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본 경제침략 본질은 아베의 야욕”

[열린정책 소통합시다]동북아 신패권 노림수, 장기전 될 것…촛불국민 역동성이 우리의 무기

머니투데이 정치부(the 300) 대담 박재범 정치부장, 정리 조철희 머니투데이 기자 2019.08.01 09:21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더리더
2019년 여름, 대한민국을 둘러싼 외교안보 정세와 글로벌 경제상황이 각박하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의 위협과 일본의 수출규제 경제보복,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잇따르자 국민들은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여권의 대표적인 ‘전략통’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제의 본질에 대한 직시와 냉철한 대응을 꼽았다. 현재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장을 맡아 여권의 대응을 진두지휘하는 최 의원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300(the300)과 만나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단순히 경제적 효과를 위한 것이 아니라 동북아 신(新) 패권을 노리는 아베 정권의 치밀한 야욕이 본질”이라고 말했다.

부진한 한국 경제도 4차 산업혁명의 기술쇼크로 인한 시장과 고용의 축소를 본질적 문제로 꼽았다. 최 의원은 정부가 용기 있게 이 같은 부분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경제지표를 고안해 분석하고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004년 국회에 진출해 여(與)와 야(野)를 오간 민주당을 꾸준히 이끌어온 최 의원은 총선 전략 구상의 역할을 또다시 맡았다. 당 전략기획자문위원장인 최 의원은 내년 치러질 21대 총선은 유권자들이 시대적 변화를 선도하려는 정당의 태도와 내용을 보고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지난 3년 간 민주당의 시스템 혁신을 상당 부분 진척 시켰다고 한다.

최 의원은 본질에 대한 분석과 냉정한 대응, 현실적인 전략 등을 통해 더 나은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그로부터 일본 경제보복 등 주요 현안과 경제문제, 21대 총선 등에 대해 냉정한 분석과 전망을 들어 봤다.

다음은 최 의원과의 일문일답.

-7월 초 일본이 반도체 등 핵심소재 관련 수출규제 조치를 기습적으로 취하면서 정부와 국민 모두 당황했다
▶당시 집채만 한 바위가 우리를 깔아뭉개려고 급경사에서 굴러 내려오는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우리 반도체 산업이 입을 피해를 생각하니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던 것이다. 일본의 경제침략 카드에 첫 단계부터 좌불 안석이었고 우리 피해만 생각하다 보니 객관적인 분석이 이뤄지지 못했다.

문제 발생 즉시 나는 당에 특위를 출범해야한다고 요구하고 발빠르게 움직였다. 특위 첫 회의에서 우리 피해만 고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냉정하게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이 만들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냉정함을 찾았다. 당당하게 맞서자는 것으로 대응기조가 형성됐다. 정부도 객관적인 경제·산업적 분석을 통해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공급망·분업체계가 과거 지형과 다르다는 것을 파악했다. 경제 문제는 경제 문제대로 대응해야겠지만 외교안보적으로 확장해 점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주변국들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분석해야 하고 미중 패권경쟁 등 같은 시기에 한반도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변화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일본이 우리를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실질적인 경제적 위협 아닌가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되면 첨단소재 등1100여 품목의 일본산 제품을 수입하기가 까다로워진다고 하지만 실제로 우리의 피해가 집중될 가능성이 큰 것은 40개 품목이 안 된다는 분석이다. 남은 1000여 품목
은 사실상 수출 심사 우대를 받거나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소화될 수 있다. 집중적으로 수출 심사가 어려워진 품목 외에는 우리가 잘 대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은 우리에게 여전히 ‘을’(乙)이다. 일본은 우리에게 수출을 해야 먹고산다. 그런데 스스로 그것을 어렵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더리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판단과 조치가 실책이라는 것인가

▶아베는 골대를 여러 번 옮겼다. 처음엔 한일 신뢰관계 훼손을 이유로 들었다. 그 다음엔 전략물자 안보 이유를 말했다. 잘 통하지 않자 수출관리의 어려움을 얘기했다. 화이트리스트 제외까지 하면 또 골대를 옮긴 꼴이다. 이 같은 과정을 국제사회가 다보고 있다. 같은 사람이 다른 얘기를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 아베의 최대 실책이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산업적 관점, 외교·안보적 관점, 국민 여론을 고려해 매우 적절하게 발언했다. 책잡힐 게 없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그렇게 무리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베의 본질적인 생각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일본의 재무장과 동북아에서의 신패권 전략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조치, 경제보복, 경제침략은 장기화될 것이다. 원인이 경제 문제에만 국한된다면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의 피해도 적지 않다. 그러나 개헌과 재무장, 동북아 패권전략 때문에 오랫동안 다양하게 전방위적으로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 아베는 경제 외적인 문제도 타개하기 위해 일본 내 여론을 결국 개헌 가능한 상황까지 만들고자 할 것이다.

-일본 수출규제의 부당성을 알리는 대미(對美) 외교 노력이 치열한데 미국 정부의 한일 갈등 중재나 개입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미국 정부는 한일 어느 쪽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제반의 역학관계나 이해관계를 전제하면 미국 정부를 직접 움직여 우리 손을 들게 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냉정하지 못한 판단이다. 미국의 기본 전략은 한미일 공조 체제다. 이것을 우리가 안 된다고 하기는 참 어렵다. 오히려 이 부분은 성의 있고 충실하게 해줘야 한다.

우리의 경제적·외교적 대응 전략이 중요하다. 그 중심에는 글로벌 밸류체인과 무역질서가 있다. 미국 경제계와 산업계가 일본의 무역질서 파괴를 인식하면 미국 정부도 일본이 트렌드에 도전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우리 대응에 묵시적으로 동조할 수 있다. 이미 미국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에선 일본을 글로벌 밸류체인 파괴의 원인 제공자로 보고 있다.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더리더
-미국으로서도 동북아에서 안보 균형 문제가 중요하지 않을까

▶안보와 관련한 일본의 문제점은 미국에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얘기할 수 있다. 일본재무장과 개헌은 한미일 안보공조체계와 관계없이 양보할 수 없는 문제다. 전범국일본이 재무장과 개헌, 신패권을 꿈꾸는 구체적 정황에 대해서는 고개를 들어야 한다. 어떤 어려움을 치르더라도 용납해선 안 되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이를 놓치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롭게 설정되는 중차 대한 과제다.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관광 보이콧에 나서는 우리 국민들의 대응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대한민국 국민과 일본 국민들 간에 차이가 있다. 우리는 자발적·실천적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성취했던 국민들이다. 일본 문화에선 국민들이 국가에 저항하지 않고, 기업에도 그렇게 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지금처럼 지식과 정보의 격차가 없고 수평적인 시대에는 국민들의 자발성과 역동성이 훨씬 강력한 힘이 된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성취와 자발성, 역동성은 일본과 비교가 안 된다. 일각에서 우리 국민들의 역동성을 편협한 기준으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비문명적 행위다. 불매 운동을 하라고 해서도, 하지 말라고 해서도 안 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 국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퇴진 운동을 두려워했다. 국민을 못 믿고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촛불국민들은 “국회는 탄핵을 하고, 퇴진 운동은 국민들이 한다”고 했다. 이번 불매운동에도 국민들은 “외교적·산업적 대응은 정부가 하라, 일본에 대한 직접 대응 이나 불매는 국민들이 알아서 하겠다”고 한다. 이 같은 국민들의 자발성과 역동성이 일본과의 갈등에서 우리의 가장 큰 무기다.

-화제를 돌려 출범 2년을 넘긴 문재인 정부의 정책 성과를 평가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얘기했다. 인테리어만 다시 하는 게 아니라 구조적인 구질서 정리를 선행하는 데 나섰다. 대한민국에 새로운 양분을 주는 것이다. 적폐가 보이지 않게 우리 사회를 갉아먹었는데 구질서 교정이 의미 있게 진행됐다. 정부와 공공영역은 굉장히 엄격해져야 한다. 정부 혁신은 근본적인 방향 설정과 의제 설정에서 보완해야 할 점들이 있다. 구질서 교정과 청산에 주력하다보니 조금 놓친 부분들도 있다. 정부 혁신은 새로운 질서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정부 전체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정부의 정책집행이나 의사결정 과정 등을 어떻게 현대화하고 혁신할 것인가. 하반기 국정운영에서 고민해야 할 것들이다.

-한반도 정세 변화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위상이 제고됐다는 평가도 있는데
▶외교적으로도 다시 해볼 것들이 생겼다. 한국의 외교적 능력과 위상은 매우 구체화됐다. 지금 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도 민관이 엄청난 규모와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그 속에서 대한민국이 새롭게 외교적 지평을 여는 것도 높게 평가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 상황은 경천동지할 만큼 변했다. 앞으로 더 먼 길이 남아 있고 어려운 과정들이 있겠지만 흐름을 바꾸고 현재진행형으로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과거 어떤 정부에도 없었다. 김대중·노무현정부를 포함해서도 질적으로 다른 흐름이 라고 평가한다.

-경제 분야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경제 문제에 대해 더 본질적인 부분들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나는 우리 경제가 어려운 본질적 이유를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고 청와대와 정부에 계속 얘기했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이 아닌데 뭘 두려워하냐고 했다.

경제의 어려움은 시장과 고용의 축소 때문이다. 기술의 진화와 융복합 등 4차 산업혁명에 새로운 경제·산업 질서로 재편되고,기존 가치사슬이 파괴되고 새로운 가치사슬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시장과 고용이 축소되는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도 글로벌 경제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의 쇼크가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 지점에 대해 국민과 공감해야 한다.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더리더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52시간 근로 등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그 영향들이 지난해와 올해 경제에 시기적으로 나타날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어려움을 가져올 정도로 우리 경제가 허약하지 않다. 영향이 어떤 식으로든 있겠지만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글로벌 경제 하방이 본질이다.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상용화 등 4차 산업혁명으로 고용은 줄어든다. 우리는 인구 감소도 고려해야 한다. 인구 감소는 고용과 세수의 감소, 국가재정 축소로 이어진다. 당연히 시장이 줄어든다. 재정 사업을 통한 국가의 경제적 역할이 축소되고 각종 정책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런 점들을 용기 내 국민들께 얘기하고 어떤 극복 노력을 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경제분석의 틀이나 경제지표, 통계 기준과 기법도 보완해야 한다. 전통적 분석 양식만으로 지금의 산업문명을 얘기할 수 없다. 세수가 줄기 때문에 세제도 바꿔야 한다. ‘로봇세’도 로봇이 사람을 효율적으로 보좌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사람이 아닌 로봇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현실적인 논쟁이다.

-경제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내년 4월 21대 총선을 맞는다. 판세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일본의 경제침략과 같은 문제가 선거에서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선거에 임하는 정당의 전략이 기술이 돼선 안 된다. 선거가 기술로 이길 수 있는 것이라면 과거 선거 결과가 증명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2012년 19대 총선은 이명박 정부 5년 차였다. 심판론이 작동해 우리 당도, 언론도, 국민도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당시 여당이 과반을 차지하며 거꾸로 결과가 나왔다. 사실 당시 민주당의 모습은 엉망진창이었다.

2016년 20대 총선 때는 민주당이 국민의당과 분당된 상황에서 새누리당 180석, 민주당 80석 전망이었는데 역시 결과가 반대였다. 당시 ‘진박논쟁’과 ‘옥새파동’으로 상징되는, 국민들에게 판단을 요청하는 새누리당의 태도가 엉망이었다.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의 판단을 요청하는 정당의 내용과 태도다.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더리더
-내년 총선에서 어떤 내용과 태도로 국민들에게 판단을 요청할 것인가

▶시대와 문명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판단을 요청할 것이다. 또 정당의 태도와 내용이 정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인물로 정당의 변화를 국민들에게 입증시켜야 한다. 유명인이나 고위관료만 영입하는 인재영입은 국민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데 국민 생각과 전혀 달라선 안 된다. 역시 시대와 문명이 요구하는 인물을 통해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새로운 시대와 문명을 향해 민주당은 어떻게 혁신해왔는가
▶마치 최근 제조업 혁신 분야에서 생산공정의 최적화, 수율을 높이는 프로세스를 디테일하게 잘 설계하는 것처럼 당내 시스템을 혁신한다면 경쟁력 있는 정당이 될 수 있다. 그래야 시대 이념에 맞는 정당, 100년 정당으로 갈 수 있다.

민주당은 시스템 혁신 과정에서 토론권·발안권·소환권·투표권이라는 직접민주주의 4권을 모두 당헌에 보장했다. 기득권 입장에서는 무시무시한 것들이다. 일정 요건에 당원들 동의가 있으면 토론, 의제 제안, 당헌당규 발의도 할 수 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 선출된 당직자도 당원이 소환할 수 있다. 지도부가 어떤 사안을 반려해도 당원들이 투표를 통해 다시 결정할 수 있다. 이 같은 구조적 시스템 혁신은 상당히 성공했다. 과거와 상당한 질적 차이를 이뤘다고 본다. 특히 내년 총선 때 공천 혁신으로 효과가 발휘될 것이다. 당 대표나 특정 리더의 선의에 기대지 않고, 한 사람의 판단에 기대지 않고 시스템을 통한다. 국민들께서 앞으로 민주당의 공천 과정에서 저런 것이 시스템 혁신이구나 하고 분명히 느낄 것이다. 시스템에 의한 민주당의 변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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