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 5년…“보수의 몰락과 분열의 지속”

[창간 5주년 특집-이슈 키워드로 보는 대한민국 5년 좌담회(1)]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편승민, 홍세미 기자 2019.09.03 16:29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더리더>창간 5주년 특집 "이슈 키워드로 보는 대한민국 5년 특별 좌담회"가 한국프레스클럽 엠바고룸에서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임윤희 기자, 최창렬 용인대 교수,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이종근 시사평론가/사진=더리더
머니투데이 <더리더> 창간 5주년을 맞아 ‘이슈 키워드로 보는 대한민국 5년’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진행했다. 5개 이슈 키워드는 ‘대한민국 정치 5년’, 그리고 ‘남북 평화’, ‘글로벌 이슈’, ‘총선과 대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뽑았다.
지난달 21일 한국프레스클럽 엠바고룸에서 진행된 토론에는 최창렬 용인대 교수,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가 참석했다. 사회는 <더리더>의 임윤희 기자가 맡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이하 최창렬), 이종근 시사평론가(이하 이종근),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이택수) 임윤희 기자를 (진행)으로 표기한다. 

#대한민국 정치 5년
“보수의 몰락과 분열의 지속” 

-진행: ‘이슈 키워드로 보는 대한민국 5년’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시작하겠다. ‘대한민국 정치 5년’은 박근혜 정부 집권 3년 차(2015)부터 문재인 정부 3년 차(2019)까지 기간이다. 먼저 2015년을 되짚어보자. 당시 사회적으로는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 전해 세월호 참사로 신뢰도가 바닥을 쳤던 박근혜 정부에 또 한번 타격을 주었다. 사건, 사고가 유난히 많았던 박근혜 정부의 공과 실을 이야기해본다면

최창렬: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보수와 진보가 격하게 대립했다. 보수정권이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은폐하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극한 대립이 있었다. 메르스 사태로 국가의 안전관리 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랐고, 2016년 태블릿 PC를 시작으로 최순실 사태가 터졌다. 박근혜 정권이 코너에 몰리면서 이를 덮기 위해서 개헌이슈를 꺼냈지만 계속되는 촛불집회는 탄핵으로 이어졌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가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사진=더리더

이종근: 지난 몇 년은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관련된 모든 것이 부정돼왔다. 그러나 지금은 공과 실에 대해 제대로 평가가 가능한 때라고 본다. 외교ㆍ안보와 관련해서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나 대일관계에 대한 큰 틀은 문재인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 이런 부분에 대해선 국민적 지지도 있었다. 다만 사회통합이 안 됐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동의한다. 대통령이나 집권여당의 입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용하고, 경청하는지가 정치적인 의미의 사회통합을 의미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미흡했던 부분을 바로잡겠다고 나선 문재인 정부에서 과연 통합이 이뤄졌는지 생각해볼 시점이다.
이택수: 이 기간엔 보수의 몰락과 분열된 상태가 가장 큰 흐름이다. 5년 전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3년 차 즈음 지지율을 보면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51%였다. 지금과는 양상이 다르다. 그러나 당시에도 갤럽의 조사를 보면 외교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편이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국가적 위기사항이 많아 국정운영이 어려운 시기였다.

최창렬 “문재인 정부 개혁 동력 잃었다”
이종근 “‘권위적이지 않은 권위’ 모델 긍정, 남북관계 실이 더 커”
이택수 “소통 부재는 이번 정권에도 계속”


-진행: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에 대해 평가를 해본다면
최창렬: 2017년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면서 개혁과 정의를 외쳤다. 촛불의 힘으로 탄생했기 때문에 국민적인 기대도 컸다. 참신한 인사로 개혁에 시동을 걸 것으로 기대했지만 동력이 많이 떨어졌다. 집권 초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성과가 없었다. 개혁을 정권이 견인하지 못한 채로 정당체제는 다시 총선을 앞두고 정당이기주의에 매몰되고 있다. 국내정치에는 큰 점수를 줄 수가 없다.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는데, 진보건 보수건 해결능력이 없다. 원인에 대해선 거대양당제를 많이 지적한다. 과거 통진당이나 자유민주연합도 지금의 바른미래당이나 정의당과는 한계점이 달랐다. 국민들은 사회통합과 빈부격차를 줄이는 일에 더 관심이 높지만 정치가 해법도 찾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 잘한 건 남북관계 개선이다. 한반도 긴장상태가 완화된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변화에 대해서는 큰 점수를 줄 수 있다.

-진행: 참신한 인사라면 구체적으로 누구를 의미하나
최창렬: 개인적으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한 인사를 파격적으로 봤다. 재벌 개혁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를 완화하자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인사에서 참신성과 상징성이 분명 있었지만 지금은 빛이 바랬다.
이종근: 문재인 정부의 회전문 인사를 비판하는 이유는 반대 목소리와 토론 과정이 있었나 하는 데 있다. 캠코더 인사가 3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시절 고건 총리나 이헌재 경제부총리처럼 민주당 계열에서 볼 때 시장주의, 보수주의 관료로 분류되는 인재를 등용한 것과는 비교된다.
안보에서는 공보단 실이 더 많았다. 집권 초기의 강경한 대북정책은 정말 잘했다는 평을 받을 만했다. 북한이 미사일 쐈을 때 그 어떤 대통령보다 먼저 일어나 직접 회의를 주재했다. “평화를 원하면 도발을 멈추라”라며 미사일을 쏘는 직접적인 맞대응도 했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 이후 핵 없는 한반도를 만든다는 목표만 있고 성과는 없었다고 본다. 북한은 올해에만 8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완전한 핵 폐기가 과연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다.
사회 통합에 대한 성과는 부정적이다. 이 정부가 야당에게 규정하고 있는 부정적인 프레임이 고정돼 있다. ‘수구’, ‘친일’의 정서를 덧씌워 제1야당을 몰아붙이는 공세가 계속된다면 통합은 멀어진다고 본다. 통합을 원하면 최소한 대통령은 반대 진영을 인정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잘했다는 평을 할 만한 건 ‘권위적이지 않은 권위’라는 모델을 만들었다는 거다. 이전 정부에서 보지 못한 스타일로 권위를 내려놓으면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모델을 보여줬다.
▲이종근 시사평론가가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사진=더리더

이택수: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 이유에 대해 ‘잘 모르겠다’가 20% 가까이로 제일 높게 나타났다. 최근 한일문제가 악화되면서 외교를 잘한다는 의견이 40%로 올라갔지만 그 이외에는 모두 한 자릿수다. 집권 초기에는 소통을 잘해서 지지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1%대로 소통지수는 하위권이다. 기자회견이나 간담회 역시 지나친 신중함으로 하지 않고 있다. 인사 문제에 있어서도 국민 정서를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임명하는 등 좋지 못한 평을 받고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주도적으로 지지율을 올리기보단 야당이 잘못하기 때문에 반사이익을 얻는 면이 크다. 지지율이 가장 낮은 분야는 경제, 민생문제다.
정치적으로는 보수가 분열된 상태로 진보진영은 고 노무현 대통령에서 이어진 유산정치의 계보를 이을 인물들이 사라져 앞으로 분열 가능성이 있다.
외교부문은 5년 전과 지금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 강대국 사이에서 어려운 상황인데 다만 미국 선거 변수로 인해 북미관계가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 평화라는 단어가 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문재인 정부에는 긍정적인 수식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남북 평화
최창렬 “북한 비핵화 긴 호흡으로 갈 문제”
이종근 “대북정책 진전 없이 기승전남북평화 웬 말”
이택수 “북미 관계는 견고…대북정책 변화는 필요”


-진행: 북미관계에 급진전이 있었다. 이에 한반도 주변국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남북관계 전망과 대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최창렬: 북한의 비핵화는 쉽게 이뤄지기 어렵다. 미국이 생각하는 것과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가 다르다. 북한은 체제보장과 대북제재 완화를 원하고 미국 입장에선 완성된 핵을 폐기하지 않고는 들어줄 수 없는 카드다. 단기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갈 수 없는 문제다. 단계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조금씩 나아지게 하는 방법뿐이다.
우리나라의 중재자 역할 역시 한계가 있어 보인다. 중국이 지속적으로 이 문제에 개입해 쌀을 보내주고 석유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제재 완화도 한계가 있다. 동시적이고 단계적인 해결이냐 아니면 포괄적 일괄 타격이냐의 차이다. 북한 입장에선 지금 체제보장도 종전선언도 없다 보니 막말을 하고 있다. 빠르게 해결될 일은 아니다.
이종근: 걱정하는 점은 현정부의 대북정책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북미 정상회담 이전과 이후 상황은 달라졌지만 정부에선 정책의 변화가 없다. 최근 들어서 문 대통령은 어떤 문제에도 ‘평화경제’와 ‘남북관계’ 호전을 답으로 내놓고 있다. 한일관계가 악화됐을 때도 평화문제로 극복하자고 말한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기승전남북관계다.
북한에 대한 상황관리는 문재인 정부 집권 1년 차 때로 돌아가야 한다. 평화적인 회담을 하면서도 할 말은 해야 한다. 미사일 발사든 말로 하는 도발이든 간에 협상을 위한 것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
최창렬: 상황을 보면서 정부도 아마 다른 스탠스를 취하지 않겠나. 미사일 발사나 막말이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바로 결론 낼 수 없는 문제를 두고 정치공세를 하는 거 같아서 안타깝다.
이택수 9월까지 진전이 안 되면 여당 내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을 거라고 본다. 우리도 패싱을 안 당하려면 협상력 키우고 기본적인 기조는 있어야 한다. 이런 기다림은 대통령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북미관계는 이전부터 흔들린 적이 없다. 트럼프는 단거리 미사일을 쏴도 전혀 문제 삼고 있지 않다. 트럼프의 대선도 맞물려 있기 때문에 급격한 국면전환이 있을 수 있다. 한국은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관리하는 차원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스탠스를 취할 것이다. 남북관계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이슈
최창렬 “국내 수출대외 의존도 탈피정책 계속돼야”
이종근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글로벌 패권싸움 지속”
이택수 “한일 무역분쟁으로 양국 지도자 지지율 상승…경제엔 악영향”


-진행:
다음은 세계로 눈을 돌려보자. 미ㆍ중 무역분쟁과 영국의 브렉시트 등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글로벌 요인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최창렬: 미ㆍ중 무역갈등이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까지 왔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이 내년에 있기 때문에 국내정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대로 가기에는 세계경제도 그렇고 양국의 부담이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 의존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강 건너 불구경이 결코 아니다. 해결 실마리를 찾을 때까지 버틸 수밖에 없다. 서로 큰 부담이기 때문에 오래갈 것 같진 않다. 이 기회에 수출대외 의존도 탈피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이종근: 미ㆍ중관계뿐만 아니라 영국의 브렉시트 등의 글로벌 이슈의 목표가 뭔지 봐야 한다. 궁극적인 목표가 무역이 아니라 패권이라면 결국 패권을 누가 갖느냐 하는 문제는 무역 다툼보다 더 어려운 문제다. 그간 역사를 돌이켜보면 산업혁명이 있을 때마다 전쟁이 일어나 패러다임이 바뀌었고, 지금이 그런 시점이다. 자세히 보면 제조업의 싸움인데 미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도 제조업에 대한 문제가 핵심이다. 미국이 목표로 설정한 것은 제조업 1위 자리를 중국에서 빼앗아오겠다는 거다. 제조업은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다. AI 시대로 갔을 때 제조업을 어떻게 잡고 있느냐에 따라 불확실한 것들을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할 수 있다는 게 패권들마다의 계산이다.
최창렬: 지정학적으로도 우리나라를 둘러싼 나라들이 세계4대 강국이다. 우리에게는 한미, 한일 동맹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사는 길은 적당한 자주성과 적당한 동맹이다. 한미동맹이 가장 중요하지만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지혜롭게 상황을 관리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진행: 한일 갈등 역시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에 한국도 강력하게 맞대응하고 있는 데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최창렬: 지금 현재 우리 정부 태도가 잘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일본은 우익이 집권하는 체제로 민주주의 체제가 아니다. 1당 우위체제다. 일본에도 양심적인 사람이 있지만 내각의 70% 이상이 일본회의 소속이다. 극우적인 DNA가 있다. 남북한 긴장완화나 북미 관계가 적대적에서 평화로 바뀌는 건 일본 입장에서 걸림돌이다. 징용 대상 판결에 제동을 걸어 경제보복으로 나타난 것 같다. 언젠가는 반드시 거쳐야 될 일이다.
이종근: 안타까운 건 한일관계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지지율을 올리는 것은 좋지만 전략적으로 잘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대통령이나 민정수석이 직접 격한 어조로 나선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택수 대표가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사진=더리더

이택수: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모두 한일관계 악화 이슈로 지지율이 상승했다. 일본 내에서도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에 대해서 찬성 비율이 60~70%에 육박한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보다 높게 나온다. 한국에서도 일본 불매운동에 대한 지지가 70~80% 정도 나오니까 국민적 지지에 기반해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문제는 경제다. 양측 모두 이미 이 여파가 반영되고 있고 지금까진 일본이 더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경제 여파로 인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 보이진 않는다. 어떻게 소프트랜딩하고 이 국면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명분 찾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총선과 대선’, ‘새로운 대한민국’은 (2)편에 계속...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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