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선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장, 필승 전략? 지역분석과 ‘이슈파이팅’!

“출마지 유권자 희망 의원상 파악과 함께 상대 공략 이슈 발굴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19.05.13 10:0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총선을 준비하는 정치 신인을 위한 전문가 코너. <도전! 정치in>에서는 정치의 세계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정치 신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다양한 선거판에서 활약한 전문가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노하우를 공유한다.
▲서경선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장
첫 번째 전문가는 서경선 행 동경제학연구소장이다. 서 소장은 1992년부터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자치선거, 노조 위원장선거 등 각종 선거를 컨설팅하거나 직접 선거에 참여해 경험이 많은 현장형 전문가다. 거기에 마케팅이론, 광고학, 대중정치학 등의 이론적 연구를 더하여 <선거전략 노하우>를 집 필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 업하고 1980년대 노동운동을 하면서 주로 선전 분야에서 활동하며 대중의식화에 관심을 기울였다. 15대 국회부터 국회의원 보좌관, 국회 정 책연구위원, 법무부 장관정책보좌관을 거쳐 작년에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열고 과학적인 선거운동의 기술과 이론을 연구하고 있다. 

Q: 행동경제학연구라는 학문이 생소하다 
▶작년 1월에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열었다. 2017년 노벨경제학상의 주인공 리처드 탈러 교수는 심리학과 경제학을 연결시킨 ‘행동경제학’을 세상에 내놓은 공으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한국에는<넛지>라는 책으로 알려졌다. 행동경제학을 경제학계에 널리 알린 경제학자와 법률정책자인 <넛지>의 두 저자는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선택설계의 힘을 ‘넛지’라 부르며 새롭게 정의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넛지(Nudge)’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이다. 여기에서는 타인의 선 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한다. 옆사람 의 팔을 잡아 끌어서 어떤 행동을 하는 게 아니 라, 단지 팔꿈치로 툭 치면서 어떤 행동을 유도 한다는 의미다. 행동경제학은 영국이나 유럽에서 발달하고 있 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실제 공공정책을 설정하고 실행하기도 했다. 에너지 정책, 환경정 책 등을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설계했지만 트럼프 정부에 들어서면서 이어지지는 못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행동경제학의 공공정 책에도 적용되지만 심리학과 경제학이 접목된 학문이라 마케팅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금융 상품 설계나 정치 캠페인과도 밀접하게 접목되 는 이론이다. 인간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때문에 정치 캠페인의 본질과도 닮아 있다. 

행동경제학에서 사회적 증거의 법칙을 예로 들 면 사람들은 가장 대중적인 방침을 따르는 경향이 있는데 그 경향이 ‘선’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대중성을 유도하는 일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할 지 확신이 서지 않을때 다수의 행동으로 설득 하는 방식이다. 마케팅에서도 잘 팔리는 물건에 입소문이 더해 져 사람이 더 몰린다. 정치에서도 밴드왜건 효과와 마찬가지로 유력한 후보에게 표가 몰리는 현상과 유사하다. 행동경제학적 요소를 정치에도 도입하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과학적인 선거운동의 기술과 이론을 연구해 실질적으로 선거에 도입해볼 계획이다. 

Q: 정치에 입문하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의식이 뚜렷해야 한다. 각 개인마다 숨겨진 목표도 있을 것이다. 명예욕이나 권력에 대한 욕구 등 개인적으로 숨겨진 욕망이 있을 수 있 다. 그러나 실제 선거에 임하는 유권자들은 상당히 현명하다. 후보자가 자기 욕심이 강한 사람인지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다 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인 목표는 물론이고 공적인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정치를 바꾸겠다든가 지역을 발전시킨다든가 하는 개인이 생각한 공적인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선거에서의 목표는 당선 이겠지만 객관적 상황에 비추어보면 실질적으로 당선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제1당이나 제2 당의 공천을 받으면 당선 가능성은 더 높겠지만 소수정당이나 무소속으로 나간다면 당선까지는 더 어렵다. 그럴 때는 당선이 아닌 목표 설정도 가능하다. 인지도를 높이든가 자신이 속한 정당의 이념이 나 정책을 널리 홍보하는 등의 목표에 따라 실제 선거운동의 방법이나 투입의 노력 정도가 달 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 목표의식을 분명하게 설정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왜 정치를 하는지, 무엇을 위해서 정치를 하는지에 대한 정치 철학과 가치, 비전 등 기본적인 것은 가지고 있어야 된다.

Q: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출마를 결정한 정치 신인이라면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하나 
▶정치 신인이나 기성 정치인은 왜 출마하는가에 대한 출마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가장 먼저 가족이나 친지, 친구 등에게 출마 이유를 밝혀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그 지역의 유권자에게 본인의 출마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왜 나왔고 왜 당선되어야 하는가를 분명하게 정립해야 한다. 이게 바로 선거 슬로건이 된다.

Q: 출마를 결정하고 나면 공천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 같으면 당 대표나 총재한테 줄서기를 했다 지만 지금은 대부분 경선으로 룰이 바뀌고 있다. 전략공천은 일부 정당마다 20% 내외로 예상한다.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현역 출마는 경선이 원칙이라고 했다. 경선이 대세지만 전략공천은 그래도 아직은 유효하다. 또 형식적으로는 경선이지만 당 지도부의 입김이 강한 경우가 여전히 있다. 당의 유력한 사람과 중요 관계를 잘 맺어놓는 게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방법까지 말하긴 어렵다. 

그 다음 경선을 하게 되면 정당마다 룰은 다르지만 권리당원 절반과 일반 국민 절반으 로 해서 국민 참여경선을 한다. 권리당원이 절반이고 국민이 반이라지만 권리당원이 훨씬 더 경선 참여에 적극적이다. 당내 경선의 여론을 주도하는 건 권리당원이다. 당비를 내는 사람이고 당 활동에 적극적인 사람이다. 후보자는 권리당원에게 어떻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다면 권리당원에게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까? 바로 당 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만약 정치 신인의 경우엔 우리 당의 후보가 되어서 당선이 가능하고 당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줘야 한다. 정책 전문가라 든가 경제 전문가 또는 행정가 등 당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사람이란 확신을 줘야 한다. 그럼 무엇으로 아이덴티티에 대한 확신을 주나. 
바로 프로필이다. 학력이나 전문성, 그 사람 의 히스토리 등을 요약한 것이 바로 프로필이다. 권리당원과 지역민이 좋아하는 프로필이 무언가를 잘 파악해서 부합하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당내 경선에서 일반 시민들은 인지도가 높은 후보를 우선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현역의원이 매우 유리하고, 인지도가 떨어지는 신인일 경우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특별 한 전략이 필요하다. 
▲서경선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장

Q: 공천을 받았다면 그 다음 유권자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 
▶선거 전략의 핵심은 그 지역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거다. 그 지역의 유권자들이 바라는 국회의원상을 파악해야 한다. 역대 선거결과나 여론조사를 통해 그 지역의 유권자는 어떤 국회의원을 바라는지 파악한다. 대부분 분석을 해보면 현역 의원보다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바라는 여론이 많다. 그러나 그것만 믿고 나가면 어렵다. 특히 정치 신인이라면 현역 의원을 대상으로 한 ‘이슈파이팅’이 중요하다. 이슈파이팅이란 도전자로서 방어하는 현역 의원을 상대로 싸워야 하 는 무기를 말한다. 약점일 수도 있고 도덕성의 문제나 소속 정당의 문제일 수도 있다. 또 지역 활동을 잘못했으면 그런 것에 대한 공격일 수도 있다. 그런 요소를 잘 파악해야 한다. 약점이 없다면 유권자들이 바라는 현안에 대안을 마련해 공격할 수도 있다. 그런 이슈를 잘 활용하는 게 가장 큰 무기다. 

Q: 여당과 야당의 선거 전략이 다를 것 같은데 
▶일반적으로 여당은 지역 발전론, 힘 있는 여당을 주장하며 국정 안정론을 내세우는 것이 그간 여당의 기본 전략이었다. 제1야당의 경우는 정권 심판론을 내거는 것이 기본이다. 내년 선거는 문재인 정부 4년으로 접어드는 시기에 치러 진다. 제1야당 입장에선 정권 심판론이 제일 큰 무기고 여당은 기본적으로 국정 안정론을 주장하는 게 통상적이다. 그러나 여당에서 보기 드문 전략으로 선거를 우세하게 이끌었던 몇 번의 사례가 있었다. 

15대 선거에서는 집권 여당에서 ‘세대교체론’을 전면 에 걸었다. 김영삼 정부 임기 말의 일이다. 김대 중 전 평화민주당 총재가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 서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해 정권 심판론을 내 걸었다. 당시 신한국당(민주자유당에서 당명 교체)하고 붙었다. 세대교체론을 앞세운 신한국당 은 새로운 인물을 수혈했다. 김문수, 홍준표, 이재오 등을 공천해 국회로 입성했고, 새정치국민회의의 중진들이 대거 탈락했다. 대부분 정권말기니까 야당이 이길 것이라고 봤는데 신한국당이 이 전략으로 제1당이 됐다. 

이명박 정부 임기 5년 차에 열린 19대 총선도 마찬가지였다.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 민주통합 당이 이길 것으로 봤는데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로 전면에 나서면서 선거에서 승리했다. 당시엔 박근혜 대세론도 있었고 이명박계 사람들은 모두 빠지고 김종인을 영입해 경제 민주화론을 내세워서 중도층을 흡수했다. 이 두 건의 사례를 봐도 대통령 임기 말이라고 해서 여당이 진다는 법칙은 없다. 당시 상황을 파악해서 선거 전략을 세운다면 임기 말이라도 승리할 수 있다고 본다. 

Q: 최근 발표되는 총선 공천 룰을 보면 신인에 게 가산점을 많이 주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어떻게 보시나 
▶정치 신인에게 가산점을 부여해 기득권을 낮추 고자 하는 방식인데 그 정도로 신인이 현역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선할 때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권리당원이 중요하 다. 그런데 권리당원은 아무래도 새로운 사람보다는 당 활동을 함께한 현역 의원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선택 기준은 인지도인데 정치 신인은 인지도 역시 없다. 매우 불리한 스타트라인에 서 있는 셈이다. 신인에게 파격적 가산점을 주지 않는 이상 그 벽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 다른 무기가 있지 않고서는 10% 정도의 가산점으로는 어림도 없다.

Q: 그간 많은 선거를 보면서 기발한 방법으로 선거를 잘 치렀다고 생각한 후보가 있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전남 순천에서 재선한 이정현 의원이다. 선거를 아주 잘치른 대 표적인 예로 꼽고 싶다. 호남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건 꿈도 꾸기 어려운 일임에도 2014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됐고 그 뒤 재선했다. 2016년 총선의 기본 전략은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힘 있는 여당을 찍어라’였다.
이정현 의원은 당시 집권여당에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였다. 이런 이점을 활용해 선거에서 사용한 단어가 ‘예산 폭탄’이었다. 순천에 예산 폭탄을 내리겠다는 자극적인 문구로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게다가 절대 당에서 선거에 지원 나오지 못하게 했다. 누구나 어떤 당 후보라는 걸 알지만 홀로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선거 유세를 했다. 또 보통 후보들은 유세를 할 때 특정 지역에 가서 유세차에서 손 흔들고 사라지는 반면 이분은 동네를 가면 무조건 하루를 잔다고 한다. 거기서 하루 자면서 지역주민들과 손잡고 이야기하 고 그 다음 날 다른 동네로 이동했다고 한다. 지 역주민들이 볼 땐 진정성이 느껴지는 모습이지 않나. 그렇게 스킨십을 강하게 하면서 시골에 맞는 선거운동을 했다. ‘예산 폭탄’과 ‘스킨십’ 위주 선거운동을 통한 기적적인 재선 사례로 꼽힌다. 

Q: 이기는 선거를 위해 이것만은 꼭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첫 번째로 지역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 현역 의원이 오히려 더 지역을 잘 안다. 정치 신인 일수록 지역을 잘 모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얼마나 사는지 어떤 곳인지를 잘 알아야 한다. 선거 출마 전 지역을 두 바퀴 이상 걸어서 다녀봐 야 한다. 지역 사람들을 만나고 걷다 보면 지역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두 번째로는 어떤 콘셉트로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인지가 선거의 핵심이다. ‘새로운 인물’을 내세울 것인지 ‘힘 있는 인물’인지 ‘경제 전문가’ 이미지 등 핵심 콘셉트를 잘 잡아야 한다. 
미러 어퍼지트(mirror opposites)라는 미국의 정치 컨설팅 용어가 있다. 자신의 강점과 상대 후보의 약점이 겹치는 부분이 비교되면 가장 강력한 효과를 보게 된다. 경쟁후보의 약점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자신의 강점을 앞세우는 것이 다. 그것이 후보의 출마 이유가 되고 당선되어 야 할 이유가 된다. 예를 들어 현역 의원이 지역경제를 어렵게 만들었 고, 나는 경제 전문가라면 나의 장점이 극대화 되는 포인트가 콘셉트가 되는 것이다. 나는 경제 전문가고 상대는 다선의원이라면 경제와 정치의 대결구도를 잡는다. ‘경제 살리는 전문가’ 와 ‘경제 발목 잡는 정치’의 구도로 만들 지점을 찾는 거다. 그렇게 갔을 때 유권자들에게 그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확실한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Q: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단순하게 △쉽게 △반복적으로 말해야 한다는 거다. 보통 선거 경험 이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실수하기 쉬운 부분이 말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는 거다. 유권자는 후보의 말을 기억 못한다. 그리고 유권자가 자기를 지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단순하게 반복해야 한다. 고 김대중 대통령은 “유권자는 100번 이야기해야 한 번 기억한다”는 말로 반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하나는 사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진 한 장으로 히스토리를 보여주기도 하고 중요한 메시지를 감성적으로 전달할 수도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보궐선거로 당선됐을 때 회자됐던 것은 박 시장의 낡은 신발 사진이었다. 사진 한 장으로 박 시장의 평소 인간 됨됨이를 보여줬기 때문에 그 사진에 감동받은 표심이 많았다고 한다. 꼭 평소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놓고 선거에 활용하길 바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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