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 “배신당한 노무현의 꿈 완전히 이룰 것”

‘서부산 홀대 시대’ 청산하고 대한민국 균형발전 위해 노력

머니투데이 더리더 정민규 기자 2019.11.08 14:39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2002년 대선은 한 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지역주의 타파와 정치개혁을 위해 온몸을 던졌던 노무현이라는 시대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함께 뒤엉켰다. 그 중심에는 가슴이 뜨거운 사람, 늘 당당한 사람, 강렬한 눈빛의 부산 사나이 이상호가 있었다. 그가 돌아왔다. 여전히 민주당의 험지라고 할 수 있는 부산에서 민주당 사하을 지역위원장으로 4선 현역의원을 상대로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반드시 당선되어 ‘서부산 시대’의 개막을 알리겠다는 당찬 포부를 펼치는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이상호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본인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한다면
2001년 양말 유통업 대표를 하다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노사모 홈페이지를 통해 노무현을 알게 됐다. 그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2년 국민경선 당시 참여의 상징이었던 노란 손수건, 2002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돈 안 드는 정치 문화를 만들었던 희망돼지 저금통을 주도한 것에 대해서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제 삶의 보람은 나로 인해 상대가 웃는 것이다. 상대가 빵빵 터져주면 너무 행복하다. 가장 싫어하는 것은 ‘내 안의 비겁함’이다.
지금까지 보내온 날들은 내 속의 비겁함과 싸웠던 시간들이었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바로 ‘내 안의 비겁함’을 이기고 싶어서다. 부끄럽게 살고 싶지 않다.

최근 부산시에서 지역구의 다대포해수욕장 관광개발 관련 TF를 꾸리겠다고 발표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가 부산시 관계자들을 만나면 항상 묻는 말이 있다. ‘사하가 행정구역상 부산은 맞는데, 사하가 부산 맞아요?’ 입버릇처럼 ‘부산시 정책결정자들의 머릿속에는 사하가 있었나요?’ 하고 묻는다. 원도심이었던 남포동 시대가 있었고, 교통 중심의 서면 시대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해운대와 기장을 망라하는 동부산 시대다. 지금 부산에서 열리는 모든 주요 행사는 거의 해운대에서 유치해간다. 교통, 상권 등 인프라도 해운대가 그 외의 부산 지역을 압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사하를 비롯한 서부산은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대티고개 넘어 사하는 부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부산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사하는 무궁한 발전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핑을 즐기며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다대포해수욕장이다. 특정 지역에 대해 시에서 직접 나서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그만큼 서부산이 낙후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하가 부산인가요?’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응답 자체로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력이나마 그간의 작은 노력들이 성과를 볼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뛰겠다.

9월 25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부산-울산-경남이 55.6%로 전국 평균 42.7%를 크게 웃돈다. 현장에서 느끼는 지역 분위기는 어떤지
분위기가 좋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의혹은 가득한데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사실 매우 익숙한 장면이다. 범법 여부에 대해서는 사법부에서 법리에 따라 판결을 내려야 하는데 언론이 먼저 여론 재판을 한다. 진실이 드러나기까지는 길게는 수년까지 걸리는데도 언론에 의해 난도질되고 나면 여론은 이미 등을 돌린다.
‘조국 장관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라’는 조언도 있고 제 생각과 배치되더라도 ‘일단은 주민들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라’는 말도 많이 듣는다.
그러나 그런 비겁함 때문에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것을 지켜내지 못했다.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권력을 통해 좀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것이다. 그 수단인 권력을 잡겠다고 거짓과 타협할 수는 없다. 거짓과 비굴하게 타협하며 수단을 쟁취하면 결국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한계에 봉착한다. 게다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지 못하면 내년 총선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히틀러의 오른팔이었던 독일의 유명한 선동가 괴벨스는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 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고 했다. 지금 당장, 고통스럽다고 진실을 외면하면 필연적으로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이슈를 포함하여 지금의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지역구에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앞선 질문의 답변과 겹치는 지점이 많을 것 같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평가는 당연히 정부와 여당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더더욱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오해를 정면돌파로 분쇄해야 한다. 하지만 여론과 민심은 다르기에 자신 있다.
여론은 일시적이다. 당당하게 대응하며 진실이 드러나면 충분히 되돌릴 수 있지만, 정도에서 어긋나면 민심을 잃게 되고, 그렇게 되면 정치의 본질에서 어긋나며 패배할 수밖에 없다.
어떠한 순간에도 정도를 걸으며 중심을 잃지 않을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4선 현역의원이자 지난 총선에서 부산 최다득표를 기록한 조경태 의원을 상대해야 한다. 어떤 전략인지
조 의원은 선거 기술이 뛰어난 훌륭하고 노련한 정치인이다. 게다가 민주당 간판으로 부산에서 3선을 했다.
조 의원은 2016년, 민주당의 불모지 부산에서 자신을 위해 고초를 마다하지 않던 동지들을 배신하고 한국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당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시대적 요청에도 관심조차 없었다. 부산시민들께 다시 제대로 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선거를 잘 치른다는 평이 있어서인지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과 많은 주변인들로부터 ‘조경태를 이겨달라’는 요구가 모였다.
그래서 같은 부산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 연고도 없지만 ‘사하을’ 지역구로 왔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부산은 정치적으로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는 도시다. 조경태 의원의 성장도 노 대통령의 지역주의 타파를 지양분으로 한 것이다. 이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배신당한 노 대통령의 꿈을 완전히 이루기 위해서도 반드시 이기겠다. 인지도에서 16년간 지역 국회의원을 했던 조 의원이 월등하다. 그러나 누적된 피로감, 당적변경 등의 이유로 교체를 염원하는 주민들이 많다. 문제는 누구로 교체를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많은 주민께서 아직 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 그 대안으로서의 이상호를 주민들께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총선의 부산 판세 그리고 전체 판세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지난 지방선거와는 판이하게 다를 것이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전으로 거의 회복됐다. 프레임을 잘 잡아야 한다. 정부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국정농단으로 드러난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개혁하는 총선이 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음 정권의 분수령이 부산이라는 각오로 열심히 뛰고 있다. 내가 이기면 정권재창출이 되는 거고, 내가 지면 다음 대선이 어려워진다는 각오다. 주지하다시피 부산은 총선 최대 격전지다. 민주당이 부산에서 꼭 좋은 성적표를 손에 쥐었으면 한다. 지난 총선 이상의 의석수 확보는 기본적 목표다.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저뿐만 아니라 부산에서 여러 의원이 함께 당선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자신 있다.

노사모 시절, 희망돼지와 노란 손수건으로 대표되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실행력으로 전국에 노풍을 일으켰다. 당시 활동에 대해 설명한다면
노란 손수건 이야기를 먼저 말씀드리겠다. 일단 당시 회원들은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들이었고 모두 익명, 닉네임을 사용했다. 제 닉네임은 미키루크였다. 그래서 오프라인에서 모이면 노사모 회원 여부를 알 수 없었다. 특히 국민경선 과정에서는 다른 후보의 지지자인지, 노사모인지 알 수 없었다. 구분할 수 있는 상징을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손수건을 가지고 목에 두르고 만나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부산진 시장에 가봤더니 노란색이 가장 재고가 많고 안 팔렸다. 그 노란 손수건을 단체로 제작해서 전체 노사모 회원들이 목에 맸다.
노무현, 노사모, 노란색… 너무 기획을 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실은 기획이 아니라 당시 사정을 고려한 것이었는데 잘 맞아 떨어졌다.
반면, 돼지저금통은 사전기획을 했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후보가 되어가는 과정에서부터 정치개혁을 실행하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자금 마련부터 국민의 힘으로 하는 새로운 선거 문화를 제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전국 100만 명의 지지자에게 1만 원씩 모아서 그 돈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목표로 희망 돼지저금통을 추진하게 됐다.
‘재벌에게 돈을 받지 않고, 검은 돈에 발목 잡히지 않는 그런 대통령을 한번 가져봤으면 좋겠다’는 국민의 마음을 돼지저금통을 통해 표현하려 했다.
결과적으로 노무현 대통령, 투명한 정치, 소액모금, 이런 것들이 돼지저금통을 통해 모여서 정치 개혁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당시는 정당이 아닌 개인에게 정치 후원금을 모으는 것이 금지되던 때였다.
그래서 제가 선거법 위반으로 공민권을 오랜 시간 박탈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결실이 되어 선관위에서는 ‘이러한 선의의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고 법 개정까지 되는 계기가 됐다. 저에게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인생 전체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일이다. 제 아들에게 부탁을 해놨는데 나중에 저의 제사상에 돼지 저금통이 꼭 올라가면 좋겠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이후에는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당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노무현 대통령을 잠시 뵌 적이 있다. 대통령께서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으시기에 언론과 선거개혁을 위한 시민운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놀라시며, 그분 스타일대로 ‘그러면 내가 도와줄 것은 없겠네? 잘해봐라’ 고 말씀하셨다.
1년 동안 시민운동을 하며 ‘언론개혁 운동’과 ‘정치인 바로 알기 캠페인’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운동’을 주도했다.
그 이후에도 정치권에서 역할을 맡아달라는 여러 번의 제안이 있었다.
그러나 스스로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했기에 나서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이후에는 검찰로부터 압수수색 등을 받으며 고통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날이 저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그날 ‘인생의 스승이 감옥으로 가시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명박 스승이 아니었다면 ‘억울함’이라는 단어의 깊은 의미를 진정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그 후 ‘정치는 주변 사람들을 이롭게 해야지 억울하게 하지 않아야 함’을 명심하게 됐다.

힘든 순간이 많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하려는 이유는
우리는 일상 속에서 눈만 떠도 맞닥뜨려야 하는 모순적 갈등이 있다. 사실상 74년 전의 남북분단은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맞이한 것이다. 그 이후 대한민국은 생각이 다른 상대를 ‘빨갱이’로 규정하며 소모적 갈등과 증오를 계속 양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것을 정치적으로 악용해온 역사가 길기에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합리적이고 창조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역사적 과제는 한반도의 분단에서 비롯된 ‘증오의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 제도적 과제로서는 최대한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의 국회는 승자독식 구조다. 51%를 이루지 못한 의견은 묵살된다. 헌법정신에 따라 다양성이 존재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 저는 앞서 언급한 역사적 과제, 정치제도적 과제를 해결하고 싶다. 대한민국이 좀 더 창조적인 미래 사회로 나아가는 데 일조하고 싶다.

끝으로, 지역구 주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사하구는 발전해야 한다. 단순히 제가 발 딛고 있는 지역구라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대티고개 너머는 부산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서부산 홀대의 시대’를 이제는 청산해야 한다. 부산, 그리고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이루어야 한다. 대한민국 전체에서는 수도권만의, 부산에서는 해운대만의 기득권 중심 사회를 온 국민이 중심이 되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 힘쓰겠다.
‘한다면 한다’가 제 슬로건이다. 하겠다고 결심한 이상 내년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저는 사하구 발전을 위해 뛸 것이다. 주민들께서도 항상 적극적으로 요구해주시고 많은 목소리를 내주시면 좋겠다.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

●1965년생 부산 출생
●前 부산노사모 대표
●前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직선선출위원장
●前 전문건설공제조합 상임감사
●現 부산마루국제음악제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
●現 평화재단 운동본부 본부장
●現 더불어민주당 부산광역시당 정책연구소 오륙도연구소 부소장
●現 더불어민주당 포용국가비전위원회 위원
●現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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