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연숙 서울특별시 평생교육국장, "읽고 쓰게 ‘빼앗긴 시절’ 돌려드려요"

“맞춤복지 선택, 투표권 행사… 세상을 이해하는 게 문해교육”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9.10.08 09:16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엄연숙 서울특별시 평생교육국장/사진=더리더

살아가는 데 글은 기초가 된다. 글을 읽고 쓰지 못하면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없다. 우리나라 고연령자들의 비문해율은 젊은 세대보다 높다. 2008년 마지막으로 조사한 문맹률은 1.7%다. 최근에는 문맹률이라는 말보다 ‘비문해율’이라고 부른다. 젊은 세대에게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비문해율은 고령세대로 갈수록 높아진다. 영미권의 경우에는 오히려 고연령자의 문해율이 높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이민자가 많아 비문해자가 많다.


엄연숙 서울특별시 평생교육국장은 고연령층에서 비문해자가 많은 이유에 대해 “우리에게 빼앗긴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엄 국장은 “지금 고연령자분들이 한글을 배울 시기에 우리는 역사적으로 일제 강점, 전쟁을 겪었다”라며 “그런 아픈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배움을 놓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내 생각, 내 의견대로 살아야 한다”며 “문해교육은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배움에는 시기가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평생교육국에서는 성인 문해교육 활성화 4개년을 올해부터 진행한다. 세종대왕이 문자를 만든 취지와 같다. 글을 배우는 것은 학습의 시작이다. 사람은 평생 학습하며 살아간다.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문해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달 17일 서울시 서소문별관에서 임 국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성인 문해교육 활성화 4개년 계획의 취지는 어떻게 되나
▶글을 모르면 문자나 기호의 정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 삶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국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다. 글을 모르거나 충분히 활용할 수 없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우리나라 비문해율은 어느 정도인지
▶전통적인 의미의 문맹률이 한국전쟁 직후 약 78%였다. 1950년대에 국가 차원의 문맹퇴치 교육이 대대적으로 전개되면서 1959년엔 22%까지 감소했다. 초•중등 교육이 의무화되면서 2008년에는 1.7%까지 낮아졌다. 그렇다고 글을 읽는 모든 분이 내용을 이해하고 활용하지 않는다. 실질적인 비문해자는 여전히 많다. 읽기, 쓰기, 셈하기에 대해서 어려움을 느끼는 서울시 성인인구가 약 39만 명으로 추정된다. 읽고 쓸 수는 있지만 약 복용법을 이해하거나, 택배 서식 작성 등 일상생활에 활용하기 어려워하는 성인인구는 약 24만 명으로 추정된다. 즉 서울시 성인 인구의 약 7.8%인 약 63만 명이 초등학교 수준의 문해교육이 필요하다. 서울시가 비율적으로는 적다고 하더라도 문자를 해독하기 어려운 절대적인 사람 수는 전국적으로 가장 많다.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수준인지
▶우리나라는 비문해율이 선진국 대비 낮은 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25세까지만 보면 4~5위 정도다. 그런데 전체 연령을 놓고 보면 순위가 떨어진다. 고연령자의 비문해율이 높아 전체적인 순위가 떨어지는 것이다. 다른 나라를 보면 그 나라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문해율이 차이가 있다. 고령자라고해서 낮지 않다. 영미권 같은 경우에는 일찍부터 교육이 이뤄졌다. 오히려 젊은 세대로 갈수록 문해율이 떨어지는 편이다.

-우리나라 고연령자들의 비문해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에게 빼앗긴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연령자가 문자를 배워야 할 시기에 일제 강점과 전쟁을 겪었다. 또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았다. 대부분 역경의 시기를 보냈기 때문에 어린 시절 학습이 되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문해교육을 시행한 왕은 세종대왕이다. 한글이 없었을 때는 우리가 소리 내는 것과 쓰는 게 달랐다. 국민들이 더 쉽게 글을 읽고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글을 창제했다. 국민 계몽의 시초인 것이다. 문해교육은 그런 취지다. 글자를 해석할 줄 알았을 때는 세상이 달라진다. 배움에는 시기가 없다. 앞으로 내 생각, 내 의견대로 살아야 한다. 문해교육은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나에게 맞는 복지정책을 알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내가 생각할 때 옳은 정당과 후보에게 투표도 할 수 있다. 폭넓은 민주사회 시민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회에 의미 있는 일원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게 문해교육의 목표다.

▲서울시 문해교육 수강생들의 시/사진=서울시청 제공
-글을 해석하지 못하는 게 사회활동에 제한이 있다는 의미인지
▶그렇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다. 어르신들도 민주사회의 시민이다. 그분들에게 필요한 정책이나, 그분들이 선호하는 정강정책을 가진 정당에 투표해야 한다. 문자를 이해할 수 없다면 잘 알지 못한 채 투표하는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을 정확하게 이행할 정책, 나의 정치적인 생각과 비슷한 정당을 선택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글을 배우고 안다는 것은 내가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가질 수 있다는 것과 같다.

-문해 수준에 대한 기준은 어떻게 나누나
▶OECD와 우리나라가 선정하는 방법이 조금 다르다. OECD는 5수준으로 나눈다. 1수준은 문해 수준이 매우 낮은 상태다. 2수준은 중학교를 졸업해서 일반적인 정보를 습득하면서 살아가는 수준이다. 3수준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상당한 수준이다. 4수준은 사회 정보를 이해하고 판단, 해석, 토론하고 의사결정까지 하는 수준이다. 5수준은 가장 높은 수준인데 교육열이 높은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전 국민의 20%가 5수준이지는 않다.

-구체적으로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나
▶‘글’을 단순히 해석하는 것을 넘어 생활에서 활용하는 기술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지금은 모바일 시대다. 어르신들도 모두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 글을 안다고 하더라도 이걸 이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를테면 전철 표를 인터넷으로 예매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메신저를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시민이 평생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정보를 알고 있는 분들이라도 평생 배울 수 있는 권리라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그런 권리에 맞춰서 서비스하는 차원이라면 많은 시간이 걸려도 단계별로, 시대에 맞게 교육하려고 한다. 

▲엄연숙 서울특별시 평생교육국장/사진=더리더
-정책 중 의미 있는 프로젝트는 무엇인지
▶나의 생각을 담은 ‘내 인생의 첫 책’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글을 잘 읽고 쓰는 사람도 책을 만들어내는 게 쉽지 않다. 글자를 이해하고 문자를 쓰는 창작의 과정을 겪어보는 것이다. 하나의 시를 쓰는 것을 넘어 나의 시집, 편지집을 만들면 글로 정보를 취득하는 것을 넘어 창작하는 법도 배울 수 있다. 

-서울시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더 많은 사람이 참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민관기관에서 찾아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지하철에 문해교육 포스터를 붙여도 의미가 없다. 글로는 홍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직접 찾아가야 한다. 어르신들이 많이 시간을 보내는 곳이 복지관이나 경로당이다. 어르신들이 찾아오는 것보다는 우리가 직접 가는 게 교육하기 수월하다. 어르신들이 많이 계시는 곳을 찾아가서 문자 교육을 하고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것을 알도록 접근하는 게 좋다. 교육부와 문화체육부, 각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할 예정이다.

-4년 동안 86억원 투입한다. 어떻게 쓸 예정인지
▶안정적 문해 환경 조성사업에 4년간 38억8000만원 정도 쓰인다. 여기에는 디지털 문해학습장 신설과 문해교육시설 투자비용이 포함된다. 디지털 문해교육을 포함한 생활밀착형 문해교육 분야에 40억3000만 원이 쓰인다. 문해교육 중요성 인식 확산 사업과 문해교육 활성화 기반 구축에 7억1만원을 계획하고 투입할 예정이다.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민간기관 지원하고 강사 양성비에도 들어간다.

-서울시 평생교육국은 어떤 일을 하는지
‘요람에서 무덤까지’ 배움 시기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돕는 곳이다. 학교에 진학하기 이전 세대나 학령기를 지난 세대,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변화한 사회에 맞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새로운 지식과 삶의 방식을 꾸준히 공부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부서다. 교육 측면에서 교육부와 협력해서 학생과 학교에 대해 어떻게 지원하는지를 연구한다. 교육부 예산 일부를 맡는다. 각종 학교 시설을 개선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또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창의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지원한다.

-국장직을 수행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늘 좋은 기획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 같다. 모든 부서의 장들이 충분한 예산과 인력으로 일하지는 않는다. 좋은 조직과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다. 최대한 효과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시민들이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업무를 하고 있다. 우리가 직접 무엇인가를 잘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잘 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맡는다. 역량이 부족하거나 막히는 것이 있다면 언제라도 도와줄 생각이다. 우리만 잘하자는 생각보다도 시민사회와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연숙 서울특별시 평생교육국장/사진=더리더
-한글날이 573돌을 맞았다. 우리 시대에 문해교육은 어떤 의미인지

▶우리의 삶은 모든 게 배우는 과정이다. 글을 한 번 익히는 것은 배움의 시작이다. 수단을 모르면 배우는 과정을 진행할 수 없다. 중단되지 않고 계속 학습을 거쳐서 내가 가진 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게 우리의 미션이다. 우리는 작은 사업일 수 있지만 효과는 바람직하게 사회가 돌아갈 수 있다. 작은 샘물이 흙탕물을 맑게 할 수 있다. 문자 하나의 해독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진행하는 문해교육이 제대로 됐을 때 마치 벌판의 흙탕물이 맑아지는 것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변화는 그런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 교육으로 사회가 바뀌어나가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엄연숙 서울특별시 평생교육국장
서울여자대학교 졸업

영국 워릭대 MPA(행정학석사)과정 수료
행정고시 37회
서울시 저출산대책과장
서울시립대 행정처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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