강몽땅의 모든 프로그램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금지되고 있으며, 올해는 국내 최초로 지속가능성 감독을 위촉해 축제 전 기간 주요 프로그램에 대한 지속가능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플라스틱 제로, 일회용품 사용절감, 쓰레기 처리, 배리어 프리 등 선도적 가치를 실천하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인 서울인기 페스티벌에서는 참여시민들에게 다회용기를 대여하여 축제장에서 음식을 담는 일회용 포장용기를 없앴고, 플라스틱 컵을 없앴다. 전년도에 비해 쓰레기 배출량을 90%나 줄이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한강포럼을 다녀간 기억나는 해외연사들이 있다면
▶‘한강포럼’은 세계 ‘강축제’ 관계자들이 만나 ‘도시축제’와 ‘강축제’, ‘축제문화’에 대해 토론을 벌이는 국제포럼이다. 매년 2명 이상의 해외 강축제 감독을 초청했다. 지금까지 3년간 런던 템스강축제, 싱가포르 리버페스티벌, 호주 브리즈번 리버페스티벌, 오스트리아 도나우인셀페스트 등 유명 강축제의 축제감독들과 관계자들이 한강을 찾았다. 애드리언 에반스는 22년간 템스강 축제를 이끌고 있는 축제감독으로 런던에서 한 달간의 강축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세계최대 야외 음악축제인 오스트리아 ‘도나우인셀페스트’의 토마스 발트너 감독은 친환경 축제모델을 실천하고 있다. 한강몽땅은 2018년 템스강축제와 프로그램 교류와 홍보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했으며, 2019년에는 한강몽땅의 시민기획 프로그램 중 하나인 더무브의 ‘커뮤니티 댄스 프로젝트–빨간우산’이 템스강축제를 방문하기도 했다.

▲영국의 런던 타워브릿지 앞에서 공연하는 '빨간우산'./사진제공=더무브 윤성은

-해외 리버페스티벌과의 프로그램 및 인적 교류도 있었는데
▶‘한강포럼’에 참여한 축제들과 프로그램 교류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2019년에는 시민기획 프로그램으로 3년간 참여했던 커뮤니티댄스팀을 템스강축제의 총감독이 직접 선택하여 초청했고, 런던에서 2차례 공연을 했다. 템스강축제 최초의 해외 무용팀 초청사업이었다. 영국의 댄서들과 시민들이 3일간의 창작 워크숍을 통해 공연을 만들고 런던시청 옆 광장인 더 스쿠프(The Scoop)에서 공연을 했다. 우산(Umbrella)은 영국신사들의 상징이고 빨강색(Red)은 런던시의 메인 컬러인데 이 공연 제목이 ‘빨간우산(Red Umbrella)’이어서 그런지 런던시민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공연영상이 템스페스티벌 홈페이지의 2019 행사소개 영상에 첫 번째 영상으로 올라가 있다. 이 외에도 2020년에는 오스트리아의 도나우인셀페스트에 초대되어 세계최대 축제의 친환경 운영 프로세스를 벤치마킹하는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축제 기간 동안 예산과 축제 재원 조성은
▶첫해 3억 원으로 출발했던 한강몽땅은 2019년 현재 약 13억 원에 달하는 공공예산(서울시)과 민간의 자부담 후원금, 입장수입 등을 합쳐 40억 원 가까운 사업비가 77개 프로그램을 제작, 운영하는 데 투입되고 있다. 한강몽땅의 자체기획 프로그램과 시민기획 프로그램은 공공예산+α(시민기획 자부담금)로 추진되고, 민간협력과 공공협력 프로그램은 참여단체 자체 조달로 이뤄지고 있다.

-‘한강몽땅’을 키워드로 정리한다면
▶2019년 ‘한강몽땅’은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뽑은 서울시 최고의 정책사업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 사업으로 선정되었다. 서울 최대의 자연이며, 서울시민에게 자연이 선사한 최고의 자산인 ‘한강’의 가치를 외국인들이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한강몽땅’을 몇 개의 키워드로 정리하면 시민의 관점에서는 ‘감동’, ‘피서’, ‘자유’, ‘강바람’, ‘자연’, ‘소풍’, ‘야경’, ‘일탈’ 정도가 아닐까? 축제를 기획하는 총감독의 입장에서 ‘한강몽땅’은 ‘한강’, ‘Festival of Festivals’, ‘협력’, ‘참여’, ‘공존’, ‘환경’, ‘자율’, ‘네트워크’, ‘플랫폼’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2020년 ‘한강몽땅’ 성공 개최를 위한 정책적 제언이 있다면
▶아직도 우리는 한강이 가진 가치를 30%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와 한강사업본부는 ‘관리’의 관점을 넘어 ‘가치경영’의 관점에서 ‘한강’이 가진 가치인 경관, 공원, 자연, 생태, 휴식, 건강, 문화를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경영을 펼쳐야 한다고 본다. 자연은 우리에게 스마트폰을 줬는데 우리는 그것을 전화 용도로만 사용한다는 느낌이랄까? 그런 점들이 아쉽다. 그리고 한강은 서울시만의 것이 아니다. 남한강과 북한강을 통틀어 서울에서만 11개 지자체, 한강상류와 하류까지 포함하면 30여 개에 달하는 지자체가 한강과 접해 있다. 494km에 달하는 한강은 한반도 절반의 스토리, 자연, 역사, 문화를 담고 흐른다. 한강몽땅은 한강수계 지자체들과 함께 개막축제를 개최한다. 올해 10개 지자체가 한강수계 통합 프로젝트로 100년 전 마포나루를 재현한 ‘한강빌리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한강수계의 모든 지자체가 한자리에 모이는 날까지 계속 노력할 예정이다. 한강에서 ‘한강몽땅’ 기간만이라도 한강수계 지자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강’의 가치를 함께 느끼고 프로젝트에 동참하며, 지자체들 나름의 한강몽땅 같은 강축제를 연중 펼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PROFILE
윤성진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한강몽땅 총감독
-現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한강몽땅 총감독(2014~2019)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공연예술학 석사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문화학 박사 과정
-前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겸임교수(2010~2014)
-前 안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2005~2012)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신년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hoi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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