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 접경지역미래발전연구소장, 우리 민족의 미래... “남북교류합작과 농도교류합작 두 축 필요”

남북관계 교착 상태, “남남갈등의 해소에도 주력해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박영복 기자 2019.09.10 05:41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평화모드 상태에 있을 때에는 강원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그중에서도 강원영서북부 지역은 정치·경제·지리적 측면에서 평화와 교류협력의 중심지역으로 대두되었다. 현재 평화 시대로의 대전환을 맞이하여 강원영서북부와 접경지역의 새로운 가치와 방향 정립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접경지역미래발전연구소 소장 전성 변호사를 만나봤다.

-접경지역미래발전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데 연구소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부모님께선 강원도에서 평생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시며 삶을 살아오셨다. 저 또한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전근에 따라 철원, 인제, 양구 등 접경지역에서 성장했기에 지역에 대한 추억과 애정이 남다르다. 태어나고 자란 지역이 남북 분단의 생생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역이다 보니 대학시절부터 남북통일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도 강원도 인제군에 있는 (사)한국DMZ평화생명동산에서 부이사장으로 최근까지 십수 년간 활동해왔다.

최근 과거 정권에서 막혀 있었던 남북대화가 진전되면서 남북 사이의 평화 공존이 현실화되고 남북관계의 많은 발전이 있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단순한 참여에 머물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고향을 위해 주도적으로 일할 결심을 굳히게 되었다. 그래서 2017년 행정안전부 소관 사단법인 접경지역미래발전연구소를 설립하였고 2018년 말에는 변호사 사무실을 홍천으로 옮겨 활동하고 있다.

접경지역미래발전연구소는 그동안 접경지역 실태조사와 접경지역 주민들의 평화·통일의식 제고를 위한 강연회와 토론회를 여러 번 개최하고 접경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의 제안과 발굴을 위해 노력하면서 점차 그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현재 정부나 기업의 지원 없이 남북문제·통일·평화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뜻있는 분들의 후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접경지역문제에 대해 꾸준한 관심과 활동을 하다 보니 지난해에는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 평화접경지역특별위원회 위원장직에 위촉되기도 했다.

최근 국방개혁2.0으로 인하여 접경지역이 공동화되고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 연구소는 그동안 실질적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접경지역지원특별법’을 명실상부한 특별법으로 개정할 것을 제기했다. 향후 개정운동을 강력하게 전개해나갈 예정이다.

-반유신, 광주항쟁진상규명, 노동운동 등으로 3번 투옥되었는데
▶유신정권 시절인 대학 3학년 때 반유신 운동으로 첫 번째 투옥되었다. 이후 복학되었으나 광주항쟁진상규명 시위로 두 번째 투옥되었다. 또다시 학교에서 제적되어 오랜 기간 졸업과 취업을 할 수 없었다. 힘들게 생활하면서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노동자 권익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다 세 번째로 투옥되었다. 결국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3 정권 하에서 3번의 투옥생활을 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청년 시절에는 논리적인 사고로 얻은 결론을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다. 경험도 부족하고 미숙했지만 어려움에 쉽게 굴하지 않은 용기와 기백만큼은 확고했다고 생각한다. 대학 4학년 때인 1980년 10월에는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주도했다. 전두환 정권 출범 후 첫 대규모 시위였으며 결국 한 달간 휴교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당시 시위 주도자로 저를 포함해 27명이 큰 고초를 겪었다. 이러한 사실들로 인해 5.18광주민주항쟁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사법고시를 47세로 비교적 늦게 합격했는데 그 이유가 있다면
▶40살 되던 해에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야 비로소 자격정지가 해제되어 변호사 자격 취득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가장으로서의 경제적 여건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 전문성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매우 뒤늦은 선택이었지만 현실의 절박한 여건이 저로 하여금 공부에 몰두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노동운동과 농민운동에도 참여했다고 하는데
▶농민운동은 1993년 경실련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할 당시 경실련 농업정책 책임자였던 전 농림부장관 김성훈 선생님이 주도하신 쌀 수입개방 반대 운동에 참여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노동운동은 대학에서 제적된 후 서울직업학교 냉동기계과를 다니며 고압가스 냉동기능사 자격을 취득해 공장에 취업하여 활동하면서 시작했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 당시에는 노동조합결성을 지원하는 활동에 몰두했다. 이후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 경기남부지역 대표로 활동했다. 노동운동을 통해 처지가 어렵고, 형편이 좋지 않은 사회구성원들에 대해 고민하고 애정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이 경험은 지금의 저에게도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고향지역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는데
▶양친께서 강원도 홍천, 인제, 양구, 철원 등의 지역에서 평생을 초등교사로 근무하셨기에 강원영서북부 군사지역의 정서와 생활, 어려운 현실을 잘 알게 되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대학시절부터 남북통일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과 공부를 하게 되었다. 특히 경실련에서 통일협회를 설립할 당시 기획실장으로 활동하며 고향의 문제와 남북통일문제의 관련성을 깊이 인식하게 되었고 사법연수원에서 공부할 때는 통일법학회를 창립하여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십수 년간의 변호사 생활과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강원영서북부 군사지역의 역사적 변화와 현실을 더 깊이 자각하게 되었다. 늦은 나이지만 그동안 제가 쌓은 지식과 사회적 관계 등 저의 모든 역량을 ‘나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강원영서북부지역에 쏟고 싶다. 이 활동은 지역 발전을 위한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민족적 과제인 남북통일에 연결될 것이다. 

-꿈꾸는 세상, 이루고자 하는 세상은 어떤 나라라고 생각하는가
▶모든 사회구성원이 억울한 일 없이 살아가는 나라를 이루는 데 기여하고 싶다. 그리고 모든 사회구성원이 자신이 하는 일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나라를 이루기 위해 일하고 싶다. 모든 사회구성원의 기본적 생활여건 보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정치와 사회운동은 바로 이러한 억울함이 없는 나라, 모두가 자긍심을 느끼는 나라,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한편, 남북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이러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기본적 전제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우리 민족이 앞으로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남북정책, 통일정책의 기조가 일탈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유지되어야 한다.

-남북관계 교착 상태에 대한 해법은 무엇이라 보는가
▶우여곡절이 불가피하겠지만 남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호혜적으로 협력하여 궁극적으로 통일로 가는 길은 의심할 수 없는 역사의 확고한 대세이다. 그 길로 튼튼하게 가도록 만들어주는 핵심적인 조건 중 하나가 ‘남남갈등의 해소’이다. 평화와 통일로 가는 시대적 흐름에서 생각과 의견이 다소 다르더라도 대의를 중시하여 뜻과 힘을 한데 모아 남남갈등을 극복해 우리 국민들이 통일된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 지금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다. 남남갈등이 증폭되고 서로 간에 대립만 하다보면, 미래로 가는 길에 혼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이 새로운 시대적 방향으로 인식을 모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강원도가 먼저 기존의 적대적 냉전의식에서 벗어나 평화적인 공존의식 발향에 앞장선다면 전체 국민의식의 방향을 모아가고 진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강원도에서도 군사지역인 강원영서북부는 더욱 특별한 지역적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미·중 무역전쟁, 한·일 갈등 등은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언급했다. 올해 광복절 대통령 경축사에서도 동북아의 시각, 대륙과 해양의 접점으로서의 시각, 남북관계의 시각이라는 세 가지 점을 언급하셨다. 저는 우리와 같은 지정학적인 위치에서는 균형감각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어느 한 세력에 휩쓸리지 않고 남북이 함께 자기중심을 잡고, 서로 힘을 모아나가면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교과서적인 이야기지만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편향적인 부분이 많은데 중심을 잡고 균형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강원영서북부 지역의 현안이 무엇이라 보며 대안이 있다면
▶강원영서북부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적인 두 가지 정책을 가장 모범적이고 선도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전략적인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남북교류합작과 농도교류가 바로 그것이다. 남북교류합작은 단순히 교류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 합작까지 하고 공동의 문명을 만들어내는 실험까지 가능한 곳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남북이 맞닿아 있는 접경지역은 남북교류합작의 전진기지로서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지금 농촌과 도시는 하나의 구조화가 필요하다. 농도교류합작을 통해 농촌과 도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만드는 것이 경제적·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우리 민족이 살아가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리라 생각한다. 농촌에 교육과 의료문제만 해결된다면 이런 구조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산림 등 자연적 조건이 풍부한 지역인 홍천과 같은 곳이 농도교류합작을 시범적으로 보여서 전향을 하기에 좋은 지역일 것이다.

그리고 경의선과 동해북부선 중심으로 철도연결이 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경원선 복원 추진도 시급한 과제이다. 화천은 수계만 연결되어도 큰 자원이 창출된다. 양구와 인제는 육로로 금강산을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남북교류합작의 중심은 철원, 농도교류합작의 중심은 홍천이 될 수도 있다. 한편 홍천과 철원의 경우 철도문제가 중요하다. 현재 용문에서 홍천까지 연결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데 원주에서 홍천, 홍천에서 철원으로, 다시 경원선으로 연결하여 국토의 중심축에 철도를 건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한민국이 부강한 나라로 가기 위해 꼭 하고 싶은 일과 목표가 있다면
▶제 생각은 뚜렷하다. 우리 민족이 앞으로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남북정책, 통일정책의 기조가 일탈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유지되어야 한다. 현재의 대북정책, 통일정책의 기조가 안정적인 단계로 진입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운명과 관련하여 아주 핵심적인 과제라 생각한다. 그리고 경제·사회정책에 있어서 신자유주의의 병폐를 극복하고자 하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확고하게 안정적으로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성 (사)접경지역미래발전연구소장
전성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더불어민주당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 평화접경지역 특별위원회 위원장
서울특별시 법률고문
한국농어촌공사/농협중앙회 법률고문
배재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학생운동,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등으로 세 차례 투옥
경실련 기획실장으로 시민운동 참여
사법연수원 수료, 법률사무소 창신 개업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법률지원센터 소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감사
(사)한국DMZ평화생명동산 부이사장
(사)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pyoungb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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