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각 베한타임즈 대표, “베트남 전략적 접근… 화교 본보기”

베한타임즈, 한인사회 발전과 화합 ‘촉매역’… 현지 진출기업엔 ‘도우미’

머니투데이 더리더 박영복 기자 2019.05.17 05:09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 김종각 베한타임즈 대표
-값싼 임금을 이유로 진출? 임금 계속 올라… 우리 상품 전략적으로 소비시장 진출해야

-<베한타임즈>, 베트남 한인사회의 발전, 화합의 촉매 역할과 더불어 진출 기업의 조력자로


한국과 베트남은 2015년 12월 FTA를 발효한 뒤 교역량이 급증했다. 현재 한국은 베트남의 1위 투자국이며, 베트남 역시 중국 다음가는 한국의 큰 교역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신남방정책의 핵심 국가로 많은 한국 기업이 앞다퉈 투자하는 이른바 ‘블루오션’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춰 베트남 내의 한인 사회도 양적으로 큰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베트남 교민들의 현지 적응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교민사회 대변은 물론 한인사회의 확대와 역할 증대에 대한 부응이 필요했다. 또한 날로 늘어나는 한국 기업의 활약상과 교민사회의 동정, 베트남의 시시각각 변해가는 경제 상황을 구전 또는 간접적인 정보에만 의존해야 했다. 한인사회의 발전과 화합의 촉매제이자, 진출 기업의 조력자인 <베한타임즈>의 김종각 대표 겸 발행인을 만나봤다.

- <베한타임즈>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2007년 몇몇 개인이 베트남한국교민신문을 창간했다. 하지만 베트남은 정치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민간신문은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외국인은 언론사 경영에 관여할 수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인쇄해 이 신문을 수입하는 구조로 운영하다 보니 초기에 운영상 애로사항이 많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 2012년 12월 27일 베트남과 한국 양국 간의 경제, 문화, 교육 등 가교 역할을 맡는다는 취지로 국영 베트남 통신사와 합작해 교민신문이 아닌 를 재 창간하여 공동으로 한국어 신문을 제작하게 되었다. 이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는데 그만큼 한국과 베트남 간의 특별한 관계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베트남 정부도 잘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창간 이후 교민신문의 차원을 넘어 양국 간 교류 확대에 도움이 되는 많은 행사를 진행해왔다. 그 예로, K 푸드 페스티벌 개최(2014년 호찌민), 김치축제(2015년 하노이), 베트남 소수민족 지원 사업 추진, 양국 음악 교류 콘서트 개최, 한국 베트남 간 물류분야(2015년), 언론분야(2016년) 국제세미나 개최 등을 들 수 있다.     

- 베트남은 정치, 경제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국가다. 베트남이 한반도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베트남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상당히 떨어져 있지만 역사적으로 너무나 많은 유사성을 띠어왔다. 그중 하나가 제2차 세계대전 후 남북 분단의 문제다. 베트남에 와 있는 한국인 경영자들을 위해 <베한타임즈>와 호찌민국립경제대학이 공동 개설하여 진행하고 있는 E-MBA(베트남 지역 전문가 과정) 프로그램이 있다.
여기에서 강의를 하는 프엉(Phuong Ho) 박사는 북한의 개방 과정에서 베트남을 학습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베트남이 그랬듯이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 없이는 개방정책에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현 상황과 관련해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 베한타임즈 창간식 당시 김종각 대표(중앙)

- 베트남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바와 같이 지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베트남은 많은 부분에서 장점을 갖고 있는 나라다. 자원 면에서 보면, 석유가 나오는 산유국이다. 대지는 강줄기들로 풍요롭고 기후가 3모작을 할 수 있는 조건이라 세계 제2위 쌀 수출국이기도 하다. 인구는 약 1억 명에 인구의 70%가 30대 이하 젊은 층이다. 또한 베트남 사람들은 열대지방 사람답지 않게 부지런하고 손재주도 뛰어나다. 이런 특성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눈에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2009년 이후 세계경제 불황 속에서도 평균 6.5% 이상의 GDP 성장을 이룬 것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끊임없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베트남에 많은 한국인과 기업이 진출해 있다. 현재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현황은
▶한국이 베트남 누적 투자 1위국이라고 한다. 이곳에 와 있는 기업수도 약 7000개 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미래적 관점에서 냉철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는 제조업 위주의 진출이었다. 값싼 임금을 이유로 이곳에 들어와 주로 OEM 방식으로 생산해 수출하는 형태였다. 베트남에 진출해 있어도 베트남 소비시장과는 전혀 상관없는 형태의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임금은 계속 상승하고 있고, 반면 베트남 소비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중 롯데, 이마트, CJ 같은 유통업이나 소비시장을 겨냥해 진출한 곳도 있지만 주류인 제조업에는 훨씬 못 미친다. 이제는 소비시장을 겨냥해 노력해야 한다. 중국을 거울 삼아 베트남 소비시장을 장악하지 못한다면, 제조업은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 베트남 1인당 국민소득은 미화 2600달러에 이르고 2028년경에는 미화 5000달러에 이를 것이다. 곧 소비시장이 만개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데, 과연 우리 상품들이 전략적으로 베트남에 진출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 베한타임즈가 주최한 행사에서 김종각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베트남으로의 진출 기업이 많은 만큼 한국인 주재원 및 교민사회가 커지고 있다는데
▶베트남에 들어와 있는 전체 교민 수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답하기는 어렵다. 대략 호찌민시 인근에 15만 명, 하노이시 인근에 10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교민 중 많은 수는 한국인을 상대로 장사하는 소상인공인들이다. 현지인을 상대로 판매하기보다는 교민을 상대하기 때문에 교민의 수가 줄어들면 비즈니스 환경이 취약해질 수 있다. 그리고 우리끼리 경쟁해야 한다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베트남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작지만 강한 소상공인이 되기 위해서는 베트남 사람들을 상대로 한 마케팅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

- <베한타임즈>가 언론사로서의 보도 기능 외에 다른 수익사업이 있다면
▶베트남어와 한국어를 가르치는 어학원, 경제대학과 공동 개설한 E MBA(베트남 지역 전문가 과정)를 들 수 있다. 경제대학 E MBA 프로그램은 앞으로 휴넷을 통해 온라인으로 한국에서도 수강할 수 있도록 했다. 베트남을 종합적,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 베트남이 ‘기회의 땅’이라고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인 만큼 사업을 영위하기가 수월하지 않다는데 베트남 진출을 위한 한국 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이 있다면
▶저는 2007년 11월부터 가족과 함께 호찌민에 거주하며 호황과 불황의 시기를 경험했다. 한국 기업의 특징은 호황일 때는 몰려들고 불황일 때는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반대로 화교는 베트남의 불황을 아주 좋은 진출의 기회로 이용하는 것을 지켜봤다. 향후 우리의 베트남 진출은 전략적 접근이 되기를 바란다. 베트남을 제대로 알고 시장을 철저히 파악한 다음 전략을 세워 진출할 필요가 있다. 

- 베트남에 진출하신 지 오래됐는데 그간의 우여곡절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저는 건설 전문 변호사로 업무에 임했고, 2005년경 베트남 신도시 개발을 위한 계약 자문으로 처음 베트남에 왔다. 12년 이상 시간을 보내면서 베트남은 모든 면에서 풍요롭고 아름답지만 우리가 정착하기에는 결코 쉬운 곳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특히 자영업자들에게는 아주 척박한 땅이다. 많은 한국인은 베트남을 쉽게 돈 벌 수 있는 천혜의 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가지고 온 자본이 시간이 가면서 계속 고갈되고 지쳐가는 교민을 많이 보았다. 정말 많은 준비와 대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 베한타임즈와 호치민국립경제대학이 공동 개설한 최고경영자과정 졸업식장에서의 김종각 대표

- 베트남 한류열풍이 대단하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가
▶베트남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하루 1시간 이상 한국 드라마를 본다고 한다. 한국어를 배우는 젊은이들에게 왜 한국어를 배우는지 물어보면 K-POP을 즐기기 위해서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다. 베트남 사람들이 이처럼 한류에 열광하는 것은 한국인과 정서적으로 닮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 <베한타임즈>에 관심을 보이는 한국 언론과 교류해나갈 계획이 있다면
▶<베한타임즈>는 베트남통신사 산하 베트남 국가 신문으로서 공신력을 갖고 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의 베트남 정통 정보가 축적돼 있다. 이 모든 것을 베트남에 관심 갖는 한국인에게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한국에 있는 언론과의 협력을 통해서도 이를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베트남 시장을 분석하고, 베트남 진출 전략을 세우고, 베트남 투자 구조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현지 플랫폼 기능을 다하길 희망한다. 이 분야에서도 한국 언론들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끝으로 베트남 교민과 <더리더> 독자에게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베트남은 우리가 희망을 세울 수 있는 미래 국가라고 생각하고 싶다. 현재는 결코 쉽지 않고 척박하게 느껴지기까지 하지만, 분명 베트남에서 우리가 미래의 희망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해외에서 성공해온 유대인과 화교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뭉치는 것에 약하고 개인플레이에 능하지만, 해외에서는 뭉쳐야 산다. 

김종각 베한타임즈 대표
(현)시드온 파트너스 베트남 현지 컨설팅 펌 대표
     법무법인 집현 대표 변호사
     변리사
(전)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 해외건설특별자문위원, 서울시 건설기술 심의위원
     2010 연세대학교 건축공학대학원 박사과정 이수
     2002 사법연수원 제32기 수료
     1997 한양대학교 법학대학교 학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pyoungb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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