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무릎’으로 성과 낸 정치인 전현희의 무한도전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한지연, 이재원 기자 2019.04.09 11:05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도전’이다. 치과의사에서 변호사로, 그리고 국회의원으로 변신했다. 그것도 민주당계 정당으로는 24년 만에 서울 강남 지역에서 당선됐다. 안정적인 직업을 두 번이나 마다하고 정치권으로 뛰어들었다. 전 의원은 “사회에 깊숙이 뛰어들어 호흡하고 싶었다”고 했다.

당내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은 것도 전 의원에겐 큰 도전이었다. 원했던 자리는 아니다. 이른바 ‘업계’ 전문가도 아니었다. 전 의원도 “사실 누가 앞장서고 싶었겠느냐”고 웃었다. 전 의원은 당 정책위원회 제5정책조정위원장이다. 산하에 국토교통위원회가 있다 보니 자연스레 전 의원의 업무로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28일 일이다. 그때부터 4개월. 고난의 연속이었다. 

일단 위원장이 된 뒤엔 밤낮없이 달렸다. 욕도 듣고 물병도 맞았다. 살을 에는 바람에도 국회 앞 택시업계 농성장을 하루에 세 번씩 찾았다. 표에 도움 되는 일도 아니었다. 전 의원의 지역구인 강남구을은 유권자 가운데 택시기사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지역구에선 “사서 고생한다”는 핀잔도 들었다. 특유의 도전정신이 그를 버티게 했다. 

올해 1월 22일 출범한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도 전 의원의 노력은 계속됐다. 결국 지난달 7일 대타협기구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올해 상반기 내 플랫폼택시 출시 △카풀은 주말·공휴일 제외 출·퇴근시간 각 2시간씩 운행 △초고령 택시 운전자 감차 △운전자 월급제 시행이 골자다. 

합의의 바탕에는 전 의원의 ‘진심’이 있었다. 전 의원은 “나를 필요로 하는 모든 ‘당신’을 위해 진심을 다해 협의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택시업계를 150차례 이상 찾았다. 하루 두 번 넘게 찾은 것도 여러 번이다. 전 의원은 “120번째에 택시협회 내부에서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 만나보자’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전 의원의 진심 없이는 택시업계를 테이블에 끌어내는 것조차 어려웠다.

당 지도부에서도 전 의원을 믿었다. 지난해 12월 택시 기사의 첫 분신이 있은 후 당 안팎에서 전 의원에 대한 불신이 자랐다. 논의도 교착상태에 빠졌다. 위원장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돌았다. 하지만 진심이 통했다. 한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전 의원이 물병에 맞아가면서도 하루에 세 번 넘게 빈소를 찾는 것을 보고 다들 전폭적으로 신뢰하게 됐다”며 “남자 의원들도 저런 상황이 되면 겁이 나 포기하게 되는데, 정말 대단했다”고 했다. 국회에 들어올 때에도 그렇게 들어왔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재선에 도절한 땐 선거 기간 내내 만나고, 찾고, 손을 잡았다.

길지 않은 선거유세 기간 동안 전 의원의 명함을 10장이나 받았다는 사람도 여럿이었다.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하루에 전 의원을 세 번이나 만난 사람들도 있었다. 진심의 승리다. 전 의원은 그때를 생각하며 “무릎 꿇고 유권자를 만났다. 캠프 사람들이 ‘무릎’으로 승리했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다시 무릎으로 대타협을 끌어낸 전 의원이다. 하지만 ‘세금 투입’, ‘초고령 택시 퇴출’ 여전히 궁금증이 남는다. 전 의원을 만나 이번 합의에 대한 설명과 소회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Q: 4개월간 달려온 소회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문제였다. 택시업계는 완강하게 카풀 전면 금지를 요구해왔다. 합의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이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결국 진심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택시업계를 150차례 이상 만나면서 조금씩 신뢰를 얻었다. 택시단체 대표들이 점차 저를 신뢰하게 되고, 다른 구성원들도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향이라는 것에 서로 신뢰가 쌓이자 타협이 가능했다.

Q: ‘큰 틀’에서의 합의가 두루뭉술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것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실무 논의는 이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이다. 실무 기구에서 어떤 규제를 풀 것인지, 어떤 법안이 개정되어야 할지를 결정할 것이다.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당연히 합의 정신이다. 국민의 편익을 증진시키면서도 택시 산업을 활성화하고 플랫폼 업계가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 일이다.

Q: ‘규제 혁신형 플랫폼택시’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우버형 택시’라고 하면 이해가 쉽다. 현재 택시는 요금, 영업구역, 색상 등 많은 규제가 있다. 영업 형태도 한정적이다. 이런 규제를 풀어 우버와 같은 서비스를 출시하되, 차량은 택시를 이용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땅이 넓은데 택시는 적어서 자가용을 활용해 우버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과 상황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택시가 많고, 규제에 묶여서 쉬고 있는 운휴 택시도 많다. 앞으로 우버형 택시나 공항택시, 여성 전용 택시, 반려견 동반 택시, 어르신 맞춤형 택시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Q: 대타협기구의 정당성·대표성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본격적 갈등이 시작된 것은 카카오 카풀이 출시되고, 이에 택시업계가 반발하면서부터이다. 카카오 모빌리티 측도 영업중단 결정까지 내리며 대화의 장에 나왔다. 플랫폼 업계를 대표해 책임 있는 자세로 대화에 임했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플랫폼 택시’라는 새로운 시장 개척이다. 기존 업체들은 지나치게 ‘자가용 카풀’에만 초점을 맞춘다.

Q: 대타협기구가 실패했다면 어떤 결과가 있었을까
이미 국회엔 (카풀)전면 폐지, 시간제 폐지 등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각종 법안을 발의돼 있다. 수많은 카풀 장벽들이 국회 논의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협상이 안 됐다면 사실상 카풀 규제만이 남은 상태였다. 이번 협상마저 무효라고 주장하면 남는 것은 규제뿐이다. 우선은 각자가 양보를 해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은 것이다.

Q: ‘초고령 택시’의 기준은
구체적으로 초고령을 몇 세로 할 것인지, 보상을 재원마련 방안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향후 구성될 실무기구에서 논의할 문제다. 초고령 택시기사분들 중에서도 출구전략이 필요한 분들이 계시고,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에 대한 국민적 우려도 크다. 그래서 초고령 택시기사분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그냥 퇴출 아니냐는 오해도 있다. 합의 내용은 그게 아니다. 감차 제도가 있는데 잘 안 되는 게 문제다. 제도를 잘 설계해 재원을 마련하는 등 생존권이나 노후대책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Q: 월급제, 감차 등 대책 재원으로 세금이 들어간다는 오해도 많다
플랫폼택시가 출시되면 택시업계의 매출 증대가 기대된다. 월급제 시행의 기반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택시의 열악한 현실이 개선되면, 승차거부 같은 현상도 줄어들 수 있다. 서비스 질도 높아진다고 본다.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이번 대타협의 정신이다. 감차 역시 추가로 세금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Q: 앞으로 이 문제에서의 역할은
제 역할은 우선 여기까지다. 사실 너무 탈진했다. 택시업계와 제대로 논의 한 기간은 일주일이 채 안 된다. 3개월 넘게 벽을 보고 얘기하는 기분이었다.

Q: 정치인 전현희의 꿈은
당신이 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리고 나 전현희가 이 문제를 도울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국민들이 나를 찾는 그런 정치인이 되고 싶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어 이번 일도 역경과 모멸을 견디며 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정치인이 되고 싶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1964년 경남 통영 출생
1983년 데레사여자고등학교 졸업
1990년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치의학 학사
1996년 제38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28기)
1999년 외교통상부 한국-칠레 FTA 자문변호사
2001년 민변 환경위원회, 여성복지위원회 위원
2008년~2011년 18대 국회의원(비례대표, 통합민주당)
2008년 민주당 원내부대표
2010년 민주당 원내대변인
2016년 20대 국회의원(서울 강남구 을, 더불어민주당)
20대 전반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20대 후반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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