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섭 더불어민주당 미추홀구(을) 지역위원장, ""정치적 민주주의, ‘다음 세상’으로 가자"

“경제민주주의•통일 등 다음 세대의 과제, 국민적 합의 필요”

머니투데이 더리더 박종국 편집장 홍세미 기자 2019.11.11 13:43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박우섭 더불어민주당 미추홀구(을) 지역위원장/사진=더리더
박우섭 더불어민주당 미추홀구(을) 지역위원장은 극단 ‘연우무대’ 창립멤버다. 연우무대는 서울대 연극회의 졸업생과 3학년 이상 재학생 10여 명이 대학로에서 시작한 모임이다. 당시 기성 연극계에 반기를 들고 민중의 삶을 이야기하는 창작극만을 만들기 위해 창립됐다. 박 위원장은 극단에 몸담은 이후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어 1980년에 3년 동안 공개 수배되기도 했다. 수배가 풀리고 다시 재야 운동가가 됐다. 그 이후 민주화운동 청년연합 의장, 국회 정책연구원, 국회의장 비서실장 민주당 중앙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을 역임하며 줄곧 정치권에 몸담았다. 연극에서부터 시작한 박 위원장은 본인을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정치인’이라고 소개한다. ‘문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가 추진하는 정책에는 사람과 사랑, 문화와 공동체가 담겨 있다.

박 위원장은 인천 미추홀구 민선 3,5,6기 구청장을 역임했다. 구청장을 끝낸 박 위원장이 다시 당협위원장이 된 이유에 대해 “민주화운동에서 지향했던 목표는 민주주의 실현과 국민의 삶이 좋아지는 것이었다”며 “1차적으로 이걸 이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치가 그 다음으로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시대의 과제’ 시행을 위해 다시 정치에 도전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정치만 더디게 발전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가 세상을 발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행한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정치를 하려면 ‘이상’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이상’을 현실로 실현할 ‘능력’이 정치인에게 필요한 자세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이 꿈꾸는 이상과 현실은 무엇일까. 지난달 17일 머니투데이 4층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 위원장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학교 다닐 시절에 연극을 했었다. 극단 ‘연우무대’ 창립멤버다. 영화 <꽃잎>, <그때 그 사람들>에도 출연했었다. 학교 다닐 때 학생운동에 몸담긴 했지만 극단에서도 활동해서 그런지 문화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이 있다. 문화운동을 통해 세상을 바꾸자는 생각은 젊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다. 1980년 5월에 수배되면서 3년 동안 도망 다녔다. 문화 쪽으로 활동을 못했다. 1983에 민주화청년연합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그때는 재야운동가였다. 고(故) 김근태 선배가 저에게 해준 이야기가 생각난다. ‘박우섭은 사람을 사랑한다.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현실의 무게에 무너지지 않는 자유인이다’라고 말했다. 정치에 입문한 이후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정치인이고 싶다고 생각했다. 문화부터 출발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김근태 전 의원은 어떤 분인가

▶제가 보는 김근태 선배는 원칙을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현실에 맞게 적용하려고 하는 분이었다. 1987년 대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했는데도 다음 총선에서 제한적 사면론을 제안하거나, 1987년 직선제 때 투쟁 때 같이 나선 것 등을 보면 사회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가지면서도 구체적인 현실에 대해서는 맞는 대안을 제시했던 것 같다. 김 의장은 정치권에 들어와서 FTA반대, 국민연금기금을 국가재정을 위해서 쓰는 것을 반대했다. 끊임없이 원칙은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현실과 타협하고 실천하려는 고민이 있었던 듯 하다. 생각이 많은 분이었다고 회상한다.

-정치철학을 설명한다면

▶정치란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상이 없는 사람은 정치하면 안 된다. 세상을 더 발전할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없는 사람이 정치하면 안 된다. 정치는 결국 어떤 이상을 가지고 있느냐, 그 이상을 현실에 적용할만한 능력이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0~40년동안 우리의 시대적 상황을 봤을 때 참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 통일된 자주독립국가를 이루는 것이 정치적 철학이었다. 이번에 다시 구청장 임기를 마치고 1년 쉬면서 결국은 외형적인 목표가 갖는 한계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이 섰지만 세상은 왜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할 때다.

▲박우섭 더불어민주당 미추홀구(을) 지역위원장/사진=더리더
-민선 3,5,6기 인천 미추홀구청장을 역임했다

▶우리가 민주화 투쟁을 이뤘다. 젊었을 때에는 민주주의와 우리 민족, 민중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정신을 바탕으로 구청장이 되면 우리 구만큼은 좋은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애썼다. 지금 기억나는 게 민선 6기 때 캐치프레이즈가 ‘착한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남구’였다. 내가 구청장이 되면 착한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동체가 살아 움직일 수 있는 그런 구를 만들기 위해 욕심냈다.

-성공한 것 같나

▶결과적으로는 잘 안 됐다고 본다. 구청장 하면서 ‘착한 사람들을 잘 살게 해준다더니, 왜 우리는 못 사느냐’는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다. 착한 사람들이 잘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까지만 성공했다고 본다. 착한 사람들을 잘 사는 데까지는 못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착한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원했다. 생각해보니 구분 지을 일이 아니다. 모두가 즐겁게 잘 사는 게 이상적이지 않나.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착하고 착하지 않은 것보다 모두가 즐겁게 잘 사는 사회가 되는 게 결국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게 아니고 서로 협력하면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찾아나가야 하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모두가 즐겁게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겠다고 새롭게 정치적 목표를 정했다.

-다른 기억에 남는 업적이 있다면 무엇인가

▶좋은 시도를 많이 했다. 사회적 경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했고 마을공동체 복원을 위한 마을만들기 사업도 했다. 평생학습도 열심히 했다. 그런 것들을 전면 사업화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본다. 전 구민들이 평생학습이나 마을 만들기, 마을공동체 복원으로 신뢰와 협동이 마련되는데 못 미쳤다. 약간의 성공사례를 만들어내는 수준까지만 이뤄냈다고 자평한다. 사회적 기업도 우리 구에 많이 들어왔고 평생학습 프로그램도 잘 정착했다. 그렇지만 우리 구민이 42만 명인데 정책의 도움을 받는 사람은 몇 퍼센트나 될 것 같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본다.

-인천 남구가 이름이 미추홀구가 됐다. 이름이 특이한데

▶동서남북 방위개념의 도시 명칭이 많다. 광역시마다 ‘남구’는 있지 않나. 우리 인천의 경우 옆에 남동구가 있는데 외부에서는 우리 남구보다 남동구를 더 익숙해했다. 그래서 명칭을 바꾸기로 했는데 이게 전국에서 처음으로 있는 일이었다. 법을 바꿔야 하고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구의회와 시의회를 거쳐 국회까지 가서 법을 고쳐야 했다. 주민들의 동의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바뀔 이름에 대해서도 구민들이 동의해야 한다. 미추홀구로 선정될 것이라고 기대를 못했는데 의외였다.

-어떤 이름이 거론됐는지

▶당시 남부에 문학산이 있어서 문학구, 수봉산이 있어서 수봉구, 제물포역이 있어서 제물포구, 주안이 넓어서 주안구 등이 거론됐다. 초기에 나오는 이름 10가지를 놓고 전문가들이 모여서 다섯 가지로 줄이고 여론조사로 둘을 최종으로 선정했다. 최종으로 오른 이름이 제물포구와 미추홀구였다. 주민 투표를 붙였는데 젊은 사람들이 미추홀을 많이 찍었다. 미추홀은 ‘물의 도시’라는 뜻이다. 주몽의 부인이었던 소서노가 자기 아들들이 왕위를 계승하지 못하니까 왕자 둘을 데리고 남하했는데 그게 미추홀이다. 2000년 전에 썼던 명칭을 살린 것이다.

▲박우섭 더불어민주당 미추홀구(을) 지역위원장/사진=더리더
-구청장을 역임하면서 미처 이루지 못했던 사업이 있다면
▶제물포역에서 출발해 용현시장, 인하대역 사거리, 법조타운, 터미널로 가는 순환 지하철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울은 지하철로 어디든 갈 수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인천은 내부 순환선조차도 없다. 순환선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미추홀구는 녹지가 부족하다. 옛날 철도 주인공원을 더 확장해서 녹지축을 내부에서 만드는 게 있어야 한다.

-지난해 구청장 임기를 마치고 무엇을 했나

▶1년 동안 시골에 가 있었다. 청년 때부터 평생 정치만 한 셈이다. 학생운동하고, 민주화운동하고 정치권에 들어왔다. 45년을 정치에 몸담았다. 그동안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그리고 문재인 정부까지 탄생했다.
민주정권이 들어선 것을 보니까 나에게 주어진 시대적인 소명이랄까, 이런 것을 다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를 위해서라도 쉬어야겠다는 생각은 한다.

-다시 지역위원장을 공모해서 됐다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는 남북 통일, 민주주의 실현, 국민의 삶이 좋아지는 것이었다. 늘 이것을 위해 투쟁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게 정치적 민주주의다.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되고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게 1차 과제였다. 이걸 이뤄내는 데는 성공했다.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성취한 자부심도 갖고 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로 못 넘어가는 것이다. 참된 민주주의의 경제민주주의나 통일, 민족의 자주성에 대한 부분은 그다지 진전시키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다음 세대의 과제다. 정치세력과 시민운동이 잘 결합해서 가야 하는데 이것에 대해서 우리가 충분히 국민적 합의를 못 잡아내고 있다.

-이를테면 무엇인지

▶자유한국당이나 보수 쪽에서는 ‘나라를 북한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냐’고 비방하기도 한다. 경제적인 민주화에 대해 경제를 망치려고 한다는 비판도 한다. 이런 식의 비방으로는 발전하기 힘들다. 큰 틀에서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나라의 국민으로 방법론은 다르지만 민족과 나라를 위해서 하는 것에 대해서는 서로 인정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우섭 더불어민주당 미추홀구(을) 지역위원장/사진=더리더
-우리나라 정치가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나

▶정치 발전이 느리고 잘 안 되고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지구당이 폐지된 것은 잘못이다. 정당의 지역조직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정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그런 조직들이 지역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고 발전을 이끈다. 소위 정당 당원들이 시대 흐름에 대해서 미리 알고 미래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형식적인 민주주의가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진보 세력이 갖는 정치적 이상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의 주요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술 생산력이 높아진다. 일자리는 줄어든다. 이럴 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가능해지려면 기본소득이 있어야 한다. 최소한으로 주어지는 돈이 있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기본소득에 대해서 연구해야 한다. 당장 실현하지는 않더라도 5년이나 10년 후에는 꼭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연구하고 준비해야 한다. 각 정당이 기본소득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고 세금은 어디서 어떻게 거둬야 하는지 고민을 지금부터 해야 한다.


박우섭 더불어민주당 인천 미추홀구(을) 지역위원장
1955년 충청남도 예산 출생
용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학사
민주화운동 청년연합 의장
민주당 정책실 실장
국회정책연구위원1급
사)생활정치연구소 이사장
국회의장 비서실장
민주당 중앙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사) 사랑의 자전거 이사장
전국청년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회장
인천 미추홀구 민선 3,5,6기 구청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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