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한 남양주시장, “‘돌려주는 시정’ 최선… 시장의 모든 일은 복지”

[기초단체장을 만나다]"GTX-B 노선으로 남양주 접근성 높인다"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9.10.07 09:46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조광한 남양주시장/사진=남양주시청 제공
조광한 남양주시장의 집무실에는 원목으로 만들어진 스탠딩 책상이 있다. 검은 가죽 소파와 탁자, 정갈하게 정비된 여느 집무실과는 다른 느낌이다. 조 시장은 업무를 늘 서서 본다. 민원을 듣기 위해 시민과 만날 때도 그렇다. 집무실을 이렇게 꾸민 이유는 실용과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해서다. 조 시장은 “누워 있는 것보다는 앉아 있는 게 낫고, 그것보다 서 있는 게 좋다”고 말한다.

조 시장은 ‘자기반성’을 위해 역사책을 편다. 역사에는 나라의 흥망성쇠가 담겨 있다. 조 시장은 시대를 집권하는 리더들은 ‘강국부민’의 정신을 지니고 있는지 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을 위해 정책을 만드는지, 자신의 이익을 좇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그의 시정 운영 철학은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자신의 철학을 첫 번째로 시행한 것은 ‘하천정원화 사업’이다. 남양주 내의 계곡에서 불법 영업하는 집을 철거하는 작업이다. 계곡의 ‘바가지 요금’은 늘 여름철의 문젯거리다. 조 시장은 불법 점거해서 닭백숙을 파는 상점들을 보며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했다. 그곳의 자연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복지라고 판단했다. 말처럼 쉽지 않았다. 불법 점거해서 영업하는 사람들도 남양주 시민들이다. ‘선출직 공무원’으로서는 시행하기 어렵다. 조 시장은 “표를 생각해서 옳은 정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시장직은 죽은 것”이라고 말했다. 소통을 기본에 두고 대면으로 직접 설득한 게 사업 성공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시정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달 18일 경기도 남양주시청에서 조 시장을 만났다.

-정원화 사업은 언제 생각했나
오래전부터 생각한 일이다. 남양주의 계곡이 참 아름답다. 물이 맑고 경치가 좋다. 계곡에 가보면 앉을 만한 자리는 전부 평상이 깔려 있었다. 한번은 평상에 앉으려고 먹기도 싫은 닭백숙을 먹은 적도 있다. 식당 주인이 본인의 앞마당을 침입한 것처럼 고압적인 자세로 시민들을 대하기도 했다. 이건 참 비정상적이다. 대부분의 국민이 나와 똑같이 느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겪는 여름철의 경험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시민일 때도 가지고 있었는데 시장이 됐으니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반발이 심했을 것 같다
▶그분들에게는 생업이니까 반발이 심할 수밖에. 직접 만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정원화 사업을 시행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소통이다. 작년에 시민과 직접 만나 “올해까지는 영업해도 되는데 내년부터는 못 합니다. 시의 의지는 확실합니다. 이번에는 철거 확정입니다. 민방위가 아니고 실제상황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일일이 설득했다. 설명회도 열었다. 최대한 자진 철거를 유도했다. 기한을 두고 자진 철거하고 그 뒤에도 나가지 않으면 강제 철거하겠다고 사전에 충분히 설명했다.

-설득하니까 되던가
▶시민들도 우리의 진심을 느낀 것이다. 시청 회의실에 앉아서 지시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국민에 대한 불성실한 공권력 자세라고 생각한다. 여러 차례 시민과 공감대를 만들어야 설득이 된다. 처음부터 공권력을 투입하면 반발만 심해진다. 무엇보다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분들도 국민이다. 다수가 원하는 것을 소수가 양해해달라는 진지한 마음으로 설득했다.

우리나라가 OCED 국가다. 선진국이 되려면 단순히 경제적인 지표, 1인당 GDP만 높아서 되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후진국형으로 진행된 패턴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 과거에 절대적으로 빈곤하던 시기에는 이거라도 해야 생존이 가능했다. 이제는 그런 시절이 아니다. 불법 노상 말고도 살 수 있다. 당장 불편할 수 있지만 다른 선택지가 있는 것이다. 시대가 변했고 그 수준에 우리가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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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한 남양주시장/사진=남양주시청 제공
선출직 공무원으로 표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미쳤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표를 생각해서 추진해야 할 일을 포기하는 것은 일종의 악순환이다.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선출직이기 때문이다. 또 무엇보다 나의 신념의 문제다. 표를 의식해서 시행하지 못하면 시장직으로서의 가치와 신념이 죽은 것이다. 살아 있는 시장이라고 할 수 없다. 시장직을 맡으면 사회 발전이나 국가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표 때문에 옳다고 생각하는 방법인데도 하지 못하면 시장이라고 볼 수 없다. 자존감의 문제다. 나중에 죽을 때 후회할 것이다. 앞으로도 옳은 일을 표 때문에 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시청 직원들의 노력도 상당했을 듯하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 덕분에 시행할 수 있었다. 최대한 많이 대면으로 만나려고 했는데도 한계가 있다. 관련부서 직원들이 정책에 대해 공감해줬기 때문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담당직원들과는 정책 공유를 위해 합동 워크숍을 가고 사례 견학을 통해 사업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정원화사업은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시정 철학 중 하나인데 어떤 의미가 있나
▶단체장의 업무 중 90%는 시민의 삶을 챙기는 ‘복지’라고 생각한다. 대중교통, 교육, 산업, 공공안전 등 시장을 역임하면서 하는 모든 일이 ‘복지’다. 정원화사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4인가족이 1박2일 다른 지역으로 놀러 가면 최소한 50만원 정도 든다. 집과 가까운 쾌적한 계곡에 가면 10만원도 들지 않는다. 결국에는 가계 소득을 줄이는 것이다. 시의 인프라를 좋게 해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가계 소득을 줄일 수 있는 게 간접 복지다. 이게 잘 만들어져 있는 국가일수록 선진국이다. 여기에 대중교통 수단까지 잘돼 있으면 이동이 편하니 더욱 좋을 것이다.

-GTX(광역급행철도) B노선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청와대와 국회, 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를 다니며 사업 당위성을 알렸는데 어떤 노력을 했나
▶사실 내가 아니면 불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애초에 사업성이 없다고 평가가 내려졌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발전한 외곽 도시 중 남양주가 개발영역이 남아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다른 곳은 이미 포화상태고 남양주는 아직 개발이 덜 됐다. 업그레이드된 아파트를 남양주에 공급하고 남양주에 부족한 도시철도 기능을 보완해달라고 국토부에 말했다. 남양주의 인구가 70만 명이다. 이런 곳에 도시철도가 없다. 이 상태로 가면 서울 외곽 도시 중 최악으로 전락할 수 있다. 3기 신도시를 남양주가 받아들였다. 더 좋은 주거 환경에 대한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중요한 국가사업이라고 본다. 국가 정책도 돕고 시민이 합리적으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게 인프라를 깔면 윈-윈(win-win)이라고 생각한다. 청와대와 국토부 장•차관 등 관련 분들을 만나 설득하고 강조해서 GTX-B 노선이 확정됐다. 중요하다고 내용을 밝혔을 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열린 마음으로 이해했다. 김 장관은 전향적인 마음으로 수도권 동북부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여기에 국토부 직원들이 공감해준 게 노선 확정에 도움을 준 것 같다.

-GTX-B 노선의 경제적 효과는 어떻게 되나
▶GTX-B 노선이 완공되면 서울 청량리까지 17분 걸린다. 서울역까지는 21분이다. C노선을 통해 환승하면 서울 삼성역까지 30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의 통행 패턴에 혁신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다. 서울 도심 접근성을 높여 남양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미래 도시는 GTX의 A, B, C 노선을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지금은 지하철로 많이 이동하지만 미래에는 보조수단이 될 것이다. GTX A, B, C 노선이 방사형으로 연결돼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GTX 노선이 수도권의 핵심 축이 될 것이다. 20년 후 그렇게 될 것이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사진=남양주시청 제공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다. 워크숍 이름을 ‘신아지구방 정책트리’로 지을 정도인데 이유는 무엇인지
▶국가의 리더는 궁극적으로 ‘강국부민’의 정신을 지녀야 한다. 나라를 강하게 하고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것이다. 역사를 보면 패턴이 있다. 기록을 보면 강국이 된 나라, 좌절한 나라는 사연이 있다. 어떤 이유로 실패를 했는지, 사회구조가 어땠는지가 기록돼 있다. 지금 사회를 움직이는, 소위 ‘파워 엘리트’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역사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결국은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실제로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인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다. 자기 부족함을 알고 언제나 고민해야 한다.

-한국가스공사 감사를 맡고 청와대에도 근무한 이력이 있다. 시장이 돼보니 어땠나
▶처음에는 두렵고 낯설었다. 직원들에게는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나씩 극복하다 보니 자신감이 붙었다. 늘 박수 받는 시장이 되기 위해 고민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혜를 얻은 것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복지다. 늘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생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

-미래의 남양주는 어떤 모습일까
▶남양주를 최고 수준의 문화도시로 만들고 싶다.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청소년들이 학교 다니기 좋고, 노후세대도 평생학습을 통해 늘 무엇인가를 배워가는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중소 프로젝트가 모여 최고의 도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광한 남양주시장
1958년 2월 1일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 학사
한국가스공사 감사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부대변인
김대중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노무현 대통령비서실 홍보기획비서관
군장대학교 석좌교수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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