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심장박동’ 약해진 대한민국…김성식, “구조개혁하면 경제 산다”

“구조개혁 마지막 기회, 21대 총선 후 정책연합 해야”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조철희 기자 2019.11.28 17:14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이 10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등의 종합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지난달 4일 국회 기획재정위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 기조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학계와 민간에서 찬반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여당과 야당 사이에 공방이 거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당 의원들은 대내외적 하방리스크가 확대되는 경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재정건전성과 세수 부족을 우려하며 반대했다.

치열한 공방 속에서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야당 의원이지만 정부·여당보다 더 강력한 확장재정 정책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단순한 확장 주장에 그치지 않고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해치는 요인들을 면밀히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출혁신 동반 확장재정 전략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당시 국감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하되 찔끔하지 말고 제대로 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지출혁신을 동반한 재정전략을 추진하자며 내년 총선 후 각 정당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기획재정부와 민간전문가, 국회예산정책처 등이 참여하는 재정전략혁신TF(태스크포스)를 출범하자고 제안했다.

김 의원의 이 같은 지적과 제안에 홍 부총리는 “지출혁신과 구조개혁을 동반하자는 것은 당연한 말씀”이라며 “재정의 역할과 건전성을 동시에 감안하되 동태적 시각에서 재정운영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 질의가 끝나자 의원들 사이에선 “잘했어”, “제일 낫다”는 말들이 나왔다.

김 의원은 올해 국감 내내 ‘기획’을 갖고 이 같은 논지를 펼쳐나갔다. 단기적인 지표 수치에 급급하기보다 우리 경제가 심장 박동이 약한 ‘저혈압 경제’의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재확인하고, 국민들과의 공감 속에서 경제정책을 새로운 궤도 위에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재위 국감 마지막 날인 지난달 24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국감장 옆에서 김 의원을 만나 구조개혁론과 지출혁신론을 토대로 한 한국 경제 혁신의 ‘기획’을 자세히 들어봤다.

Q: 정부여당보다 더 강력하게 확대재정 정책을 강조했다
경제가 어려울 때 재정을 줄이면 오히려 국가부채비율이 더 늘어난다. 다만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재정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지출혁신을 해야 한다. 재정과 금리 수단을 통한 단기 부양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지만 그 시간 동안 구조개혁도 같이 해야 한다.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지만 지출혁신과 구조개혁을 동반해서 해야 한다.
일본이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돈을 많이 썼지만 전시성 예산이나 효과 없는 토목 투자에 많이 썼다. 결국 성장에 도움이 되는 재정 투자가 되지 못했다. 성공신화에 취해 산업구조 개편, 종신적 노사관계의 개선 등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결국 재정정책이 거시적 수단으로서 효력을 잃고 장기불황에 빠졌다.

Q: 구체적인 지출혁신 방안을 정부에 제안한다면
한마디로 쓸데없는 데 돈을 쓰지 말자는 것이다. 전시관이나 기념관을 세우는 것, KTX를 동네 마을버스처럼 생각하는 것, 탈락한 사업마저 집어넣는 예비타당성조사면제, 이런 것을 모두 줄이고 차라리 단기부양에 효과가 있는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청년들의 주거비용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주거복지 재정투자나 구도심의 복합시설을 활용하는 도시재생사업 투자, 디지털시대에 맞는 스마트 도시 콘셉트의 도시재생과 같은 주거복지 투자를 예로 들 수 있다.
직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지불할 비용이 많은 반면 정부의 프로그램은 요즘 시대에 맞지 않고 빈약하다. 학교 교육 개혁은 물론 학교 교육 이후 평생 직업훈련에 대한 현대화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R&D(연구개발) 투자도 너무 성과를 따지지 말아야 한다. 성과가 불확실한 미래산업에 민간은 돈을 쓸 수가 없기 때문에 정부가 해야 한다. 불확실성은 높지만 해볼 만한 투자를 해야 한다. 여성들의 경제참여를 높이는 것도 재정이 할 역할이다. 여성들이 경제활동을 더 편하게 하면 성장잠재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같은 보조금식 접근은 한시적이다.

Q: 어두운 성장 전망 속에서 성장잠재력을 끌어올 수 있는 정책을 정부에 당부했는데
낮아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다. 나는 성장잠재력 저하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 경제는 다이내믹하기 때문에 잘못된 정책들에 따른 악영향을 제거하면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다. 공급 측면에서의 구조개혁과 국민연금적립금 증가, 해외투자 증가 등 총수요가 빠져나가는 데 따른 이력효과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고통스럽겠지만 구조개혁도 함께 하면 성장잠재력 자체가 높아질 것이다. 잠재성장률 3% 초반까지도 갈 수 있다.

Q: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외침이 인상적이었다
구조개혁의 마지막 타임이다. 이미 저혈압 경제에 빠져 있다. 저금리, 저성장, 저물가 등 대내외 환경이 나쁘고 사회갈등까지 심각하다. 단기부양하는 2~3년 동안 동시에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경제의 심장 소리가 매우 약해질 것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산업구조 개편, 세금을 어떻게 거두고 어떻게 복지를 할 것인가, 이것만 해도 된다. 이것을 안 하면 어려울 것이라고 국민들한테 솔직히 얘기하고 해야 한다.

Q: 우리가 어떻게 해서 구조개혁에 나설 수 있겠는가
구조개혁은 어느 한 정권, 한 정당이 할 수 없다. 관료들에게 맡겨둬서도 안 된다. 이해관계 충돌이 극심하고 기득권과 새로운 비즈니스의 충돌이 있기 때문이다. 구조개혁은 기득권 관계를 재조정하는 것이다. 돈만 붓는 게 아니다. 갈등이 유발되고 정치적 비용이 지출되는 것이다. 일본도 안 하려 한 게 아니라 어려워서 포기한 셈이다.
정부가 지금 4분기까지 해서 2.0% 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하지만 그러지 말고 지출혁신과 구조개혁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 그리고 내년 총선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21대 국회와 함께, 청와대의 달라진 국정운영 기조와 함께, 구조개혁을 위한 범정당정치연합을 띄워야 한다. 여기서 구조개혁의 방향도 같이 만들고 책임도 같이 져야 한다. 그래야 추진력과 설득력이 생긴다.
21대 총선은 각 정당의 반성과 청와대의 국정운영이 변화된 속에서 구조개혁을 위한 정책연합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이 몇 가지만 하고 가겠다고 하면 정책연합을 할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분배정책, 혁신성장은 성장정책이라고 분명히 했으면 됐는데 분배정책을 소득정책이라고 하면서 꼬인 것이다. 내년이 마지막 기회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
18·20대 서울 관악구갑 재선 의원
20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20대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장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18대 국회 기재위·예결위원
한나라당 정책위 부의장
경기도 정무부지사
통합민주당 정책실장
나라정책연구원 정책기획실장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련 정책기획부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정치/사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