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한국여성 문제가 이주여성 문제”

[인물포커스]‘여성 상품화와 인종 치별’ 국제결혼 중개업체 규제 들어가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9.05.17 09:29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사진=더리더
“국제결혼 중개업체에 대한 규제가 이뤄져야 합니다.”


이주여성 인권 운동가인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대표에게서 다소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이주여성 인권운동가가 이주여성을 들어오지 못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은 첫째, 업체들이 이주여성을 성 상품화한다고 말했다. 중개업체 사이트에 얼굴과 나이, 키와 몸무게 등이 적혀 있다. 또 한국인 남성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점도 지적했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제결혼중개업체를 이용한 한국인 남성의 평균연령은 43.6세다. 반면 결혼이민자의 평균연령은 25.2세다. 평균 18.4세 차이 난다.

두 번째는 이주여성을 위한 복지나 안전망이 없다는 것이다. 허오 대표는 사실상 방치에 가깝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 920명 중 387명(42.1%)이 가정폭력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성행위를 강요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적 학대를 당한 여성은 263명(68.0%)였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문화가족이 민주적이고 양성 평등한 가족관계를 누릴 수 있도록 가족상담, 부부교육, 부모교육, 가족생활교육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대책으로 중국 동포(조선족)를 대거 수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을 많이 하는데, 다른 여성들보다 베트남 여성들을 아주 선호하는 편”이라고 언급하는 등 이주여성 문제에 대한 해결책 없이 다문화 가정을 장려하는 발언이 나오기도 한다.

허오 대표는 “한국 여성의 문제가 곧 이주여성의 문제”라고 언급했다. 한국 사회의 여성 문제가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이주여성에 대한 문제도 해결된다는 것이다. 허오 대표를 지난달 16일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나라에서 이주여성은 언제 늘어났나
▶국제결혼 건수는 2005년 정점을 찍었다. 2000년 초에 2만 건을 넘고 2005년에 4만2000건으로 가장 많았다가 2010년 이후부터는 1만 건으로 줄어들었다. 가장 피크 시기인 2005년에 들어온 이주여성들은 정착한 지 15년 정도 됐다.

-국제결혼 인원이 줄어든 이유는 무엇인지
2014년 법무부가 결혼비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했다. 한국 배우자의 소득 조건 강화와 결혼이민자의 한국어 기초능력 확인 등이 비자발급 심사에서 이뤄졌다. 그 전에는 수입이 없고 고시원에서 살고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결혼할 수 있었다. 또 4혼, 5혼 할 정도로 한국남성들이 외국인 배우자를 굉장히 쉽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 것들을 막기 위한 조치로 2014년에 규제가 생기면서 국제결혼 인원이 더 줄어들게 됐다.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해서 결혼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국제결혼중개업체 사이트에 들어가면 여성을 상품화하고 전시하는 게 느껴진다. 한선교 의원이 옥외광고물 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해 그나마 낯뜨거운 문구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차별금지법이 없기 때문에 가로막을 법이 없어 옥외광고물 관리법으로 이행한다. 그 이전에는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숫처녀와 결혼하세요’ 등의 문구로 버젓이 광고했다. 그나마 나아진 게 이 정도지만 지금도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여성의 옷차림을 강조한다든지, 성적으로 어필한다. 남성 시선으로 아시아 여성을 바라보는 성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한다.

-결혼하고 나서도 문제다
▶중개업체를 통해 결혼할 경우에 결혼까지 걸리는 시간이 4.7일 정도다. 말이 잘 통하는 한국사람끼리도 어제 만나서 오늘 결혼하지는 않는다. 말도 잘 통하지 않고 문화도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중개업에 의해 속성으로 결혼하면 안착하기가 힘들다. 중개업을 통한 결혼은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투표하는 이주여성들/사진=뉴스1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중개업체에 대한 규제가 들어가야 한다. 현행법은 중개업을 관리하는 법이지 규제가 아니다. 2014년에 그나마 규제가 들어가서 이 정도다. 중개업을 통해서 결혼하는 방식 자체가 문제인데 심지어 일부 지자체에서는 장려까지 하고 지원을 하기도 한다.

 -중개업을 통한 결혼이 문제라면 다른 방안이 있나
▶왜 제가 제시해야 하나? 결혼은 개인 문제다. 개인이 결혼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왜 다른 사람이 방안을 마련해야 하나. 또 그걸 국가가 왜 지원해줘야 하나. 국가가 나서서 왜 남성 결혼을 장려해야 하나. 한국사회의 문제다. 한국의 부부가 평등한 관계라면, 결혼해서도 여성들이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다면 결혼을 기피하지 않을 것이다. 출산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도 같다.

되묻고 싶다. 어떤 목적으로 나이가 20살 이상 차이 나는,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을 데려와서 결혼을 하느냐고. 또 중개업을 통해서 결혼하는 사람들의 소득수준을 보면 대부분 평균보다 낮다. 소득수준이 낮으면 결혼하고 출산해서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빈곤의 대물림이다. 중개업을 통한 결혼은 빈곤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이런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는다. ‘문화 차이로’, ‘엄마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교육이 잘되지 않아서’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을 말하지 않고 호도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국제결혼을 장려하는 발언을 하기도 한다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본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결혼의 목적이 무엇일까. 결혼한 이주여성에 대한 인권을 신경 쓴 적 있나. 국제결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주여성에 대해서는 방치하고 방조했다고 생각한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사진=더리더
-다문화가정 자녀 2세에게는 어떤 문제가 생기나
▶한국인 혈통이 들어가야 다문화가족이 될 수 있고 복지도 적용받을 수 있다.이를테면 한국남성 A와 이혼한 이주여성이 같은 나라에서 온 남성 B를 만나 사실혼 관계에 있다고 하면, A와 B 사이에서 낳은 자녀는 같지만 A의 자녀는 다문화가족이고 B의 자녀는 한국에서 출생등록을 할 수 없다. B의 자녀는 복지 혜택뿐만 아니라 기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적어도 아동에 대해서는 권리 협약을 지켰으면 좋겠다. 국내에서 일정 기간 이상 사는 아동에 대해서는 같은 복지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이주여성이 귀화하거나 체류를 연장할 때 자녀가 있으면 더 유리하다. 이혼하면 돌아가는 게 기본 방침인데 자녀가 있으면 협의이혼하고도 체류할 가능성이 있다. 부부 사이가 좋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불안하거나 신뢰가 생기지 않을 때는 부인을 통제의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시스템 자체가 한국인 배우자가 조력해야 가능하다. 

-다문화가정 2세는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분리가 차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만약 미국인 자녀였다면 2세 문제를 걱정했을까 싶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한국의 교육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집이 가난해서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고 하면 그 친구들은 특별히 문제가 없다.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지 않고 평등하게 볼 수 있는 감수성이 필요하다. 공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분리하는 것보다는 평등하게 대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소수자는 일반화되기 쉽다”
허오 대표는 이주여성에 대한 문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수자는 일반화되기 쉽다는 것이다. 적은 사례가 이주여성에 대한 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여성에 대한 문제를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불쌍하다’는 동정적인 시각이 생길 수 있다. 물론 선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도와주고 싶어 한다. 동정이 생기면 평등한 시민으로 대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동등한 사람이라고 인식하기 어렵다.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왜 여성이 폭력 피해자가 돼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미투 운동부터 낙태죄 폐지 문제까지 우리 사회 여성 문제와 얽혀 있다. 비단 육체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폭력까지 함께 생각하면 여성은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주여성들은 그 피해에 같이 노출되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문제가 줄어들면 이주여성들에 대한 문제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안전한 사회를 만들면 이주여성에 대한 문제도 풀린다. 여성들의 커리어가 보장될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 자녀가 태어나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문제없이 아이를 낳아서 잘 키울 수 있는 사회, 남성의 육아휴직 제도가 잘돼 있어서 육아나 가사노동이 한쪽으로 치우친 사회가 아니어야 한다. 정치인들이 해야 하는 것은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사회가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이주여성에 대한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성공회대 실천여성학 과정
중앙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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