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석·문선미 대표(뷰티팜)위기를 기회로… ‘2막’을 꽃 피우다

[농어촌은 지금, Jump-up]“화훼농사와 6차산업의 결합, 꽃을 즐기는 문화 퍼뜨리고파”

머니투데이 더리더 가현정 객원기자 2019.06.03 10:43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김양석 대표가 수국을 재배하고 있다./사진=가현정 제공
‘가현정 작가의 명옥헌 초대석’ 서른한 번째 주인공은 전남 강진군 칠량면에서 절화수국을 대표 작목으로 화훼농업에 종사하는 김양석 문선미 부부다. 꽃을 마다할 사람이야 없지만 그동안 국내 화훼시장은 FTA(Free Trade Agreement, 자유 무역 협정)으로 인한 수입 꽃 증가와 부정청탁금지법의 시행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오히려 이러한 위기를 양분 삼아 기회로 꽃 피운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길을 봄비가 촉촉이 안내해주었다. 수국 꽃밭에서 부부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사랑의 하모니를 이루는 꽃들의 합창 소리가 울려 퍼지던 신비로운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김양석 문선미 부부는
▶문선미 대표(이하 문): 남편 김양석 대표는 원래 강진의 유일한 대학이었던 성화대학교 건축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수였어요. 그러다 2009년 학교가 폐교되고 일자리를 잃어버리고 나서야 화훼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사실 제가 먼저 귀농을 결정하고 화훼농사를 하자 마음먹고 적극적으로 행동했지만 최고의 수국을 키워내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는 남편 덕분에 10년 동안 한길만 걸을 수 있었죠.
김양석 대표(이하 김): 아내 문선미 대표는 굉장히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15년 동안 사진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다져온 예술적 감각이 더해져서 오늘의 명품 수국을 탄생시켰지요.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는 아내가 일구어놓은 꽃길에 저는 그냥 발만 내밀었을 뿐입니다. 평소 수국과 작약을 좋아하는 아내가 우연히 수국 꽃밭을 보고 덜컥 계약을 하는 바람에 오늘에 이르게 되었으니까요.

-마냥 꽃이 좋아서 꽃밭부터 덜컥 사셨다고요
▶문: 네, 계약서를 쓰던 10년 전 그날이 지금도 생생한 걸요. 계약서를 쓴 날짜와 시간까지도 잊히지 않을 정도예요. 제가 스튜디오를 운영하던 곳이 결혼예식으로 유명한 호텔 앞이어서 웨딩촬영을 많이 했습니다. 부케로 사용되는 꽃인 수국을 볼 때마다 그렇게 예쁘고 좋을 수가 없었죠. 제가 덩치가 커서 그런지 송이가 큰 꽃들이 더 예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어요. 꽃 중에서도 무척 크고 아름다운 수국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그러다 마침 남편의 고향이자 일터인 강진에 수국 재배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강진군에서 전략적으로 온화한 기후를 활용한 화훼산업에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화훼농업용 시설하우스가 많이 생겼어요. 수국과 작약이 심어진 시설하우스 땅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리에 얼른 계약을 했죠.

-강진군의 수국 재배 현황은 어떻게 되나요
▶김: 2006년 강진에 절화수국이 첫 도입된 후 꾸준한 품종 연구와 재배면적 확대로 현재 재배면적이 4.2ha에 달합니다. 이는 전국의 28%, 전남의 약 70%를 차지하는 비율로 전국 제1의 절화수국 생산지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강진 수국이 일본 수출 물량의 91%를 담당하고 있어 국내 최대 절화수국 수출 단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2018년 7월에는 화훼분야 수출전문 최우수단지로 지정되었습니다.

-강진수국이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이유가 있나요
▶김: 강진 수국이 일본 수출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이유는 단연코 높은 품질과 소비자의 취향에 맞추는 능동적인 대처에 있습니다. 전체 단지의 약 70%가 양액 재배를 실시해 다른 생산지역보다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좋은 품질의 수국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꽃잎이 풍성하면서도 고운 빛이 나며 신선도가 뛰어납니다.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꽃의 색깔이 파란색과 보라색이라는 것을 파악한 것도 주효했습니다. 수국은 꽃이 피기 시작한 초기에는 녹색이 약간 들어간 흰 꽃이었다가 점차로 밝은 파란색으로 변하여 나중엔 붉은 기운이 도는 보라색으로 바뀝니다. 토양이 강한 산성일 때는 파란색을 많이 띠게 되고, 알칼리 토양에서는 붉은색을 띠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토양에 첨가제를 넣어 꽃 색을 원하는 색으로 바꿀 수도 있어 소비 취향에 맞춘 생산이 가능합니다.

-강진 수국만의 경쟁력의 근원이 더 있는 것 같은데요
▶김: 우리 농업인들의 노력과 더불어 강진군의 관심과 지원도 큰 힘이 됩니다. 실제로 이승옥 군수님은 수출 물량을 보내는 현장에 직접 나오셔서 응원을 해주셨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수출시장에서 강진 절화수국의 명성을 높이고 있는 농업인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수국 꽃의 경쟁력을 높여 세계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시니 더 힘이 나고 든든했습니다. 강진 절화수국의 올해 총 생산량은 약 80만 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10만 본을 일본에 수출할 예정으로 농가 소득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수국의 아름다움에 반해 시작하셨는데 화훼농업이 쉽지는 않으셨죠
▶문: 하하,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이 제게는 딱 맞았어요. 지금까지 10여 년간 해온 수국 재배를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힘들어도 힘들지 않다’라고 할 수 있어요. 그저 아름다운 수국에 반해 시작한 일이었기에 남들이 위기라며 포기하는 순간에도 꿋꿋하게 해낼 수 있었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필수 요건임을 직접 경험했어요. 처음 강진으로 귀농할 때만 해도 자연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공간에서 일하며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에만 들떠 있었어요. 현실적인 어려움이 시작되는 순간에 남편이 직장을 잃는 바람에 저에겐 오히려 큰 힘이 되었지요.
▲문선미 대표가 수국을 재배하고 있다./사진=가현정 제공

-정말 남다른 관점을 가지셨어요
▶김: 그렇죠. 남다르죠. 남편이 실직을 하면 대부분의 아내들이 속상해하고 불안해하는데 말입니다. 현실적이고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것을 추구하는 저와 달리 아내는 예술성과 감수성이 뛰어납니다. 어떻게 보면 정반대의 성향이라서 다툼과 갈등이 많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는데, 실제로 우리 부부는 다름으로 인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조화, 즉 사랑의 하모니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운영하는 수국농장의 이름을 뷰티팜으로 정하면서, ‘꽃들의 합창, 사랑의 하모니’라고 붙였습니다.

-위기를 기회의 꽃으로 피워낸 비결은 무엇인가요
▶김: 처음에는 지식이 없어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전공분야인 건축과에서 교수까지 했다는 경력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철저하게 배우는 입장이 되어 공부하기로 다짐했습니다. 녹색문화대학을 다니고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기술을 익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네델란드에서 절화용 수국 16품종을 도입해 시험재배를 시작해 실증시험을 거쳐 6품 시범사업을 시작한 결과 2010년에 일본으로 첫 수출을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변화가 빠른 수출 소비시장 요구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고품질의 규격화된 수출용 수국을 맞춤형으로 생산하기 위해 선진 재배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한 덕분입니다. 더 나아가 팜파티와 각종 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농업의 6차 산업화에도 힘을 쏟았습니다.

-그린화훼영농조합법인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셨죠
▶김: 더 열심히 하라고 강진군 절화수국 수출법인 ‘그린화훼영농조합법인’의 4대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19농가가 참여하고 있는 그린화훼영농조합법인은 2011년 처음 일본으로 수출을 시작한 이래 지난 7월까지 누적 판매량 52만 본에 달하는 전국 제1의 절화수국 수출단지입니다. 수국 수출 확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품질 향상입니다. 수출 물량의 품질은 수확 후 처리기술에 있음을 파악한 만큼 관련 기관과 연구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 수국 품질의 상향평준화를 위해 법인농가들을 대상으로 생산 환경과 재배기술 등에 관한 교육도 9월부터 진행할 예정입니다.

-해외시장 진출과 6차 산업화에 적극적인 이유는요
▶김: 제가 수출을 위한 품질 향상만큼이나 신경 쓰는 부분이 또 하나 있습니다. 화훼농사와 6차 산업의 결합입니다. 처음 귀농 후 수국농사를 시작했는데 다행히 몇 년은 매출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자연재해·경기침체·사회분위기에 따라 제 노력 여하와 상관없이 매출이 급감하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더는 1차 산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좋은 품질의 꽃을 생산해서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던 중 2014년 농촌진흥청에서 공모한 6차 산업 수익모델사업에 제안한 ‘강진 화훼를 이용한 어매니티 6차 산업’이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자신감을 갖고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우리가 살고 있는 율변마을뿐 아니라 강진군 내 공원·축제장 등 곳곳을 수국으로 가꾸고 주변 농가들과 함께 꽃과 연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최근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제주 휴애리 수국축제’도 제가 컨설팅을 했습니다.

-학교에 수국정원 만들기 사업을 하신다고요
▶김: 전통적으로 학교 정원에는 향나무와 소나무 위주로 꽃이 없어 단조로운 풍경을 갖고 있습니다. 이 삭막한 학교 분위기를 더해주는 획일화된 경계석을 없애고 수국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21세기는 감성으로 꽃 피우는 창조의 시대라고 하지 않습니까? 활짝 핀 수국이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감성을 키워주고,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줄 것입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합니다. 경제성이나 효율성보다 더 중요한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합니다. 눈앞에 보이는 단기적인 성과만을 중시해서는 안 됩니다. 대한민국 모든 학교마다 정원에 놓인 경계석 대신에 꽃을 심으면 학생들이 꽃이 주는 즐거움과 기쁨의 에너지로 더욱 밝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수국 농사지으랴 수출하랴 바쁘지만 만사를 제쳐놓고 학교로 달려가 수국정원을 정성껏 만드는 이유입니다.

-화훼농업이 나아가야 할 미래전략을 말씀해주세요
▶김: 요즘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공무원·학생·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우리 농장과 달리 농사기술을 알려줄 수 없다며 농장을 자물쇠로 꽁꽁 채워놓은 곳도 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오늘날은 경쟁의 시대가 아니라 공유하고 소통하는 시대입니다. 자신의 것만을 꼭꼭 숨겨두는 것만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농장 문을 활짝 열고 고객과 소통하는 체험 프로그램 운영이 당장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6차 산업에 열정적인 이유는 강진 화훼를 알리는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도시민들에게 꽃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일상에서 꽃을 즐기는 문화를 널리 퍼뜨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수출에, 6차 산업에, 마을 가꾸기, 학교 환경 개선 봉사까지 쉴 틈 없이 일을 하면서도 우리 부부가 늘 웃을 수 있는 비결이 매일 꽃을 보는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가현정 객원기자는 
● 귀농인문학아카데미 대표
● 한국독서치료학회 이사
● 법무부 인성교육, 독서치료 및 국방부 독서코칭 담당
● 대통령상타기 고전읽기 백일장 심사위원
● 경기도교육청 공모제 교장 심사위원
● 자유학기 진로체험 작가부문
● 은평대학 학과장 교수
gana0504@naver.com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정치/사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