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일정으로 본 정치신인의 한계

오세훈 법, 선거 비용… 정치권 올드보이 많은 이유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9.11.01 08:4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21대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총선을 준비하는 후보자들은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21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은 12월 17일부터입니다. 선거일 120일 전부터 후보자 등록이 가능합니다. 내년 1월 16일까지는 입후보 제한을 받은 후보자는 다니던 직장을 사직해야 합니다. 비례대표는 선거일 30일 전인 3월 16일까지 사직하면 됩니다.

1월 16일부터는 의정활동 보고가 금지됩니다. 선거일 90일 전부터 적용됩니다. 의원들의 의정활동 보고가 금지되는 이유는 이 자체가 선거운동이 되기 때문입니다. 현역 의원이 아닌 다른 후보자들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1월 16일까지는 의정활동 보고가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정치신인들이 선거 자체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부르는 이유, 현역 의원에게‘프리미엄’이 붙는 이유입니다. 의정활동은 현역 의원이 갖는 장점 중 일부입니다. 정치 신인이 현역 의원에 비해 선거에서 불리한 점은 한둘이 아닙니다.

의원들의 모든 활동은 ‘홍보’가 될 수 있습니다. 우선 지역구 의원은 누구나 해당 지역구에 사무실이 있습니다. 현역의 의원이라면 사무실 개소는 할 수 없습니다. 선거법상 비현역 후보들은 ‘직무가 없다’는 이유로 사무실을 내지 못합니다. 현역 의원들도 지역구 사무실을 ‘선거운동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선거운동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기 어렵고 사무실 간판과 그 앞에 걸린 현수막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됩니다. 현역 의원은 사무실을 둘 수도, 월급을 주는 ‘유급 보좌진’두 명을 둘 수 있습니다. 현역 의원이 아니라면 사무실을 운영하더라도 유급 지원을 채용할 수 없습니다. 자원봉사자만 둘 수 있습니다.

또 현역 의원들은 선거가 없는 해에 연간 1억5000만원까지,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습니다. 현역 의원이 아니면 후원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단 예비후보가 되면 선거 210일 이전에 1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습니다.

이런 법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바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61대 국회 때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으로 ‘정치 개혁’을 실현하기 위해, 불법 정치자금 조성을 차단하는 목적으로 정치자금법·정당법·공직선거법 등 3법을 발의했습니다. 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 중앙당의 후원회를 비롯한 정당 후원회 금지, 정치자금 기부의 실명제와 정당의 회계보고 절차 강화 등이 골자입니다. 다만 여기서 정치자금법의 중앙당 후원회 제도는 2017년 6월 30일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다시 도입됐습니다. 정당에 대한 후원은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정치자금법 제6조는 국회의원과 각종 선거 후보자 등 정치인 개인은 후원회를 두고 정치자금을 기부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정당은 기부를 받지 못하도록 규정이 개정된 것 입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사진=머니투데이
‘오세훈법’은 정치 지형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이전 선거는 소위 ‘돈선거’라고 불릴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선거판에 돈이 많이 오갔고 들어가는 비용도 많다는 의미입니다. 후보자들은 정해진 틀 안에서만 기부금을 받게 됐습니다. 불법적인 정치자금이 오간 관행이 없어지고 정치의 부패를 해소했다는 평입니다.

그렇지만 부작용은 끊임없이 제기됩니다. 정치 신인에게는 불리하다는 비판입니다. 정치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졌다는 일관된 이야깁니다. 선거는 사실상 조직이고, 돈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입니다. 21대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 A씨는‘오세훈법’에 대해 치를 떨었습니다. 그는 “비리를 없애려고 지구당을 없앴지만 지역구 조직관리를 위해 당협위원장은 있다”라며 “또 현역 의원이 출판기념회나 이런 것을 통해서 기부받는 것은 합법이고 정치 신인은 그럴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원외 인사의 경우 선거를 앞둔 예비후보 기간에만 후원금을 모을 수 있습니다. 그는 “그렇게 후원금을 받아서 활동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선거 홍보에서 천지차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치권에서도 개선하자는 의견은 나옵니다. 오세훈법을 개선하는 법안은 ‘노회찬법’입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역의원이 아닌 원외 지구당위원장에게 정치후원금모금을 허용하는 이른바 ‘노회찬법’을 지난해 9월 발의했습니다. 우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면서 “노 전 의원이 비현역 시절에 받은 정치자금으로 안타깝게 국민들 곁을 떠난 사건에서 보듯 후원회를 둘 수 있는 국회의원과 그렇지 않은 정치 신인, 원외 인사 간 정치자금 형평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개정안에는 정치자금의 수입·지출 내역을 인터넷 홈페이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투명성을 한층 강화시켰다”고 말했습니다.

3월 26일부터 27일까지는 최종 후보자 등록 신청기간입니다. 각 정당마다 최종 공천받은 후보자, 그리고 군소정당 후보, 무소속 후보들이 신청하게 됩니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룰의 핵심은 현역 의원은 전원 경선을 거치도록 한 점, 그리고 정치신인에 대한 가산점이 부과되는 점입니다. 현역 의원은 전원 경선을 치릅니다. 다만 현역 의원이 단수로 후보 등록을 했거나 후보 간 심사 결과가 현저히 차이(30점 이상) 나는 경우는 제외합니다. 또 정치 신인에 대해 공천 심사 시 10∼20%의 가산점을 부여합니다. 자유한국당 룰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한국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가 지난 6월 총선 공천룰에 대해 황교안 대표에게 최종안을 보고했지만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후보자들이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선거기간 개시일은 4월 2일부터입니다. 이때부터 선거일 하루 전까지 홍보가 가능합니다. 민심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각종 여론조사기관의 결과는 선거 1주일 전까지 공표할 수 있습니다.

▲사진=머니투데이
4월 10일부터 11일까지는 사전투표를 진행합니다. 이틀 동안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투표를 미리 할 수 있습니다. 사전투표율이 도입된 이후 투표율이 올랐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통계에 따르면 사전투표제 시행 전 후 투표율은 대통령 선거의 경우8 1대(2012년 12월) 75.8%에서 19대(2017년 5월) 77.2%가 됐습니다. 또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은 19대 총선(2012년 4월) 54.2%에서 20대 총선(2016년 4월)58%로 3.8%p 늘었습니다. 지방선거 투표율은 5회 지방선거(2010년 6월) 54.5%였는데, 사전투표를 시행한 후 첫 선거인 6회 지방선거(2014년 6월)에서 56.8%를 기록했습니다. 또 7회 지방선거(2018년 6월) 60.2%로 이전 선거보다 투표율이 올랐습니다.

4월 15일은 대망의 투표날입니다. 투표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됩니다. 시민들이 표를 행사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를 만듭니다. 개표는 선거날이뤄집니다. 자정을 넘기면 대략적인 당선자 윤곽이 나옵니다. 선거가 끝난 다음에도 일정은 남아 있습니다. 4월 27일까지는 선거비용보전을 청구해야 합니다. 6월 14일 이내에 정산이 이뤄집니다. 선거비용보전은 선거 운동한 기간 동안에 썼던 금액을 다시 돌려받는 것입니다. 선거비용을 돌려받는 것은 후보자가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해주기 위해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는 취지입니다.

물론 모든 후보자에게 주지는 않습니다. 본선거에서 투표율 51%를 넘기는 경우에만 보전받을 수 있습니다. 10% 이상, 15% 미만의 득표율이면 반액을 돌려줍니다. 10% 미만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자에게는 안타깝게도 한 푼도 돌려주지 않습니다.

선거를 치르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우선 후보자 등록 시 납부해야 하는 돈은 ‘기탁금’으로 부릅니다. 일종의 ‘등록비’인 셈입니다. 공직선거법 제56조(기탁금)에 따르면 대통령선거는 3억원, 국회의원 선거는 1500만원, 광역의회의원선거는 300만원을 내야 합니다. 선거비용은 선거에 드는 모든 비용을 말합니다. 얼마를 쓰는지는 후보자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공직선거법 제121조(선거비용제한액의 산정)에 따르면 지역구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1억원+(인구수×200원)+(읍, 면, 동수×200만원)’,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의 경우 ‘인구수×90원’ 한도입니다.

이 보전비용은 왜 생겼을까요. 바로 ‘먹튀 방지’를 위한 것입니다. 후보자를 제한하고 책임 있게 선거를 마무리하는 일종의 ‘보증금’ 같은 제도입니다. 일각에서는 이 선거비용과 기탁금이 너무 높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특히 10% 이상에게 절반을, 15% 이상에게 전액을 돌려준다는 조항은 사실상 거대양당을 위한 제도라는 것입니다. 거대양당 후보자들은 기본적으로 20~30%의 득표율을 받기 때문에 전액을 돌려받기 쉽습니다.

그러나 군소정당이나 무소속 후보자들에게는 10%도 힘든 게 현실입니다. ‘어차피 돌려받을 금액’과 ‘쓰는 대로 내 통장 안의 돈이 나가는 금액’은 선거판에서 어떻게 영향을 줄까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선거는 곧 홍보입니다. 어차피 돌려받을 돈으로 많은 홍보를 통해 인지도가 높아지면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내 주머니 돈으로 선거를 치르면 선거 운동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기탁금이 없거나 부담이 없는 수준입니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는 선거 기탁금이 없습니다. 영국은 500파운드(약 75만원), 캐나다는 1000캐나다달러(약 89만 원), 호주는 350호주달러(약28만원)입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평균나이 55.5세, 평균 재산이 38억4466만원인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직장인 임금 평균은 820만원입니다.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출마하기 위해서는 수억이 필요합니다. 특히 군소 후보와 무소속 후보, 청년 후보들은 기탁금과 선거비용이 부담스러워 진입하지 못합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곳이 남성, 중장년, 고액연봉자처럼 특정 분류에 쏠리는 것은 문제라는 목소리가 제기됩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탁금과 선거보전비용이 득표율을 낮추는 것에 따른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기탁금이 높은 것과 선거비용 보전 득표율이 10% 이상인 것은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낮추는 게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서 정당득표율 3%는 의석 배분에서 제외되는 것도 정당 난립을 막겠다는 것”이라며 “유효정당 수가 늘면 우리나라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유효정당 수가 많은 브라질 같은 경우는 좋지 않은 예”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15% 규정을 7%로 낮추면 세금 낭비가 될 수 있고 이게 포퓰리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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