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명 항공안전기술원 원장, "‘인증’으로 항공산업 생태계 구축"

[기관장 초대석]“항공 제작과 운송•정비 소통창구 만들어 산업 육성”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9.07.04 11:26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김연명 항공안전기술원 원장/사진=더리더
김연명 항공안전기술원 원장은 한국교통연구원에서 항공교통 정책을 연구하고 부원장까지 올랐다. 또한 국토교통부에서 항공교통심의위원과 항공정책심의위원으로 활동했다. OECD ITF교통연구소에서 2년간 항공팀에 속해 국제적으로 활동했다. 항공교통과 운송을 아우른 김 원장은 지난해 7월부터 항공안전에 대해 인증하는 기관인 항공안전기술원 원장이 됐다.

항공안전기술원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항공안전 전문기관이다. 안전을 확보해 산업에 이바지하는 게 목표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에서 항공제작산업은 아직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은 12년 연속 세계 공항서비스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고 대한항공은 세계 여객운송실적 1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반해 항공제작산업은 운송 산업에 비해 발전하지 못했다. 김 원장은 “항공산업을 활성화한다고 하면 제작만 이야기하지만 운송과 정비 모두 같이 말해야 한다.”라며 “제작과 운송, 정비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은 ‘인증’”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기술원이 세 분야를 묶을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3년도 설립된 기술원은 한 해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기술원이 설립목적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혁신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을 만드는 게 목표라는 김 원장을 지난달 14일 인천 로봇랜드에 위치한 기술원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술원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항공산업에 대한 제작과 인증을 분리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항공기나 시설 장비에 대해 인증을 하는 역할이다. 항공산업에 대한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항공기 고장과 장애 결함도 분석한다. 큰 사고가 나기 전에 미연에 방지하는 항공사고 예방 기술을 개발하고 항공안전의 국제표준화 기술을 연구한다. 또 민간항공기와 공항, 항행안전시설 등에 대한 안전성과 성능을 시험한다.

-우리나라 항공산업은 어떤 수준인가
▶다른 항공선진국보다 단기간에 국가 차원의 항공안전 관리 노하우와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제작 산업 측면을 본다면 아직 시작 단계다. 우리 기술원 같은 전문 기관도 생긴 지 얼마 안 됐을 뿐 아니라 민간 쪽은 거의 개발이 되지 않았다. 항공운송산업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공항이다. 지난해 이용객이 6,000만 명을 넘었다. 또 대한항공은 세계적으로 여객 화물 순위가 높다. 운송은 세계적 수준인데 제작은 아직은 시작 단계다.

▲김연명 항공안전기술원 원장/사진=더리더
-항공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쪽에서는 운송만 이야기하고 다른 쪽에서는 제작만 이야기한다. 항공산업은 제작과 운송, 정비 산업이 같이 생태계를 이뤄서 움직여야 하는데 그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무리 제작을 잘해도 인증을 받지 못하면 사업화가 될 수 없다. 지금 항공 부품을 제작하는 업체 물품을 민간에서 쓰지 못한다. 국토교통부로부터 인증을 받지 못해서다. 그런 업체는 군납품에 그쳐야 한다. 그래서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내 목표는 제작과 운송, 정비를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각 기관 관련자들과 이야기하는 소통 창구를 만든다든지 등 한곳에서 이야기해야 한다.

-민간항공기에 결함이 생기면 우리나라에서 왜 자체적으로 정비하지 못하나
▶미국 연방항공청(FAA)에서 인증한 곳에서만 부품을 구입해 항공기를 고칠 수 있다. 우리나라 항공기 부품을 고치려면 FAA에서 인증한 것만 쓸 수 있는 것이다. 현재는 부품업체가 있다고 하더라도 민간에서 쓸 수가 없다. 우리나라 항공산업 관련 인증 체계가 선진국 수준이 되면 우리나라도 인증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과 상호 협약을 맺어야 한다. 우리 기술원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인증 체계가 잡히면 항공산업이 지금보다 많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항공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기술원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국제 표준과 항공안전 데이터를 분석해 연구를 병행한다. 우리나라에서 개발되는 항공기와 대형 무인기를 테스트할 수 있는 국가종합비행 성능 시험장을 만들 예정이다. 또 드론 제작 기술을 지원하고 전용 비행시험장과 안전기술 기준을 만드는 드론인증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다. 기술원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만한 수준의 항공산업 환경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우리나라 항공 기술이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지난 3월 저비용 항공사(LCC) 세 곳이 새로 항공운송 면허를 받으면서 12개의 항공사가 됐다. 인구 3억인 미국과 LCC업체 수가 같은데 좁은 나라에 LCC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 국민 입장에서는LCC가 많아지면 가격 경쟁을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가 할 일은 항공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안전에 대한 규제는 강화하고 경제적인 부분은 좀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안전을 생각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혜택은 국민이 본다. 

 
▲김연명 항공안전기술원 원장/사진=더리더
-항공안전에 대해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
▶전문적으로 안전 데이터를 확보해 위험요인을 사전에 찾아낸다. 정부는 안전 강화방안으로 항공사 종합 안전 점검을 실시한다. 단편적으로 법을 위반했다는 확인보다 안전 확보에 필요한 종합적인 사항을 본다. 항공사 안전에 대해 컨설팅하고 고장이나 장애 데이터를 기반으로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안전 증진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정부는 항공사와 공공기관, 전문교육기관이 참여하는 조종•정비인력 양성 협의체를 운영하면서 항공종사자 수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기술원에서는 이런 정책 방향성을 충분히 고려해 항공안전 데이터를 분석한다. 국제표준 연구를 통해 정부의 항공정책을 지원하는 역할이다.

기술원의 비전 중 하나가 국민에게 신뢰받는 항공안전 전문기관이다. 어떻게 하면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항공안전 전문기관이라는 위상을 정립하는 것이다. 우선 국내 유일 항공안전 전문기관으로서 확고하게 자리 잡기 위해 통계와 데이터로 기술을 혁신할 예정이다. 또 장비와 시설의 고도화를 통해 인증의 신뢰도를 높일 것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정한 항공기술 기준을 연구해 산업계를 선도할 예정이다. 그에 맞춰 해외 항공안전 전문기관 상호 인력 파견, 공동연구 수행 등 협력체계를 구축해 기술원의 위상을 해외에도 알릴 것이다. 

-기술원에서는 드론 산업의 육성도 추진하고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규제는 완화하는 게 맞다. 기술원에서는 우선 드론이 어느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지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드론산업이 발전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드론이 상용화되려면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전국 5개 도시에 상업용 드론의 기술개발과 안전검증을 지원할 수 있는 드론 전용 비행시험장을 구축할 예정이다. 드론기업 지원허브 운영과 드론인증센터 구축사업을 함께 추진해 드론 관련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인증기술기준을 개발하면서 드론산업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기술원에서 드론 산업에 대해 어떤 성과를 기록했는지
▶우선 드론이 어느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지 연구했다. 물품을 수송하거나, 국토를 조사할 때 비행 제어를 이용하는 곳에서 쓰일 수 있다. 또 드론에 필요한 핵심 탑재 기술분야에 대해 검증했다. 드론에 대해 수요를 만들고 활용기반을 조성하는 게 목표다. 특별비행승인제를 도입하거나 국가와 공공기관 적용특례 확대를 추진하고 ‘드론 산업 촉진 및 활용에 대한 법’을 제정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김연명 항공안전기술원 원장/사진=더리더
 -원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됐다. 취임 초 목표는 달성했는지
▶원장으로 취임하기 전과 후를 비교해보려고 한다. 기술원이 2년 전에는 50~60명 정도였다. 지금은 100명이 넘는다. 조직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 굉장히 역동적이라는 의미다. 기술원이 설립되면서 구성원의 출신이 다양하다. 그러다 보니 갈등도 있었다. 그걸 해결하는 게 나의 첫 번째 목표였다. 노조와 소통하고 갈등을 최소화하는 게 우선 과제였다. 노사 공동 워크숍을 통해서 직원과의 공감 영역을 넓혀가고 직급별 간담회 같은 다양한 소통 채널을 운영했다. 구성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갈등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정부 출연금을 확보했다고 알려졌다
▶이전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의 출연금으로 운영됐다. 인증기관으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운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정부 출연금이 필요하다. 취임 이후 정부와 꾸준히 접촉하면서 정부 출연금 확보에 적극 기여했다. 예산을 확보해야 기관 유지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우수한 인력 확보와 수행 사업의 지속적인 확대가 가능해져 기관장으로서 많은 보람을 느꼈다.

-앞으로 어떤 철학을 가지고 기술원을 이끌 예정인가
▶공공기관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신뢰받고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우리가 공정한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나 사회적 약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공공기관으로서 혜택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공공기관이라고 하면 ‘방만경영’이나 ‘비리’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제 우리도 혁신해야 한다. 그런 부정적인 단어와는 거리가 먼 기관으로 성장하겠다.

김연명 항공안전기술원 원장
1961년 출생
대전고 졸업
인하대학교 산업공학 학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통계획 석사
메릴랜드주립대학교 대학원 교통공학 박사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OECD/ITF Policy Analyst
대한교통학회 부회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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