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교권 3법 현장 안착, ‘각론’에 주력할 것”

국가교육의 향배가 정권과 교육감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일 막아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박영복 기자 2019.12.09 00:55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지난 10월 17일, 개정 ‘교원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이 본격 시행됐다. 이에 따라 교권침해에 대한 관할청의 고발조치와 법률지원단 구성·운영이 의무화됐다. 아울러 피해 학생은 학급교체 또는 전학토록 시행된다. 이러한 결실을 맺기까지 교총은 2016년 8월부터 준비해 왔다. 그 중심에는 교권3법(교원지위법, 학교폭력예방법, 아동복지법) 개정을 위해 뛰어오고 36대에 이어 37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직에 취임한 하윤수 회장을 만나봤다.
-36대에 이어 37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에 취임했다. 소감 부탁드린다

한번 말한 건 반드시 해내는 집념을 높게 봐주셔서 다시 중책을 맡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앞으로 풀어야 할 교육 현안에 어깨가 무겁다.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최우선하고, 정책이 실현되게 하는 교총을 만든다는 각오로 다시 뛸 것이다. 교총은 유·초·중·고·대학, 평교사와 관리직까지 아우르는 15만 회원의 최대 전문직 교원단체이다.

다양한 조직과 구성원의 요구, 이해를 조율하고 한목소리로 학생 교육과 교육 발전을 선도하는 일에 신명을 다할 것이다. 또한 사회에 기여하고 배려계층 학생들을 지원하는 교육 희망사다리 운동으로 교육공동체 복원에도 적극 앞장서나갈 것이다.

-앞으로 연합회를 어떻게 이끌어가실 계획인지
제36대 회장으로서 교권3법(교원지위법, 학교폭력예방법, 아동복지법) 개정이라는 ‘총론’에 전력했다면 이제 제37대 회장으로서는 교권3법 현장 안착이라는 ‘각론’에 주력할 것이다. 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매뉴얼 등을 잘 마련해 교권 침해 예방과 피해교원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의미이다. 교권 침해 대응 전담조직 설치와 전문 인력 확충, 충분한 예산 확보가 이뤄지게 하고, 학폭 자체 해결을 위한 촘촘한 매뉴얼도 만들어 교원이 교육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제도 안착에 전념할 것이다.

이 같은 교권 확립과 교단 안정을 바탕으로 ‘스쿨리뉴얼’(School Renewal) 실현에 앞장설 것이다. 교원이 오로지 열정과 사랑으로 학생을 가르칠 수 있게 된다면 학생은 존경으로 배우고, 학부모는 신뢰로서 협력하는 교육공동체가 다시 회복될 수 있다. 각자의 본분에 충실한 교육공동체가 될 때, ‘기본으로 돌아가 활력 넘치는 학교’, 스쿨리뉴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교육법정주의 확립에 진력할 것이다. 우리처럼 대입제도를 자주 바꿔 학생, 학부모, 교사를 혼란에 빠뜨리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최근 대통령 말 한마디에 백가쟁명식 대입 개편 논의가 또 벌어지는 걸 보면 안타깝다. 자사고 등 고교체제를 둘러싼 혼란과 갈등도 되풀이될 상황이다. 국가 교육의 향배가 정권과 교육감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일은 이제 막아야 한다. 입시제도와 고교체제 등을 법률로 정해 정치·이념에 휘둘리는 일을 차단하고 제도의 안정성, 일관성, 예측가능성을 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려 한다.
▲ 컨벤션홀에서 거행된 제37대 교총 회장단 취임식 모습

-회장 취임 당시 ‘교육의 체질 개선을 위한 협력’을 호소하셨다. 어떤 내용인가
모든 학생이 대학 진학에만 매몰돼 있는 교육으로는 희망이 없다. 대학 진학만이 좋은 직업과 고임금을 보장하는 고착화된 학벌주의를 타파해 진학교육과 직업교육이 함께 발전하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학교까지 진로탐색 활동을 강화하고, 이후 고교단계에서 선택에 따라 진학교육과 직업교육을 강화하는 ‘투트랙’ 교육체제 개편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과거 1970년대에는 직업교육 중시 정책으로 직업 계열 선택이 대학 진학보다 높았다. 지금도 직업 계열 졸업자가 사회에 진출해 차별받지 않고 충분히 대우받는다면 소모적 대입경쟁과 사교육 부담을 해소할 수 있다. 교육계만 노력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직업계 졸업자의 임금 차별 해소를 위한 법·제도를 마련하고,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 등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고용·노동시장 정책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교육의 체질을 개선하고 학벌주의를 해소할 수 있다.   

- 그간 ‘교권 3법’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유가 있다면
교총에 접수된 교권 상담사례를 보면 참담하다. 잠자는 학생을 흔들어 깨웠다가 성희롱으로 몰리고, 수업 중 돌아다니며 방해하는 학생을 붙잡았더니 아동학대가 되는 게 우리 교실의 현주소이다. 교권 침해는 차치하고 교원들의 학생 지도 기피현상이 가속화되면 결국 누가 피해를 보겠는가? 교권3법 개정과 교권 확립은 단순히 교원의 권위를 높이자는 게 아니다.
▲ 교총회장의 '교권3법 조속한 국회 통과' 촉구 1인 시위 모습

많은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이해해야 한다. 2016년 제36대 회장 취임 직후 교원지위법 개정을 ‘1호 결재안’으로 추진하는 등 교권3법 개정을 위해 지난 3년간의 집념으로 활동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개정안 발의 주도, 1인 시위, 전국교원 서명운동, 국민청원, 국회 방문 등 정말 안 해본 것 없이 뛰어다녔고, 그 결과 성취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 최근 교육부와 ‘단체교섭’을 진행 중인데 주로 어떤 내용들인가
모두 현장 교원의 고충과 절실한 바람이 반영된 과제들이다. 이번 2018~2019년도 교섭에는 총 39개 항을 교섭테이블에 올렸다. 무엇보다 교원이 마음 놓고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었다. 학생 인권만 강조해 무너진 생활지도체계를 회복하기 위한 과제들이 대표적이다. 먼저 문신·화장 등 달라진 학생 문화에 따른 지도방법 등 생활지도 기준 마련을 요구했다. 그리고 휴대전화로 인한 교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도 교섭안에 담았다.

학폭법 개정으로 이제 단위학교 학폭위는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고, 경미한 학교폭력은 학교가 교육적 지도를 통해 자체 종결하게 된다. 앞으로 구체적인 시행령, 지침 마련 시 교원단체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교원이 불필요한 부담과 갈등에서 벗어나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줄 것도 요구했다.

이 밖에 유아공교육화를 위한 유치원 명칭의 유아학교 전환, 위기 학생 관리를 위한 전문상담교사 정원 확대, 대학교수 연구 지원 확대, 특수교육 과밀학급 해소, 발달단계에 맞는 교육 내실화를 위해 초등 저학년 학급당 학생수 감축 등도 주요과제로 교섭하고 있다.

- 자사고와 외고·국제고 폐지 관련 이슈가 많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근 정부·여당 내에서 자사고·외고 등의 일괄 폐지 논의가 나오는데 이는 안 될 일이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개선해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고교 서열화나 입시경쟁을 온전히 이들 학교 책임으로 돌리는 건 합당하지 않다. 그보다는 임금 격차와 학벌주의가 공고한 사회구조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본다. 또한 개별적인 관심과 적성, 능력을 가진 학생들에게 다양하고 심화된 교육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불평등 교육이라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특히 자사고는 2002년 김대중 정부 때, 평준화 교육의 획일성을 보완하고 학교 다양화를 도모하는 한편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고자 도입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학교 다양화와 수월성 교육을 강화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오히려 이들 학교가 설립 취지를 살려 운영되도록 지원,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과 교육감이 바뀌었다고 특권학교로 몰아붙이며 일괄 폐지하려는 것은 정치가 교육에 개입하고, 교육법정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다.

고교체제라는 국가 교육의 향배가 표심을 좇아 선거 공약으로 내걸리고 정권과 교육감에 따라 학교 만들기와 없애기가 반복돼서는 미래교육으로 나아갈 수 없고 혼란만 되풀이될 뿐이다. 그런 점에서 고교체제 법정주의를 확립해 제도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기해야 한다. 고교의 종류와 운영 등을 현재처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규정하지 말고 법률 자체에 명시하도록 적극 활동할 것이다. 국회와 정부도 이에 협조해야 한다.

- 최근 교사들의 인권과 학생 인성이 무너졌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며 대안은 없는지
학교에 학생 인권은 있어도 교사 인권은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학생인권만 강조되면서 교사의 정당한 지도까지 학생의 폭언·폭행, 학부모의 고소·고발, 무차별 민원으로 고초를 겪고 있다. 그 과정에서 육체적·정신적으로 황폐화된 교원들이 휴직을 하고,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사례까지 늘고 있다.

이런 부분은 법적·제도적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학부모 교육을 통한 인식 전환과 가정교육의 회복이 중요하다고 본다. 학부모는 교육의 중요한 파트너지만 내 자녀만 중요하다는 식의 생각과 태도는 교육공동체를 붕괴시킬 뿐이다. 학부모가 무시하는 교사를 자녀가 존경할 리 없고, 배움이 제대로 일어나길 기대할 수도 없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모두의 아이’를 기르기 위한 학교와 교사의 역할을 이해하고, 불신과 간섭보다는 신뢰와 협력의 모습을 보여주셔야 한다. 그리고 가정교육이 회복돼야 한다. 가정에서 기본적인 생활습관과 인성이 형성되고, 그 바탕 위에서 학교 교육이 이뤄져야 올바른 성장이 일어난다고 본다. ‘밥상머리 교육’을 구시대의 유물로 여기기보다는 더 많이 자녀와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4차 산업혁명’에 진입한 이 시대에 교원의 역할이 있다면
디지털, 정보화 시대의 교사는 단순히 지식, 정보 전달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학생들이 스스로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게 하고, 방대한 정보를 올바르게 분석, 평가,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촉진자 역할이 중요하다. 정보에 대한 비판적 사고력, 그리고 문제해결력과 협업·소통 능력을 가르치는 자질이 요구될 것이다. 다만 변하지 말아야 할 가치와 교사의 역할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인공지능과 디지털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교육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높이는 도구일 뿐이며, 그 기술을 익히고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을 더 존중하고, 세상을 더 이롭게 하기 위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교사들은 지극히 ‘제자 사랑’을 실천하고, ‘교직은 전문직’이라는 자긍심으로 부단히 연구하며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는 공동학습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현 정부와 교육감들이 유·초·중등 교육의 전면 시도 이양에 매몰돼 있어 우려가 크다. 부작용이 곳곳서 나타나고 있다. 시도마다 자사고 운영과 재지정 조건이 달라 크게 홍역을 치르고 있다. 최근에는 학생들의 기초학력진단평가조차 거부하는 시도가 생겨 천차만별로 시행할 판이다. 교사 임용시험 기준도 시도가 제각각 정하겠다고 요구하니, 곧 교원 지방직화가 가시화될 것이란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래사회에 대응한 고교체제를 구축하고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와 공교육의 기본적인 책무이다. 그런데 교육자치, 교육이양을 명분으로 교육감 권한만 키우고 중앙정부는 점점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헌법상 교육은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교육은 국가사무’라는 원칙하에 그 사무 일부를 시·도교육청에 위임하는 방식이어야지 전면 이양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이 약화되면 지역별 교육 불평등과 교육격차 심화, 교원 지방직화로 인한 우수교사 지역 쏠림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지역적 차별 없이 높은 자질을 갖춘 교사를 확보하고, 균등한 교육여건을 구축해 질 높은 교육 제공과 함께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반드시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대통령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現)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現)
교육부 초등교원양성대학교 발전위원회 위원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
전국교원양성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
제6대 부산교육대학교 총장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교육분과 자문위원
전국국공립대학교 교수연합회 공동대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

▶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pyoungbok@mt.co.kr

정치/사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