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악의 국회, 막지 못한 나부터 참회”

‘문재인 외부 영입 1호’ 불출마 선언…“균형감각 무너지는 것 같아 자괴감, 할 만큼 했다”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백지수·이지윤 기자 2019.11.08 08:56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문재인 외부 영입 1호’이자 ‘스타 정치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표 의원은 지난달 24일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 “오랜 고민과 가족 회의 끝에 총선 불출마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표 의원은 입장문에서 “2015년 12월 27일 민주당에 입당해 정치를 시작하면서 ‘초심을 잃게 되면 쫓아내주실 것’을 부탁드렸다”며 “아울러 ‘초심을 잃게 된다면 쫓겨나기 전에 제가 스스로 그만둘 것’이라는 약속도 드렸다”고 했다.

이어 “‘정치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다짐, 당리당략에 치우치지 않고 ‘오직 정의’만을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겠다는 초심, 흔들리고 위배한 것은 아닌가 고민하고 갈등하고 아파하며 보낸 불면의 밤이 많았다”고 말했다.

표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도 “충동적인 고민이 아니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일 때 공정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들으면서부터 ‘정치를 계속할 수 있겠느냐’는 마음속 갈등이 심했다”고 했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족 관련 수사를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과정에서도 내적 갈등을 느꼈다고 표 의원은 말했다. 

표 의원은 “야당 의원들의 무례한 막말과 후안무치한 공격에 맞받아치고 그분들이 과거 했던 문제도 제기하는 제 자신을 보면서 제가 가진 균형감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저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정치인이 되는 것 같다는 자괴감도 느끼게 돼 너무 힘들었다”고 밝혔다.

표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억울함이 있는 피해자들을 구제하거나 그런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의정 활동을 해왔다. 지난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일명 ‘햄버거병’이라고 불리는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 사고의 재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등원 초기엔 일명 ‘해인이법’이라고 불리는 어린이안전기본법을 발의했다. 유치원 차량 탑승 과정에서 사망한 사고 피해자 아동의 이름을 딴 법안이다. 이어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주인공 정원섭 씨의 재심 배상을 위한 국가배상법개정안, 고(故) 김범석 소방관의 순직을 계기로 발의된 소방공무원등공상추정법 등의 입법도 추진했다.

표 의원은 이 같은 입법이 국회에서 현안 중심의 정쟁이 이어지면서 뒷전으로 밀렸다며 20대 국회를 비판했다. 표 의원은 “지금 국회는 사상 최악의 국회”라며 “법안 처리율이 30%를 밑도는데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저 역시 이 사태를 막지 못한 최악의 국회의 일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던진 것이 작은 파장밖에 안 되겠지만 충격적인 사퇴를 해서라도 ‘최악의 국회’를 고발하고 관심을 환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Q: 언제부터 불출마 생각을 굳혔나
국감 기간 중 완전히 마음을 굳혔지만 불출마를 고민한 지는 오래됐다. 가족과도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여권 내) 찬반 논쟁 때부터였다. 이 지사와 관련해 당내와 우리 당 지지자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누구 편이 되고 싶은 것도 없었는데 (비판을 받으니) 고민이 생겼다. 정치 자체에 대해 제가 이걸 계속해야 하나, 할 수 있나 하며 갈등이 심했다.
저는 정치적 사람도 아니었고 정치를 하려던 사람도 아니었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의 진상규명을 주장한 이후 문재인 당시 당대표가 도와달라고 해서 정치권에 왔던 것이다. 이후 줄곧 정의나 권력 범죄의 진실을 밝히고 국회의 의미인 사회적 약자나 범죄 피해자를 돕는 데 자부심과 의욕을 갖고 열심히 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제가 해야 할 역할은 다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둘러싸고도 갈등이 생겼다. 직업적으로 수사·사법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사건과 혐의가 발생하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예단에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진실 규명과 절차에 외압이 작용하거나 절차 왜곡이 되면 절대 안 된다. 그런데 조 전 장관 사건에 대해서도 양측에서 예단하고 달려든다. 한쪽 편 들기를 강요받는 상황에서 제가 정치와 맞지 않다고 느꼈다. 제 소신과 반하는 것이라 갈등했다.
그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의 무례한 공격에 제가 가진 균형감각도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것을 두고만 볼 수 없으니 맞받아치고 그분들이 과거 했던 문제도 제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저도 ‘내로남불 정치인’이 되는구나 하는 자괴감을 느끼고 힘들었다.

Q: 입장문에서 ‘사상 최악의 20대 국회’라고 일침했다. 이 역시 불출마 결심에 영향을 미쳤나
가장 큰 이유다. 국회 자체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면 4년간 최선을 다하려는 노력에도 정쟁만 이어졌다. 한국당 탓만 하고 싶지는 않다. 정쟁 속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과 국가다.
경제가 어렵고 일본은 우리를 도발하고 북한은 한숨 나오는 행태를 보이며 힘들게 하고 여건이 안 좋다. 그럼에도 정쟁으로 날을 세우는 사상 최악의 국회다. 법안 처리율은 30%를 밑돈다. 누군가는 어떻게든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야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하지만 어쨌든 이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최악의 국회의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가 충격적인 사퇴를 해서라도 이를 환기시키고 국회를 고발하고 싶었던 것이다.

Q: 그래도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아쉽지 않을까
많은 지지자께서 ‘그래도 버티고 출마하고 총선에서 이기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말하지만 그것만이 제 역할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 결코 불출마 선언을 번복하지 않을 것이다. 초심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깨끗이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이 임기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재선 욕심에서 자유로우니까 더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도록 잘하겠다.

Q: 결심이 무색하게 국감 때 인상 깊은 지적을 많이 남겼다. 햄버거병(용혈성 요독 증후군·HUS) 재수사에 대해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질의한 후 재수사 착수 소식이 들려왔다
저는 매번 국감이나 상임위를 할 때마다 늘 사람과 사건 중심으로 준비한다. 어떤 분이 현재 국회에 관심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억울함이 있는지, 국회가 아니면 해결하지 못할 사안이 있는지의 관점이다.
행정과 사법 모두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국회가 보정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이번 국감도 전략이 딱 하나였다. ‘조국 국감’에 대해서는 아주 짧게 핵심만 쳐낼 수 있는 준비를 하고 꼭 한 건씩은 민생 사안을 챙기자는 전략이었다.
햄버거병 질의도 그 이면에는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 하는 것도 좋지만 대신 다른 사건에도 검찰이 열심히 관심을 기울였느냐 하는 물음이 담겼다. 국민의 검찰에 대한 불만은 권력 사건에 대한 것도 있지만 피해 입은 분들에 대해 왜 무관심한가라고 생각한다.
이 밖에도 군사법원 국감 때에는 2001년 발생한 군 의문사 사건인 ‘염순덕 상사 사건’을 질의했는데 작년에 이어 국방부에 순직 처리를 촉구했다. 고(故) 김범석 소방관과 취객에게 시달리다 숨진 포항 북부경찰서의 최준영 경장 등의 순직 인정도 제가 계속 질의해서 받아낸 것인데 모두 저에겐 훈장 같은 성과였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것은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각했던 것만큼 충분히 더 질의를 못 했다는 점이다. 이번 국감이 ‘조국 대전’이었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사건이 많았는데 정쟁 속에서 충분히 챙기지 못한 것들은 아쉽다.

Q: 이번 국감에서는 궁극적으로 검찰 간의 감싸기 수사 관행도 지적했다. 그 부분에 주목한 이유가 있나
지금 가장 중요한 게 검찰 개혁인데 검찰개혁이 뭔지 알려면 가장 명확한 것은 국민들에게 피부로 와 닿는 사건들이다. 그래서 내세운 것이 검사가 피의자인 사건들이었다. 일반 국민이 피의자인 사건은 34%가 기소되고 검사는 0.2%만 기소된다.
검찰은 “수사하다 보면 피의자들이 강압 수사라고 고소를 많이 해서 그렇다”고 하지만 일반 사회에서도 똑같지 않나. 돈 안 갚으면 고소하고 이웃 간 층간 소음으로 고소하고, 어디든 똑같다. 검찰은 내부를 스스로 수사해서 철옹성이다. 그런데 이런 부분들을 개혁하지 않으면 어떻게 개혁이 이뤄질까. 그런 현실을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Q: 국회의원 임기 종료까지 남은 6개월 동안 꼭 완성하고 싶은 법안은
우선 ‘해인이법’이라 불리는 어린이안전기본법을 처리하고 싶다. 2016년 총선 당선 다음 날 우리 지역구에서 다섯 살 어린이가 어린이집 하원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골든타임이 지나 사망했다.
이 피해자를 도와드리면서 또 다른 어린이들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을 어린이 보호시설로 정하고 어린이 보호시설의 종사자와 장(長)은 반드시 안전교육을 받도록 기본법을 만들었다.
둘째로 김범석법(소방공무원등공상추정법)이다. 고인이 순직을 인정받긴 했지만 현행법에 모순이 있다. 우리 법 관행은 순직을 인정받으려면 당사자나 유족이 입증하라고 한다. 대신 소방공무원이 근무 3년 이후 발생한 유전병 등에 대해 공상을 추정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입증할 책임을 당사자나 유가족이 아닌 국가가 갖도록 했다.
또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실제 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정원섭법(국가배상법개정안)’도 처리돼야 한다. 재심에서 정씨의 억울함은 밝혀졌지만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도중 대법원이 갑자기 민법상 소멸시효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손해배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국가의 명백한 과오나 고문 등 사법적 오류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 사건에 민법상 소멸 시효를 없앤다는 내용으로 발의했다.

Q: 내년 4월 이후의 표창원은 어떤 모습일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정치하기 전 모습인 프로파일러 신분으로 돌아갈 듯하다. 운영하던 개인 연구소를 다시 열고 책 쓰고 글 쓰고 방송하려 한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고 어떤 기회가 주어질지 봐야겠다. 워낙 인생과 세상은 변화무쌍하니까 미래에 맡길 생각이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1966년 경북 포항 출생
경찰대 행정학 학사
엑시터대 대학원 석·박사
경찰청 제도개선기획단 연구관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
경찰청 범죄심리분석 자문위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소장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선거대책위원
20대 국회의원(경기 용인시 정)
민주당 원내부대표
20대 국회 전반기 행정안전위원회·윤리특별위원회 위원
20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 위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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