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훈 국제문제평론가, “아베정부 끝나야 한일 경색국면 해결”

[인물포커스]양국 명분싸움, 국제 여론전으로 진행…정공법으로 일본 상대해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9.08.05 10:30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임상훈 인문결연구소 소장/사진=더리더

지난달 3일 아베 총리는 승부수를 걸었다. 한국을 대상으로 ‘반도체 3대 품목’의 수출을 규제한다는 것이다. ‘첨단 수출품이 북한에 부적절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아베 총리는 “안전 보장과 관련된 무역 관리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보는 시각은 적다. 지난달 21일 있었던 일본 참의원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의도였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속한 자민당과 공명당이 합쳐서 71석을 얻었다. 개헌에 우호적인 정당을 모두 합하면 160석이다. 개헌을 위해 필요한 의석, 전체 245석 중 2/3인 164석은 얻지 못했다.

국제문제평론가 임상훈 인문결연구소 소장은 아베 총리는 ‘대(大)일본제국’을 다시 재건해야 한다는 신념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부터 빠르게 성장한 경제 성장률이 2000년대 들어 멈췄다. 그동안 한국은 빠른 속도로 일본을 따라잡았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불안감과 초조함, 질투심을 느끼고 있다. 일본 내에서 ‘혐한’ 여론이 심해졌고 이번 무역 보복을 지지하는 여론도 50%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도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장을 지내고 현재 인간의 결을 연구하는 인문결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임 소장과 지난달 17일 마포구에 위치한 인문결연구소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수출 규제에 대한 일본 내부의 반응은 어떤가
▶일반 국민여론 반응과 언론과 지식인을 중심으로 한 여론 주도층의 반응이 다르다. 두 부류가 일치하지 않는다. 일반 국민들 같은 경우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여론이 많다. 지난달 15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6%는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타당하다”고 답했다. 반면 “타당하지 않다”는 21%였다. 다른 언론사 여론조사도 비슷하다. 아베 총리의 조치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50%가 넘는다. 찬성이 절반이 넘었다는 것은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여론 주도층에서는 우려한다는 반응이 일관되게 나왔다.

-여론 주도층이 우려하는 점은 무엇인지
▶수출 규제가 일본 경제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 공급사슬)이라고, 서로 수출하고 수입하는 관계다. 이를테면 일본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것을 한국에 수출하면 한국에서 반도체를 만들어 일본으로 수출하고, 또 그것을 일본이 수입해 완성품을 만들어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에 수출한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 부문에서는 수출을 선도하는 나라다. 한국은 그 부문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큰 고객이다. 그런데 이것을 끊으면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반도체 시장에 위기가 올 수 있다. 당장 일본 기업들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의 언론, 여론 주도층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이것이다. 아베총리의 무역 보복으로 인해 경제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무역 보복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아직까지 강제징용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일반국민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번 아베 총리의 무역보복에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과거사 문제가 포함됐을 때, 일본은 한국 관련 협정에서 모든 것이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게 기본입장이다. 우리나라의 입장은 국가 간의 협정이었고, 국민 개개인에게 인권적인 차원에서 피해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여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 당시에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가 간의 어떤 협정도 인권을 침해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국제법도 그런 규정이지만 이런 점을 일본에서는 전혀 인정하고 있지 않다. 또 언론에서도 보도하지 않아 일본 국민들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전문가들의 의견도 비슷하다. 왜 65년 전에 약속한 것을 지금 와서 다시 꺼내드냐고 한다. 그 입장에서 양국 간의 합의가 도출될 여지가 전혀 없다.

-아베 총리가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나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국민 정서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사람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일본에서 상의원 선거가 있었다. 여론조사를 봤을 때 집권 여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나왔다. 아베 총리의 최대 숙원사업은 개헌이다. 개헌 발의에 필요한 전체 의석의 2/3 이상을 달성하는 게 목표였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4석 정도 부족하다는 것으로 나온다. 아베 총리로는 지난달 참의원 선거가 마지막 기회였다. 승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걸었다고 본다. 과거 중의원 선거 때는 북핵 문제를 가지고 자극했다. 굉장히 불리한 선거가 될 수 있었는데 압승을 거뒀다. 이것 외에도 많다. 외신도 이런 부분은 인정하고 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가 일본제품 판매중단 확대를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사진=머니투데이
-외신은 이번 무역 보복에 대해 어떤 의견인가

▶지난달 미국 뉴욕타임스에서 ‘일본 수출 규제 조치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사설이 보도됐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와 적을 진 언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자유무역에 반하는 정책에 대해서 조롱하는 식의 조치를 일본이 그대로 따라 한다고 했다. 특히 수출 금지를 밝히기 3일 전에 일본에서 G20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G20의존재 이유는 자유무역 촉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베 총리의 규제 선언은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에 대해 실망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이미 일본은 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에도 한국에 대한 보복을 준비했을 것이라는 아주 이중적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미국, 중국, 프랑스 등 외신의 공통적인 보도는 ‘자유무역’의 큰 경제 패러다임을 역행하는 일을 일본이 촉발했다고 본다. 외신은 단순하게 우리나라나 일본에 어떤 피해가 간다는 차원 말고 앞으로 지구촌 무역에서 큰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해석한다. 트럼프 정부도 자유무역에 반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안보상의 이유로 수출품을 규제한다. 일본도 역시 안보 이유를 들었다.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들어갔다는 이유를 들었다.

-결국은 안보를 끌어들인 것이다
▶WTO에서 안보의 경우에는 보장을 하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WTO에서 심사할 때 일본 입장에서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안보는 그저 명분이다. 러시아 사례도 그렇고 안보가 만능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보 때문에 모든 것이 합리화될 수 있다. 국제적 시선에서 볼 때 한일 두 양국 간의 문제가 아니다. 이게 촉발돼 여러 나라가 얽힌다면 전 세계 경제질서가 완전히 망가질 수 있다.

-일본에서도 한국 물품에 대해 불매 운동 여론이 생기고 있다고 하는데
▶일본 국민들은 우리나라만큼 정치에 관심이 없다. 수출 규제에 대해서도 일부만 알뿐이다. 우리나라처럼 이 문제를 가지고 불매운동으로 가지도 않는다. 일본 국민들은 한국 국민에 비해 그다지 정치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여론’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제한돼 있다. 국민이 목소리를 내는 창구도 제한돼 있다. 그래서 여론조사에서 50% 이상이 아베 총리를 지지한다고 했는데 이 50%도 굉장히 일부다. 이 작은 부분이 전체 여론이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10년 사이 일본 내에서 ‘혐한’ 분위기가 심해지고 있다. 혐한이 생긴 이유는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 일본이 과거 20~30년 정도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했다. 이제는 경제 정체기다. 한국은 그 정체기 동안 빠르게 일본을 따라잡았다. 거기에서 오는 위기감이나 초조함, 질투심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혐한 여론에 깔려 있는 감정이다. 과거 대만과 비슷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대만을 추월할 시점에도 대만에서 혐한이 나왔다. 이성적인 냉철한 사고로 설명될 수 없는 시기, 질투심이 아닐까. 물론 지금은 많이 없어졌다. 현재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혐한도 원초적인 시기심 같은 게 기본에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임상훈 인문결연구소 소장/사진=더리더
-여당에서는 해외언론에 수출규제의 부당성을 적극 알린다고 하는데

▶이 문제는 빠른 시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일본이 먼저 싸움을 걸었다고 볼 수 있는데 경제력 말고 명분에서 앞서는지 생각해야 한다. 일본은 애매모호한 상태에서 싸움을 걸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충분히 국제 여론전에서 불리하지 않은 싸움이다. 공공외교 차원에서 전 세계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전이 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국제 여론전에서 명분을 쌓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일 관계가 향후 어떻게 흘러갈까
▶당분간은 풀어질 것 같지 않다. 우리는 아베 정부가 끝나야 해결된다고 본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가 끝나야 해결 열쇠를 찾는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다음 대통령에 민주당이 들어서면 관계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일본도 경제 강국으로 분류되는 한국과 불편한 관계인 것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아베 총리의 경우에는 선대부터 ‘강한 일본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대일본국을 다시 재건해야 한다는 신념이 강하기 때문에 아베가 집권하는 동안에는 우리나라와 관계가 해결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당분간은 냉각기가 지속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명분싸움으로 가고 있다. 국제여론전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이미 양국이 현재 두 정부가 정치력을 발휘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은 넘어섰다. 정공법으로 일본을 대해야 한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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