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가 찾는 국회 예정처…“南北관계, 재정에 ‘빅 임팩트’”

이종후 국회 예산정책처장 “30년 공직생활 ‘마무리’…모든 것 쏟겠다”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이원광 기자 2019.06.25 14:2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이종후 국회 예산정책처장/사진=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남북 관계는 우리 재정에 큰 ‘임팩트’를 줄 것입니다.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이종후 국회 예산정책처장은 지난달 9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급변하는 남북 관계를 고려한 예산 편성과 심의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처장이 지난 3월 예산정책처장에 오른 뒤 언론을 통해 공식 입장을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처장은 “대한민국 미래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남북 관계”라며 “이른 감이 있으나 통일이나 남북 경제협력(경협) 등은 우리에게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정처가 이미 통일 비용에 대해 전망했는데 이 부분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 처장은 ‘객관성’, ‘전문성’, ‘중립성’ 등 3대 원칙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객관적인 사실과 데이터에 기반한 전문적인 분석으로 여·야 눈치 안 보고 중립적인 업무를 수행한다는 각오다.

예정처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진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 연례협의단은 지난달 예정처를 찾았다. 무디스는 통상 한국의 재정건전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 기재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을 찾는데 올해는 예정처를 방문해 회의했다.

이 처장은 “지금까지 30년 공직생활을 했는데 예정처장이 마무리가 아닐까 한다”며 “예정처가 한 단계 발전하는 데 돌을 얹는다는 심정으로 저의 모든 것을 쏟겠다”고 말했다.

Q: 새로 부임하셨다. 각오와 소감을 밝혀달라
예정처의 위상이 높아져서 큰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낀다. 처장으로서 우리 예정처가 좀 더 국민과 국회로부터 신뢰받는 재정 전문기관이 되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지금까지 공직생활을 30년 했는데 예정처장이 마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저의 모든 것을 쏟아서 예정처가 한 단계 발전하는 데 돌을 하나 더 올려놓는다는 심정으로 하겠다.

Q: 예정처가 현재 어떤 기능을 수행하고 있고, 앞으로 해야 된다고 생각하시는가
지금 보고서 작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18년도 결산을 차분히 분석하고 있다. 최근에 우리 경제가 활력이 좀 떨어지면서 재정 기능이 강조된다. 재정이 최근 굉장히 확대되는데 이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본다. 국민 세금이 쓰이기 때문에 집행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되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규모는 늘지만 불필요한 것이 들어가는 것은 방지하자는 차원이다. 또 실질적으로 재정이 투입돼서 국민경제에, 복지에 도움이 되도록 일조해야겠다는 각오다.

Q: 보고서 초점을 어디에 맞추고 있나. 중요하게 보시는 부분은
일자리 예산이다. 정부의 정책 의도가 제대로 실현되는지 집중적으로 봐야 한다. 복지 예산도 느는데 실질적으로 필요한 분들에게 가야 한다. 규모는 늘어나는데 현장에서 체감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정책이 촘촘하게 잘 짜여야 (효과가) 전달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열심히 보려고 한다.

Q: 각 상임위원회와 예정처 업무 간 연속성이 있다면
예결위, 재무위, 복지위, 정무위에도 있었다. 예결위는 두 번 했다. 이게 다 재정활동과 관련된 것이다. 특히 외통위에서는 북한 문제를 다룬다. 대한민국의 미래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남북관계다. 남북 경협이 됐든, 이른 감이 있지만 통일이 됐든, 우리 재정에 큰 ‘임팩트’를 줄 것이다. 우리가 미리 준비해야 한다. 예정처가 이미 통일비용이 얼마나 될지 전망도 한 바 있다. 앞으로 더 발전시켜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는 외통위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과제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Q: 남북관계 대한 분석을 했고, 앞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남북경협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면 북한에 어느 정도의 SOC(사회간접자본)가 필요할지 미리 추정해보는 것이다. 그 돈을 어떤 식으로 조달할 것인지, 한국 재정이나 외국투자일 수도 있다. 어떤 식이 가장 좋을지 가정이지만 해보는 것이다.

Q: 작년 예산에서 남북협력기금이 이슈가 됐다. 1조원 정도였는데 야당 의원들이 내역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예정처 입장에서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 추계자료 하나 내기 힘든 현실이다
3대 원칙이 있다. 객관성, 전문성, 중립성이다. 이 중 제일 어려운 부분이 중립성이다. 이것은 우리가 객관성과 전문성을 통해서 중립성을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다. 무조건 중립적으로 한다고 해서 달성될 문제가 아니다. 가장 객관적인 사실과 데이터를 가지고 전문적인 분석 도구를 사용해서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이것들을 가지고 여야의 눈치를 안 보고 한다면 중립성이 확보된다고 본다. 그동안 여러 위기도 있었지만 이것을 바탕으로 꿋꿋하게 나아가고 있다. 그래서 현재의 위상이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Q: 해외업무 경험도 풍부하시다. 국내 예정처와 해외 기관을 비교한다면
외국에 있으면서 많이 분석했다. 사실 저희가 미국의 의회예산처를 ‘벤치마킹’했다. 미국은 우리와 비슷한 대통령제다. 저희는 미국 다음으로 큰 재정 독립 예산기구다. 이것은 저희가 자랑할 만한 점이다. 작년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이 참여하는 독립예산기구회의가 있었는데,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우리가 주재했다. 그만큼 국제 사회에서도 위상을 인정받는다. 물론 미국 CBO(의회예산국)를 생각하면 더 발전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많은 나라에서 상당히 인정을 받고 있다. 우리를 벤치마킹하려고 찾아오기도 한다.

Q: 후반기 국회의 당면과제는
추가경정예산이다. 지금 경기가 굉장히 안 좋지 않나. 경제 활력이 많이 떨어졌다. 재정이 경제 활력을 제고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다만, 거기에 포함된 사업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편성되고 집행되는지 이 부분은 우리가 또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게 가장 큰 과제다. 

Q: 기업과 산업 관계자도 국가 예산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들을 위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구상이 있다면
지난 2주 전쯤 무디스에서 연례협의를 하러 왔다. 무디스가 홍남기 부총리도 뵀다. 보통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을 만나고 가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우리도 만나고 갔다. 우리가 어떻게 현상황을 파악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 전망을 어떻게 보는지, 추경이 금년도 경제 성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의 의견을 물었다. 우리를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더니 우리 보고서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앞으로는 영문 보고서를 많이 낼 생각이다.

Q: 현안이 추경이다. 기본적인 경제 활력 예산과 재해 예산이 들어갈 텐데 어떤 영향 있을까
저희가 매번 재정이 투입됐을 때의 효과를 분석한다. 확정된 것은 아닌데 분석해보니까 정부가 낸 경제 성장률의 0.1% 정도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정부 결과와 대략적으로 비슷하다. 하여튼 추경안이 확정된다면 경제 성장에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시기가 문제라면 문제다.


이종후 국회 예산정책처장
충남 서산 출생(1964년)
연세대 행정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
미국 University of Oregon 정책학 석사
제9회 입법고시(1988)
국회 의사국 의사과장
주중 한국대사관 입법관
국회 의사국 의사국장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문위원
주오스트리아 한국대사관 공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정치/사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