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속 태풍(친박신당)이 보수정당에 끼치는 영향

공천서 탈락한 친박 의원들이 ‘신당’으로 간다면?…‘황교안의 딜레마’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9.07.01 09:5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손 맞잡은 조원진·홍문종 우리공화당 의원/사진=뉴시스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홍문종 의원(경기 의정부시을)이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친박 신당(가칭)’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처음으로 탈당계를 제출한 의원이다. 그가 탈당한 이유는 간단하다.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지역구의 당협위원장을 뺏겼다. 지난해 12월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인적 쇄신’ 명단에 들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홍 의원은 지난달 17일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구병)이 속해 있는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로 추인됐다.

홍 의원과 조 의원은 우선 대한애국당 명을‘우리공화당’으로 바꿨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3년 창당한 ‘민주공화당’과 유사한 이름이다. 신당을 창당할 경우 박 전 대통령을 1호 당원으로 영입하겠다고 밝혔다.‘박정희와 박근혜’의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이라는 의미다.

홍 의원은 지난달 13일 불교방송(BBS)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10월에서 12월에 의원 40~50명이 친박신당에 동조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지난달 17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거기(40석)까지는 안 갈 것이고 최소한 20석, 원내 교섭단체는 구성할 수 있는 힘은 있다고 본다”며 “지금 현행 선거법으로 하더라도 비례대표가 상당수 당선될 수 있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친박 신당과 관련,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박신당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18대 총선을 보름 앞두고 창당한‘친박연대’다.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홍사덕, 서청원 의원이 주도해서 만든 친박연대는 지역구 6석, 비례대표 8석으로 총 14석을 차지했다. 김무성 의원 등이 속한 ‘무소속 친박연대’도 12석을 차지했다.‘박근혜 연대’라는 것만으로 총 26석을 당선시킨 것이다.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래 권력이었기 때문이다. 11년 전 일이다. 지금 친박신당을 창당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 과거 권력은 세력의 구심점으로 작용할 수 없다. 홍 의원은 친박신당을 만들면 당에서 최소 40~50명 정도가 따라 나올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렇게 보는 시각은 적다. 박 전 대통령은 과거 권력이다. 지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이미 드러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황교안 후보는 좀 아니다”라고 말하며 간접적으로 의사를 표현했지만 전당대회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한국당 내부 의원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우선 친박좌장인 서청원 의원과 최경환 의원, 무소속 이정현 의원도 별다른 액션을 취하고 있지 않다. 성일종 의원은 지난달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친박신당에 갈 의원이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1명도 없을 거라고 본다”고 답했다. 김태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의명분도 가치도 없이 사지(死地)에 함께하자는 건 정치적 도의가 아니다”고 공개 비판했다.

◇명분은 ‘보수의 외연확장’
제3의 정당 창당의 명분은 대부분 ‘거대 양당의 체제를 떠나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기 위한 정당’이었다. 이번 친박신당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이미 이런 명분의 제3정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이 많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창당의 ‘명분’으로 ‘보수의 외연 확장’을 들었다. 홍 의원은 “여당에는 1중대, 2중대, 3중대라고 해서 정의당도 있고 평화당도 있고 여러당이 더불어민주당과(같이한다)”라며 “오늘도 국회를 같이 열었다.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보수당은 한국당 하나밖에 없는데 지금 저희가 보는 한국당은 한국당 가지고 우리 보수 전체를 포용하기에는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다”고 언급했다. 그는 “보수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런 공화당 같은 새로운 당이 필요하고 보수의 분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찍고 지지할 수 있는 보수당, 우리가 말하는 원조 보수당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주에 모인 태극기부대/사진=뉴시스
◇변수는 박근혜 석방·친박 의원 공천 배제·선거제 개편

친박신당에게 변수는 세 가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석방되는 것, 선거제가 개편되는 것, 그리고 친박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올해 혹은 내년 총선 전에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될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허리디스크 등을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 한국당 지도부들도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꾸준히 언급하고 있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된다면 총선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다른 변수는 ‘선거제 개편’이다. 소수정당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총선 전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과되면 태극기부대 같은 극우세력이 있기 때문에 친박신당은 어느 정도 의석 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는 ‘친박 의원들의 공천 배제’ 변수다. 홍 의원 탈당도 한국당 지도부가 공천 물갈이하겠다고 밝힌 이후다. 신상진 신정치혁신특별위원장은 지난달 6일 BBS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서 “대통령 탄핵 사태가 있었고, 그 뿌리가 되는 2016년 총선 공천에서 휴유증이 많은 정당이기에 현역 의원들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룰에 입각한 평가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분열은 필패’…황교안의 딜레마
문제는 한국당의 텃밭인 TK(대구·경북)지역이다. 특히 황 대표는 TK출신이 아닌 서울 출생이다. 이미 한국당은 자신의 텃밭인 영남권에서 위기가 감지된다. 지난해 제7회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은 경남도지사, 부산시장, 울산시장, 그리고 TK의 심장 구미까지 민주당에게 자리를 내줬다. 지난 4.3재보궐 선거에서도 창원성산에서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대한애국당 등 보수정당 후보들이 모두 나왔다. 그 결과 민주당과 정의당이 단일화한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당선됐다. 만일 선거를 앞두고 보수정당이 세 정당으로 나뉘어 치르면 텃밭에서조차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다.

보수정당은 세 당으로 나뉘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그리고 우리공화당. 현재 한국당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정하지 않는 세력과 잘못이었다고 인정하는 세력이 동거 중이다. 선거를 앞두고 누군가는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홍 의원이 방아쇠를 당겼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쉽지 않다. 자유한국당이 탄핵을 인정해 중도 표심을 잡아야 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최대 지지기반인 극우 세력도 함께 가져가야 하는 애매한 처지에 놓였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친박신당에 대해“창당한다고 하더라도 파급력이 없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친박신당 그 자체보다는 친박신당이 존재한다는 점 자체가 보수정당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라고 밝혔다. 다음 공천에서 친박을 배제해야 표의 확장성을 이룰 수 있다. 만약 대거 배제하면 공천에서 탈락한 중량감 있는 의원들이‘친박신당’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의 정신적 지주인 박 전 대통령이 1호 당원으로 있는 정당이다. 홍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통령과 사전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영어의 몸이기 때문에 여러 부담을 줄 수 있어 공개적으로 뭐라 말하기 힘들다”며 “박 전 대통령과 접촉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박 전 대통령과 중요 정치 사안에 대해 상의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뉴시스
◇역사에는 없는 4연승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차기 총선에서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한다면 ‘유례없는 4연승’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보수정당이 분열하면 선거 승리 가능성이 낮아진다”며 “만약에 민주당이 승리하게 된다면 유례없는 4연승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대 총선, 19대 대통령선거, 제7회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3연승을 기록했다. 다음 2020년 총선에서도 승리하게 된다면 역사상 ‘유례없는 4연승’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된다면 어마어마한 정계 개편이 일어날 것”이라며 “진보정당의 집권 장기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여당 입장에서는 지금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 경제 지표 악화 등으로 지지율이 정체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집권 3년 차다. 레임덕이 맞물릴 수 있는 시기다. 선거는 구도다. 보수가 분열되면 여권에서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여권은 친박신당 약진을 오히려 기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보수가 분열하면 승리 가능성이 낮아지는데 지금은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친박신당이 각자 가려고 한다”라며 “이런 체제가 그다지 오래가진 않을 것이다. 적어도 2022년 대선 전까지는 합치지 않겠나”라고 예측했다.

황 대표는 차기 대선을 바라보고 있다. 보수와 진보가 1:1로 맞붙은 지난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51.55% 대 48.02%로 문재인 후보를 이겼다. 야권에서는 분열이 필패이기 때문에 황 대표는 적어도 대선에서 분열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사실 친박신당을 이끌어갈 인물이 없다. 홍 의원의 경우에는 사학비리 관련 판결이 나올 것이다. 이 경우 새로운 변수가 생기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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