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 “文정부가 ‘독재’인 이유? 정책에 토론이 없다”

사개특위 한국당 간사 “여당 공수처안, 대통령에게 청룡도 쥐여주는 꼴”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백지수 기자 2019.06.10 10:19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이상민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4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땅땅땅.’
지난 4월 29일 밤 11시 55분쯤, 아수라장이 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 의사봉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안건으로 올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일부개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두 안건 모두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을 담고 있었다. 그 순간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분노 섞인 항의가 회의장을 메웠다. 약 한 달 전 여야 대치 속에 열렸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전체회의의 마지막 장면이다. 

“도대체 이게 뭡니까! 독재입니다, 독재! 원천 무효이고 날치기입니다!”
사개특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윤한홍 의원은 당시 가결을 알리는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 앞에 서서 이같이 외쳤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독재’라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지난달 14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좌파 독재’라는 것이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정책 대상자의 말을 듣지 않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정책은 토론이 100% 필요한 분야”라며 “이 정부는 정책에 토론이 없는 정부”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어떤 정책을 폈을 때 이득이나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지 않느냐”며 “다원화된 사회에서 다양성을 인정해야 하는데 논의를 봉쇄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윤 의원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청에서 근무하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행정관,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의 경남도지사 시절 경남도 행정부지사 등을 지냈다. 오랜 관료 생활을 한 경험에 비춰볼 때 현 정부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정책 수용자의 관점에서의 논의가 부족하다는 것이 윤 의원 설명이다.

윤 의원은 여야 대치 상황을 몸싸움에까지 이르게 한 공수처안에 대해서도 “대통령에게 청룡도 하나 쥐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궁극적으로 청와대에서 인사권이 독립돼야 하는 문제”라며 “결국 편파수사나 권력에 좌우되는 수사가 문제가 되고 있다, 본질이 뒤바뀌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윤 의원과의 일문일답.

Q: 서울시·경남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료 생활을 오랫동안 했고 청와대 근무 경험도 있는 의원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높은 사람들이 부하직원 말을 듣는다고 해놓고도 잘 안 듣는 것이 문제다. 이 정부만 그런 것은 아니고 거의 대부분 정권이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정부는 더 심한 것 같다. 오만한 것이다. ‘우리는 촛불로 탄생한 정부다’라는데 정책이랑 관계없지 않나. 정책은 토론이 100% 필요한 분야인데 이 정부는 정책에 토론이 없다.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계층의 국민이 있고 생각이 다른 사람도 너무 많다. 그래서 어떤 정책을 폈을 때 이득을 보는 사람도 손해 보는 사람도 생긴다.
최저임금 정책을 예로 들면 잘 쓰면 정말 좋은 보약이다. 그런데 전국에 최저임금을 꼭 똑같이 실시해야 할까. 서울처럼 물가 비싼 지역은 시간당 1만원을 준다고 가정한다면 시골에서는 시급 5000~6000원만 해도 받아들여진다. 서울 공무원과 시골 공무원이 월급이 같으면 안 된다. 노동 강도가 서울시가 더 세기도 하지만 근무시간만 봐도 서울은 출·퇴근에 하루에 두 시간은 날아간다. 교통비도 한 달에 20~30만원은 써야 한다. 시골은 사정이 좀 다르다.
중소기업인들도 동남아시아에서 온 근로자들을 내국인하고 같은 임금을 줘야 하느냐고 말한다. 그런 것에 대한 논의나 토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 정도로 우리 사회가 다원화돼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정책인데 지금 정부는 그 논의를 봉쇄해버렸다.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정책이 더 세밀해져야 한다. 평등을 강조하니 자꾸 하향 평준화가 되는 것이다.

Q: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를 ‘독재’라고 규정하는 것도 그런 논리인가
’좌파 독재’라고 하는 것이 정책 결정 집행 과정에서 정책 대상자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독재가 결국 국민들이나 대중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심 없고 ‘날 따라오라’는 것 아닌가. 국민들이 경제가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말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그 이야기를 안 듣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가 경제·교육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북한 같은 김정은식 독재는 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하는 행태는 국민 겁을 안 내는 것이라 제일 무서운 것이다. 선거법과 공수처, 검·경 수사권 조정안 패스트트랙도 그 연장이라고 본다. 베네수엘라도 나라가 망해도 정권은 안 바뀌는데 문 대통령이 경제가 망하고 국민이 살기 어려워져도 정권은 안 바뀌는 것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닌가.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Q: 사개특위 간사로서 보기에 지금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들은 무엇이 문제인가
그동안 사개특위에서도 계속 수사권 조정 같은 것은 지엽적이라는 이야기를 해왔다. 대한민국 사법 개혁이라는 것이 권력으로부터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사정기관을 만드는 것인데 그것에 대한 논의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 문제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수사 문제는 편파적이라는 것이었다. 사법부 불신은 공정하지 못한 수사에 대한 불신이었다. 이를 해결하려면 궁극적으로 청와대로부터 사정기관에 대한 인사권이 독립돼야 한다. 지금은 인사권을 청와대가 다 행사하기 때문에 권력기관에 굴종하는 수사 아닌가. 이전 정부 사람이 100명 이상 구속될 정도로 사법 권력은 넘친다. 지금 논의는 본질이 뒤바뀌어 있다. 경찰에 수사권을 주면 어떻고 검찰에 수사권을 주면 어떻다는 것인가.
공수처 법안도 대통령에게 청룡도 하나 쥐여주는 것이다. 대통령 인사권을 제한했다지만 하나도 제한된 것이 없다. 야당 추천 인물과 여당 추천 인물 중 결국 대통령이 다 임명하게 돼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들이 들어가게 돼 있는 구조다. 사정기관이 공정하게 작동하게끔 만들어주는 것이 사법기관이어야 하는데 대통령 직속 편파 사정기관만 양산하는 것이다.

Q: 본래 상임위는 산업자원통상 중소벤처기업위원회인데 지역구(경남 창원마산회원구) 때문에 산자위를 선택했나
창원이 산업도시이기도 하고 옛 마산 지역에 자유무역지구가 있기 때문에 산자위를 택했다. 지금은 그곳이 인건비 등 여러 요인 때문에 쇠퇴한 지 좀 됐다. 산자위에서 ‘자유무역지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 등 지역 일을 하려고 했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 탈원전 문제 때문에 싸움하는 상임위가 돼버렸다. 탈원전이 우리 지역에도 직격탄이 돼서 후반기에도 산자위에 남게 됐다.

Q: PK(부산·울산·경남) 민심이 역동적이라고 한다. 지금 지역 민심은 어떻게 보나
지금은 우리 지역에 사는 원전 노조원들이나 원전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자주 사무실에 찾아온다. 문재인 정부 1년 차에는 눈치 보느라 야당 의원에게는 못 왔던 것인데 작년 추석부터 와서는 “이래(이렇게) 죽으나 저래(저렇게)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우리 지역은 경제가 본질이다. 경제 정책을 원상 회복시키겠다고 한국당이 빨리 마음 달래주고 이 정부에 없는 논의의 장을 열어주려 한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
1962년 11월 경남 창원 출생
마산중·고
서울대 독어독문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행정학 석사
듀크대학교 대학원 공공정책대학원 수료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
제32회 행정고시
서울특별시청 기획담당관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행정자치비서관
제32대 경상남도 행정부지사
20대 국회의원
제19대 대선 홍준표 한국당 후보 비서실장 
산자위원·사개특위 간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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