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혜선 정의당 의원, “초선 비례로 발로 뛴 4년, 도약할 준비 완료”

안양시동안을 지역 출마, 낮은 곳 민생부터 챙기는 정치할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19.12.10 15:23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추혜선 정의당 의원
“제가 오늘 하루 종일 시민들이랑 김장하고 오느라 옷이 이렇습니다. 양해 해주세요.” 

추혜선 정의당 의원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안양시 지역 사무소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추 의원은 정의당 비례대표이자 경기도당 안양시동안을 위원장이다. 그는 “안양은 굵직한 정치인을 배출한 정치의 바로미터 지역”이라며 “저 같은 비례대표 초선의원이 터를 잡기란 쉽지 않아 지난 4년간 정말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시민들과 추억을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추 의원은 소수정당의 특성상 당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내년 총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뿌리 깊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법개정안을 발의하고, 대기업 갑질피해 증언대회를 여는 등 항상 사각지대와 약자의 편에 섰다. 추 의원은 “다시 한번 봉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진보정당이 시정을 운영하면 어떻게 내 삶이 변하고, 이 도시가 변하는지 안양에서부터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Q: 20대 국회를 지내온 소감은
국회의원 300명 모두 국회에 입성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았겠나. 제가 국회에서 만난 의원들은 각자의 전문분야가 있고, 평생을 그 분야에서 헌신했던 분들이었다. 그런 국회의원들이 제시하는 정치 담론은 우리의 삶을 규정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기에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가 20대 국회에서 느낀 건, 그것이 결코 제대로 된 담론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얼마 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가 시작되고 단 하루도 부끄럽지 않았던 날이 없다’고 말했다. 저 역시 그 말에 공감한다. 20대 국회를 지내오면서 가장 많이 울었고, 의정활동 하면서 제일 자주 갔던 장소가 장례식장이었다. ‘이런 정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암울하고 고통스러웠다. 제대로 된 담론은 치열한 격론이 벌어질지라도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지키면서 우리 정치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키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와 국회는 보수와 진보의 서로에 대한 비난만 남았다. 그래서 민생이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Q: 비례대표이자, 정의당 안양시동안을 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무실도 2017년부터 안양이었는데
안양은 정치의 바로미터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안양의 선거판을 보면 전국이 보인다고 한다. 안양은 정치 역사적으로 굵직한 정치인도 많았다. 정의당같이 작은 당에서 민생을 챙기다가 이름 없는 비례대표 초선의원이 와서 터를 잡기란 쉽지 않았다. 거대 정당에서 활동하는 것보다 10배는 더 움직여야 했다. 특히 안양은 다선 의원의 텃밭이다(현재 안양시 동안구을은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5선 지역구). 저는 그래서 오히려 변화의 요구가 강하다고 본다.
그동안 지역의 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분들의 손을 잡아주고자 노력했다. 초선 의원이기 때문에 정치적 공방보다는 시민들의 삶에 밀착해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역의 뿌리를 튼튼히 하고 성장해야 다선이 됐을 때 부끄럽지 않을 거라 믿는다. 지금까지는 국민보다는 정당에 충성하고, 구도만 잘 만들면 선거에서 따놓은 당상이 되는 정치구조가 선거 때마다 반복됐다. 안양에 와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선거 때 아니고 국회의원을 처음 봤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손 잡아주는 사람, 이렇게 우리랑 편하게 이야기하는 국회의원도 처음이다’라고 하신다. 국회의원과 유권자 사이의 담을 확인했다. ‘현장에 나와 직접 담을 허물어야 민생 감수성을 지키면서 의정활동을 할 수 있겠구나’라고 체험으로 느끼고 있다. 지역사회에 그 어떤 이익도 바라지 않고 헌신하신 분들과 일단은 많은 추억을 만드는 게 이 지역에 온 정치인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Q: 안양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인가
제가 안양에 와서 아직까지 해결이 안 된 문제가 있다. 바로 연현마을의 아스콘 공장을 운영하는 제일산업개발과 주민들 간의 갈등이다. 2002년 아스콘 공장 근처에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아스콘 공장이 내뿜는 심한 악취와 배출물 때문에 주민들이 공장 폐쇄를 요구한 것이다. 2017년 3월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 대기정밀검사에서 발암물질인 벤조a피렌 등이 검출되면서 그해 11월 경기도는 공장 가동 중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명령기간이 끝나고 재가동 움직임이 보이면서 갈등이 다시 시작됐다. 공장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등교를 거부하고, 시위를 이어가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사태가 심각한데 안양에 있는 정치인은 아무도 현장에 가보지 않았다. 그때 한 지역 신문사 기자가 제게 도움을 요청했다. 직접 가봤더니 문제가 정말 심각하더라. 그래서 함께 플래카드를 내걸고, 경기도당에 주민들과 함께 항의도 했다. 엄마들과 계속 함께 싸웠다. 지난 지방선거 때는 이 문제를 이슈화도 시켰다. 그렇게 하니 비로소 지역구 의원도 신경 쓰더라. 국회에서 기자회견도 열었고 이종걸 의원(안양시 만안구)도 꼭 오시라고 했다. 그때 연현마을 아이들이 직접 편지를 써서 300명 국회의원한테 다 보냈다. 가장 기본적인 숨쉴 권리를 지켜달라는, 국회의원들에게 이 문제를 외면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이었다. 아직도 이 문제는 다 해결되지 않았다. 도심이 있기 전부터 공장이 있었기 때문에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개발 논리만 있고 도시계획이 잘 안 되던 때에 생긴 문제다. 국가와 정부가 시민들의 삶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행정적으로 불리할지라도 노력하고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Q: 정의당의 총선전략은 무엇인가
너무 많은 변수가 있는 가운데 총선 전략의 가닥을 잡고 있는 중이다. 우선은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이 어떤 범위로 통과될지에 따라 현실적인 선거전략이 나올 것이다. 정의당이 추구하는 가치는 ‘기득권 타파’다. 현재의 공고한 기득권 구조로는 어떠한 변화도 이끌어낼 수 없다.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저는 이것이 자유한국당 때문이 아니라 고질적인 기득권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대 기득권 집단에 대해 발을 건다든지, 짬짬이 정치를 하면서 민생은 외면하고 국민의 삶은 뒷전인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다.
또한, 지금의 정치구조는 정부와 여당이 실패해야 야당이 성공할 여지가 생긴다. 제가 정무위원회 소속인데 법안 하나도 제대로 통과가 안 되고 있다. 아마도 모든 상임위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걸 바꾸려면 국민들이 직접투표로 바꾸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표(死票) 방지 심리(소수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차선의 후보를 선택하기 위해 거대 정당에 투표하는 행위)가 있어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고 있다. 국민의 삶이 더 피폐해지기 전에 변화를 이끌 가장 빠른 방법은 이제 선거제도뿐이다. 삶의 현장에서 보면 너무 절박하다. 

지난달 12일,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관계자들이 12일 오후 자유한국당의 패스트트랙 폭력사태 관련 더딘 검찰 수사와 관련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항의방문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철 원내대표 비서실장, 김종민 부대표, 여영국 원내변인, 윤소하 원내대표, 추혜선 원내수석부대표, 신장식 당 사법개혁특위위원장/사진=뉴시스
Q: 요즘 불출마, 세대교체 이슈가 크다
얼마 전 이철희,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국회에 일침을 가하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굉장히 부러웠다. 거대 정당이기에 당당히 불출마 선언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정의당은 소수정당으로서 당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비례대표들은 무조건 다음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 불출마 선언을 할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부럽더라.
이철희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용퇴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여당의 혁신을 촉구하는 하나의 방법이고, 의미가 있다고 본다. 86세대가 후배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나간 자리만큼을 또 다른 사회 기득권으로 채우자는 것이 아니다. 청년들, 비정규직 집단, 삶의 희망을 잃은 사람들한테 국회가 공간을 열어주고 정치를 통해 정치에 희망을 갖게 하자는 것이다. 정치가 구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부분들을 바닥에 두고 이야기한 것 같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세대교체론이 정말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단순히 세대교체로만 이 사회가 변화된다고 보지 않는다. 청년들이 제대로 청년의 목소리, 미래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정치구도가 바뀌어야 한다. 기득권 구조 안에서 청년들을 시혜의 대상으로 여기고 공간만 열어줘서는 안 된다. 당에 충성하기만을 바라고, 힘의 논리가 작동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전체를 바꾸기는 힘들겠지만, 기득권 정치를 완화하면서 세대교체까지 돼야 변화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Q: 4년 동안 국회에서 했던 일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20대 국회 하반기에는 민생과 경제를 다루는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서 일했다. 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여러 갈등이 많은데 소위 ‘갑질’이라 불리는 부분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샘표 본사와 대리점주 간의 갈등을 해결했던 것이다. 사실, 대기업과 대리점이 싸우면 대리점이 결국 다 깨진다. 대기업 뒤에는 대형 로펌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법정 싸움에서 이들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저는 어려운 분들을 지키고, 그분들의 재기를 돕는 데 주력하면서 조율자 역할을 많이 했고, 실제 해결한 것도 많다.
이런 갑을 관계는 산업 구조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대기업이 하도급을 주면, 하도급이 다시 하도급을 주는 식이다. 그나마 1차 벤더(본사와 직접 거래가 있는 하도급)는 상황이 괜찮은데, 2차 벤더부터는 단가 후려치기로 굉장히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과거부터 수출 위주 정책이 이뤄지다 보니, 하도급 업체가 제때 납품기일이나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억울하게 법정구속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오래된 관습적 악법을 개정하기 위해 개정안을 냈고, 국회에서는 ‘대기업 갑질피해 증언대회’를 총 다섯 차례 열었다. 피해자들과 공정거래위원장, 중소벤처기업부장관도 와서 그 자리에서 직접 민원을 수렴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재선이 된다면 이 대회를 계속 할 생각이다. 

9월 17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전국대리점살리기협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장부조작' 갑질 실태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철저한 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Q: 엄마, 주부로서 추혜선은 어떤 사람인가
딸아이가 둘 있다. 큰딸은 대학을 졸업했고, 둘째는 대학교 3학년 학생이다. 주부로서 물론 집안일을 하고 있고, 딸들은 이제 성인이기 때문에 엄마로서 지금의 역할이라면 아이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이들과 대화하다보면 사회적 의제로 인해 갈등관계가 되기도 한다. 큰 딸은 기독교 신자인데 정의당에서 성적 지향을 개인의 정체성으로 보는 것에 대해 저에게 항의도 많이 한다. 반면에 작은 아이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응원하는 평화나비 활동을 하는 등 굉장히 진보적인 성향이어서 둘이 많이 부딪히기도 한다.
우리 두 딸은 친구들한테 “우리 엄마가 국회의원”이라는 얘기를 전혀 안 한다. 자기 사생활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다. 그리고 엄마가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알바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더라.(웃음) 엄마로서 두 아이를 낳고 경력단절의 고비를 넘고, 유리천장을 깨는 그 시간이 제겐 너무나도 치열했다. 후배 세대에게는 그런 치열함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Q: 본인의 정치철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자유롭고 다양한 갈등구조가 형성돼야 한다. 그리고 정치는 ‘정치공간’으로 갈등을 끌어들여서 설득하고, 논의하고, 조율하면서 합의해나가는 과정이 돼야 한다. 그게 정치고, 그런 조율의 과정을 거쳐 합의의 결과물을 내놔야 국민의 삶이 윤택해진다. 그런데 현실에서 국회는 양극화된 여론에 올라타서 선전과 선동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서 처절하게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삿대질하고 싸우는 게 정치가 아니라, 밤새워 토론해서 합의를 이뤄내는게 정치라고 생각한다. 정치의 기본 토대는 다를 수 있지만 제가 지향하는 정치는 그렇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
Q: 앞으로 계획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가 20대 국회 임기 시작할 때부터 했으면 좋았을걸 하고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 있다. 물론 국회의원으로서 민생을 챙기고, 내가 가진 권한으로 법을 바꾸고, 새롭게 만들어 어려운 분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하지만 청년들과 실험적인 일을 도모하는 활동도 할 수 있었는데 너무 많이 시간을 흘려보내 안타깝다. 기술이 빠르게 진보하고 있고, 미래의 속도를 가늠할 수 없는 시대다. 진보정치와 기술의 진보가 만났을 때 도시가 얼마나 혁신적으로 바뀔 수 있는지, 청년들과 같이 실험하고 도전하면서 함께 성과를 만들어보는 상상을 하니까 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이걸 좀 빨리 알았으면 더 많은 기여를 했을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제가 안양에서 또 봉사할 기회가 주어지면 안양의 미래를 위해 그걸 꼭 해보고 싶다.
얼마 전 안양시와 수도권 일대 시민 3800여분이 정의당원으로 가입했다. 소수정당으로서는 유례없는 일이다. 제가 죽어라 뛰었던 지역의 응답이라고 본다. 한 번도 진보정치가 이 지역에 뿌리내린 적이 없다. 뿌리를 내려 시의회, 지방자치까지 진보정당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 그걸 시민들한테 보여드리고 싶다. 진보정당이 시정을 운영하면 어떻게 내 삶이 변하고, 이 도시가 변하는지 보여드리고 싶다. 그게 안양부터 시작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
1971년 1월 15일 출생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간사 및 대외협력국장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및 사무총장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국회연구모임 따뜻한미래를위한정치기획 공동대표
국회연구모임 언론공정성실현모임 책임연구의원
제20대 국회 전반기 외교통일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現 제20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원회 위원
現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
現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장
現 정의당 경기도당 안양시동안을위원회 위원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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