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우리 기술로 ‘달 탐사선’ 쏘아 올린다"

[기관장 초대석]“우주 패권시대, 세계 10위권 국가 걸맞은 투자로 기술 확보해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9.10.04 10:1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사진=더리더
‘우주패권의 시대’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 선장이 달 표면에 발을 내디뎠을 때, 우주개발의 새로운 역사가 쓰였다.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개발 패권경쟁은 미국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그 이후 미국은 세계에서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우주개발을 시작하면서 우주패권 경쟁이 다시 시작했다. 중국의 무인 달탐사선 ‘창어 4호’는 지난 1월 인류 최초로 달 뒤 표면에 착륙했다. 일본, 유럽, 인도 등도 우주 개발 선진국이 되기 위해 따라오고 있다.

‘뉴 스페이스 시대’다. 이제는 패권경쟁을 너머 우주개발에 대해 산업적인 측면이 강해지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민간 기업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것이다. 돈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민간 우주탐사업체 ‘스페이스X’가 대표적이다. 스페이스X는 올해 인공위성 60개를 띄웠다. 중국의 민간 벤처회사는 100개가 넘는다. 10년 내에 총 1500여 기의 인공위성을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어느 지점에 와 있을까. 지난해 우리 독자기술로 만든 우주 발사체 ‘누리호’ 엔진 시험 발사가 성공했다.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자신감이 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2030년까지는 ‘우리의 달 탐사선을, 우리 땅에서, 우리 발사체로 쏘아 올린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인류의 발전은 개척정신이 이끈다”고 말하는 임 원장에게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어느 정도 와 있는지 듣기 위해 지난달 23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달에 왜 가야 할까
▶냉전시대 때, 소련과 미국이 싸울 때는 우주 패권전쟁 시대였다. 인공위성도 러시아가 먼저 쐈다. 1960년대에 케네디 전 대통령이 러시아에 뒤처지는 것을 염려해 1960년대가 끝나기 전에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1969년에 아폴로 19호가 갔다. 우주패권이 미국으로 넘어갔다. 그 이후 EU가 미국의 나사처럼 ESA를 만들었다. 일본도 우주개발기구(JAXA)를 만들었다. 최근 눈에 가장 많이 띄는 나라는 중국이다. 위성을 많이 올리는 수가 최근 중국이 가장 많다.

-다른 나라들은 왜 우주에 투자할까
▶인류의 발전은 개척정신이 이끈다. 지구의 바다 밑과 땅밑은 아직 개척이 안 됐지만 그걸 제외하면 거의 다 개척됐다고 본다. 우주는 엄청나게 높고 할 일이 많다. 자원이 많을 수 있다. 인간이 무한대로 개척할 수 있는 자원이 우주에 있다고 본다. 혹자는 ‘우주에 가면 뭐가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지금은 뭐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100년 전을 떠올려보면 선도적인 입장에 서지 않으면 세계정보를 알지 못해 다른 나라에게 휘둘릴 수 있다. 우리나라도 많은 발전을 이뤘다. 경제, 민주화 지수 등 모든 지표는 10위권이다. 우주 발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이렇게 발전을 했으니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가능성이 높아졌으니 투자를 해야 한다.

-미국은 우주투자에 대해 활발하다
▶전기차 제조 업체 테슬라 모터스의 최고경영자인 엘론 머스크는 2002년 민간 우주사업체 스페이스X를 만들었다. 다른 산업에서 돈을 벌어 우주산업에 투자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스타트업 회사가 많이 생겼다. 투자도 늘고 있다. 올해 설립된 민간 우주기업만 66개다. 올 상반기에 민간 우주항공 분야에 투자된 금액만 9억 달러(3조5284억원)에 달한다. 이들이 ‘우주’에 투자하는 이유는 ‘돈’이 돼서다.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사진=더리더
-우주산업을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우주산업이 앞으로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본다. 우선 기본적으로 떠올리는 것은 인공위성을 올려주는 것이다. 발사체로 인공위성을 올려주면 돈을 받는다. 굉장히 비싸다. 이걸 실행하는 대표적인 회사가 미국의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의 경우에는 발사를 많이 한다. 또 재사용 발사체로 이용해 기존의 발사 비용을 10분의 1로 낮췄다. 다른 나라들도 발사 비용이 낮춰져 가격경쟁이 들어가기도 한다. 

-우주 관광에 대해서도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우주여행은 지금 시작단계다. 우주여행을 하는 민간 우주비행업체인 ‘버진 갤럭틱’이라는 회사도 만들어졌다. 비행기에 로켓을 달아 우주를 보고 오는 것이다. 지난 6월에는 이미 상용화됐다. 미국 할리우드 배우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앨론 머스크는 달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먼 미래일까. 비행기가 만들어진 지 120년 정도 지났다. 지금은 세계여행이 그리 어렵지 않다. 우주여행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2040년 정도 되면 화성에 갈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발전하면 우리 사회도 많이 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주여행이 먼 미래 같지만 그러지 않을 수 있다.

-우리나라 항공우주 과학기술의 수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 어느 정도인가
▶미국이 1969년 달착륙에 성공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이후 1989년 우리 연구소가 설립됐다. 선진국에 비해서는 늦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인공위성이 앞서가고 발사체는 좀 늦다. 1992년 우리나라 최초 위성인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위성기술은 크게 발전했다. 그 이후에 저궤도 지구관측 위성인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1호가 1999년 발사됐다. 당시 외국에서 기술을 배워서 쏘아 올렸다. 지금은 일부 탑재체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본체와 탑재체를 모두 개발하는 수준까지 왔다. 또 지난해 발사 성공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정지궤도 기상위성인 천리안위성 2A호를 국내 주도로 개발했다. 처음엔 외국에서 기술을 배웠지만 이제는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배우러 오기도 한다. 우주교육을 진행하는데 동남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50개 국가에서 찾아온다. 보통 위성기술이나 로켓 기술을 가르친다.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사진=더리더
-우리나라 인공위성은 몇 개나 있나

▶인공위성은 △지구를 고해상도로 관측하는 위성 △날씨와 상관없이 전천후로 지구를 관측하는 위성 △무게가 3.5톤에 이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상, 해양, 환경관측이 가능한 위성 등이 있다. 다양한 첨단 위성을 개발, 운용하고 있다. 국내 위성개발은 저궤도 지구관측 위성인 다목적실용위성인 아리랑 1호 개발을 시작으로 발전했다.
내년 초 발사할 천리안위성 2B호는 한반도 대기오염물질의 이동 경로 같은 환경 관측이 가능하다. 이게 가능하면 우리나라 미세먼지가 어디서 유입되는지 알 수 있다.

-우리 독자기술로 만드는 우주 발사체 ‘누리호’ 엔진 시험 발사체의 발사가 지난해 성공했다
▶발사 성공이 의미 있는 것은 액체 엔진으로 처음 성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액체 엔진 개발은 처음이다. 누리호 주력 엔진인 75톤 엔진을 1단으로 만들어서 발사했다. 그래서 자신감이 붙었다. 누리호는 무게 1.5톤급의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 상공 700km까지 올릴 수 있는 3단형 발사체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말 발사한 1단형 누리호 시험발사체는 누리호의 2단에 해당하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난관에 봉착하는 것을 한 단계씩 풀어가는 과정인데, 엔진 시험발사체 발사가 성공한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이런 능선을 하나씩 넘어야 발전이 이뤄진다. 2021년에 본발사가 성공하게 되면 우리가 만든 위성, 달 탐사선을 우리 힘으로 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까지 구체적으로 남은 일정은 어떻게 되나
▶현재는 3단형 누리호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누리호 3단 인증모델에 대해 조립하고 시험하고 있다. 이 과정이 끝나면 실제 비행할 비행모델 조립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년에는 75톤 엔진 클러스터링 기술을 개발해서 하반기에는 75톤급 엔진 4기를 묶어서 1단 추력 300톤급을 내는 연소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엔진 클러스터링 연소시험에서 이상이 없으면 2021년 2월과 10월에 두 차례에 걸쳐 시험발사를 할 계획이다.

-2022년 7월까지 한국 최초 달탐사선(궤도선) 발사 일정이 예정됐다
▶스페이스X와 한국 최초 달탐사선 발사를 당초 2020년 계획했다. 그러나 2022년 7월로 연기됐다.

-달 탐사선을 위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탐사선 제작 기술과 달 관측에 사용되는 탑재체 개발 기술 등이 필요하다. 국내 위성개발 기술 수준은 많이 발전했지만 달 궤도선 개발은 조금 다르다. 지구 주위를 도는 위성과는 달리 많은 연료를 탑재해야 한다. 그런 설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달까지 정확하게 항행할 수 있는 항법기술, 원하는 달의 목표지점에 정확하게 착륙하는 착륙기술, 궤도선과 통신을 할 수 있는 심우주통신 기술, 달 샘플을 채취한 후 지구로 귀환하고 재진입할 수 있는 기술도 확보해야 한다.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사진=더리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어떤 일을 하는 기관인가

▶1989년에 설립된 국가 항공우주 전문연구기관이다. 올해 설립한 지 30년이다. 주요 연구개발 분야는 항공기, 인공위성, 발사체 관련 연구와 개발이 주 임무다. 항공기는 드론, 무인항공기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스마트 무인기를 개발했다. 무인이동체 핵심기술 개발과 재난치안용 무인기, 고고도 태양광 무인기, 전기비행기를 개발하고 있다. 또 3차원 교통망을 구성할 수 있는 미래형 개인용 항공기도 올해부터 개발할 예정이다. 위성 분야에서는 정밀 지구 관측이 가능한 아리랑 위성들과 기상, 해양, 환경 관측이 가능한 천리안위성을 성공적으로 개발하는 게 목표다.

-원장직을 맡은 이후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쉬운 게 어디 있겠나. 모든 게 쉽지 않다. 봉사한다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런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로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늘 장애물이 생기고 어려움이 생긴다. 하나하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돼야 한다. 우주개발에 대해 왜 늦어지고 있느냐는 비판도 받는다. 이런 이유에서 늦어진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야 한다. 설득도 해야 한다. 변명처럼 느껴지겠지만 솔직하게 말하고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기관이 안보와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직원들과 함께 노력해 지난해 누리호 시험발사체도 발사됐는데 이런 성과가 나오면 참 기쁘다.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1952년 8월 10일 출생
서울대학교 항공공학•석사
프랑스, 국립항공우주대학교(ENSAE) 항공우주공학 전문석사
프랑스, 툴루즈제3대학교(폴사바티에) 기계공학 박사
KIST시스템공학연구소 CAE연구실 실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사업부 부장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항공분과 위원
21세기 프론티어사업 스마트무인기개발사업단 단장
한국항공우주학회(KSAS) 회장
특허청 한국지식재산전략원 항공우주특허사업 자문위원
국가우주위원회 위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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