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평가 1위 의원이 꿈꾸는 ‘배려 정치’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 “여야는 정부와 싸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강주헌 기자 2019.11.11 11:26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시작 전 자유한국당은 ‘조국 국감’을 예고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각종 의혹을 검증하는 데 당력을 쏟아부었다. 예상대로 각 상임위원회마다 조 전 장관 이슈에 함몰되면서 ‘조국 블랙홀’로 빨려들었다.
행정안전위원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 전 장관의 사모펀드 관련 의혹, 딸 입시 특혜 관련 의혹 제기가 나왔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자녀 특혜 의혹, 문재인 대통령 딸 해외 이주 관련 의혹 등이 제기되며 여야 정쟁으로 흘러가는 양상도 보였다.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쟁보다는 정책에 주목했다. 이슈에 치우치기보다는 이번 국감에서 어떤 주제를 가지고 무엇을 지적할지 고민을 했다. 지난달 2일부터 24일까지 8번 평가가 이뤄진 머니투데이 더300(더300) 행안위 스코어보드에서 이 의원은 소방청, 경찰청, 부산시, 서울시 국감에서 1등을 했다. 

이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날카로운 지적으로 피감기관들이 두려워하는 의원으로 꼽혔다. 이 의원은 피감기관들의 ‘방만 운영’에 쓴소리를 했다. 

소방청 국감에서는 주거용 주방자동소화장치의 결함 논란과 관련,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의 ‘업무 지연’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소방제품·시설의 승인을 민간에 맡겨 경쟁체제를 구축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경찰청 국감 때는 ‘부실출장’을 근거로 방만한 근무 관리를 지적했다. 직원 3명이 시무식 물품 구입을 위해 4시간이나 출장을 간 것으로 기록하는 등의 사례를 들었다.

내공은 40년 가까이 된 정치 경력에서 나온다. 이 의원은 1981년부터 2001년까지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보좌관으로 일했다. 이후 부산 동래구청장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을 지낸 뒤 지난 18대 국회에 입성해 부산 동래에서 내리 3선을 했다. 

다른 의원들과 달리 ‘모욕’을 주지 않으면서도 피감기관의 잘못을 논리적으로 따져 묻는 게 이 의원의 ‘특기’다. 여야가 민감한 정치 이슈로 큰 소리가 오가는 등 파행의 상황이 올 때면 이 의원은 같이 싸우기보다는 중재에 나섰다. 

이 의원은 ‘배려의 정치’를 꿈꾼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은 상대당 의원을 배려하지 않으면 있을 이유가 없다”며 “여야 의원끼리 싸우는 게 되면 본연의 업무를 못하게 된다. 의원은 중앙정부, 행정부와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본인 질의가 끝나면 자리를 뜨지만 이 의원은 국감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거의 비우지 않는다. 다른 의원의 질의를 듣는 일은 이 의원에게는 지루한 일이 아닌 ‘배우는 일’이다. 

이 의원은 “다른 의원이 국감을 위해 나처럼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해서 발언을 하는지 알고 있다”며 “그 성과를 듣는 것은 간접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고 그건 굉장히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Q: 이번 국감에서 피감기관의 허점을 논리적으로 지적하면서도 면박을 주거나 큰 소리를 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국회의원의 기본적 예의라고 생각한다. 행정부를 견제하고 예산을 감독하라고 유권자들이 국회의원을 시켜준 것이다. 상대당과 싸우라고 시킨 건 아니다.
20대 국회 전반기 정무위원장을 할 때 정무위 내에 논란 거리가 많다보니 매일 여야가 싸우려고 했다. 의원들을 따로 만나 상대당에게 손가락질도 말도 함부로 하지 말라고 얘기했다. 하려면 정부와 위원장을 통해서 하라고 요청하면서 의정활동을 위한 모든 시간을 배려해주겠다고 말한 기억이 있다. 

Q: 일부러 의식적으로 한다는 얘긴가

당연하다. 국회의원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으면 있을 이유가 없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모신 것을 시작으로 국회에 40년 가까이 있으면서 보고 배운 것이다. 국회에서 상대당 의원들이 뭐라고 할 때 조용히 차분하게 하자고 지금도 얘기한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자기가 하고 싶은 말도 할 수가 없다. 국회의 본연의 업무를 못하게 되는 것이다. 될 수 있으면 정책 관련 얘기를 하는 게 옳다. 감정적 공방으로 회의하는 걸 국민들이 좋아할까. 의원들도 본인들 손해에 국민들에게도 저런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아놔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 아닌가. 

Q: 이번 국감 준비를 어떻게 했나
10월 국감하기 전에 7월 쯤부터 보좌진들과 함께 이번엔 뭐를 해볼지 아젠다를 정하고 토론한다. 정한 주제에 대한 조사를 하고 전문가 의견을 들은 뒤 정부 기관을 상대로 자료를 요구해 의원실 차원에서 자료를 만든다.
일시적으로 보도되는 이슈 등과 관련 인기를 끌기 위한 발언은 하지 않으려 한다. 거품처럼 사라진다. 이슈로 빨리 떠오른 만큼이나 그 주제는 빨리 없어진다. 장기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테이블에 앉아 논의하면서 국감을 준비하고 그걸 가지고 얘기하려고 노력한다.

Q: 국감 내내 이석을 거의 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는데
국회의원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많이 안다고 생각해도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이기에 한계가 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못 보는 게 많다.
인력도 한계가 있다. 화장실 가거나 급한 전화를 받는 것 빼고는 국감장 자리를 안 뜨려고 한다. 어디 가서 토론할 때 좀 더 깊이 있고 다양한 지식을 바탕으로 말할 수 있다. 스스로 공부를 하기도 하지만 국회에서 토론을 듣고 얼마나 많은 의원이 전문성을 가지고 얘기하는지, 대학강의 못지않게 살아 있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문재인 정부 3년 차를 맞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경제 어떻게 보나
우리 정치와 경제도 배려가 있어야 한다. 정치는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으면 자기가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정치만큼 프로페셔널한 게 없다. 야구도 상대가 없으면 프로가 될 수 없다. 정치인만큼은 그런 정신이 투철해야 한다.
다양한 사람이 모여 의견을 수렴해 하나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상대 생각을 들어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 우리 정치판도 문제가 있다. 이렇게 막 싸운다고 하면 누군가 뒤에서 조정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패스트트랙 정국 때만 해도 뒤에서 조정해줄 수 있는 국회 내 중진원로가 나서야 하는데 그런 환경이 없어져버렸다. 이건 우리 정치의 큰 불행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가진 사람이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베풀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걸 조정하는 게 정치이긴 하지만 경제 현장에서도 기업인이 직원을 위해 뭘 할지, 직원은 어떻게 해야 내가 몸담은 회사가 발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배려다.
우리나라처럼 해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가 어디 있나. 우리는 인적자원 말고는 없다. 배려하는 마음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양보하는 모습을 만들어가야 한다. 

Q: 개인정보보호법 등 데이터3법이 아직 통과가 안 됐다.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처리해야 하는 법안이 많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하나 내놨다. 민주당에서 내놓은 법을 보면 규제가 굉장히 많다. 산업은 정보전쟁인데 개인정보를 강하게 규제하게 되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산업적 차원서 할 것이 있다면 부분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법안을 제출했고 지켜볼 예정이다.
규제 위주로 돼 있는 법안은 잘 따져봐야 한다. 법안 심사를 많이 해봤는데 법을 만들게 되면 피해를 보는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법은 균형감각이 있어야 한다. 그런 균형감각이 최근에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여당은 자기가 다수당이라고 하며 막 밀어붙이는 법안이 많다.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Q: 예를 든다면
과거사법(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이 대표적이다. 한국당이 그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위원구성(국회의장 추천 1명과 여당 추천 4명, 교섭단체 추천 4명)을 하는데 한국당은 3명을 추천하게 된다. 그러면 9:3으로 균형이 맞지 않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합리적 의견을 낼 수 있는 게 아니고 일방적으로 흐르고 또 다른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여당 측이 다수를 가져가더라도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야 하지 않겠나.

Q: 자치단체장을 거쳐 의원이 됐다. 이것만은 꼭 이루고자 한 게 있다면
부산 동래구청장을 하며 현장을 많이 갔다. 현장에 가면 문제가 있지만 문제 해결의 ‘열쇠’도 같이 있다.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들으려고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 의정활동 철학은 상대적 약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찾아서 해야 한다, 힘 닿는 데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마음속의 상대적 약자가 아닌, 현장에서 보는 약자들을 위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말마다 내려가 민원인들을 만나지만 이해관계가 얽힌 일보다는 어려운 일이 있어 찾아온 사람들을 도와주는 걸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어려운 사람들 얘기를 경청하며 의정활동 하는 게 내가 그만두는 날까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Q: 다음 국회에 입성하면 4선 중진이 된다. 앞서 말한 배려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4선이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중진이 된다면 서로 배려하고 조정하고 하나로 만들어갈 줄 아는 정치를 하고 싶다. 싸울 때 싸워도 돌아서서 새로운 걸 창출해내는 생산적 정치가 되는 데 힘을 보태야 할 거 같다. 

Q: 국정감사가 끝나고 20대 국회도 막바지다. 소감이 있다면
20대 국회, 참 순탄치 못했다. 불안한 정치적 일정 때문에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했느냐에 대해 많이 아쉽다. 의정활동을 해내는 데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는 게 솔직함 심정이다.
늘 그렇게 해왔지만 오늘 하루를 내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하루하루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는 게 유권자에 대한 보답이다. 나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다. 피곤하더라도 해야 할 일은 꼭 해야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며 시작하듯 오늘 하루도 대충 지나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남은 의정활동에 임할 것이다.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
1957년 부산 출생
동아대학교 대학원 지방자치행정학 석사
박관용 국회의원 보좌관
대통령비서실 정치특보국장
부산 동래구청장
제18~20대 국회의원(부산 동래구)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새누리당 부산시당위원장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20대 국회 전반기 정무위원장
자유한국당 상임특보단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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