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웅 한국문화정보원장, “온국민 모두 차별 없이 문화 누릴 것”

[기관장초대석]"전국 곳곳 누구나 활용하고 공유하는 ‘문화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9.08.06 09:55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이현웅 한국문화정보원장/사진=더리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는 원유나 마찬가지라고 하지만 이를 잘 활용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분석기법이 발달하지 못해서다. 데이터를 잘 이용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그림, 글, 영상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문화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 문화 콘텐츠를 ‘데이터’로 만들어 산업으로 연결하는 기관이 있다. 한국문화정보원이다. 문화 콘텐츠를 디지털로 전환한다는 것은 언뜻 듣기에 쉬운 주제는 아니다. 이현웅 한국문화정보원장은 “기관의 정체성을 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며 다양한 업무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만들 수 있다. 바로 오늘, 어제, 지난달, 1년 전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지역에서 어느 문화를 향유하는지 분석하는 자료가 있다면 정책을 체계적으로 만들 수 있다. 지금 정보원에서 해야 할 일은 빅데이터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다. 정보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시행한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 공모 사업에서 최우수 사업으로 선정됐다. 1년에 80억, 3년에 240억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받아 문화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을 시행한다. 문화 빅데이터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정교한 문화 정책을 만들 수 있다.

 
한국문화정보원은 2002년 설립됐다. 3차 산업 시대에 만들어져 4차 산업 시대로 가는 길목에 섰다. 지금 문화 콘텐츠의 디지털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디지털화된 문화 콘텐츠는 어떻게 쓰일 수 있을까. 지난달 19일 서울 상암DMC에 위치한 한국문화정보원에서 이 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문화정보원은 어떤 기관인가
▶아날로그인 문화 데이터를 디지털화하는 기관이다. 즉 ‘문화정보화’다. 쉽게 와 닿지 않을 것이다. 유무형의 문화를 디지털 기술을 통해 정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국민 누구나 평등하고 고르게 문화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문화정보 서비스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문화를 데이터로 구축하는 일을 한다. 또 흩어진 문화 데이터를 모으고 재가공해서 가치 있는 정책으로 재탄생시키는 일 또한 정보원이 하는 일이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한다면
▶문화유산을 디지털화해서 문화 데이터로 복원하는 일은 기술적으로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전 세계인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만드는 일은 또 다른 문제다. 정부에서는 민간에서 보다 많은 문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정보원은 우리 삶과 생활 곳곳에 있는 문화를 보존하고 후손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문화’를 디지털화해서 문화 데이터로 구축하고 있다. 이를 민간에서 활용, 문화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있다.

-다양한 일을 하는 듯하다
▶정보원의 정체성은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 중 하나는 산업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이다. 이를테면 카카오톡이 SNS 회사지만 대리운전 회사기도 하고 금융 회사기도 하다. 공공기관도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 특히 문화정책 서비스는 기관들 간의 역할도 중복되고 벽도 무너져가고 있다. 한국문화정보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정책 공공기관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어떤 하나의 역할뿐만 아니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기관이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 어떤 시도를 하나
▶빅데이터를 한곳에 묶을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진행한다. 기관장이 될 때부터 가장 역점을 둔 사업이다. 처음에는 빅데이터 플랫폼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는 게 어려웠다. 빅데이터라는 게 사실 뜬구름 잡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이 만들어져야 국민이 원하는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 수 있다. 전 국민은 누구나 문화정책 서비스를 균등하게 받아야 한다. 이런 가치에 기반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이 문화 서비스를 어떻게 받는지 현황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데 그 자료가 없다. 정확한 데이터가 없지만 예산이 집행되고 정책이 만들어진다. 다른 부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빅데이터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당장 오늘, 이번 주, 혹은 지난달에 국민들이 어떻게 문화예술을 소비했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문화 분야의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면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차별 없이 국민 누구나 문화를 누릴 수 있다. 지역의 체육시설이나 도서관, 미술관, 편의시설, 공연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데이터 간의 결합은 정보의 결합으로 그치지 않는다. 문화생활에서도 개인이 원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축적된 데이터는 분석하고 가공돼 지능형 의사결정 지원 서비스가 될 수 있다. 주요 문화정책 결정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빅데이터를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이현웅 한국문화정보원장/사진=더리더
-정보원에서 구축한 문화 데이터는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박물관 안내를 직원이 아닌 로봇이 한다. 바로 문화 큐레이팅봇인 ‘큐아이’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는 ‘2018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공공서비스 촉진사업’으로 ‘큐아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큐아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큐레이팅봇으로 자율주행과 음성인식이 가능해 박물관 관람객에게 전시 해설과 안내를 성실히 하고 있다.


또 문화유산을 3D콘텐츠•AR(증강현실), VR 콘텐츠로도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청주고인쇄박물관과 국립한글박물관, 국립춘천박물관에서 3D데이터를 구축했다. 이제 박물관에 가지 않고도, 박물관에 진열된 문화유물을 안방에서도 손쉽게 볼 수 있다. 또 유네스코 세계 기록이자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 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직지)>도 지난해 3D 데이터로 구축했다. 이렇게 박물관에 구축된 3D 데이터는 전국의 학교에 연계해 ‘찾아가는 문화유산 VR 체험교육’으로 선보여 많은 학생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정책은 어떤 게 있나
▶제주도 사례를 들 수 있다. 제주도는 관광객에게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한다. 그 데이터로 관광객이 어떤 동선으로 관광 코스를 정하는지 알 수 있다. 그걸 기반으로 제주도에 방문하는 사람들에 대한 패턴을 알 수 있고 편의를 위해서 어떤 서비스를 강화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제주도의 관광산업은 지역의 거점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빅데이터에 기반해 관광객이 원하는 정책을 만들면 산업이 더 발전할 수 있다. 정보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빅데이터 관련 어떤 성과를 냈는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선정한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 공모 사업에서 최우수사업으로 선정됐다. 우리 정보원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앞으로 우리가 1년에 80억, 3년에 240억원 규모의 문화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사업을 시행한다. 이번 달부터 향후 3년 동안 문화 빅데이터 플랫폼을 만든다.

-정보원에서 구축한 문화데이터를 국민들이 어떻게 이용할 수 있나
▶‘문화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화포털을 운영한다. 지자체마다 문화재단이 있다. 문화재단은 정부에서 재원 지원을 받아 운영한다. 공공으로 운영되는 재단에 대해 문화포털을 통해 어느 지역에 어떤 문화서비스와 행사가 있는지 위치에 기반해서 알 수 있다. 또 우리나라의 문화유산, 유물•유적, 문화재 등의 정보를 한데 모은 ‘전통문화포털’을 운영하고 있다. 중소규모 예술단체를 위한 티켓 판매 사이트 ‘문화N티켓’을 통해 문화공연 관람권을 티케팅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새롭게 도입된 ‘문화비 소득공제’ 정보시스템도 구축해서 서비스하고 있다. 공공분야의 저작물을 전 국민이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공공누리’라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또 우리 문화유산에 내포된 전통 문양을 일러스트 파일로 추출해 민간에서 디자인 소스로 활용 가능하도록 약 11만 건을 개방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길거리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는데
▶길거리 문화가 활성화돼야 문화강국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로 버스커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 문화는 길거리에서 만들어진다. 요즘은 현찰을 잘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모두 카드를 쓰니까 모바일로 노래하는 분의 정보를 입력해서 후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현웅 한국문화정보원장/사진=더리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5G서비스를 시작했다. 정보원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국내 통신 3사가 지난 4월에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1996년 세계 최초로 CDMA 상용화에, 그 2년 후에는 세계 최초로 초고속 인터넷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세계 최초로 기술을 서비스하고 펼치는 모습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하드웨어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소프트웨어로 뒷받침됐나 생각해야 할 때다. 우수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떠올리면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대부분 해외 글로벌 기업이다. 하드웨어는 훌륭했지만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내공을 다질 때다.

-지난달 제7회 문화 데이터 활용 경진대회 접수가 시작됐다. 대회의 취지는 무엇인지
▶사실 문화 데이터를 활용해서 아직까지 혁신적인 무엇인가를 이뤘다고 할 수 없다. 새로운 문화산업과 문화기업,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똑같은 서비스를 가지고는 경쟁력이 없다. 그러기 위해 1차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는 비전이 없다. 문화강국으로 가려면 현상 데이터, 공공 데이터로 제대로 된, 새로운 창의적인 서비스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공공부문보다 민간회사인 ‘야놀자’나 ‘여기어때’ 등의 민간기업이 데이터를 더 잘 활용했다. 경진대회는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민간기업을 찾아 지원하자는 취지다. 앞으로 데이터를 가지고 얼마나 경쟁력 있는 정책 서비스를 제시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서비스 기업 벤처들이 있다면 후원하고 지원하고 싶다.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다.

-강조하는 삶의 철학이 있다면
▶어렸을 땐 어렵게 살았다. 청주 흥덕사지터에 살다가 재개발된다고 쫓겨나기도 했다. 초중고등학교도 어렵게 다녔다. 늘 생각했던 것은 누구는 빚쟁이에 쫓겨야 하고, 누구는 매 끼니 때마다 먹을 것에 시달려야 한다. 또 다른 누구는 먹고사는 것 걱정 없이 산다. 모두 다 같이 행복할 수는 없을까 고민했다. 국민들이 좀 더 행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도시정책을 전공한 것도 이 때문이다. 소득 수준에, 지역에, 성별에, 학벌에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문화정책 서비스는 공공 서비스다. 모두가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골고루 받을 수 있는 문화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문화정보원을 통해 문화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여 국가에 기여하는 것도 저의 꿈이다. 문화 빅데이터 플랫폼을 잘 구축해서 정책 패러다임의 모범을 만들고 싶다.

-내년 총선에 청주 상당 출마설이 제기되는데
▶권유는 받지만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고민 많이 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뜻은 오랜 꿈이다. 이 문제는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현웅 한국문화정보원장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 도시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한국과학기술원 KAIST 공공혁신전자정부연구센터 연구위원
공공혁신플랫폼 이사장
서울특별시 성북구청 정책소통팀장
한국지역정보화학회 운영고문
제4대 충청북도장애인축구협회 회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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