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연 서울시립대 교수 “도시는 건물과 다른 시스템이자 제도”

[지역을 바꾸는 건축]지역 안의 다양한 요구 조율, 건축과 융합하는 해결방식 필요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19.11.22 11:47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에코넷센터 내부에 위치한 정원 모습./사진=더리더

“사람과 자연이 함께 만나 커뮤니케이션하는 그릇이 건축이다”
유니베라((구)남양 알로에) 사옥인 에코넷센터와 다음글로벌미디어센터를 설계한 유석연 서울시립대 교수는 작품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한다. 그의 방식대로 자연을 끌어들여 사람과 어우러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필연적으로 도시적인 DNA를 발견한다. 설계에서부터 건축의 형태에 집착하지 않고 땅과 자연, 사람과의 관계를 설정한다.
유석연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건축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베니스 비엔날레 초대작가로 젊은 건축가상(2008) 수상자로 건축계에서 이름을 알리다 도시에 매료되어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건축과 도시를 두루 섭렵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로 최근 도시와 건축 그리고 조경 등 다양한 전문 분야의 융합적 흐름에 가장 적합한 인재로 주목받고 있다.
성수동에 위치한 에코넷센터에서 장윤규 운생동 대표와 진행된 대담에 앞서 건물 구석구석을 보여주면서 쉬지 않고 설명을 덧붙여주는 열정은 평소 그의 성격을 보여준다. 인접한 근린공원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는 건물의 입구는 지역과의 소통이라는 미션이 그대로 드러난다. 건물 1층과 2층 마당까지도 지역민들에게 열고 다양한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는 건물. 유니베라와 그의 합작품이다. 40여분간의 에코넷센터 투어를 마치고 장윤규 대표와 유 교수의 대담이 시작됐다.

“도시적 DNA가 숨어 있는 에코넷센터”
장윤규: 이곳에 와서 에코넷센터를 보니까 유 교수가 도시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필연적인 느낌이 든다. 건물과 앞쪽에 위치한 공원의 관계라든가 북측에 있는 전철이 다니는 고가와 건물의 관계 등 건축이란 게 한정된 대지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주변을 이해하고 연결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또 하나 이 건물을 돌아보면서 도시를 산책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산책하듯 사람들이 건물을 걸어 다니고 여러 층의 레벨을 입체적으로 변화시키는 느낌을 가지고 있어서 태생적으로 도시적인 어휘가 건축 작품에서 나타나는 게 재미있는 건물이다유석연:
너무나 정확한 해석이시다.(웃음) 사실 에코넷센터를 설계할 때 기업에 대해 많이 연구했다. 기업의 미래를 담아야 하고, 기업의 지향점을 표현해야 했지만 땅이 너무 어려웠다. 비어 있는 땅에 처음 왔을 때 가만히 서 있기 힘들 정도로 전철의 소음과 진동이 심했다. 솔루션을 만들어야 했다. 늘 형태를 먼저 계획하지 않는다. 해결할 문제를 풀고, 그 다음 건축을 통해 달성해야 할 목표를 연구해서 실현하는 방안을 찾다보면 형태가 나오는 방식으로 설계한다.
전철과 맞닿아 있는 아트리움(atrium)에 둥근 사분 원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소음, 진동 문제를 해결하고 외부 환경과 교류하고 싶은 욕망과 내부를 보여주면서 밖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극대화하기 위한 형태였다. 전철을 타고 지나가는 승객과의 소통도 필요하고, 하늘도 보여야 하고, 밝아야 하고 등등 그런 것들을 성취하기 위한 형태적 솔루션이었다. 이 형태로 인해서 유석연이 라운드 설계나 형태를 하는 사람인가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
에코넷센터 이후에 ‘다음(daum)’이 제주로 이전하는 마스터플랜을 계획했다. 처음으로 짓는 사옥이 다음글로벌미디어센터인데 이곳도 같은 방법으로 설계했다. 자연을 끌어들이는 방식은 같지만 그것을 향유하는 방식은 건물의 목적마다 다르다. 사람과 자연이 커뮤니케이션하는 그릇이 건축이다. 무엇을 끌어들이고 소통해야 하는지에 대한 콘셉트는 예전부터 중요했다. 그런 걸 보면 장 대표님이 말한 것처럼 도시를 담고자 하는 DNA가 숨어 있었던 거 같다.
‘유니베
라’라는 회사가 지역주민과 소통을 처음부터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건물 앞 근린공원에 오는 사람들이 이곳을 보고 어떤 느낌일까 생각했다.공원과 건물이 접하는 면을 낮게 연결하고 공원을 바라보는 마당을 여러 층으로 만들었다. 건물을 향유하는 직원과 주민이 시각적으로 소통하는 형상이다. 건물 1층 로비와 화장실이 지역주민에게 열려 있고 1~2층 마당 역시 오픈되어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문을 만들지 말지에 대한 논쟁이 끝까지 있었다. 다행인 것은 회장님이 계획안을 받아들이셔서 이 회사가 지역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는 거다.
▲ 에코넷센터 앞 근린공원에서 마주보이는 건물 계단에서 유석연 서울시립대 교수(오른쪽)과 장윤규 운생동 대표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더리더
유석연 서울시립대 교수(오른쪽)과 장윤규 운생동 대표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더리더장윤규: 건물을 돌아보면서 유 교수만의 섬세한 시나리오가 느껴진다. 막연한 산책이 아닌 건물 내부를 관통하며 외부와 소통하는 길, 그리고 외부계단을 통해 올라가는 느낌이 중요한 포인트로 다가왔고, 그걸 실현하는 점이 흥미로웠다. 사실 개인적으로 도시에 대한 느낌은 이런 섬세함이 아니라 막연하게 터프한 느낌이 강하다. 지도를 놓고 선을 따라 그으면 도로가 되는 그런 이미지가 있다.
유석연: 지금도 그렇게 터프하게 되기도 한다. 도시에서 선을 하나 그으면 수백 미터가 되니….

장윤규: 유 교수가 생각하는 도시라는 개념은 건물에서의 느낌처럼 터프한 라인 속에 숨겨진 것이 아니라 공간적 디테일을 포함한 도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유석연: 맞다. 그런 꿈을 가지고 도시 쪽으로 갔던 게 사실이다. 도시가 터프한 것도 맞는 게 도시는 시스템이고 제도이다. 도시는 크게 보면 도시설계와 도시계획으로 나뉜다. 예를 들면 설계를 잘한다고 도시계획을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듯 법 제도를 알아야 하고, 그 안에 작동하는 경제, 산업 일자리, 사람들의 니즈(needs, 요구)를 알아야만 한다. 건축의 니즈와 다른 건 건축 니즈는 클라이언트의 니즈지만 도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니즈가 맞물려 있다. 이런 요구들을 조율하고 취사선택하는 것이 능력이다. 처음엔 그런 능력이 잘 안 생기더라.

“도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니즈가 충돌하는 곳”
장윤규: 건축과 도시의 차이점이나 공통점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 둘 다 해본 유 교수의 의견이 궁금하다
유석연: 도시계획은 앞서 말한 대로 누군가의 이익을 대변하게 되어 있다. 법제도의 틀 안에 모든 도시를 이루는 요소들이 제어되어 들어가야 한다. 어떤 선을 그어 용도 규제를 하든, 규모나 높이를 규제하든 세부적인 요소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이익을 대변하더라. 그게 무서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런 것을 이해하는 데 생각보다 긴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건축도 매우 복합적인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건 한정적인 데 반해 도시는 재산권, 생명권 그리고 기본적인 권리까지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무섭다.
도시에서 또 하나의 축인 도시설계는 사실 필드에서 참 어렵다. 도시, 건축, 조경 등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하고 디자인 능력 역시 요구된다. 더불어 도시계획도 알아야 한다. 발주처 관계자 모두와 그곳에 살고 영향을 받는 주민들, 그곳을 이용할 방문객까지 고려하는 매 단계 프로세스를 만들어내야 한다.
건축의 경우 처음 콘셉트가 끝까지 가는 게 목표라면, 마지막 단계의 디테일까지 처음 콘셉트를 살리는 게 중요하지 않나. 그런데 도시는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고 조정하는 능력이 무척 중요하다. 버티고 설득하는 능력이 엄청 배양되어야 한다.

“도시와 건축, 서로 융합되는 게 흐름”
장윤규: 처음 건축분야에서 도시로 옮겨갔을 때 어땠나
유석연: 시립대에 오기 전 희망제작소에서 도시공간연구소라는 것을 만들어서 전국 중소도시를 도와주는 일을 맡았었다. 군발전계획, 도시미래전략계획, 마을 만들기, 농촌종합계발계획 등이었다. 마을의 청년회장을 70대 노인이 맡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분들과 막걸리를 마시면서 마을을 살리고자 하고, 군청 앞을 예쁘게 정비해주고, 책 읽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후 서울시립대에서 나를 건축과 도시를 모두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알고 도시공학과 교수로 뽑았지만 막상 가보니 도시와 건축은 용어의 의미가 달라 말이 안 통했다. 공부를 했어야 했다. 필드에서 설계는 할 수 있는데 언어가 달라서 의사결정 과정까지 진입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학회활동도 했지만 추가로 도시 공부를 한 게 큰 도움이 됐다. 도시는 건축과 완전히 다른 체계인 것은 맞지만 건축가들도 진입이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생각 체계와 언어가 완전히 다르므로 도시에 대해 비전을 갖고 있는 건축가들에게 교육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석연 서울시립대 교수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더리더

장윤규: 한때 도시를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공공프로젝트를 많이 하다 보니 요즘은 좀 생각이 바뀌는 거 같다. 그렇다면 도시에서 건축가들이 할 수 있는 건 어떤 역할이 있을까
유석연: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되 비전을 제시하는 비전메이커와 도시디자이너? 사실 도시에서는 모든 부분에서 여러 역할이 중첩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다.

장윤규: 최근 많이 거론되고 있는 ‘마을건축가’나 ‘총괄 건축가제도’를 보면 단순히 건축가에게 건축만 요구하는 게 아니라 도시적인 개념까지 생각하라고 제시하고 있다. 의도치 않게 건축가들이 계속 도시에 개입하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 실제로 건축가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도시계획적 측면에 접근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고 본다. 도시와 건축의 접점을 잘 알고 있는 유 교수의 생각이 궁금하다
유석연: 서울시에서도 공간분야에 있어 도시, 건축, 조경이라도 융합해서 정책을 만들고 계획을 통합적으로 수립하는 걸 요구하고 있다. 나 역시 최소 대학원에서라도 융합적인 운영을 해보고자 3개 학과가 몇 년간 융합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었다. 마침 서울시 차원에서도 전문가들에게 제대로 된 융합 교육을 할 수 있는 모델을 요구하고 있어 이번에 새롭게 도시과학대학원에 공간계획설계정책학과를 개설한다.
각 분야별로 기본계획부터 세부사업계획까지 따로 수립하니 서로 중복되고 충돌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도시는 더 혼잡하고 복잡해져서 문제가 한 가지로 해결이 안 된다. 융합적인 사고를 통한 해결 방식이 앞으로 꼭 필요하다.
최근의 신도시 계획 사례를 들어보면 도시와 건축을 통합계획하는 흐름이 생기고 있다. 동탄2신도시의 마지막 공구를 계획하고 있는데, 2차원적으로 블록과 도로를 그리는 토지이용계획(land use plan)과 3차원 마스터플랜을 동시에 세워서 도시·건축이 번갈아 피드백하는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그 안에 건설될 아파트나 근린상가 형태까지 고려하고 진·출입구도 계획한다. 경관과 주민프로그램까지 고려한 도시건축통합계획은 그 다음 지구단위계획으로 넘어가 지침화된다. 공공부문은 직접 실현하지만 나머지 용지는 민간에 매각하기 때문에 민간이 지켜야 할 지침을 세워 전달하는 작업이다. 전체를 입체적으로 계획하는데, 형태도 중요하지만 경제, 산업, 사람의 흐름, 건물의 용도와 용도에 따른 형태 등을 다 계획한다.

장윤규: 그럼 그림은 누가 그리나
유석연: 사실 도시계획가는 도면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도면에 건물들과 주변 환경이 어우러진 3차원 공간을 그려 넣어야 하며, 판단할 수 있어야 하니까. 건축가들이 가진 초능력은 평면도만 보면 공간이 눈앞에 입체적으로 연상되지 않나?

장윤규: 건축가가 도시를 설계하면 다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르 코르뷔지에(근대 건축의 거장)의 빛나는 도시(1935년 발표한 르 코르뷔지에의 저서 )를 보더라도 재미있는 구성이 반짝인다. 또 바이센호프 지들룽((Siedlung, 독일에 합리적인 가격과 기능성을 갖춘 이상적인 집단 주택단지)만 보더라도 건축가가 도시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에 환상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건축가들이 그 환상에 젖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도시의 역사는 잘 모르겠지만 건축은 역사가 있지 않나. 유 교수가 두 개의 접점을 가지고 있으니 도시가 놓치는 것, 건축이 놓치는 것들을 매칭해서 새로운 도시설계 방식을 제안하면 어떨까
유석연: 너무 감사한 말이다. 도시와 건축을 넘나들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융합교육을 시도하고 있고, 필드에선 도시건축통합계획을 시도하고 있다. 앞으로 통합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중요하다. 또한 도시는 실현성이 중요하다. 마을건축가가 공공성 지도를 그릴 때 없던 공공시설을 새로 계획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가능하다. 여기는 공공용지가 되어야 하고 몇 명이 이용하는 어떤 규모의 도서관이 들어가야 한다는 걸 결정할 수 있다. 대신 업그레이드하는 능력은 건축가들이 가지고 있으니, 도시의 맥락과 프로세스를 이해해야 한다. 도시 분야에선 설계수업을 중요시해야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은 말로 해서는 알 수가 없다. 교육과정에 디자인과 예술 그리고 도시의 철학이 모두 연계되어야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경제적 교류가 가능한 자족 마을을 꿈꾼다”
장윤규: 자발적으로 공동체주택을 실현하고 계신 것으로 안다. 어떤 계기로 이런 일에 앞장 섰는지 궁금하다
유석연: 면목동 공동체주택마을 통합운영주체로서 사업의 시행자이자, 설계자이자 시공사의 클라이언트 역할, 그리고 40년 동안 임대운영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깨가 무겁다.
공동체 주택, 코어하우징에 대한 관심이 20년 전부터 많았다. 관련 특허도 출원한 경험이 있다. 이런 주제를 두고 여러 실험을 하고 싶었다.
대학원 수업으로 우리 도시의 미래를 예측하고 솔루션을 만드는 수업을 했다. 미래에는 저소득층이 사는 주거지나 노후 아파트가 모여 있는 곳, 예를 들어 동대문구, 강북구, 노원구 등 엄청난 밀도의 노후 주거지부터 인구구조가 나빠지더라. 노인은 많고, 아이들은 없어지면서 일자리가 제일 먼저 사라진다.
주택을 다시 짓고 갱신해야 마을이 살아나는데 사업성이 없어서 재개발이 어렵고 도시재생도 국부적인 사업이다. 먹고사는 문제부터 치안, 복지 문제 등 모든 도시문제가 집중된 슬럼이 돼버린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밖에서 수입이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공공일자리로 많이 하는 복지, 돌봄을 주민들이 나눠 하면서 일자리가 생기는 자족도시 모델을 학생들과 구상했다.
공공에서 일부 지원을 하면 자족적인 마을, 이게 사업성이 있더라. 마을을 설계하고 운영하고 나누고 고치고 갱신하는 모든 것을 포함해 그 안에서 일하면 먹고살 수 있는 마을의 최소단위가 2000세대는 되어야 가능하다. 물론 사업비가 많이 드니 공공이 대출 보증 정도는 해줘야 한다. 그런 걸 연구하다가 서울시에서 공동체주택마을사업을 한다고 해서 냈는데 어쩌다 돼버린 거다. 열심히 하고 있다.

장윤규: 최근에는 LH공사나 SH공사에서도 주거단지 많이 만들고 심지어 스마트 커뮤니티 개념을 써가면서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굉장한 공을 들이는 데 반해 작동이 잘 안 된다. 개인적으로는 주민들에게 던져주기만 해선 작동이 안 된다고 본다. 스스로 작동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낭만적으로 아파트 만들어놓고 곳간은 줬으니 커뮤니티 생활을 해보라는 방식은 부정적이다.
자족도시의 조건 자체는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이 운영하겠다는 의지와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프로젝트가 흥미로운 부분이다
유석연: 지역에 씨앗을 심는 의미로 문화예술인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조건은 무주택자로 지역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1년에 두 번 정도는 주도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게 조건이다. 38개 가구로 근린생활시설이 12개 정도 있다. 입주자들이 1년에 두 번씩 프로그램을 하면 100회가 되고 기본적인 경제구조가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이들이 여기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거다. 근린생활시설과 공유공간에서 공방을 하든 오피스를 하든 요리사로 마을 사람을 위한 식당을 운영하든 공유 차 서비스를 제공하든 마을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바람직하다. 가구수가 적어서 앞으로 계속 지속하는 게 목표다. 최소 2000세대만 되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한번 경험을 해보고 더 큰 공동주택 부지가 나오면 시도해보려 한다. 전용면적을 줄이고 공유면적을 늘려 경제적인 교류를 통해 외부에 일자리 없이도 먹고살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싶다. 개인과 개인은 리스크가 있지만 그게 시스템이 되면 다르다. 그런 실험을 하고 싶다.
▲유석연 서울시립대 교수(왼쪽)과 장윤규 운생동 대표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더리더

장윤규: 사실 앞서 말한 도시의 디테일이란 게 바로 이런 부분이다. 건축이 만드는 공간이나 형태 도시적인 요소도 모두 중요하지만 결국은 콘텐츠를 어떻게 생성해서 잘 돌아가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관료적인 도시의 생각에선 그런 게 빠져 있다. 멋있는 거 보여주고 폼 잡아야 하는데 들여다보면 프로그램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만 해도 멋있게 지었지만 완공 전까지 프로그램이 없었다. 뭘 담을지도 모르고 멋있게 지었던 거다
유석연: 사실 처음 기획이 중요한데 우리가 아직 그런 게 부족하다. 애초에 그런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설계를 하면 요소요소 디테일까지도 실현될 텐데. 방금 둘러봤던 에코넷센터의 2층 계단마당도 경사진 옥상 정원이었다가 데크를 깔았다가 하는 논의 과정이 있었지만 결국 주민들에게 오픈하는 음악회 프로그램을 담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10년 이상 좋은 프로그램으로 잘 지속할 수 있는 건 이 디자인을 기업에서 진심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장윤규: 골목스튜디오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인가
유석연: 서울로 7017을 설계한 네덜란드 건축가 비니 마스는 2단계 사업으로 방사형 보행 네트워크 확장을 통한 도시재생을 제안했다. 서울시에서 이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해 9월 ‘서울로 7017과 서계·중림·회현 등 주변 지역을 잇는 7개 연결길 기본계획’을 시작했다.
7개 보행길은 서울로와 연결되는 중림1길, 서계1길, 후암1길, 회현길 등 총 7.6㎞에 달한다. 재개발 지역인 후암동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모두 도시재생활성화 지역이다. 서울로 7017이 노후화된 고가도로를 사람 길로 재생해 기찻길로 단절됐던 서울역 동서 지역을 잇는 1단계 연결 길을 완성했다면, 새롭게 조성될 7개 보행길은 서울로 7017을 축으로 도시재생의 파급력과 지역경제 활력을 인근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주민이 직접 참여해서 의사결정을 하고 끝까지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 골목스튜디오라고 주민들과 서울시, 자치구, 골목건축가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이 모여서 스튜디오를 통해 토론하고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건축가들이 골목과 도시재생사업을 이해하도록 나는 통역하는 역할이다. 마스터플랜은 했고, 올해 말부터 내후년까지 실행된다.

“통계로 미래가 예측 가능”…“단계적 실험과 논의가 필요”
장윤규: 서울이나 메이저급 도시는 좋아지는데 지방은 인구도 줄고 위기 아닌가. 부산, 세종시, 서울만 남을 것이란 말도 있다. 지방에 소멸위기 도시가 많은데 이 작은 도시도 소중하지 않나.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없을까
유석연: 인구 추세로 보면 이미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 중소도시가 많다. 일본 역시 이런 문제를 먼저 겪었다. 국토 전반을 놓고 특화된 중소도시에 집중해서 투자를 하고 소멸되는 곳은 버리고 자연으로 돌리는 작업을 한다. 사람들이 살고 싶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기반시설이 있어야 하고 기반시설은 유지관리 비용이 필요하다. 지역 특화산업 중 살릴 것은 선별해서 몰아줘야 한다. 하지만 국내 정서를 보면 어려운 일이다.

장윤규: 그것도 그렇지만 지방 소도시마다 국가에서 어마어마한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위기라고 해도 해결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지방소멸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소멸조차 어려운 나라다. 소도시만 해도 지원이 많아서. 도시를 통합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유석연: 과도기가 있을 것 같다. 벼농사를 짓는 평균 연령이 60세가 넘는다. 노인들이 20~30년 후까지 농사를 지으실 테고 그때까지는 아무도 손을 못 댄다. 요즘엔 농지연금이 있어서 이후에는 상당수 농지가 국가 소유가 될 것이다. 그 뒤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게 더 현실적인 대책이다. 관련 규정이 있어야 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통계로 미래 추세는 다 예측이 된다. 어떻게 할 것인지 지금부터 단계적 실험과 논의가 필요하다.

장윤규: 건축에서 시작해서 도시까지 다양한 이야기 잘 들었다. 마지막으로 유 교수가 바라는 도시의 미래상이 있다면 어떤 모습인가
유석연: 사람들이 함께 꿈을 꾸는, 미래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다. 이를 위해 분야 간 경계를 없애고 함께 정책을 만들고 실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석연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학사, 석사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건축 석사
베니스 비엔날레 초대작가
서울대학교 대학원 도시계획학 박사

@대담│장윤규 운생동 건축사사무소 대표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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