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해운’ 없는 경제 대국은 없어요"

[기관장 초대석]“통일 되면 세계적 해양력 보유… 해양지역 균형발전 필요”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19.04.10 10:46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사진=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제공
“경제 대국 중에 해운 회사를 가지지 않은 나라는 없습니다.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가 해운업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의 대외 무역 의존도는 70%가 넘는다. 그만큼 세계 경제는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을 많이 끼친다. 수출과 해운업의 관계는 밀접하다. 해운업은 외화를 가장 많이 벌어들이는 산업이다. 2009년 이후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해운시장도 얼어붙었다.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국내외 주요 선사들의 과당 경쟁 구조로 운임 수입이 감소됐다. 우리나라 조선업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기업 중 7위까지 올라갔던 한진해운이 장기불황을 겪다 2017년 최종 파산 선고를 받았다.

최근 미국, 유럽의 경기 회복과 중국의 경제 성장이 유지되면서 조선업의 상황도 좋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2월 조선 수주량 세계 1위를 탈환했다. 컨테이너, 철광석, 석탄, 곡물, 에너지(석유, LNG) 등의 세계교역량이 늘어나고 있다. 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은 해운 산업은 경기 순환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양 원장은 “역사적으로 해운업을 볼 때 세계 경기가 좋을 때는 호황이었다가 좋지 않을 때는 내리막길을 걸었다”라며 “어렵다고 산업에 지원하지 않으면 경기가 좋아졌을 때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가 어려울 때 조선업을 정리한 대표적인 나라는 일본이다.

중국은 오히려 세계 경제가 어려울 때 해운업에 투자해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양 회장은 “수출로 경제가 유지되는 우리나라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해운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산업”이라고 밝혔다. 해운업의 경제적 역할을 논할 때 단순히 경제수치로만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국무총리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오는 18일 35년째 개원기념일을 맞는다. KMI는 해양, 수산, 해운, 해사, 항만, 물류 등 해양수산 전 분야를 아우른다. KMI에서 30년 넘게 해양에 대해 연구하다 2016년 8월부터 KMI 원장을 맡은 양 원장과 지난달 14일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KMI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나라 경제에 해운업이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나
▶해운업은 우리나라 서비스업 가운데 외화를 벌어들이는 최대 산업이다. 전체 무역수지의 마이너스 폭을 크게 줄여준다. 국제수지 개선에 최대 공헌하는 산업이다. 호황일 때는 한 해에 600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선도하기도 했는데 한진해운 사태가 나면서 산업이 위태로워졌다. 세계 주요 수출국은 해운 회사를 가지고 있다. 세계 주요 수출국들이 대부분 해운국이다. 2018년 기준 세계 주요 수출국은 중국,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이다. 이 국가들 가운데 전통적으로 화주국인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이 해운 강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한진해운은 세계 7위였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회사를 가지고 있었다.

-조선업 회사가 없어지면서 조선업 규모도 줄어들었다
▶무역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조선업을 포기하면 안 된다. 조선업은 경기 순환 산업이다. 과거 조선업을 살펴보면 세계 경기가 좋지 않았을 때는 산업이 위태로워졌다가 경제가 나아지면 위기를 극복한다. 궤멸되는 산업이 아니고 내려갔다가 다시 상승하는 사이클을 그리는 산업이다. 지금의 위기도 세계 경제 불황 때문이다. 2009년 이후 세계 해운시장이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국내외 주요 선사들의 공급 과잉으로 과당 경쟁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러면서 운임 수입이 감소돼 조선사들이 어려워진 것이다. 경기 순환 산업이니까 유동성 지원을 해야 무역업을 지탱할 수 있다. 지금 어렵다고 산업에 지원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어진다.

-조선업에 대한 지원이 없다면
▶그럼 조선 회사들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다른 나라 해운 회사를 이용하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건 안일한 생각이다. 경기가 좋아져서 배에 물건을 많이 싣게 된다면 다른 나라에 돈을 더 많이 줘야한다. 다른 나라 해운 회사를 이용하면 운임이 두 배로 뛰기도 한다. 그러면 무역 경쟁력이 떨어진다. 무역과 해운업은 같이 커야 한다. 해운을 단순한 개별 기업이나 산업으로 보면 안 된다.

▲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사진=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제공
-그런 사례가 있나
일본이 어려울 때 조선업을 정리했다. 지금 일본 정책에서 가장 손해 봤다고 생각하는 게 조선업을 철수한 것이다. 반대로 중국은 해운 불황을 겪을 때 오히려 해운 회사를 늘렸다. 세계 경기가 어려울 때는년 1 내내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많이 파산도 했지만 세계 경기가 좋아지니 저가 수주가 많이 들어온다. 몇 년 전에는 중국이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 우리가 LNG선 등 선박 수주량이 많아져서 다시 1위를 차지했다.

-다시 회복세에 들어갔다고 보면 되나
▶그렇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회복되고 있고 중국 경제가 성장하고 있어 수요가 있는 상황이다. 컨테이너, 철광석, 석탄, 곡물, 석유나 LNG 등의 세계 교역량이 늘어나고 있다. 운송 수요 증가로 세계 해운시장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에 어떤 지원을 해야 하나
▶정책금융기관을 비롯해 금융권에서 적극적으로 선박금융을 지원해야 한다. 또 유동성 악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금융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적 선사는 해외 선사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고 선박이 부족하다. 또 자본력이 약하고 국내 선박 금융시장의 역할도 미흡하다. 국내 조선소도 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선박 건조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북한과 협력하면 ‘해양 강국’ 될 것

-북한의 해양산업 상황은 어떤가
▶북한의 전체 교역량 중 84%가 해상 교역으로 추정된다. 최근 4~5년 동안 수산업에서 많은 성과를 냈다. 최근 북한에서 원산의 갈마해안관광지구를 주목하고 있다. 그만큼 북한은 해양에 집중하고 있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하역 능력은 3.6%, 부두 연장은 7% 수준이다.

-북한의 해양 발전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북한은 자연 해안 비율이 75.3%다. 한국의 48.6%에 비해 개발 정도가 낮다. 자연환경 보존 상태는 한국에 비해 우수하지만 UN보고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재해에 가장 취약하고 경제 대비 피해 규모가 위3라고 한다. 아무래도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고 복구하는 능력이 뒤떨어진다. 앞으로 한반도 기후변화나 동해안 침식 연구에서 남북한 비교 연구가 필요하고 연안 재해 대응 역량 강화사업이 기대된다. 항만은 북한이 9개 있는데 전체 무역 교역량이 85%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그 능력은 3%밖에 안 된다. 원산 위의 함경남도는 자원이 많다. 중국으로 가는 항만을 개발하면 기회는 넓어진다.

-우리나라와 북한이 해양 분야에서 협력한다면 그 시너지는 어느정도라고 생각하나
▶북한이 한국의 30% 정도로만 발전된다면 남북한이 통일됐을 때 가지는 해양력은 세계적인 수준이 될 것이다. 해양 자원은 1위라고 확신한다. 다른 분야도 5~10위 내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수산 자원이 감소하고 있다.

▲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사진=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제공
-오징어와 명태 포획을 금지하고 있는데

▶자원 상태가 좋을 때 연근해에서 최대로 확보 가능한 수산 자원량이 503만 톤 정도였는데 2017년 기준으로 60% 수준인 약 304만 톤에 머물고있다. 지난달에 해양수산부에서는 수산 혁신 2030 정책을 내놨다. 어린 물고기를 덜 잡자는 게 요지다. 사실 국가가 나서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보다는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총알오징어라고 해서 어린 오징어를 팔기도 한다. 총알오징어는 종류가 다른 오징어가 아니다. 그저 어린 오징어를 뜻한다. 사먹는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좋은 자원으로 키우는 게 중요하다. 2030년에 500만 톤을 회복해야 한다.

-KMI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지
▶해양 지역의 국가 균형 발전이 필요하다. 해양 지역은 모두 지방에 있다. 항만, 연안, 섬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해안 관련 정책을 중앙으로만 생각하면 현실과 괴리가 생긴다. 연안 지역의 균형 발전이 필요하다. 어촌만 보더라도 경기도 쪽은 그래도 좀 낫다. 관광객도 많고 물건도 팔고 지역 자립도 된다. 전라남도나 경상남도에는 젊은 사람이 그다지 없다. 인구 소멸 우려도 있다.

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연세대학교 생화학 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서강대학교 대학원 무역학 박사
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정책동향분석실 실장
해양수산부 책임운영기관운영심의회 위원장
한국공항공사 이사회 의장
국무총리실 국토정책위원회 민간위원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제9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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