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교수, “문 대통령 개혁 동력, 총선에 달렸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민주당 과반 확보하면 남은 임기 2년 대대적 혁신 일어날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9.12.03 11:16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사진=더리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지난달 반환점을 돌았다. 문 대통령의 임기 초반 지지율은 80%를 웃돌았다. 중반 이후가 지나자 45%를 기록한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문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는 동안 전반적인 개혁 어젠더를 놓치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국민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차기 총선이 문 대통령에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임기 중반까지 마땅히 손에 꼽히는 성과를내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차기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면 임기 초반보다 더 큰 동력을 얻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 임기 절반에 대한 평가와 차기 총선에 대한 예측을 듣기 위해 지난달 20일 시청역 인근에서 박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절반이 지났다. 전반기를 평가해준다면

▶촛불 이후 당선됐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자신감이 컸다. ‘민중의 힘’, 피플파워(People Power)로 혁명적인 방식으로 들어선 정권이다. 초기에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복지정책을 보였다. 일정 부분 성공했다. 남북관계는 성과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성공했다고 본다. 적폐청산도 국민적인 바람은 들어줬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는 동안 전반적인 개혁 어젠더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동개혁이나 환경, 여성 정책 등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국민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가장 크게 기대했던 남북관계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미국 탓이긴 하지만 방위비 부담 압박이 세졌다. 국민도 실망하고 있다. 대북관계에 대한 실망, 북미관계에 대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실망감이 있다. 두 번째는 경제문제다. 문 대통령 때문은 아니더라도 임기 2년 반이 지났다. 소득주도성장, 화두는 좋았지만 현실에 맞았나 생각해야 한다.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견은 문 대통령에게 아픈 대목이다. 세 번째는 인사다. 국민들이 생각하기에는 문 대통령은 다를 줄 알았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니만큼 믿고 따를 수 있는 사회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조국 사태를 보면서 이전 정부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상처받은 것이다. 조국 사태는 여론을 반으로 갈라놨다. 조 전 장관 임명 이전에도 청와대의 인사 내정 기준이 애매했다. 인사 실패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서울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해 국민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 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3년 차 2분기 지지율은 45%다. 박근혜 전 대통령(35%)보다는 높고 이명박 전 대통령(49%)에 비해서는 낮은데 어떻게 평가하나 
▶기대한 지지율보다는 낮지만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에 비해 견고한 흐름이다. 앞으로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지지율이라는 것은 야당과 연관되기도 한다. 문 대통령이 잘하는지는 야당을 보고 판단한다. 자유한국당이 야당 같지 않으니까 국민은 문 대통령에게 아무리 실망하더라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다. 견고한 지지율이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래도 문 대통령을 현 시점에서는 지지할 만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기대했던 것보다는 낮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것이다. 임기 중반까지 손에 잡히는 성과가 없다. 국민에게 2년 반 동안 어떤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이야기하고 총선 때 드러내야 하는데 지금 그러지 못하고 있다.

-20대 지지율이 낮다

▶우선 20대는 탈정치 성향이 강하다. 이념에 크게 메이지 않다는 의미다. 지역에, 출신에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20대가 다른 세대보다 문 대통령에게 기대가 가장 컸다.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않았다. 경제적 어려움도 잘 해결되지 않는 것 같고, 또 페미니즘 논쟁이 붙었다. 조국 사태로 20대가 굉장히 실망했다. 그렇다고 위기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황교안 대표를 지지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차기 총선이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좌우할 것이다.” 박 교수는 차기 총선이 문 대통령에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임기 전반보다 국정운영 동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내년 총선이다. 우리나라는 중도보수까지 포함하면 정치적 이념이 보수인 사람들이 60% 정도 된다. 한국당이 잘하면 문 대통령도 레임덕을 피할 수 없다. 만약 총선에서 민주당이 과반 의석 정도만 확보하면 문재인 정부의 남은 2년에 대대적인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 국정 운영 동력을 얻어 오히려 전반기였던 2년 반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낼 것이다."

-한국당 가능성 있나

▶가능성 없다. 황 대표는 정치를 잘 알지 못한다.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그렇다. 청와대 앞에서 단식한다는 사람과 여당도 무슨 정치를 하겠나.

-그래도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친박을 청산해야 한다. 초선이든 다선이든, 친박 의원이 없어져야 한다. 지금 한국당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시대에 대한 자세가 아니다. 탄핵의 시간은 지나갔다. 박근혜 표로 당선된 사람들이 그대로 국회에 있다.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할 명분이 없다. 친박이 청산된 이후에는 중도 인사를 대거 발탁해야 한다. 보수는 진화해야 한다. ‘진보적인 보수’를 만들어서 스탠스를 개혁적으로 잡아야 한다. 그런데 황 대표는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인다. 우선 본인이 물러나야 한다. 황 대표가 친박이다. 물러나라고 이야기하면 본인의 입지가 흔들린다.

-바른미래당이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당 아닌가

▶투표장 가면 기호 1번과 2번을 찍을 수밖에 없다. 교섭단체 중심으로 국회가 움직이는데도 유권자들은 투표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이 아니면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 미래당의 경우에 지금 손학규 대표를 흔들기 위해 내부적으로 갈등이 심하다. 국민은 이런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제3정당이 가지는 캐스팅보트 자리는 크다. 안철수 전 의원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오기 전까지 대표 중심으로 인재를 많이 영입하고 최소한 교섭단체 이상만 당선된다면 성공한 것이다. 
-민주당은 잘하고 있다고 보나
▶이전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 별반 다를 게 없다. 잘하는 게 무엇이 있나. 운이 좋게도 한국당이 워낙 자살골 먹다보니 가만히 있어도 점수 따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집권당으로 야당이 아무리 반대하더라도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한국당과 야당이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협상을 잘해서 입법을 해야 한다. 그게 집권당인데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86세대 용퇴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당내 일부 패권 싸움이다. 86세대 대부분 나이가 50대다. 50대가 물러나면 40대가 들어선다는 것인가. 어느 한 세대가 물러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런 식의 논리가 구태정치다. 세대는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이다. 물론 오래 권력을 잡아온 몇 명의 86세대가 물러나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기득권을 독점한 몇 명의 의원이다. 이들은 물러나서 그 자리를 다른 국회의원들이 경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하지, 전체가 물러나라는 논리는 맞지 않다.

-제3정치에 맞는 인물은 어떤 특징이 있어야 하나

▶이제까지 민주당과 한국당에서 공천받기 위해 기웃거린 사람들 말고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야 한다. 가능하면 관료 출신이나 젊은 기업가, 벤처사업가, 문화예술인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좋을 것이다. 또 아무리 새로운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이 알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대중성이 겸비되면 성공할 것이다. 여성계든, 청년계든 전문적이면서 대중성이 어느 정도 확보된 사람이면 성공할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사진=더리더
-차기 총선에서 후보자들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 게 좋을까

▶우리나라 선거는 구도다. 정책 선거가 된 경우는 많지 않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때 무상급식이 유일하게 정책 싸움이었다. 무상급식 여부로 승패가 결정됐다. 그러나 다른 선거에서는 그다지 정책은 먹히지 않는다. 정책이나 화두보다는 선거 구도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구도에 대해서는 어떤 시나리오가 있나

▶1:1 구도가 되면 민주당이나 한국당 모두 100석 이상은 가져간다고 보면 된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좋은 것이다. 한국당 일부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서 황 대표가 밀려나고 친박이 청산되면 복잡해진다. 친박 청산하고 비박이 당권 잡고,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대거 출마하면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에서는 한국당이 해볼 만할 것이다.미래당은 팀워크를 잘 짜서 제3지대로 입지를 공고히 하면 중도지대의 표를 가져올 수 있다. 지금 문 대통령에게도 실망하고 황 대표도 싫은 표심이 있다. 미래당만 잘하면 이 표심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변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작은 정당이 독자적으로 나오면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선거 전 화두로 떠오를 주제는 무엇이 있을까

▶보통 총선 한 달 전쯤부터 알 수 있다. 지금부터 추측을 해보자면 남북관계가 떠오를 수 있다. 또 일본 관련 주제가 어쩌면 북한 변수보다 더 크게 불거질 수 있다. 보수 쪽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인하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정당정치연구소 연구기획실장
정치개혁시민연대 협동사무처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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