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전 민주연구원장 “한반도 문제, 이제 한국에 묻게 만들자”

“민주연구원장 임기 2년간 ‘글로벌 싱크탱크化’ 주력…” 다음 총선 핵심은 ‘국회다운 국회’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이재원 기자 2019.06.12 16:13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김민석 전 민주연구원장/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성장하고 있다. 

2008년 설립 이후 ‘구색 맞추기’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2016년 20대 총선에서 크게 활약하며 위상이 크게 바뀌었다. 당시 연구원은 선거 구도와 유권자 지형을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해 총선판을 짰고, 민주당의 승리로 이어졌다.
2017년 대선으로 집권당이 된 뒤엔 각종 정책 연구까지 활발히 하며 한층 ‘업그레이드’된 당의 싱크탱크로 자리 잡았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다음 총선의 전략과 공약을 만들 ‘병참기지’ 역할도 다시 한번 민주연구원이 할 예정이다.

이 같은 민주연구원의 위상 제고에 투신한 이가 2017년 5월 대선 직후 취임한 김민석 전 민주연구원장이다. 지난 2년간 민주연구원의 ‘글로벌 싱크탱크화’에 전력했다. “이제 국제정치가 곧 국내정치가 되는 시대”라는 지론에 맞춰서다. 김 전 원장은 “한국에서 전 세계로 정보를 타전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움직였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의 성과도 있었다. 

임기를 마친 김 전 원장은 이제 다음 총선 출마로 원내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미 32살의 나이에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16대 국회의원까지 지냈다. 이후엔 10년 넘게 공백 아닌 공백기를 거쳤다. 그러다 2017년 대선 민주당 선대위 상황실장으로, 그리고 민주연구원장으로 돌아오며 다시 민주당에서 자리를 잡았다.

김 원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그의 사무실을 찾은 날에도 선거에 대비한 점퍼를 입어보느라 분주했다. 민주당의 상징인 푸른색과 흰색이 섞인 점퍼를 입은 김 전 원장은 “오래 쉬었는데 다시 해야지 않겠냐”며 “다시 두 발로 뛰어야 하는 만큼 신발도 편안한 것으로 하나 장만했다”며 운동화를 들어 보이며 웃었다. 

김 전 원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Q: 민주연구원의 ‘글로벌 싱크탱크화’에 주력했다고 했는데
우선 취임 후부터 외국의 연구기관들과 접촉을 시작했다. 당도 그렇고 연구원도 그렇도 당의 정책을 해외에 알리는 수단이 없었다. 그래서 ‘코리아 리포트’라는 그 작업을 했다. 정부에서도 이런 것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래서 좀 무리이긴 했지만 영문 번역가 등을 따로 구해서 리포트를 만들었다. 이 리포트를 주한 대사관, 기업, 언론, 해외 주요 싱크탱크에 보냈다. 돈도, 공도 많이 들었다. 반응도 좋았다.

Q: 발전 방향은 다양할 텐데, 왜 글로벌화를 택했나
보수정권 때에는 그런 포인트가 있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그 포인트도 사라졌다. 그 포인트를 만들고 싶었다. 미국 외교·군사 분야 싱크탱크 가운데 ‘스트랫포(STRATFOR)’가 있다. 국제정세 분석가 조지 프리드먼이 설립했는데, 민간 CIA라고 할 정도로 신뢰도가 높다. 일종의 정보지인데 전 세계적으로 각종 연구기관이 구독할 정도로 구독자도 많다. 목표는 ‘한국판 스트랫포’를 만드는 것이었다. 한반도 정세 분석은 한국 이상 하는 곳이 없다는 자신감을 갖고, 한국에서 전 세계로 정보를 타전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움직였다. 전 세계적으로 북한 정세를 알고 싶어 하는 투자가들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분석하고 알려주는 이들이 거의 없다.

Q: 정치권에서 글로벌화를 진행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
한미동맹을 말하지만 한국처럼 미국을 관리하지 않는 나라가 없는 것 같다. 역대 주한 미 대사, 역대 주한 미 사령관 등에게 우리 명절에 떡이라도 좀 보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 것을 여당의 싱크탱크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사 정부가 바뀌더라도 누군가는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줘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정세를 끌고 갈 수 있다. 정말 운전자가 되고 싶으면 정세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국회에는 미국·일본·중국 등과 개인적으로라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전문가가 없다.

Q: 선거제 개편 등으로 비례대표를 늘린다면 전문가 충원이 가능할까
‘전공자’라는 개념의 전문가도 있겠지만, 주요 주변국의 정치인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그런 의미의 전문가가 더 중요하다. 미·중·일·러에 베트남, 몽골, 인도, 호주 등 7~8개 나라에 대해서는 주요 정치인들이 자기 네트워크 관리를 해줘야 한다. 이제 외교를 못하면 잘 못하는 나라다. 국제정치가 국내정치가 되는 세상이 됐다.

Q: 2주년을 막 지난 정부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우선 대통령 지지도를 보면 초반 고공행진보다야 낮아졌지만, 과거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물론 구체적인 정책으로 가면 경제정책 등에서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대통령 지지도가 높게 나오는 것은 대통령의 진정성과 안정감은 인정한다는 뜻이다. 정치에 있어서 큰 스캔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북관계의 부침은 있지만 최악의 상태는 벗어났다고 생각된다.

Q: 경제 문제는 정말 해결책이 없다고 보는지
2~3년 전부터 나는 국민들에게 ‘경제가 어렵다고 얘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렇지 않나.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어려운 게 아니라 경제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소위 ‘용빼는’ 재주가 없다. 전 세계가 저성장 수축사회이다. 그래서 당내 회의 때마다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설명하며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에서 희망의 언어도 중요하지만 공감의 언어도 중요하다. ‘어렵다는 것 알고 있다, 하지만 같이 가자’는 얘기를 해야 한다. 포용성장 외에 대안은 없다고 본다.

Q: ‘인정’만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맞다. 그래서 비전은 과감하게 가야 한다. 지금은 어쨌거나 국내외적으로 확장재정, 적극재정, 선제뉴딜 정책 이런 것들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MB 정부에서 얘기했던 녹색성장도 굉장히 필요하다. 이런 것들을 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꼭 여당에 불리한 것이 아니다. 물론 좋으면 좋지만, 지금처럼 어려울 때면 어렵다는 것을 잘 설명하고 극복할 수 있다고 얘기하면 국민들은 여당과 함께 간다.

Q: 포용성장이 대안이라고 했다,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포용국가는 새로운 형태의 책임국가이자 국민 역량 증진을 통해 행복을 보장하는 ‘역량국가’이다. 소득과 재산의 양극화가 심해진다. 결국엔 역량의 양극화이다. 소득과 재산의 양극화를 잡아도 역량 차이가 나면 다시 소득·재산 양극화가 벌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국가의 과제 하나가 평생 역량 개발 및 증진의 보장이라고 본다. 인문학적 소양, 협동적 능력, 창의성을 종합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지금 교육제도는 대학까지 하고 끝나버리지 않나. 하지만 60세, 70세, 80세까지 평생개발권을 시민권의 하나로 보장받아야 한다.

Q: 다음 총선 출마 소식이 전해진다
오래 쉬었는데 이제 다시 해야 하지 않겠나. 처음 선거에 출마한 것이 1992년 28살 때의 일이다. 영등포에 출마했었다. 이후 28년이 지났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지도 18년이 지났다. 여러 선택지를 두고 생각하다가 처음 시작한 영등포에서 하는 것이 제일 낫겠다고 생각해 그곳에서 출마하려 한다. 고향 같은 곳이라 애착도 있고, 그사이 크게 발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여러 생각이 있지만 아직 가다듬고 있다.

Q: 다시 돌아오게 되면 3선 중진 의원이다. 국회 개혁에 대한 생각도 있을 텐데
결국은 공부와 노력을 열심히 해야 한다. 정치가 제도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국회 선진화법만 봐도 일반적 민주주의로 보면 어마어마한 제도인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몸싸움하지 말고 토론을 통해 해결하라는 제도다. 그런데 실상은 토론은 안 되고 몸싸움만 한다. 결국 국회를 구성하는 사람이 변화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이 나라다운 나라를 원했다면. 다음 총선에서는 국회다운 국회를 요구할 것이다.

Q: 2020년 정치인의 소양이 ‘공부’인가
민주화시대에는 나보다 더 철저하게 투쟁해줄 수 있는 사람이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지금 사회는 복잡하고 문제 해결은 어려워진 사회다. 국민들이 다 똑똑해진 상황에서 정치인 하기가 더 어려워진 시대다. 여러 문제에 대해 조율하고, 대안에 대해 남들보다 좀 더 아는 종합적인 지적 능력을 요구한다. 이제 정치인은 한두 개의 ‘스페셜티’를 가진 ‘제너럴리스트’가 돼야 한다. 나도 그런 정치인이 되고자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



김민석 전 민주연구원장
1964년, 서울 영등포 출생
서울대학교 사회학 학사
하버드대학교 행정학 석사
칭화대학교 중국법 석사
럿거스대학교 법학 박사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새정치국민회의 총재특별보좌관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민주당 최고위원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제15대, 16대 국회의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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