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기후변화·4차 산업혁명 핵심은 화학”

산업수도 울산, 석유화학·수소경제·바이오화학 밸런스 이뤄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19.12.11 08:56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화학은 그동안 ‘환경오염의 주범’, ‘폭발사고 위험 인자’ 등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돼 있었다. 하지만 “우리 생활의 70%는 모두 화학으로 이뤄져 있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화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라고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은 말했다. 이 단장은 “화학은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집중해서 개발해야 하는 분야고, 화학산업이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한 것은 맞지만, 그걸 해결하는 것도 결국 화학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RUPI사업은 울산의 화학산업 발전로드맵을 제시하는 프로젝트다. 한국화학연구원이 화학산업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울산에 2007년 처음 지역센터를 개소하고 201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석유화학 고도화 사업이다. 이 단장은 “RUPI사업을 통해 현재 먹거리를 더욱 공고히 하고, 바이오화학산업 육성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화학 관련 국책연구기관이다. 주로 어떤 연구를 하는지 궁금하다
▶이름에도 ‘화학’이 들어갔듯이, 한국화학연구원은 화학에 관한 모든 연구를 하는 곳이다. 1976년 9월 대전 대덕연구단지에서 창립해 43년이 됐고, 지역에 센터를 구축한 건 울산이 유일하다. 이유는 울산이 우리나라에서 화학산업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 50여 년 동안 울산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산업수도’로 자리매김했지만, 미래 먹거리를 위해서는 지식기반 도시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었다. 그간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석유화학산업의 고도화와 정밀화학산업의 고부가화를 위해 2007년 4월 울산에 지원센터를 개소하게 됐다.
우리 연구원에는 크게 4개 연구본부가 있다. 신약개발을 하는 의약바이오본부, 일본 수출규제로 이슈가 됐던 불화수소 등 소재를 연구하는 화학소재본부, 석유화학·에너지·환경 분야 공정개발을 담당하는 탄소자원화연구소, 그리고 울산에 있는 미래융합화학본부다. 울산의 3대 주력산업은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이다. 일반 국민들은 울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을 자동차로 알고 계신데, 사실 생산의 50% 이상은 석유화학산업이다. 그만큼 화학에 특화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말씀하셨듯이 미래융합화학연구본부는 울산이라는 지역에 기반을 둔다. 울산이 갖는 지역 특성과 장점은 무엇인가
▶석유화학과 자동차, 조선을 주력산업으로 하고 있던 울산은 주력산업 인프라가 잘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로 전지산업과 수소산업을 택했다. 현재 앞선 3개 주력산업의 고도화와 미래 신산업 육성이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달려가고 있다.
또 하나는 석유화학의 미래인 바이오화학이다. 울산은 바닷가에서 제조업을 기반으로 생겨난 공업도시였는데 이제는 지식기반의 터전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2016년 한국화학연구원 울산본부에 바이오화학실용화센터를 새롭게 구축했다. 현재 먹거리로 잘하고 있는 것들은 더욱 잘 준비하고, 환경이 변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부분은 미래 먹거리 준비를 통해 대비해야 한다. 석유화학산업의 고도화, 정밀화학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바이오화학산업의 육성이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생활의 모든 것이 화학과 연결되어 있지만 그 중요성은 잘 인지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화학이 왜 중요한가
▶화학은 일반적으로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등 부정적 이미지가 많다. 이런 부정적인 국민적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그동안 약 230편의 칼럼을 쓰면서 화학의 중요성을 알려왔다. 화학이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인간이 의식주를 지속하는 한, 화학산업은 사라질 수 없다. 먼저 의(衣), 우리가 입는 옷이나 이불 등은 모두 화학제품이다. 다음으로 식(食), 식량 종자나 이를 생산하기 위한 비료, 농약, 비닐하우스까지 전부 화학제품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집(住)과 집 안에 있는 모든 물건 역시 화학제품이다.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자동차, 핸드폰, 컴퓨터 등도 화학소재로 되어 있다.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 3D 프린팅 역시 첨단 화학소재로 만들어진다. 자율주행차 발전의 핵심도 소재를 통한 경량화다. 과거에도 그렇고 미래에도 마찬가지로 소재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산업혁명을 ‘소재혁명’이라고 하는 이유다. 소재는 화학을 통해 만들어지기에 그만큼 화학은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중요성을 잘 모르고 당연하게 여긴다. 화학은 당연한 게 아니라 더욱 집중해서 개발해야 하는 분야다.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단장 이동구)은 우수한 안전관리 기술 및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울산지역 7개 강소기업과 함께 지난 7월 18일부터 19일까지 부산 벡스코 전시장에서 열린 2019년 국제 화학물질·위험물 안전관리산업전시회에 참가했다./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최근 화학산업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는 무엇인가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석유화학은 환경오염의 주된 원인이 되어왔다. 이런 연료를 바이오매스(biomass)라고 하는 식물자원으로 바꾸는 것이 바이오화학이다. 옥수수나 목재 등으로부터 기름이나 원료를 만드는 것이다. 지구 환경오염을 막는 대안은 바이오다. 바이오에는 의학바이오, 농업바이오, 산업바이오 세 가지가 있다. 울산에서는 산업바이오, 그중에서도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주력해 개발에 성공했다. 본래 플라스틱은 5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런 플라스틱을 이제 6개월만 지나면 생분해되도록 만든 것이다. 아직 실용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용화되면 종량제 쓰레기봉투까지도 모두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이 지구환경으로 연결된다. 현재 CO²가 발생하면 이를 포집해서 원료로 사용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예전에는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을 통해 CO²를 포집한 뒤 압력을 가해 액체 상태로 만들어 바닷속에 보관했다. 지금은 CCU(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 포집된 CO²의 탄소(C)를 원료로 사용해 유용하게 만드는 탄소자원화 기술에 매진하고 있다. 화학이 앞으로 갈 길이라고 생각한다. 화학산업이 오염물질을 배출한 것은 맞지만, 결국 그걸 해결하는 것도 녹색화학기술이다.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는 것을 하고 있다.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RUPI*사업은 어떤 프로젝트인가
한마디로 울산 석유화학산업의 발전로드맵을 그리는 프로젝트다. 로드맵의 R(Roadmap), 울산의 U(Ulsan), 석유화학의 P(Petrochemical), 산업의 I(Industry)를 이니셜로 따서 RUPI(루피)라고 부른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써서 울산 화학산업계에서는 보통명사처럼 쓰인다. 쉽게 이야기해서 루피산업은 석유화학의 경쟁력과 효율성을 높이는 사업이다.
예컨대 석유화학 공장에서 스팀을 쓰다가 모자라면 그동안은 보일러를 새로 사서 필요분을 충당했다. 그런데 옆에 있는 다른 공장에서는 스팀이 남기도 한다. 이런 회사들을 각각의 객체로 볼 것이 아니라, 단지 전체를 하나의 회사로 보는 개념을 도입했다. 공장을 모두 파이프로 연결해서 다른 공장에서 버려지는 전기, 물, 스팀 등의 부산물을 공유하고, 버리는 폐기물이 옆 회사에서는 원료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10년도 12월에 SK에너지 대강당에서 100대 액션플랜을 설정하고 발표했다. 예산이 약 1조 7000억원 투입돼야 가능한 계획이다. 현재 10년째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성과를 보니 8000억원 정도 예산이 투입됐고 사업이 진행됐다. 앞서 이야기한 통합파이프랙 사업은 지난해 국비예산을 받았다. 이런 울산의 석유화학 고도화 사업이 루피 프로젝트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화학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수학 잘하면 이과 가고, 국어 잘하면 문과 가야 한다는 논리는 옛날이야기다. 저는 공대 학생들한테 인문학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한다. 결국 창의력과 관련되어 있다.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맨 처음 아이디어가 중요한데 그게 창의력이다. 오로지 수학, 과학만 해서는 창의력이 떨어진다. 화학도 마찬가지다. 화학산업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ICT융합 시대다. 어떤 분야든지 정보통신기술과 융합이 돼야 한다. 제품을 만드는 공장 자동화는 이미 어느 정도 완성돼 있다. 스마트팩토리는 크게 5단계가 있는데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스마트팩토리는 현재 2단계까지 되어 있다. 이제는 제조업 자동화를 넘어 그 주변에 있는 물류, 유통, 관리, 안전, 환경, 에너지까지 ICT융합을 통해 관리하고 예지하는 것까지 가야 한다. 특히 울산에서는 안전, 환경, 에너지 융합에 집중하고 있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산업의 발전과 함께 지구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친환경 역시 고려해야 할 과제인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화학이 지구환경에 부담을 가장 많이 준 것은 사실이다. 이제는 CO²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공정개발도 중요하고, 폐기물 등 배출물을 줄여가는 쪽으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결국 앞서 이야기한 바이오화학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탈원전도 당연히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좋지만 원자력발전소가 화력발전소 다음 역할을 했던 것처럼 완전히 친환경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즉 징검다리 에너지라는 것이다. 화석연료를 덜 쓰는 녹색기술을 개발해서 적용해야 한다. 탈석유, 저탄소 쪽으로 가는 연구를 하고 그런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들 역시 친환경 제품에 대한 착한 소비를 하고 그런 현상이 전반적으로 퍼지게 되면 지구환경이 좋아지지 않을까.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은 울산을 방문해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울산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문 대통령이 1월 17일 울산을 방문했다. 현재 우리나라 수소산업은 석유화학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쓰고 있는데 미래에는 물을 전기분해해서 나오는 그린수소로 가야 한다. 현재는 부생수소나 추출수소를 쓸 수밖에 없는데, 부생수소는 석유화학에서 가장 많이 나오기 때문에 울산이 생산 볼륨이 제일 크다. 울산에는 수소 충전소가 5개 있다. 또한 수소는 차로 실어 나르는 것보다는 배관으로 끌고 가는 게 훨씬 경제적인데, 울산에는 120km의 배관이 깔려 있어 기반시설이 잘되어 있다. 게다가 현대자동차가 있어 수소차도 전국에서 제일 많이 다닌다. 자동차와 화학의 공통분모는 수소산업이다. 이렇게 울산은 수소차, 수소충전소, 수소배관망, 수소인력이 제일 잘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 수소산업은 전국춘추시대다. 지원금을 많이 준다고 하니 충남, 창원, 대구, 광주, 강원도까지 난리다. 지금은 탄소경제 사회지만 미래는 수소경제 사회다. 수소경제로 가는 데 있어 가장 인프라가 잘되어 있고 능력 있는 곳에 집중해줄 필요가 있다. 울산에 수소산업진흥원을 꼭 유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당위성이나 효율성 면에서 울산이 최적이다. 앞으로 울산이 수소경제의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화학연구원은 5월 3일 RUPI사업단장 이동구 박사가 ‘2019 대한민국 인물 대상(화학산업 발전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고 밝혔다./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울산생활을 한 지도 13년이 됐다고 알고 있다. 연구활동 외에도 지역사회 현안에도 관심이 많다고 알고 있는데

▶2007년 울산에 내려와 이듬해 박맹우 울산시장으로부터 울산명예시민을 받았다. 외국인도 아닌 제가 울산명예시민이 됐는데 사실 그게 족쇄였다.(웃음) 그런데 그러고 나니 울산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 울산 홍보에 대한 사명감도 생겼다. 대전본원에서는 저를 ‘울산 스파이’라고도 했다. 그만큼 울산을 대변하려고 노력했다. 당시에는 울산 분원이 이제 막 시작하는 조직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역본부는 그 지역사회와 상생해야 한다. 연구만 하려면 대전에서 하면 된다. 하지만 지역사회와 가까이하는 것이 울산 조직으로서 하나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지역사회 화합을 위해 우리 연구원들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환경정화활동을 하고, 무료급식소와 노인복지관 등에서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울산에 자리 잡은 제1호 국가연구소로서 자긍심을 갖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고자 한다. 지역 언론과도 가깝게 지내면서 현재 울산지역 3군데 지역신문에 기고도 하고 있다. 울산 지역 학생들이 화학연구원에 견학 오면 강의를 하기도 하고, 선생님들께도 앞서 이야기한 창의력을 가르쳐야 한다는 강의도 했다.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지역 주민들이 화학을 좀 더 친근하게 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연구원, 지역사회 리더로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저는 이제 곧 퇴직을 앞두고 있다. 퇴직하면 이곳에서 대학 명예교수처럼 전문위원으로 돌아간다. 상근 비정규직(?)이지만 사실 그동안 국가로부터 오랫동안 혜택을 받았다. 이곳은 국민들의 세금이 쓰이는 곳이기에, 이제는 거꾸로 내가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공동체에 환원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앞으로 제 경험과 노하우를 강의가 됐든 모임이 됐든 어떻게든 사회에 환원하려고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동반자적 관계로 가도록 하는 데도 노력하겠다. 중소기업이 아무리 좋은 기술과 제품이 있어도 대기업에서 안 쓰면 그만이다. 이런 현실이 중소기업들에겐 너무 힘들다. 제가 석유화학 대기업과 많이 접촉하니까 정말 좋은 기술이 있는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매칭시켜주고, 그런 관계에서 갑과 을이 아닌 동반자적 관계로 가게 하도록 노력하겠다. 현재 중소기업 대표들을 필진으로 구성해 ‘돌담길’이라는 칼럼을 한 지역신문에 연재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갖고 있는 하나하나의 기술이 ‘돌’이고 이게 모여서 ‘담’이 되고, 담이 모여 나중에 ‘길’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100회 연재했고 반응도 아주 좋다. 앞으로 더 바빠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년퇴임 후에도 사회공동체와 밀접한 일을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제게 힘이 되어준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1957년생
한양대 화학공학과 졸업
한양대 화학공학과 공학석사
충북대 화학공학과 공학박사
現 울산대학교 화학공학부 겸임교수
現 화학네트워크포럼 소통위원장
現 울산과학대학교 기술사관육성사업 운영협의회 회장
現 한국수소산업협회 이사
現 4차 산업혁명 U포럼 화학ICT융합분과 위원장
現 소비자시민모임 감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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