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공감 얻지 못하는 노동운동은 도태”…前노총위원장의 경고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김민우 기자 2019.09.09 09:38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사진=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노동운동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대안 없이 주장만 강하게 하는 시대는 지났다”

한국노총위원장을 지낸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의 말이다. 장 의원은 지난 1991년과 1999년 LG전자노조 구미지부장과 전자노조 위원장을 각각 3차례 지냈다. 2008년에는 한국노동자총연맹 위원장을, 2012년에는 청와대 고용노동특별보좌관을 역임한 노동전문가다.

그런 장 의원은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노동운동은 도태될 것”이라며 노동운동의 변화를 강조했다.

장 의원은 ‘친노동자 정부’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장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친노동 반기업’ 성향을 띤다”며 “균형이 맞지 않는다. 균형이 맞지 않는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장 의원을 만나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평가와 해법을 들어봤다.

Q: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문재인 정부는 지나치게 친노동, 반기업 성향을 띤다. 이게 균형이 맞지 않는다. 균형이 맞지 않는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를테면 근로시간을 주52시간으로 단축하면서 특례업종을 지나치게 축소했다.
최저임금은 급격히 인상하면서 법인세 최고 세율도 인상했다. 전반적으로 다른 나라는 법인세를 낮추는 추세다. 기업이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도록 해줘야 하는데 고용을 정부가 주도했다. 지금 대다수의 청년이 공무원시험에 ‘올인’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기업이 창출하지 않고 정부에서 하니 많은 부작용이 생긴다.

Q: 근로시간 단축제 도입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나
주 52시간 근로제는 지향해야 할 목표는 맞다. 장시간 노동에 노출된 환경을 개선해주고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진다. 일자리 나누기도 된다. 그러나 지금은 다 틀려버렸다. 너무 급격하게 적용한 게 문제다. 노동자와 기업 모두 새로운 제도를 소화해내지 못했다. 시급제나 일당제 등 정규직이 아닌 취약계층은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이 오히려 ‘독’으로 돌아왔다. 주 52시간 도입 전에 근로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노출된 측면이 있었지만 그게 고용창출에 이바지한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들이 생산물량을 다 해외로 돌린다. 짧아진 노동시간에 생산물량을 맞추기 힘들어진 탓이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일자리가 사라진 거다. 안전장치가 없었던 탓이다. 이는 소상공인, 영세사업자들에게 영향을 미쳐 도미노 현상이 일어났다.

Q: 지금이라도 주 52시간제를 연착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실적인 부분은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 단위시간을 연장하는 것이다. 국회가 논의해야 할 부분이다. 주 60시간제를 일몰제로 도입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좀 더 현실성 있는 대안이다. 여야 또는 사용자와 노동계가 합의해서 일정기간을 합의해 주 52시간 도입을 연착륙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Q: 노동계에서 찬성할까
국회에서 심사할 때 노총위원장들과 통화도 많이 하고 데이터 수집도 많이 했다. 그때부터 노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있었다. 대기업 사무직, 공무원, 공기업 직원들은 주 52시간 도입으로 월급의 일정부분만 삭감되지만 일당제, 시급제로 일하는 직종은 임금이 크게 줄어든다. 급여가 줄어들어서 저녁에 시간이 있어도 즐기지 못하게 된다. 노동자 한 명이 일할 수 있는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기업도 타격이 크다. 추가 채용을 하면 된다고 하지만 채용하기는 쉬워도 해고를 시키기는 어렵다. 생산량이 많을 때는 문제가 안 되지만 생산량이 줄어들 때는 더 뽑은 근로자들 어떻게 할 거냐. 해고하지도 못하고 그냥 놀리는 거다. 고용유연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이 근로자를 더 뽑을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해외로 나간다.

Q: 선택적 근로시간제 개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계절상품을 취급하는 기업이나 R&D(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하는 연구원 등에서 선택적근로시간제 개선을 필요로 한다. 현행 노사 합의 시 최대 1개월로 된 정산기간을 늘려야 한다.

Q: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더 늘리면 탄력근로제와 달리 정말로 과노동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노사 합의라는 장치를 두는 게 그것 때문이다. 연구원들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와서 집중하고 아닐 때 쉴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 마저 경직돼버리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둡다고 본다.

Q: ‘최저임금 1만원’은 사실상 노동계에서 오래전부터 요구해온 것이다. 이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맞게 점진적으로 올리는 게 맞다. 그러나 지금 최저임금은 임금을 주는 주체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에서 소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올릴 것이 아니라 그에 앞서 최저임금법을 손질했어야 한다. 여러 가지 예상되는 부작용을 고려하고 정책을 시행했어야 했는데 그런 진지한 고민이 부족했다. 임금인상을 최저임금만으로 할 것이 아니라 근로장려세 강화 등을 통한 수단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미리 고민했다면 영세 소상공인 등의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Q: 한국당은 한국경제 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노동시장 유연화를 말한다. 노총 출신으로 이 말에 동의하나
사실 평생 노동운동을 해온 입장에서 답변하기 어려운 문제다. 제 소신을 말씀드리자면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본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한다고 해고가 남발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업의 경영상 위급한 상황이나 국가적 요인이 있는 경우 등 일정 부분 노동시장 유연화는 필요하다.

Q: 노동시장 유연화와 함께 수반돼야 할 부분이 있다면
우리 사회의 주요한 문제의 두 축이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경직성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노동시장의 양극화 폭이 커지고 있다. 양극화에 대한 격차를 좁혀야 공감대가 형성될 텐데 그게 안되니 경직되는 거다. 그러나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다. 국회가 하기도 어렵고 정부는 더더욱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사회적 대타협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리고 노동계든 경영계든 기득권을 내놓아야만 접근할 수 있는 문제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동운동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옛날처럼 투쟁지향적이고 대안 없이 주장만 강하게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대안을 제시하는 노동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투쟁을 하더라도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노동운동은 도태될 것이다. 노동운동이 합리성을 가질수록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본다. 투쟁은 마지막 카드로 남겨두고 언제든지 쓸 수 있다. 그 이전에 정부와 국회,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폭을 넓히는 운동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

1957년 경북 예천 출생
LG전자 노조위원장
전국금속노조 위원장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위원
중앙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한국노총 위원장
대통령실 고용노동특별보좌관
20대 국회의원(경북 구미시 을)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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