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섭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장, ‘청지트’서 청춘의 빚 훌훌 날려요

“학자금에 생활비까지 대출…청년복지 지원책 절실”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9.07.15 10:32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한영섭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장/사진=더리더

“대기업에 다니면 돈 걱정 없이 살 줄 알았다. 고액 연봉을 받는 직원들이라고 하더라도 당장 짊어진 부채에 시달렸다. 돈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직장을 그만두고 사회적 기업 ‘애듀머니’에 들어가 금융상담의 경험을 쌓았다. 상담을 요청하는 주 대상자는 50~60대다. 청년은 오지 않았다. 상담 자체가 기성세대에 맞춰졌다. 청년을 위한 금융 상담 시설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토닥’이다.”


사회적협동조합인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청지트)는 청년의 부채를 상담해주고 교육을 진행하는 단체다. 청지트의 전신 청년금융조합인 ‘토닥토닥 협동조합’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만든 사람은 한영섭 청지트 센터장이다. 한 센터장은 S전자에 다녀도 돈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을 보고 문제의 심각성을 느껴 시민사회에 뛰어들었다. 이후 청년 세대에 맞춘 상담 센터인 토닥과 청지트를 만들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8~25세 가처분소득 기준 빈곤율은 13.2%로 전년 같은 기간 11.7%에 비해 1.5%p 상승했다. 26~40세 가처분소득 기준 빈곤율은 8.2%로 전년 같은 기간 6.8%에 비해 1.4%p 올랐다.
한 센터장은 “청년층 내에서의 빈곤이 더 늘어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산이 있는 청년은 소득수준이 높은 반면, 그렇지 않은 청년은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빈곤이 빈곤을 부른다는 의미다. 한 센터장은 “출발선이 애초에 다르게 굳어질 위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서는 청년의 부채에 대해 상담하지만 돈보다 중요한 것은 ‘삶의 질’인 것을 강조한다. 청년들은 ‘돈의 양’보다 워라밸, 삶의 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센터장은 “돈은 써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살아가는 것을 느낀다. 빈곤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까. 한 센터장을 지난달 18일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청지트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청년의 빈곤율이 증가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모든 청년이 힘들다가 아니라 취약한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우선 다른 연령층보다 청년의 빈곤은 더욱 심각하다. 세대 간 격차가 심하다. 또 세대 내 격차도 심하다. 자체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애초에 자산이 있던 청년들은 사회에 나와서도 소득수준이 높았다. 반면 자산이 없으면 소득수준도 낮았다. 한마디로 좋은 대학을 졸업해서 소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가정의 소득수준도 중요하다. 출발부터 달라진다는 의미다. 격차가 구조화될 가능성이 있다.

-청년에게 부채는 어떤 의미인지
▶대출을 받은 게 삶의 원동력이 돼서 생산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건 대출의 긍정적인 면이다. 청년들은 대부분 생활부채나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 그 대출은 그냥 빚일 뿐이다. 특히 늘어나는 부분은 생활비 대출이다. 학생들이 생활비를 부채로 조달받고 있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대출을 받을 때도 청년들은 일반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거나 금리가 높다. 정규직에 종사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격차가 발생한다. 청년세대에게는 자산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자리부터 시작해서 주거, 금융지원, 금융이자 모두 연결돼 있다.

-청년 지원 정책 중 하나인 서울시의 희망플러스 통장을 초기 제안한 인물로 알려졌다. 막상 시행해보니 어떤 단점이 있는지
▶이제 막 생겨난 단계니까 단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희망플러스 통장의 경우에는 대상을 선정할 때 가족의 재산이나 소득을 본다. 최근에는 부양 의무자를 폐지하는 추센데 그게 반영이 안 됐다. 또 사용처가 네 가지로 제한돼 있다. 교육, 주거, 창업, 결혼자금 등 네 가지 목적으로 써야 한다. 청년들의 욕구를 막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그걸 네 가지 목적으로만 써야 한다. 인식이 확대돼야 한다.

-청년내일채움공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희망청년조직통장은 직장을 그만둬도 이어갈 수 있는데 청년내일채움공제는 그렇지 않다. 고용정책 중 하나기 때문에 직장에서 퇴사하면 받지 못한다. 중소기업에 3년 동안 꼬박 다니는 것을 전제로 한다. 청년이 기업에 매여 있어야 하고 자유로운 이직을 막는다. 그만둘 수 없는 게 알려지면 직장 내에서 갑질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부분을 현실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청년에게 돈을 주는 것에 대한 잣대가 엄격하다
‘청년이기 때문에’라는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된다. 청년이라는 타이틀을 다는 순간 더 큰 것을 요구한다. 이 돈으로 술 마시는 것 아니냐, 여행 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 사회에서 청년을 바라보는 인식이 어떤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것들이 이 사람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이면 상관없지 않나. 기분 좋아지고 삶에 활력이 될 수 있는 요소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런 것을 돈을 준다는 명목으로 억제할 수 없다. 청년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감수성이 필요하다.


요즘은 소비시대다. 존재를 증명하는 수단 중 하나가 소비가 될 수 있다. 또 돈을 써야 삶의 질이 올라간다. 이런 문화가 이미 형성돼 있기 때문에 돈을 쓰지 않고 사는 것은 힘들다. 소비구조 자체가 생존하기 위한 것과는 다르다는 의미다. 부모세대가 생각하는 생존과 청년의 생존은 상황이 다르다. 소득은 낮고 비용은 늘어나니까 다른 복지 지원이 더 많아져야 하는데 청년들에게는 그런 정책이 없다. 희망플러스 통장이나 청년내일채움공제도 근래에 나왔다. 과거에는 없었다. 청년들을 위한 복지 지원책이 부족하다.

-청년 실업이 나아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4차산업으로 일자리 시장 자체가 변하고 있다. 기존의 정규직 일자리뿐만 아니라 노동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실업률이 높게 측정됐다고 생각한다. 단기적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최근 기업들은 너무 이윤만 추구한다. 이윤만 추구하면 청년을 뽑지 않는 게 정상이다. 청년들은 가르쳐야 하는 존재니까 신규채용보다는 경력채용을 늘린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한다. 기업이 소극적인 태도를 바꿔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최저임금은 기업 이익에 영향을 끼칠 수는 있어도 망하는 결정적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임금의 분배다. 분배가 잘되고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기업의 총수와 말단 노동자의 임금 차이를 보면 알 수 있다. 평등하게 일한 만큼 분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기업의 임금 구조는 그 분배가 잘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이런 부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최저임금‘만’ 올라야 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말이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한영섭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장/사진=더리더
-청년들은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기도 한다
▶중소기업은 청년들이 원하는 바를 알아야 한다. 요즘 청년에게 중요한 것은 문화다. 대기업에 간다고 하더라도 이직률이 높다. 돈보다 중요한 게 워라밸이나 수평적 조직문화다. 문화적으로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굉장히 달라졌지만 기업은 늘 똑같다. 갑질금지법이라든지 이런 법안이 만들어지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런 문화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가 심하다. 대기업이 사실 문화를 독점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소기업 같은 경우는 예산도 여유도 없다. 

-주거빈곤율도 높다. 전국 전체 연령대의 주거빈곤율은 2015년 기준 12.0%인 반면 청년은 37.2%이다.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월세가 많이 나가는 것도 청년이 점점 빈곤층으로 내몰리는 이유 중 하나다. 임대료가 높다 보니 월세 자체가 높다. 고시원을 ‘지옥고’라고 부른다. 그만큼 살기 열악하다는 것이다. 고시원에 거주하는 사람 중 다른 연령보다 청년이 많다. 문제는 지역 불균형이 크다고 생각한다. 일자리가 서울에 모여 있고 학교 때문에 서울로 오기도 한다. 서울에 오지 않아도 지역에서 살 수 있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주거 빈곤은 이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60살 이상 고령 노동자를 재고용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발표했다. 정년연장이 청년 일자리를 뺏는다는 우려도 있다
▶청년 일자리를 뺏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니다. 상생이라고 생각한다. 노인분들이 하는 일과 청년이 하는 일은 분명 다를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잡셰어링을 통하면 더 원활하지 않을까. 청년도 늙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계속적으로 늙는다기보다는 활동할 수 있는 게 오래되니까. 일할 수 있는 사람한테 하지 말라는 건 낭비다.

-학자금 대출 탕감운동을 실시한다고
▶미국 대선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나 워런 의원은 학자금 대출을 탕감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건다. 대선주자가 학자금 대출을 공약으로 가지고 나왔다는 것은 사회문제라는 것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학자금이 굉장히 비싸서 일찌감치 사회문제였다. 심각하게는 60세까지 갚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도 미국을 보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부채를 과감하게 조정해야 한다. 학자금 부채가 총 17조원 정도 된다. 가계부채가 1700조인데 이것에 비하면 다소 적다. 일시적으로라도 탕감하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 학자금 대출 탕감운동을 통해서 일시적으로 부채를 조정하고 다른 활력을 기대하는 게 필요하다. 다른 것은 ‘빈민아웃’이라고 내 생계를 위해서 대출했지만 이게 결코 개인의 잘못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경각심을 주는 운동도 열 예정이다.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것이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는 상담 센터인데 우리나라에 이런 것들이 많아지려면
▶상담사가 청년의 상황을 잘 알고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청년은 부채가 있으면 마음이 닫혀 있다. 우리는 우선 상담할 때 컨설팅부터 하지 않고 카운슬링, 상담을 통해서 마음을 추스르고 다독거려준 이후에 구체적으로 해결을 제시한다. 청년을 바라보는 인식이 낙인찍혀 있다. 그런 것들에 대한 감수성도 필요하다. 트레이닝은 그 다음이다. 복합적 역할이 상담사에게 요구된다. 상담시간이 30분, 1시간 내외다. 충분히 할 수 없는 게 안타깝다. 주어진 예산 범위 안에서만 할 수 있다. 상시적으로 상담을 하는 게 중요한데 지금 중앙정부나 지자체는 그게 좀 부족하다.

한영섭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장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장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금융복지상담사
청년연대은행토닥 이사
내지갑연구소 소장
빚쟁이유니온 위원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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